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인 밑에 두 마리 개가 있었다.
한 놈은 덩치가 큰 세파트 종으로 힘이 좋고 목소리가 커서 항상 집을 지키고 도둑을 발견하면 큰 소리로 짖어 주인에게 알리는 것이 주임무였다. 덩치큰 놈이 사는 곳은 대문과 현관 사이의 개집이다.
다른 한놈은 치와와 종으로 자그마해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인데 주인이 오면 온갖 재롱과 장기로 주인의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주임무였다. 물론 작은 놈은 집안의 안방과 작은방, 거실을 가리지 않고 다닐 수 있었고 사는 곳은 거실에 마련된 작고 귀여운 개집이다.
주인은 각자의 개가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므로 두 마리 개를 모두 사랑하였고 각자의 밥그릇에 똑같이 개사육용 사료를 먹였다.
하지만 애완용 개에게는 항상 한가지 불만이 있었다. 그것은 주인이 외출을 나갈 때면 덩치큰 놈에게 목줄을 매어 같이 외출을 나가고 덩치큰 놈은 주인을 호위하여 동네 불량배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애완용 개는 한가지 꾀를 내었다.
밤에 잠을 잘 때 자기 개집에서 자지 않고 주인이 잠자는 침대에 올라가서 같이 자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몇 번 내쫓던 주인도 어느새 애완용 개에게 익숙하게 되어 나중에는 애완용 개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주인이 길들여질 무렵 애완용 개의 술수는 시작되었다. 그것은 밤에 주인과 같이 잠을 자다가 덩치큰 놈이 대문밖의 수상한 낌새를 보고 짖어대면 막 놀란 표정을 지으며 불안해 하면서 주인을 깨우기 시작한 것이다.
주인은 여태까지 덩치큰 놈의 소리에 익숙해 있어 전혀 의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애완용 개가 그것을 민감하게 반응하며 계속 주인을 깨우자 점점 덩치큰 놈의 소리를 의식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자기도 덩치큰 놈의 소리가 귀찮아 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애완용 개는 주인에게 속삭인다.
“주인님, 저놈 소리가 귀찮으시죠? 저놈의 입을 막아버리세요. 저놈이 도둑 낌새를 채고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제 귀가 밝으니까 저놈이 대문밖의 이상한 낌새 때문에 낑낑거리면 총알같이 주인님께 달려와서 제가 알려드릴께요. 그러면 주인님도 편하게 주무실 수 있고 도둑도 막을 수 있고 얼마나 좋아요?”
듣고보니 맞는 말 같아 주인은 덩치 큰 놈의 입을 끈으로 묶어버렸다. 애완용 개는 약속한 것처럼 덩치 큰 놈이 낑낑거리면 주인에게 달려와 알렸다. 주인도 자신의 처사가 잘 된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자 주인은 두가지 일(재롱과 집지키는 일)을 모두 해내는 애완용 개를 총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태껏 똑같이 사료를 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애완용 개에게만 사료를 주고 덩치큰 놈에게는 먹다 남은 식은 밥덩이나 던져 주었다. 그리고 외출 나갈 때도 애완용 개에게 목줄을 달아 같이 외출하기 시작하였다.
덩치 큰 놈은 슬펐다. 식은 밥덩이를 먹는 것은 슬픈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온동네에 있는 세파트 종으로서 정식 사료가 아닌 식은 밥덩이를 먹는 개는 자신 혼자뿐이라는 사실이 그놈을 슬프게 했다.
실망과 슬픔에 빠진 덩치 큰 놈은 점점 말라가고 힘이 없어졌다. 입을 끈으로 묶여 소리낼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에 점점 성대기능도 약해져 갔다.
반면에 애완용 개는 이제 아주 신이 났다. 자기 세상이 온 것이 너무나 기쁜 것이다. 그렇게 몇 년 세월이 흐르자 애완용 개는 점점 이상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덩치 큰 놈은 이미 내 상대가 안되고.... 주인은 이제 나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 그렇다면 이참에 내 집을 좋은 것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해야겠다. 나는 그런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주인은 처음에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애완용 개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하지만 요구는 하나로 끝나지 않아 개전용 샴푸로 목욕을 시켜달라, 하루 1시간 이상 산책을 시켜라, 똥을 제때 치우지 않아 냄새가 나니 주의하라 등등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주인은 애완용 개의 요구를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덩치큰 놈은 이미 쇠약해졌고 눈동자에 힘을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애완용 개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고도 혹시 기세등등한 애완용 개가 주인이 잠을 잘 때 옆에서 혹시 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 도둑이 들었다. 덩치 큰 놈이 묶인 입으로 낑낑거리고 기척을 내보았으나 이미 기력이 쇄잔해진 몸이다. 그렇다고 이제 늘어진 팔자가 된 애완용 개가 더 이상 주인을 위해 덩치 큰 놈의 신호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저놈이 구석데기에 처박혀 있지 또 뭔 지랄이야 하면서...
결국 집안의 귀중품을 모두 털린 주인이 멍한 눈으로 밖을 쳐다보았을 때 주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하나 있었다.
사발 귀퉁이가 다 깨어져 국물이 줄줄 새는 덩치 큰 놈의 개 밥그릇 !!!
주인은 그 깨진 밥그릇에 놓인 식은 밥덩이와 냄새나는 국물을 보고서야 자신이 왜 도둑을 맞았고 일이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주인은 덩치큰 놈의 밥그릇을 예전처럼 새 것으로 바꾸어 주었다. 식은 밥덩이 대신에 애완용 개와 똑같은 사료를 주었다. 입에 묶어 놓았던 끈도 다시 풀어주었다. 덩치 큰 놈이 예전의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활기찬 소리를 지르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덩치 큰 놈은 다시 주인의 애정을 찾은 것과 동네의 다른 개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에 크게 고무되어 더욱 더 열심히 집을 지키고 외출나간 주인을 호위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애완용 개가 주인에게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도둑 지키는 것과 재롱 떠는 것 모두 나의 고유 권한인데 왜 저놈에게 밥그릇을 새로 주고 식은 밥덩이가 아니라 정식 사료를 주느냐? 저놈에게 저런 대우를 해주면 필시 주인을 물어 해를 입힐 놈이니 당장 중단하고 나에게 맡겨진 소명을 완수케 하라. 저놈은 내 밑에 있어야 한다. 원래부터 종자가 그런 종자이기 때문이다”
이 소리를 들은 주인은 마음이 참으로 착찹하였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 집에 두 마리 개를 들인 이후 처음으로 매를 들어 애완용 개를 쳤다. 깨갱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주인이 말한다.
“너의 원래 본분은 애완용 개다. 나를 즐겁게 하는 재롱으로 먹고 살아라. 덩치 큰 놈의 본분은 집을 지키고 나를 호위하는 것이다. 그것이 원래의 각자 소임이다. 나의 결정은 각자 처음 맡은 소임대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덩치 큰 놈의 밥그릇은 새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밥그릇을 원위치 시킨 것이고 사료도 원래 먹이던 것이다. 다시 한번 깨갱하면 집에서 내치리라”
이상 개 밥그릇 싸움 전말이었읍니다
- 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