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구인광고 뒤적이며 일할 곳을 찾는다.
왠 나이제한.
고등학교 막 졸업한 경리 초짜한테 130만원씩 준다는 곳 허다한데,
자격증 많고 책임감 강하고 일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거기다 보너스로 엄청 재밌기까지 한 아줌마를 채용한다는 곳은 없다.
나는 전산회계, 세무 자격증도 있고 엑셀도 컴활 자격증 있고, 워드도 1분에 300타 한다....
윈도우 쯤이야 당연히 하고.
집에서 애 키우는 동안도 열심히 배운 덕이다.
세법 바뀔때마다 열심히 자료도 출력 해 보고 서점 가서 요즘 회계도 훔쳐 보고 살았다.
실수로 말 밉게 하는 아줌마한테 하소연 흘렸다가 "누가, 요즘 아줌마 써? 회사 이미지 있지.싸가지 없어도 어린애가 좋다잖아, 주제를 알아야지" 이런 면박에 얼굴만 벌게져서 씩씩거렸다.
겨우 간 곳이 아줌마라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서 저녁 7시에 퇴근하는데 꼴랑 80 준단다.왕복 두시간 거리에 그나마도 버스 안 들어가는 곳이라 땀 삐질거리며 걸어야 한다.근무 환경을 보니 점심시간에 직원들 밥 먹을때 수저까지 놔주어야 할 판이다.당연히 미혼들이 꺼리는 곳이 될 수 밖에...
이런 환경에도 아가씨때 받던 월급보다 9년만에 겨우 10만원 올랐구나.
적은 돈은 아니지만 80만원 받자고 내가 그리 자격증 공부했나.잠 덜깬 아이 깨워 문도 안연 유치원 앞에 세워 놓고 일가서, 저녁엔 현관부터 신발 휘휘 벗어 놓고 끼니 준비에 송구한 그런 생활을 해야 하나?
일이 많아 바쁘지만 일한만큼 월급 타서 보탬도 좀 되고, 그렇게 잘 살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지역보다는 일할 곳이 많다는 이 동네에도 아줌마가 갈 곳은 쥐꼬리만한 월급 주는 구멍가게나, 공장이나 식당 뿐이다. 험한 일을 기피해서가 아니다.다만, 이제 결혼이나 출산에서 자유로와져 진짜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의 아줌마들에게 마땅히 일할 곳이 주어지지 않는다는게 화가 날 뿐이다.
시집와서 얼마 안되었을때 집으로 전화가 한통 왔었다. 거래처 사장님이셨다.
'미세스 *, 우째 연락도 안하고 시집갔어.오늘 와서 얘기 듣고 깜짝 놀랬다 아이가.집에서 놀지 말그라.니 같은 애가 놀면 누구를 일을 시키겠노.우리 회사에 와라.내가 이 말 할라고 몇 번 별렀데이.월급 100만원 맞춰 주면 오겄나'
그때는 살림하는게 너무 좋아서 그 말이 곧이 들리지 않았다.애기 낳고 다시 돌아가면 되려니 했다.
그러나, 나의 판단 착오였다.
모성애가 끔찍해서 애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아껴 살면 되려니 생각 했던게 이제와 생각하니, 내 큰 실수였다.
나도 일하고 싶다. 잘 할수 있다.
에효...소주가 생각난다.
고추장에 멸치 찍어 소주 한잔 들이키다 혹시, 남자 짝꿍이 왠 궁상이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말하겠다.
'내 인생 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