[#-8 귀신은 있다]
-“ 정말 귀신이 있습니까?”-
내가 퇴마사의 길로 들어서고 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귀신의 존재여부를 물었을 때,
나는 서슴없이 반문한다.
“ 당신은 종교가 있으신가요?”
“ 있으시다면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믿고 의지하는
신(神)의 존재를 부정하시겠습니까?”
라고 말이다.
종교는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알고 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믿을 수 없다면,
모든 종교적 믿음들도 그 존재를 부정 하여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자신이 믿는 종교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귀신의 존재는 무조건 부정한다..........
물론 종교와 귀신을 같은 맥락에서 본다는 것이 무리겠지만,
본인들 눈에 보이지 않고 과학적으로 증명하긴 힘들다는 부분에선
둘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실제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귀신의 존재도 역시 ‘있다’ 혹은 ‘없다’ 로 나뉘어 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란 사람의 종교가
불교일 것이라 단정 지어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대부분 불교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 일 것이다.
내가 봐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만하다.
앞으로 언젠가는 내가 어떤 종교든 종교를 갖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느 종교에도 속해있지 않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또한 그의 아버님은 생전에 목사님이셨다고 한다.
나는 종교를 잘 모른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에 귀신이 보이고,
그 귀신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
내가 아는 건 단지 그 것 뿐이다.
내가 직접 보고, 듣고, 행하였으니
내가 귀신의 존재를 믿는 건 너무도 당연하질 않은가?
나는 정신이상자도 아니고, 특정 종교에 미쳐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오늘도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나 스스로 그 능력에 놀라워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 2004년 겨울 -
내일 모래면 성탄절이다.
거리엔 여기저기서 케롤이 흘러나오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하기만 하다.
나도 그 사람들 속에 어우러져,
북적이는 선물가게 한쪽에서
열심히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퇴마사 일을 하고서부터 난 하루도 온전히 쉬어본적이 없다.
그래서 요번 크리스마스에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편히 한 번 쉬어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몇 개 사고서 나는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처음 보는 중년 부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 법사님!
아니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으세요? ”
-“ 전화?.... 무슨 전화! 전화 안 왔었는데........”
다짜고짜 민수가 야단을 치는 바람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 확인해 보세요! 제가 열 번도 넘게 했구먼......... ”
-“ 어! 아~~ 내가 선물 사느라 못 들었나보구나.
선물가게 안이 굉장히 시끄러워서.......... 미안~~ ”
“ 일단 손님 오셔서 기다리시니까 인사부터 하세요.”
나는 민수 말대로 바로 손님이 앉아계시는 쪽으로 향했다.
“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무슨 일로 저를 만나러 오셨나요? ”
-“ 예! 저희는 서울에서 화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부가 요새 하도 이상한 일을 겪고 있어서.........”
남자가 낮고 굵은 목소리로 자신들의 소개를 했다.
“ 예~ 무슨 일을 겪으셨기에.........”
-“ 저희 화원 온실 안에 귀신이 있어요! ......
한달전쯤 인가.....
우리 집사람이 귀신을 봤다고 호들갑을 떨기에 제가 야단을 쳤죠.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구 말이죠! “
“ 하 하 하........ 그래서요? ”
-“ 그래서 그냥 요즘 우리 집사람 몸이 좀 허해졌나 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 글쎄! 어제 새벽에는 그 귀신을 저도 같이 본거에요."
“ 그럼 맨 처음 사모님께서 보셨다는 그곳에서 말인가요? ”
-“ 예!....... 나도 처음엔
뭔가 다른 물건이 귀신처럼 보이는 거겠지 하고 다가가 봤더니 글쎄.........
방금 보였던 귀신이 서 있던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나는 내 나이 오십 가까이를 살면서 귀신을 본적도 없고,
또 있다고 생각 해본적도 없는지라
혹시 저희가 잘못 본거겠지 하며 잊으려 했는데......
오늘 새벽에는 귀신이 바로 우리 부부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졌어요.
제가 똑똑히 봤는데 분명 여자에요. 처녀귀신 말이에요! "
남자는 점점 더 열을 올리며 얘기를 이어갔다.
“ 음... 여자라....... 두 분이 함께,
그것도 두 번씩이나 보셨다면 귀신일 수 있겠네요.
남자와 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부인이 나에게 물었다.
“ 그럼 정말로 귀신이 있는 건가요? ”
-“ 그럼요 있구 말구요!......
두 분도 직접 보셨다면서 왜 믿지 않으시죠? ”
“ 아니요 그게 아니라........
우리 부부는 교회에도 열심히 나가고 또 나쁜 일도 한 게 없는데.........”
-“ 하하하.....귀신이 보이는 건 교회나 절에 다니시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걱정스러운 건,
귀신이 사람의 눈에 보일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죠.
하나는 귀신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할 때와
또 하나는 누군가를 해하려 할 때라는 겁니다.
“ 그럼 우리가 잘못되는 건가요? 우릴 해치려고........”
부부는 거의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 아니요! 꼭 그렇게 단정 짓지는 마세요.
확실한 건 제가 직접 그 화원에 가 본 후에 확실한 걸 말씀드릴게요. “
" ............."
부부의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해 보였다.
나와의 상담이 다 끝났음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내일 새벽에 찾아 가겠다고 안심을 시킨 후, 부부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다음날 새벽-
나는 민수와 함께 화원을 찾았다.
오는 길에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놨더니
부부는 벌써부터 밖에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부부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온실 안은 온갖 꽃들과 나무들로 가득했고 예쁜 화분들도 눈에 들어왔다.
밖은 한겨울이라 매우 춥지만, 이 온실 안은 완전히 한 여름이다.
넓은 온실의 이곳 저곳에는 연탄난로가 놓여져 있다.
부부는 온실 한쪽을 가리키며 귀신을 보았다는 곳을 지목했다.
그 곳엔 사람 키보다 훨씬 더 큰 선인장이 하나 서 있을 뿐
그 외에 특별한 물건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저희는 처음엔 이 선인장을 귀신으로 잘못 본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두 번째 볼 때는 분명 이 선인장을 잘못 본 게 아니었어요. “
남자의 설명에 부인이 거들고 나섰다.
-“ 맞아요!....... 제가 혼자서 처음 봤을 때도 틀림없이 잘못 본 게 아니었어요.
우리 집 양반이 하도 야단을 쳐서 그냥 나도 헛것을 본거겠지라고 생각했죠. "
부부는 또 다시 귀신 얘기로 열을 올렸다.
나는 일단 부부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했다.
“ 그럼 잠시만 두 분은 밖으로 나가 계세요.
저희가 먼저 확인을 해 본 후에 다시 말씀을 나누죠."
나는 길어지는 두 사람의 설명에 제동을 걸고
밖에 나가있기를 청했다.
부부는 빠른 걸음으로 온실을 나갔고.
나와 민수는 온실 안 어디엔가 있을 여자 귀신을 불러내 보기로 하였다.
잠시 후, 령(靈)을 부르는 주문을 하자
곧 여인의 령(靈)이 모습을 보였다.
령은 갓 스무 살을 넘긴 듯 한 앳된 모습이었으나,
우리를 본 순간 갑자기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나는 귀신의 갑작스런 공격에 순간 당황했다.
옆에 서있던 민수는 영문도 모른채, 나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위험을 직감했는지 곧바로 내 몸 뒤로 달려와 숨었다.
나는 곧바로 령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주문을 외워
령을 단단히 결박 해놓았다.
그리고 서서히 고통을 주기 위해
령을 묶고 있는 결박이 점점 조여들어가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이내 귀신은 굉장히 괴로워 하며 나에게 항복할 뜻을 비췄다.
“ 너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곳 부부에게 너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냐?”
-“ 저는 그냥... 이곳의 꽃들이 너무 예뻐서.......”
“ 그럼 그냥 꽃구경이나 하고 갈 것이지 왜 너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야!”
-“ 실은....... 저는 옆에 있는 저 선인장에 안에 살고 있어요.
제가 저 선인장과 함께 이곳에 온 날부터
늘 제 옆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 했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이 곳 부부가 더 이상 제 주변에
꽃을 놓아두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그만........“
“ 그렇다면 단지 네 곁에 꽃을 놓아두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너의 모습을 드러내어 이곳 주인을 해치려 했단 말이냐!!! "
-“ 아니에요!...... 해치려 한건 절대 아니에요!
그냥 화가 나서 잠시 놀라게만 해주려고.....“
“ 귀신 주제에 감히!.....
내가 이번만은 너를 용서 해 주겠다!
하지만 앞으로 그 누구에게라도 한 번만 더 네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 즉시 달려와 내가 너를 소멸시킬 것이다. 알았느냐 ! “
-“ 네...........”
나는 여자귀신에게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결박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옆에 서있는 선인장을 바라보았다.
“ 역시 이 안에 들어 올 때부터 저 선인장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여태 무서움에 떨고 있던 민수는 이제 좀 무서움이 가셨는지,
어느새 내 곁으로 빠짝 다가와 귓속말 하듯이 얘기했다.
-“ 그래... 다른 곳은 온통 화분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유독 선인장 주변에만 아무것도 없는 게 좀 이상하긴 했어. “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부에게로 갔다.
온실에서 한참 떨어져있는 곳에 앉아있던 부부는
밖으로 나오는 우리를 보자 벌떡 일어나
우리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 저... 어떻게 됐나요? 귀신이 있는 게 맞죠? ”
-“ 하하하....... 예! 맞습니다. ”
“ 아이고 큰일 났네!...... 이제 무서워서 우린 어떻게 일을 한데요~~ ”
-“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다 해결 했습니다.
아마 다시는 이 곳에 나타나지 못할 겁니다.
“ 그래요?........
정말이죠? 고맙습니다.......”
부부는 해결되었다는 나의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 저... 그런데 한 가지 좀 궁금한 게 있는데요! ”
-“ 예 물어 보세요.”
“ 저 안에 있는 키 큰 선인장 말입니다........."
-" 예! "
" 왜 그 선인장 주변에는 화분이 하나도 없는 거죠? "
-“ 아~~ 거기요!
예전에는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인장 옆에 놓아둔 화분들이 하나 둘씩 시들어 가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다 못해 주변에 화분들을 다른 곳으로 죄다 옮겨 놓았죠."
“ 아~~ 그랬군요........ ”
역시 그런 거였다.
선인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령의 음기(陰氣)에 눌려
주변에 있던 꽃들이 점점 시들어 갔던 것이었다.
-“ 왜요! 선인장에 뭐가 있습니까?...........”
“ 아니요! 아닙니다!
전 그저... 가뜩이나 온실이 좁은 것 같은데....
그 곳만 유독 비워두셨기에 이상해서요. "
-“ 하하하..... 그렇잖아도 곧 나갈 물건입니다.
저 놈이 하도 크기가 커서 금방 팔리질 않았었는데,
글쎄 어제 낮에 저희 교회에 목사님이 오셔서
저 놈을 교회 마당에 놓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싸게 팔기로 했죠 뭐!
아마 이따 낮에 교회로 옮길 겁니다.
그놈도 오늘이 이곳에 있는 마지막 날 입니다 그려.......
나는 더 이상 귀신이 그 선인장 안에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부부의 말에 의하면 목사님께서 굳이 저 선인장 달라고 하셨단다.
분명 목사님도 선인장의 비밀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니
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혹자는 내게 묻는다.
왜 귀신을 모두 소멸시키지 않느냐고........
이 세상은 모두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하물며 들에 핀 풀 한 송이 까지도....
그리고 그 모두라는 말에 귀신도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단 그 귀신이 사람들을 해치려 하는 악귀(惡鬼)가 아니라면 말이다.
[#9- 이름 없는 무덤] 편이 곧 올라갑니다
글쓴이 : (현)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 [ 원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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