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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색경고(赤色警告) 015

미리별 |2005.04.04 22:59
조회 4,800 |추천 0

 

 

 

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나 전학간다.”


“…어, 어엉……”


“반응이 왜 이렇게 시덥잖냐. 형님이 전학간다는데 울지는 못할망정 그 멍한 얼굴은 뭐냐.”


“근데 왜 갑자기 전학이야?”

 

 

인우의 입가가 씰룩였지만 애써 웃음으로 감추었다.


뜬금없이 전학이란 말에 인우는 알수없는 불안감이 물밀듯 밀려들어왔다.

혹시나, 혹시나… 자신이 생각하는 그 불안감이 맞아떨어지지 않길 바랄뿐이였다.


인우는 초조하게 한진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내가 이제 좀 착한 동생이 되어보기로 했다.”


“…으응?”


“누나가 어딜 갔다왔는지 엄청 궁금하고 캐묻고 싶지만 그건 그냥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멀쩡하고 건강하게 돌아온 것 만으로도 나 무지 감사하거든.

이제 누나도 왔으니까 망나니 같은 내 삶도 이제 슬슬 청산해야지.

이사도 가고, 전학도 가고, 돈도 벌고, 누나 호강도 시켜주고. 뭐 이것저것 겸사겸사해서.”


“그, 그렇구나…”


“내가 간다니까 섭섭해서 그러는 구나. 그래도 뭐 어쩔수가 없다.

여기선 내가 맘잡고 살라해도 가만히 안 둘 놈들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한진은 홀가분하다는 듯 기지개를 피며 간만에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반면 인우의 얼굴빛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입가가 자신의 의사없이 씰룩거렸고,

애써 짓고 있던 웃음또한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머릿속에 상기되는 그 얼굴, 인우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젠장!

 

 

 

**

 

짝.

경쾌하게 인우의 손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개새끼.”


짝.


“미친놈.”


짝.


“씨발놈.”


짝.


“돌은새끼.”

 

 

인우는 쉴틈없이 그에게 손바닥을 날렸다.

그리고 그는 피할수 있음에도 고스란히 인우의 손바닥을 받아내었다.


조용한 거실에는 경쾌한 마찰음, 그리고 인우의 분노가 섞인 욕들이 울려왔다.

 

 

“분명 경고했어. 경고했다고! 내가 우습니? 내가 같잖니?”


“………”


“말을 해보라고 이새끼야! 너 벙어리 아니잖아! 그러니까 입 열어서 변명이라도 해봐.

그 누나를, 아니 그 여자를 왜 빼돌렸는지. 왜! 왜 그랬는지 말해보라고!”


“………”


“입은 말하라고 있는거야. 당장 말해!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구차한 변명이라도 좋으니까 말 좀 해봐.

그 입 좀 열어서 말을 해보라고!”

 

 

인우는 거친숨을 몰아쉬며 그에게 다그치기 급했다.


자신의 손이 얼얼해질만큼 그의 볼을 내려쳤다.

하지만 그는 아무말없이, 흐트러짐 하나없이 오히려 인우의 자존심을 더 긁어놓았다.


차라리 미안하다며 매달렸다면 인우가 모질게 그를 대하진 않았을것이다.

아무말없이 자신의 모진말과 폭력을 버텨내는 모습이 더욱 화를 불러들여왔다.

 

 

“…혹시 경민누나 닮아서 그런건 아니겠지?

그 여자가 인경누나랑 닮았다고 생각해서 그런건 아닌지?”


“………”


“하, 그런건 아니지?”

 

 

잠시 숨을 몰아쉬던 인우는 문득 생각난게 있다는 듯

시선을 그에게 맞추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그는 인우의 말에 지금껏 반응하나 없었던 어깨가 흠짓 떨려왔다.

 

 

“나도 느꼈어. 얼굴은 하나도 안 닮았는데 분위기가 닮았어. 인경누나랑…

하지만 난 그건 별개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난 다 잊어을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었나봐. 하나도 못 잊고있었잖아.”


“………”


“벌써 우리 누나가 죽은지 5년이 넘어가는데.”


“………”


“하긴 내가 우리 아버지 자식이 아니라,

누나가 죽기전에 나 좀 돌봐주란 말에 여태껏 내 옆에 있던걸지도 모르지.

…그 사랑이란 같잖은 걸 나누던 사람의 부탁이었으니까. 하하, 하하하”

 

 

인우의 잔뜩 베베꼬인 말들은 그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인경의 얼굴을, 그리고 그녀의 품을 향기를 다시 되살릴뿐이였다.

벌써 5년이 넘었다. 인경이 그의 곁을 떠난지도.

아직도 그 때의 그 악몽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데

시간은 미친듯이 흘러 벌써 여기까지 흘러온 것 이었다.

 

 

“그 여자를 다시 잡아오는 건, 아니 뭐 다시 잡을 필요 있나 그냥 죽이면 되는데…”


“………”


“이제부턴 내 일에 간섭하지마. 내가 다 알아서 할꺼야.”


“………”


“그리고 우리 누나 생각따윈 니 머리에서, 가슴에서 얼른 지워버려.

우리 누나가 죽은 건 다 너 때문이니까. 세상에서 제일 예쁘던 누나가 죽은 건 다 너 때문이니까.”

 

 

쾅. 인우가 거칠에 방문을 닫으며 방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눈시울이 어느새 빨개진건지, 눈물이 가득 고인 인우는 어쩌면 그 눈물을 가리려

도망치듯 방안으로 들어선걸 지도 모른다.


방문이 닫힌 커다란 소리가 아주 미세한 메아리를 만들어내었고.

그 메아리는 잠시후 흔적없이 허공에서 부서졌다.


거실에 멀거니 서 있는 그는 멍하게 허공을 응시했다.

지독히도 슬픔이 어려있는 얼굴이었다.

지독히도 아픔이 어려있는 얼굴이었다.

 

 

“…인……경아……”

 

 

그의 갈라진 목소리는 힘겹게 쥐어짜듯 소리를 내었다.


권인경, 그가 유일하게 가슴이 품은 사람의 이름이었다.

이제는 이 지상에서 같이 숨을 쉬고 있진 않지만 가슴으로 같이 숨쉬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백번을, 천번을 만번을 잊으려 발버둥쳐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는 여전히 허공을 응시했고, 왼쪽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사실 인경과 한경은 이름이 닮아 있는 것 뿐만 아니었다.

얼굴생김새는 판이하게 달랐으나, 풍기는 그 묘한 분위기와

갓난 아기를 연상케 하는 그 비누냄새는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그랬기에 그가 빠르게 그러한 결정을 내렸을 지도 모른다.

비록 인경을 아닐지라도 조금이라도 닮은 한경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 치부할지라도 정말 거짓없이 그의 마음은 그러했다.


닮은사람, 그 사람만이라도 꼭 행복하길 바랍니다.

 

 

“………”

 

 

허공을 한참이나 멍하게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 심장을 아려온다.

 

 

 

미리별 (d_dmino_o@hanmail.net)

비오는날의고양이 (cafe.daum.net/rainNcat)

 


 두편을 올릴라 했는데요.

다음편부터는 번외랍니다..... <-쌩뚱.

 

 내일은 나무를 심으러 갈까 했는데, 날씨가 요상스럽다네요.

그냥 내일은 집에서 푸우우우욱 자렵니다.

 빨간날 잘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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