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의 역전을 꿈꾼다. 1등을 상상한다. 시험에 붙고 자격증에 합격하는 작은 것에서부터 주식으로 횡재를 하거나 로또를 사서 대박이 나는 스케일이 큰 것까지 다양하다. 꿈들, 꿈일 뿐이다. 원하는 이들은 큰소리로 눈을 반짝거려가며 자신의 이상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나중을 휘향찬란하게 이야기 한다. 마치 소설 같은 정말 환상 같은 이야기들. 그 안에서 왕자가 되고 대기업의 총수가 되며 사장이 되고 미녀와 결혼하고 재벌의 자제와 결혼하며 스포츠를 카고 부와 명예를 누리며 하늘을 난다. 웃긴다. 역전을 꿈꾼다. 그것은 말 그대로 상상이고 꿈일뿐이다. 말뿐이다. 그들은 꿈을 꾸며 술한잔에 잠이 든다. 그리고 잊는다. 잠이 깨면 다시 자욱한 현실의 연기 앞에서 미래를 잊고 코앞의 위기에 당황해가며 허우적댄다. 쓴웃음만 나온다. 역전이라니. 그것은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내 주제에 역전이라니. 이미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꿈은 공짜이기에 드문드문 생각해가며 쓸쓸한 위로를 더한다. 젊지만 그래서 더 괴롭다.
역전의 명수의 주인공인 ‘명수’의 인생은 그야말로 구질구질하다. 극에 극을 달리는 엘리트 과정을 달리는 동생의 뒤치닥거리를 도맡아가며 자신은 그늘에 머무른다. 엄마의 지나칠 정도의 차별 대우에도 마음 약해져가며 동생대신 두 번의 군생활도, 감옥살이도 그 X같은 인생의 하류역활을 감당한다. 밑바닥 인생의 단면 속에는 남자다운 의리나 멋진 면이 간혹 숨겨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이 멋진 인생의 조건이라 말하며 부러움을 표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너무 작아보여서 드러나지 않으니까. 역전이라고 불릴 정도면 적어도 주위의 많은 시선들이 집중될만큼 가시적이 되어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동생 ‘현수’의 삶은 형의 뒷바라지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한다. 누가 꿈꾸지 않으랴. 세련된 정장을 차려입고 말끔한 헤어스타일에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며 조금은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을.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바란다. 명수의 인생에서 현수의 인생으로 뒤바뀌기를. 그냥 봐도 구려보이는 인생에서 그냥 봐도 눈이 부실 정도로 웰빙 라이프로 바뀌기를.
하. 지. 만
영화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영화의 기능이 일상의 판타지를 꿈꾸게 해준다는 점에서 ‘역전의 명수‘는 전체분량의 삼분의 일가량만 현실감 있게 다뤄주면서 앞으로 펼쳐질 참 이뤄지기 힘든 사건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누구나 꿈을 꾸며 재미있어하지만 이뤄질 확률은 처음 보는 사람 주민번호 맞출 만큼의 가능성이 희박한 그런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말이다.
사실 극장을 가는 이유가 현실에서 도망쳐 어두운 곳에서 합법적인 상상의 나래와 은밀한 범죄의 꿈을 꾸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준호라는 배우를 신뢰하기에 좀 더 다른 해결책을 보여줄 것이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리 달갑지 않다. 내가 그리도 어려운 답을 바랬던 걸까. 흔한 결말의 ‘역전’이라도 바란 것일까. 그저 그렇다. 그리 놀랍지도 반갑지도 않은. 그래서 비쥬얼만 살아있다는 평가 속에서 공공의 적2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배우 정준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상태다. 난 아직 그의 이름만 믿고 극장을 찾으려면 좀더 망설여야 할 것 같다.
다시 인생역전에 대한 주제로 돌아가자면 영화는 이에 대해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저 조금 그늘진 곳에서 사는 이들에게 그곳이 꼭 그늘만은 아닐 것이라고 톡 쏘는 휘발성 강한 판타지만 전달하고 결말을 낼 뿐이다. 사실 인생의 역전이란 그런게 아닌데. 이제 첫줄에서부터 하고 싶던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리나라가 영화가 이제 더 이상-그것이 코미디일지라도- 값싼 희망을 심어주는 경량급 영화를 기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마치 조금 손해 본 기분이기에. 난 이런 기분을 위해 7000원을 기거이 지불할 만큼 국내 영화산업에 충성도가 높지는 않기에 말이다.
진정한 역전이란 수백만의 핏발 선 염원들이 바라듯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그런건 아닐지 싶다. 단한방에 세상이 변한다니.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이런 말을 쉽게 해도 될까 싶지만 단방에 오는 행복은 그 엄청남은 결코 인생을 쥐구멍에서 햇볕 쨍한 뜰로 역전시켜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흔한 에피소드지만 복권 1등에 당첨 되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을 20년 후를 조사한 결과를 들은 적이 있다. 99.5%는 당첨되기 전보다 극빈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게 그 조사의 마지막 구절이었다. 갑자기 안긴 부를 감당치 못하고 어떻게 탕진할까 배만 불리다가 패가망신한 셈이다. 그것도 1000명중에 995명이! 이건 역전이 아니다. 역전은 이렇게 단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모든 변화는 물이 스미듯 깊고 오랜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게 진정함이라 여기기에.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선 작은데 에서부터 꾸준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교과서적인 소리라고? 물론 갑자기 얻어진 재력과 명성은 부러움과 관심을 이끌며 별천지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하겠지만 신기루의 약효는 거기까지다. 순간적이며 그 후유증은 마약의 금단증상처럼 아주 오랜 시간동안 당사자를 괴롭힌다. 가방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일확천금이 생길지언정 담아갈 수 없는 법. 주머니에 담아가기엔 욕심이란 그리 만만치 않다. 몸부림치다 자멸의 계단을 오를 수 밖에.
뿌리 깊은 나무는 그 열매가 아무리 많아도 든든히 버텨내며 수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진정한 역전을 꿈꾼다면 심장에 손을 얹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준비 되었는지. 역전을 시도할 만한. 그 역전을 받아들일만한 뜨거움과 두근거림이 요동치고 있는지 말이다.
자신을 재장전(reloaded)하는 일. 이제 꿈과 현실의 벽을 무너뜨릴 때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