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련 (2부)>
“ 너... 너는 누... 누구냐!”
-“...............”
나는 역시 초보 퇴마사였다.
귀신은 내 물음에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나는 연신 말을 더듬었다.
“ 너는 누... 누구... 냐니까!!! ”
-“...............”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오랫동안 퇴마사 일을 해오던 사람처럼
너무나도 노련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결계를 치고 귀신을 제압했고
그다음엔 주문을 외우며 귀신을 조여들어갔다.
결국 귀신은 내 지시를 따르기 시작했다.
“ 너는 누구냐! ”
-“ 저는...”
“ 너는 왜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냐!”
-“ 배가 고파서... 밥을 좀 얻어먹으려고 있는 겁니다.”
걸 귀(乞鬼)였다.
“ 아주머니! 혹시 근래에 이상한 꿈을 꾸신 적이 있으신가요?”
-“ 예! 있어요. 가끔 꿈에 무섭게 생긴 남자가 나타나 다짜고짜 밥을 달라고...
지난번에 왔던 무당도 배고픈 귀신이 있다고 하더군요.
서둘러 달래줘야 보낼 수 있다고 해서 오백만원을 드려 굿을 했죠.”
“ 이런... 헛돈을 쓰셨군요!
그 걸귀가 아직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마도 무당이 자기 욕심만 채우려 이 걸귀와 타협을 본 것 같군요.”
-“ 타협이라뇨? 무슨 타협을 봤다는 건지...”
“ 그러니까 결국 상부상조를 한거죠.
그 무당은 귀신을 쫒아낼 능력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서로 합의하에 무당은 돈을 벌고 귀신은 밥을 얻어먹기로 한거죠.
아마도 굿을 한 이후에 잠깐 동안 남편과 아이에 몸이 좋아졌을 겁니다.
-“ 네 맞아요! 굿을 한 다음날 바로 조금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정말 용한 무당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 다음날 또 다시................”
나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 스스로에게 놀라웠다.
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하나도 막힘이 없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숙련된 퇴마사가 따로 없었다.
나는 다시 결박에 묶여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걸귀에게 물었다.
“ 너는 대체 왜 또 온 것이야!
무당에게서 밥을 얻어먹었으면 다시는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것 아니야!”
-“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여기서 계속 이 사람들을 괴롭히면, 또 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 이런 못된 것 같으니라고! 그래서 이 사람들을 계속 괴롭혔단 말이지! ”
-“ 잘못 했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겠습니다! ”
나는 용서해 달라고 사정하는 걸귀를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이곳을 그냥 떠난다고 하여도,
또 다른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그건 내 소망 일 뿐이었다.
나는 아직 령(靈)을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어쩔 수 없이 령을 쫒아 보내기만 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 이제 걸귀를 쫒아 내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 그럼 이제 완전히 없어진 건가요?”
“ 혹시 모르니까 제가 내일 우편으로 부적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부적을 받으시면 제가 말씀드리는 곳에 붙여 두세요.
그러면 앞으로는 절대 어떤 귀신도 이 집에는 얼씬 못할 겁니다. ”
-“ 예!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 아닙니다! 아직은 고맙다는 말씀 하지 마세요.
남편 분과 아이의 몸이 좋아지면 그때 고맙다고 하세요.”
-“ 예................... ”
나는 일을 끝냈고, 이제 남은 것은 출장비를 받는 것 뿐 이였다.
‘ 뭐라고 얘길 해야 하지?’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왕복 차비만도 2만원이 넘게 들은 터였다.
“ 저... 고생하셨습니다. 이거 얼마 안 됩니다만 차비에 쓰세요.”
-“ 아... 예!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나는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미안해하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정말이지 적응 안 되는 상황이었다.
‘ 하 하 하... 첫 수입이라! ’
나는 버스를 타고 나서야 여자가 내민 봉투를 열어 보았다.
삼! 만! 원!
하 하 하 하 하 ......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 웃음소리에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 3만원이라...’
결국 내가 들인 경비를 빼면 만원을 번 것이다.
그러니까 내 첫 수입은 만원이다!
하지만 아까 그 집의 사정을 감안하면
여자가 건네 준 3만원은 다른 사람들의 3백만원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갑자기 아까 그 사람들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들의 등골을 빼먹은 무당들 얘기 말이다.
물론 먹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겠지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어려운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이용하여
돈을 뜯어내는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
‘ 휴~~ 내일 월세를 내야 하는데... 큰일이군! ’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무실을 얻고 처음 내는 월세를 미루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번 돈이 만원이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달에 쓰는 용돈만도 백만 원이 훨씬 넘었었는데 말이다.
나는 처음으로 입출금 장부에 입금 란을 사용했다.
[입금: 3만원] 이라고 말이다.
입금 3만원에 출금 122만원 합계 -119만원
웃음밖에 안나온다. 119만원 적자...
이 상태로 얼마동안 지탱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다시 씁쓸해졌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 먼 훗날이 되면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웃게 될 것이다.
나는 나의 두 번째 일을 기대하며 집으로 향했다.
내일부터는 출퇴근도 버스를 타야 할 모양이다.
연료게이지가 곧 적색을 가리킬 것 같다.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 일주일 후 -
오늘도 역시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지났다.
무거운 기분으로 퇴근을 준비하던 중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안녕하세요.~ 저 여기 양평이에요.”
-“ 아 예~ 안녕하시죠?”
“ 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흐 흑....................”
-“ 여보세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
여자는 내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말을 한 뒤 연신 울기만 하였다.
나는 계속 아주머니를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여자의 울음이 멈추는가 싶더니 곧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하세요. 저 지은이 아빠에요.”
-“ 아~ 아버님이시군요.”
“ 정말 고맙습니다. 저희는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는 이제 멀쩡히 나아서 오늘부터 일을 나갔다 왔고요.
우리 지은이도 아주 건강해 졌습니다.”
-“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보내드린 부적은 받으셨나요? ”
“ 네. 벌써 붙이라고 하신 곳에 붙여 놓았습니다.”
-“ 그러면 됐습니다. 이제 안심이군요.”
나는 한참을 고맙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야 통화를 끝낼 수 있었다.
가슴이 뿌듯해져 왔다.
정말 놀랍고 기쁜 일이었다.
뭔지 모를 자신감과 행복함이 밀려들었다.
그 즐거움은 집으로 향하는 길까지도 이어졌다.
어지러이 반짝거리는 네온 불빛도 그리 싫지 않았고
늘 쓸쓸해 보이던 가로등 불빛도 오늘 만큼은 좋아보였다.
내일 또 힘든 하루가 시작 된다하여도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20년 가까이를 대중교통과 담을 쌓고 살았던 나는
요즘 대중교통 이용에 맛이 들렸다.
며칠째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다보니 그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사무실로 향하는 직행버스가 아닌 고속버스였다.
목적지는 전남 순천.
정확히 말하자면 순천과 광양 사이다.
앞으로 꽤 오랜 시간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잠을 청했다.
한참을 자다 깨다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순천이다.
터미널에는 어제 나와 통화를 했던 동만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예. 순천이 생각보다 꽤 먼 곳이네요. 거의 부산가는 거리만큼 온 것 같아요.”
“ 그럼요!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남해바다에요.”
-“ 그나저나 여동생 분은 지금......”
“ 휴~~ 아직도 그렇죠 뭐. 오늘 아침에도 발작을 일으켜서 고생 했습니다.”
-“ 가족 모두가 걱정이시겠네요......”
우리는 동만의 여동생인 미숙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동만의 집으로 향했다.
동만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동생 때문에 고향에 내려와 있는 거라며 나에게 하소연을 늘어놨다.
“ 저희 아버님 성격이 좀 유별나십니다.
그래서 도무지 저희가 드리는 얘기는 들으려 하질 않으셔서 걱정입니다.”
-“ 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 동생이 아프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동생을 집 밖으로 절대 나가지 못하도록 가둬놨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오는 것도 막아버리고요.”
-“ 그럼 병원은 가 보셨나요?”
“ 예........ 서울 큰 병원에도 갔었죠.... 하지만 별다른 예기가 없어요.”
-“ 흠........”
우리는 어느덧 동만의 집 앞에 이르렀다.
집에 들어서니 마치 초상집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그런 우울한 분위기였다.
한옥 집 마루에는 동만의 아버님으로 보이는 분이 앉아계셨고,
마당에 계시던 어머니는 우리가 집으로 들어서자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마루에 앉아계시는 동만의 아버님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미숙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언 듯 보기에도 미숙의 상태가 몹시 안 좋아 보였다.
“ 혹시 그동안 무당을 부른 적은 없었나요?”
-“ 아뇨! 절대 그럴 수 없었죠. 아버님이 동내에 소문날까봐 걱정을 하셔서...”
“ 그럼 오늘 제가 온 것은 어째서 허락을 하신 겁니까?”
-“ 그야... 우선 굿을 하지 않으신다고 하기에...
그리고 멀리서 오신 분이니까 소문날 일도 없고...”
그랬다.
나를 이곳까지 오게 허락한 이유는
단지 소문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얘기였다.
약간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미숙의 눈에서
뭔가 기분 나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동생이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 제일 큰 건 발작이죠! 하루에도 몇 번씩 발작을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발작하고는 조금 달라요.”
“ 다르다면... ”
-“ 온 몸이 마비를 일으키며 사지를 뒤틀죠.
그런데 더욱 이상한 건 발작하는 내내 이상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겁니다!”
“ 어떤 목소리기에 이상한 목소리라고 하시는 거죠?”
-“ 늙은 할아버지 목소리에요. 그리고 행동도...”
“ 빙의 같군요... ”
-“ 빙의요? ”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동만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동만에게 부적을 한 장 지니게 하였다.
미숙에게서 느껴지는 나쁜 기운은 매우 강했다.
빙의령 이라는 확신이 섰다.
나는 차분히 마음을 먹고 미숙의 몸에 씌워진 빙의령을 불러낼 준비를 했다.
순간 미숙이 발작을 시작했다.
“ 아 악~~ ”
미숙은 처절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 동만씨!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드세요.”
나는 발작을 시작한 미숙의 몸을 동만에게 맡기고
서둘러 미리 준비해온 부적을 가방에서 꺼냈다.
“ 이놈~~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내게 함부로 굴어!
네놈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놈! 허 허 허....”
미숙의 목소리는 분명 남자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미숙의 눈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빙의령의 기세에 밀려 주춤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미숙의 발작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부적을 태워 그 재를 미숙에게 뿌렸다.
그리고 결계를 걸어 빙의령의 요동을 막았다.
하지만 빙의령의 힘은 예상외로 강했다.
나는 사력을 다해 빙의령을 압박해 갔다.
10분쯤 지났을까 계속 되던 미숙의 발작이 조금 약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서서히 미숙의 발작이 멈춰지고 있었다.
일단은 안심을 하여도 될 것 같았다.
나와 동만은 미숙의 발작이 멈춰지자 비로써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 동만씨! 이제 손을 놓으셔도 됩니다.”
-“ 그럼 이제 귀신이 빠져나간 겁니까?”
“ 아닙니다. 한번으로 빠져나갈 빙의령이 아니군요....”
일단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한번 시도를 해 봐야죠.”
-“ 그럼.... ”
“ 일단 밖으로 나가시죠.”
나는 미숙을 방안에 둔 채
동만과 함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동만의 부모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계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미숙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 미숙씨는 지금 빙의가 된 상태입니다.”
-“ 빙의?...... 빙의가 뭐래요?”
“ 쉽게 말씀드리자면 귀신이 씌운 겁니다.”
-“ 짝!!! 쩍!!! ”
순간 나는 나의 두 눈에서 불이 번쩍하는 걸 느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동만의 아버님이 나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연속으로 두 대의 뺨을 맞은 나는 얼떨떨한 상태로 물러서 있었고
동만은 아버님을 말리려 몸싸움 중이었다.
“ 아니!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
-“ 야 이놈아! 어디다 함부로 귀신이 씌웠다는 얘기를 하는 게야!”
“ 이것보세요! 이럴 거면 왜 절 불렀습니까? 제가 귀신 잡는 사람이라는 거 몰랐어요?”
-“ 그래도 저 놈이 미친 소리를 계속 하고 있네.
이놈아! 남의 귀한 딸 혼사 길을 막아도 유분수지.... 이런 미친 놈 같으니라고.”
나는 사정을 하며 매달리는 동만의 손을 뿌리치고 그 집을 나왔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시골동내가 아닌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나는 그냥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 이런 뭣 같은 늙은이 같으니라구! ’
한참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나는 한 시간 가량을 헤매다 지나가는 트럭을 얻어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대합실 안 의자에 앉았다. 다리가 조금 아파왔다.
새벽부터 부지런 떨고 일어나 이 먼 곳까지 와서 결국 십원도 못 받고 뺨 두 대와
아픈 다리만 얻어 돌아가게 생겼다.
아마도 돌아가는 길은 올 때보다도 훨씬 더 오래 걸리리라...
나의 두 번째 일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새벽에 우유 한 잔 먹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배가 고프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이젠 의욕이 없어졌다.
의욕이 없어졌다고 하기보다는 모든 게 싫어졌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오늘의 일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친 거 같았다.
나는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문득 나만을 바라보며 사는 나의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다.
‘ 그래...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이건 아니야!
누구를! 무엇을 위해 내가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
나는 한없이 서글퍼졌다.
<시련 3부를 기대해주세요>
글쓴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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