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20살 대 29살 (12편)

운비 |2005.05.05 00:07
조회 862 |추천 0

"실장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왜"

"하루 종일 얼굴에서 미소가 안 떠나서요... 로또라도 당첨 된 사람같아요"

"내가 그래 보여"

"혹시... 실장님 연애하세요"
"아니네.. 잘 못 짚었네"

"아님 말구요"

 

내 얼굴에 뭐라고 써 있는건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온 종일 그 녀석 생각이니.. 내가 미쳤어.  분명히 그 키스때문에 그런거야.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그래서 .. 그래서 뭐지. 뭐냐고.. 고민희 그 어린 녀석하고 키스한게 지금 좋다고 이러는거야. 그런거야.

너무 오랫동안 남자와 키스를 못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거야. 다른 남자를 만나야해. 어른스럽고, 나보다 나이도 많고, 인생 경험이 많은 남자를 만나야하는거야.

 

"실장님 사장님이 부르세요"

"무슨 일이지"

"아마 해외발령때문에 그런것 같은데요. 아님 승진이 아닐까요?"

"승진은 무슨.... 채영씨 그렇게 생각해"

"글쎄요. 그건 사장님 마음아닐까요"

 

사장님이 날 보자는 이유가 뭘까? 정말 채영씨 말대로 해외 발령 아니면 승진일까? 나야 둘다 좋지만.. 해외발령 나면서 승진까지...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 둘다 아니라고 하면.. 혹시 어린 녀석과 다닌다고 회사에 소문 난것은 아닐까?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내 인생은 ...

 

"고 실장 20살 남자랑 결혼한다면서.. 도대체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고 실장 올해 몇살이지 분별력 있는 사람이 그런 피덩이와 결혼하고 싶은거야. 우리 회사에서는 도저히 고 실장의 행동를 참아줄수가 없어. 회사 이미지도 있고 말이야. 당장  회사를 나가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하고.. 아니야. 난 아무짓도 안 했어. 그래 난 아무 짓도 안했다구. 그 녀석이랑 키스한 죄밖에 없어. 결혼할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없다구. 난 억울해.

그 녀석과 결혼하면...

 

"아니 저 여자가 글쎄 20살 연하랑 결혼한 여자야. 직업이 디자이너라고 하더라구.. 나이는 또 얼마나 많은지 29살아니 쳐 먹어가지구 조카뻘되는 남자와 결혼하다니.. 제 정신으로 사람이 할 짓이냐구"

"집 안에 돈이 많겠지. 세상에.. 저 어린 것을 세상물정 모르는 저 어린것을.. 어떻게 꼬신거야"

"우리 애들이 배울까 겁났다구..저 어린 남자가 아까워. 생긴것은 어찌나 평범한지.. 저게 뭐냐구 쯧쯧쯧"

 

이런 일이 벌어지겠지.  그 녀석하고 결혼하면..난 늘 욕만 먹을지도 몰라. 내 일에 지장이 있을지도 있구, 내 승진에도..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라왔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어. 안돼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돼

 

"고 실장님 사장님께서 기다리고계십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좋은 편인가요"

"들어가보세요"

 

심호흡을 한번 크게하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어서오게 고 실장"

"찾으셨다는 말씀 들고 왔습니다"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고, 편히 않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번 패션쇼 아주 잘 봤어요. 예전부터 내가 고실장의 능력을 인정했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요. 다시 봤어요 고 실장"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니에요. 고 실장은 이런 말 들어도 되는 사람이야. 그래서 말인데..."

"네 사장님"

"그래서 말인데.. 여기에 있으면서 승진을 시켜줄까? 아님 해외로 발령을 낼 줄까? 해외로 가면 고 실장이 원하는 뭐든 것을 지원할 생각이네"

"사장님.."

"그렇게 놀라지 말라고.. 나 지금 자네에게 투자를 할 셈이네. 몇년 뒤에는 그 투자 가치를 몇 배로 받고 싶은데 괜찮겠지"

"말씀만 들어도.. 너무 뭐라고....해야할지.. 한번도"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보고 언제든지 날 찾아오라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보게"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게 꿈이야 생시야.. 오 마이 갓.... 기절하겠어.

 

"고 실장님 괜찮으세요"

"나 좀 꼬집어주세요"

"네"

"아니에요. 아니에요"

 

남들이 보면 정말 정신 나간 여자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기분이 최고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최고다

 

"고 실장 사장님 뭐라고 그래"

"부장님"

"그래 뭐라고 그래"

"해외 발령"

"드디어 고 실장 소원 풀었구만.. 대단해"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다들 축하한다고.. 한턱 쏴라고 나보고  그렇다.  한턱아니 두턱도 내가 쏜다. 아니 평생 아주 평생 점심은 내가 책임지고 싶지만 .. 무리네.

 

"저녁은 고실장이 내는거지"

"네."
"이제부터 고 실장 얼굴 시켜봐야겠어. 해외로가면 언제 볼지 모르니까?"
"무슨 말씀을요."

"잘해봐"

"감사합니다"

"우리 팀에서 이런 경사가 터지니.. 눈물이 다 나오네"

"거짓말도 잘해요"

 

그 날 난 이차까지  책임을 지고 겨우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람들이 공짜라면 너무 좋아해...

이렇게 기쁜 날에.. 난 왜 하나도 기쁘지 않을까? 왜 더 속이 허~~~할까?

 

"아줌마"

 

이 목소리는......

 

"아줌마 왜 이리 늦게 다니는거야"

"니가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지. 우리는 키스한 사이니까?"

"우리가 언제.."

"기억 안나.. 기억이 안나면 그 기억을 다시 살려줄까?"
"왜 이렇게 느끼하게 구는거야. 너 저녁에 피자 먹었냐"

"아직도 세상이 핑크색으로 안보여"

"안 보인다. 이 자식아"

"술도 한잔 한것 같은데... 정말 세상이 핑크생각으로 안보여"

"안보여. 너만 보면 아주 사람이 지친다 지쳐"

"무슨 좋은 일로 마신거야. 아님 화나는 일로 마신거야"

"좋은 일로 마셨는데.. 너 보니까 화가 나"

"아줌마. 내가 싫어"

'응.. 싫어. 애하고 노는것 같아서 아주 싫어"

"내가 애로 보여. 우린 키스도 한 사이인데.. 내가 아직도 애로 보여"

"동네방네 다 떠들고 다녀라.. 사람들이 듣겠어.  너 왜그래. 그게 뭐가 중요해. 너 나랑 키스 처음해봤어. 아니잖아 나도 아니거든. 그만하자"

"아줌마"

"왜.. 왜.. 아줌마 안 죽었어. 그만 불러"

"나 무지 화나거든요"

"갑자기 왠 존칭"

"내가 아는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여자라고 생각했어. 내가 아는 당신은 나이가 적어도 존중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생각했어. 내가 아는 당신은 날... 나이 어린 놈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착각한거야. 결혼이라는 것을 떠나서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꼭 결혼할 사이가 아니더라도 인생에 있어서 서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지 않아. 남녀가 만나서 꼭 결혼 아니면 연애할 상대.. 정해 놓는 것도 촌스럽지 않아. 난 당신을 내 인생에 있어 선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생각하디니.. 날 그렇게 높게 평가해 준 것은 고맙지만.... 난 너의 인생 선배도.. 너의 친구도.. 뭐도 아니야. 난 지나가면서 흔히 보는 그런 여자에 불과해.  난 아무것도 아니라구. 사람 잘 못 선택했어. 잠시 내 승진에 너가 걸림돌이 될까봐 조바심이 났어. 잠시 내 인생에 니가 짐이 될까봐  그럴까봐 겁이 났어. 그런 여자야 내가 그런 보통의 노처녀이고 니가 말한 아줌마일뿐이야"

 

 

이 밤에 이런 얘기를 하다니.. 저 어린 녀석은 지금 무엇을 생각할까? 아마 정 떨어져서 다시는 날 찾아오지 않겠지. 아마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꼭 무슨 사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이 녀석하고 나처럼.. 꼭 뭐가 되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저 어린 녀석은 아직 살아가야 할 자신의 인생이 있다. 내가 20살을 지났듯이 저 녀석도 저 녀석 나름대로 그 20살을 지나야한다. 

 

"잘가 너무 늦었다"

"아줌마.. 내가 나이 어린게 그렇게 부담스럽고, 싫어"

"솔직히 너와 다니는 것도 부담스럽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좀 부담스러워. 어릴적부터 보아온 사이도 아니고, 내 친구의 동생도 아니잖아.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알았어"

 

 

뭘 알았다는 말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뭘 알고 이러는 걸까?  저 녀석은 뭘 알고 뭘 이해했을까?

 

"고 민희"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 가로등 불빛을 받아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동욱 오빠였다.  순간 난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