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명 2부>
정말이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개운함이다.
간밤에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단잠을 잤다.
몸도 가뿐하고 기분도 상쾌하다.
‘ 진짜 이상한 일이야........’
나는 아침을 먹는 내내 어제 노인이 한 말을 생각하며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여보! 오늘은 멀쩡하네~~ 아프지도 않은 것 같고?.......”
-“ 그러게........ 어젯밤에는 꿈도 안 꾸고 잘 잤어.”
“ 어제 당신 바람 쏘이고 왔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봐요!”
-“ 하하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어.”
나는 집사람에게 어제 일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뭐 그리 좋은 얘기 같지 않아서 그냥 바람 좀 쐬고 왔다고만 얘기했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도 달라졌다.
운전을 하면서도 연신 콧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창 밖으로 보이는 주변 경치도 새삼 좋아보였다.
아직 이른 새벽이라 어둠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으나
그런대로 멋있는 새벽길 풍경이었다.
- 며칠 후 -
나는 요 며칠동안 내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계속되었던 꿈이 사라졌고,
아프던 몸도 말끔히 나아졌으니 말이다.
내심 노인께 고맙기도 하였으나,
그렇다고 그 노인이 한 말들을 모두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 형님! 그 동안 별일 없으셨죠? ”
-“ 야~~ 민수! 너 정말 오랜만이다.”
“ 헤헤.....지나는 길에 형님 얼굴 뵈러 들렸어요.
자주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 다들 먹고 사느라 바쁜데 뭘! ”
“ 요즘 잘 지내시죠? ”
-“ 나야 뭐 늘 그렇지.
넌 지금 하고 있는 철학관 일은 잘 되고 있니? ”
“ 예! 조금씩 자리를 잡는 것 같네요.”
-“ 그래~~ 정말 다행이구나.
참! 그러고 보면 네 팔자도 평범한 팔자는 아닌 것 같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아버님이 목사님이셨던 민수가
남의 점을 봐주는 철학관을 하고 있는 것이 난 늘 의아했고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민수의 운명이 남다르게 보였다.
얼마 전 오랜 기간의 공부를 마치고 본인의 철학관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번 들려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썩 내키지가 않았었다.
“ 형님!~ 아우가 개업을 했는데 한번도 안 오실 겁니까?
아~~ 섭섭하다 정말!........”
-“ 하 하 하........ 미안하게 자꾸 그러지 마라. 내가 내일 갈께! ”
“ 정말이죠?
와~ 이거 대단한 영광인데요. 형님이 제 사무실을 찾아주신다니.”
-“ 민수야! 난 솔직히 말해서 점집이라고 하면 왠지 좀........
꼭 무당집 같아서 말이야!.......”
“ 아이~ 참 형님도! 어째서 무당집하고 철학관하고 똑같이 보십니까!
역학은 엄연한 학문이에요.
아니! 기독교 신자인 제가 무당처럼 보이세요?”
-“ 글쎄...... 아닌 건 알겠는데, 그저 선입견 때문에 그러겠지....”
“ 어쨌든 내일 꼭 오시는 겁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전 이만 갈게요.
내일 출발하실 때 꼭 전화주세요~~ ”
-“ 그래 내가 내일 쉬는 날이니까 일찍 출발할게 같이 점심이나 먹자! ”
나는 민수와 단단히 약속을 하고 민수를 보냈다.
그 동안 민수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아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었다.
- 다음 날 민수의 철학관 -
“ 형님! 이리 들어오세요.”
-“ 야~ 분위기 좋다! 철학관이 이렇게 생겼구나.”
“ 돈이 모자라서 싼 사무실을 얻다보니 좀 좁아요........
그래서 한번에 한분씩만 상담을 하죠!
동시에 두 분이 오시면 아주 곤란하거든요. "
-“ 왜?.......
한분은 여기서 기다리면 되잖아!
여기 소파에 앉아 기다리면 될 텐데.........”
“ 하 하 하....... 그거야 그렇죠!
그런데 사무실 공간이 좁다보니........
안쪽에서 나누는 얘기가 입구 쪽 소파에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들리잖아요.
그래서 안에서 상담하는 분들이 안 좋아 하세요.
대부분이 비밀스럽고 남이 알기를 꺼려하는 대화가 많으니까요.”
-“ 아~~ 그렇겠구나. ”
나는 민수의 설명을 들으며 사무실을 구경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곳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그때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왔고
나는 사무실 입구 쪽 소파에 앉아 상담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 선생님! 요즘 제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 그럼 사주를 한번 풀어보죠! 생년월일과 시를 좀......”
나는 안쪽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아까 민수가 사무실이 좁아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점점 두 사람의 대화 속으로 귀를 기울였다.
“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 글쎄요 아주머니는 돈 복을 따고 나신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 예! 예전에 다른 곳에서 점을 봤을 때도 제가 돈 복이 많다고 그랬어요.”
-“ 돈 복이 있으면 뭐해! 죽은 엄마가 턱~ 하니 막고 있는데... ”
“ 예?.........”
-“ 당신 엄마 목매달아 죽었잖아! 돈 때문에!!!......”
“ 예 맞아요! 우리 엄마가 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하셨어요.”
-“ 그래서 그런 거야! 당신 엄마가 당신 돈 줄을 막고 있다구! ”
“ ..............”
갑자기 실내가 조용해 졌다.
방금 큰소리로 얘기를 한 사람이 민수가 아닌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어정쩡하니 소파에 앉아있던 나는
민수와 손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 내가 도대체 뭘 한거지? ’
나는 내 스스로에게 너무나 놀랐고 아마도 민수는 나보다 더 놀랐을 것이다.
‘ 뭐야! 내가 무당이 되는 거야? 그렇다면 그 노인의 말이....’
나는 그 길로 바로 차를 몰아 지난 번 암자로 향했다.
- 암 자 -
“ 어르신 뭐라 말씀을 좀........”
-“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다 해드렸소! ”
“ 지난번 저에게 무당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왜 무당처럼 행동을 하느냔 말입니다! ”
_“ 음.... 지난번 내가 얘기했듯이 자네는 부적을 쓸 수 있는 힘을 가졌네.
그 부적이 귀신을 다루는 거라 하지 않았는가 말이야.
그러니 결국 자네는 귀신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일세.”
“ 그러면 귀신을 다룰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
오늘 제가 무당처럼 남의 점을 봐준 것도 그 때문이란 말입니까? ”
-“ 당연하지! 그래서 오늘 다른 사람의 점을 대신 봐주게 된 걸세.”
“ 귀신을 보는 거랑 점을 봐주는 거랑은 다르지 않습니까? ”
-“ 점도 점 나름이야. 그냥 점이라면 몰라도.......
귀신과 관련되는 점만큼은 아마도 자네를 따라올 자가 없을 걸세.
귀신을 다루는 사람이 귀신과 연관된 일을 모른다면 말이 되나! ”
나는 어느 정도 노인의 말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너무 많았다.
“ 어르신! 지금 제 눈에는 귀신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왜 제게 귀신을 다루는 힘이 있다고 하시는 겁니까? "
-“ 하하하.......지금은 당연히 보이지 않아야지! ”
“ 예?....."
-“ 자네는 모든 힘을 부적으로 해결 할 수 있네!
그러니까 귀신을 보는 것도
자네가 귀신을 볼 수 있는 부적을 써서 지니면 보게 될 것이고,
만약 귀신을 쫒으려 한다면 귀신을 쫒을 수 있는 부적을 쓰면 가능 하겠지.”
나는 계속되는 노인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부적얘기는 나로 하여금 절로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 휴~~ 글쎄 그런 부적을 제가 어떻게 쓰나구요! ”
-“ 그건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 것 아닌가!
자네가 갖고 있는 능력을 왜 나에게 물어보느냔 말이야!”
“ 제 능력이라........”
-“ 나는 지난 30년간을 그 능력을 얻으려 수행을 해 왔네.
하지만 그 능력이라는 것이 내가 얻고자 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더군.
자네는 내가 30년을 고생해도 얻지 못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나야 그런 자네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야.
“ 저는 싫습니다. 제가 원하지도 않고요. 또 한다고 해도........
결국 제가 안하면 그만 아닌가요?
-“ 글쎄...... 과연 그럴까? 이미 타고난 명인 것을.......
아마도 그렇지가 않을 것이야! ”
“ 그럼 또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서 제가 고통을 받게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
-“ 나도 더 이상은 모르겠네.
다만 예전에 이곳에 함께 있던 도인에게 전해 들었던 얘기들로
미루어 집작컨대 자네도 그렇지 않겠는가 이 말일세!....... ”
나는 두려웠다.
변화가 두려웠고 귀신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노인의 말을
그냥 노망난 늙은 영감탱이의 헛소리정도로 여길 수만은 없었다.
- 한 달 후 -
결국 노인의 말대로 나는 내 새로운 운명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바뀌어 갔고,
급기야는 직장을 그만 두고야 말았다.
20년을 넘게 한 길만 지켜온 나의 천직을 버린 것이다.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누구의 설득도 아니었다.
서서히 내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어간 것이다.
마치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정말 새로운 생활의 시작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도 그동안의 일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 의지가 아니고 내가 아닌,
그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듯 그렇게...
그렇게 시작 되었다.
나는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집을 나섰다.
차 트렁크 뒤에는 어제 연습장을 그만 두면서 꾸려나온 짐들이 가득했다.
‘ 애 엄마가 보면 큰일 날 텐데.... ’
나는 속으로 걱정을 했다.
왜냐하면 처음 암자에 갔다 온 날부터 벌어진 모든 일들을
식구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있는 그대로 얘기 했다면 아마도 온 집안이 난리가 났을 거였다.
특히 내가 모시고 사는 어머님이 알게 되실까 걱정이었고
한참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 일 없듯이 출근을 한다고 하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 어디에도 불안하다거나 후회스럽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차는 어느덧 고속도로위를 달리고 있었다.
행선지도 없고 계획도 없었다.
다시 국도로 다시 고속도로로.......
어느덧 오후 3시가 가까웠다.
새벽에 집에서 나와 지금까지 계속 차를 달리고 있다.
내 머릿속은 이미 멍하니 비어져 있었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지만
전혀 힘이 든다고 느끼질 못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에 낮선 동내가 들어왔고,
나는 또다시 무엇엔가 이끌리듯 그 낮선 동내 안으로 들어섰다.
“ 저... 혹시 빈 사무실 하나 얻으려고 하는데요.”
-“ 예! 들어오세요.
저희 부동산에 물건이 많이 있으니까요
일단 들어오셔서 말씀을 나눠보시죠........”
“ 좀 싸고 조용한 사무실 있을까요? 작아도 상관없습니다.”
-“ 싼 사무실이라... 있죠! 있습니다.
마침 방금 근처 빈사무실 주인이 왔다 가셨어요
그런데 현재 다른 사무실들보다 반값정도 싼 가격에 내놓고 가셨습니다.
손님께서 운이 굉장히 좋으신 분이네요.
지금 이 부근 사무실은 그 가격에 절대 못 얻습니다.
그리고 빈 사무실도 몇 개 없고요.”
“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한번 볼 수 있을까요?”
-“ 자 그럼 저랑 같이 가보시죠.”
나는 그 당시 내가 왜 그곳에 사무실을 얻으려 했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 곳이 어디쯤인가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낮선 동내인데다가
사전에 아무런 계획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이 빈 사무실 하나가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당장에 그 날 사무실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정확히 3일 만에 새로운 생활의 첫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체 그냥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필요한 집기를 들여놓으려 짐을 옮기던 중에
나는 그 곳 경비원에게 새로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얻은 사무실이 건물이 지어진 이후로 처음에 딱 한번
그것도 한달이 채 안되게 임대가 이루어지고는
그 이후로 몇 년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던 빈 사무실이었다는 것이다.
맨 처음 이 사무실을 얻었던 사람이 이곳을 얻고 나서
단 며칠 되지 않아 서둘러 이곳을 떠나버렸고
그 이후로 몇 년 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다른 곳보다 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사무실만 임대가 되질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주변 시세의 반값에 세를 놓게 되었고
나는 그날 느닷없이 그곳에 들러 사무실을 얻은 것이다.
그냥 스쳐 듣기에는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어쨌든 나의 새로운 시작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모든 것이 미리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너무나도 순조롭게 말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얻지 않으려 했던 그 사무실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을........
운 명(3부) 곧 올라갑니다. (많은 추천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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