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 녀석인데요 (줄여서 그냥 A라 할께요.)그 땐 별로 친하지 않았어요.
졸업 한 후에는 연락이 닿지 않다가 5년 전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그 때 A가 처음 저희 집으로 전화를 걸었었는데
동창회가 있으니 나오라고 하면서 대뜸 묻더군요.
“너, 남자친구는 있냐?”
그 때 저는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다른 남자애를 사귀고 있었구요.
동창회에는 그 남자애와 제가 나란히 나갔었죠.
그리고 나서 그 남자애와 저는 닭살 커플로 소문이 자자했었어요.
얼마 후에 이 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저는 동창들과 연락을 끊었구요.
자연히 A와도 연락이 닿지 않게 되었죠.
그러다 우연히 A가 제대 한 후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집을 옮기면서 가까이 살게 되어 그 후로 한 열 번 쯤 더 만났는데
그 중 아홉 번은 다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본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최근에 와서야 급속도로 친해진 거죠..
작년 12월 31일 밤에, 이 친구가 전화를 했었어요.
오늘 같은 날은 만나야 한다고...술 한 잔 하자고..
그 땐 제가 별로 A에게 마음이 없어서 나가질 않았거든요.
그랬더니 A가 끊으면서 그러더군요.
“그래, 내년엔 꼭 좋은 남자친구 만나고....”
사실, 저는 그 때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왠지 그런 얘기 하기가 싫어서
“응. 너두.,” 하고 말았지요.
그러다 2월,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고 심심해서
가까이에 사는 A를 불러 몇 번 술을 마시고 그랬었죠.
친구들끼리 만나면 그렇듯이 장난 치고 웃고, 그런 것 밖에 없는데
그 새 정이 들었나봐요... 이젠 A만 보면 미소가 나와요.
그런데 얘는 만나면 다른 여자 얘기를 해요...
같은 과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여자인데,
A가 명명하기를 ‘나의 그녀’라면서...자기의 이상형에 딱 들어맞는다고...
지금 사귀기 직전인데 어떻게 작업해야 그녀 마음에 들겠냐고도 물어보구요.
그런 사람 없을거래요... 그러면서 너는 비교도 안된다고 웃으면서 얘기해요.
어떻게 들으면 내 질투를 유발시켜 반응을 보려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들으면 정말 그 사람이 너무너무 좋아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A는 내가 부탁하는 것은 또 다 들어줘요.
아무리 몸이 아파도 내게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고,
내가 무거운 것 드는 것도 못하게 하고
작은 것에서도 날 배려해주는 것이 느껴져요.
그런데....전부터 친했던 것이 아니라서, 이게 얘 성격인지
아니면 정말 내게 뭔가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A가 서서히 좋아지려 할 때, 저도 A를 떠보려고
만우절 날 장난 문자를 보냈어요...
실은...내가 너 좋아하고 있었던 거 아냐고...
그랬더니 2주일만에 연락이 왔어요...
그 동안 연락이 없었던 것은 핸드폰이 고장나서였다고...
(실제로 핸드폰이 고장난 건 맞았어요. 그런데 문자는 받을 수도, 보낼 수도 있었어요.)
만우절 장난 인거 다 아는데, 굳이 답장 안 보내도 될 것 같았대요.
그 이후로 또 몇 번 만나서 술 마시고 장난 치고...전과 똑같이 그랬어요.
내가 A친구들과 소개팅 시켜 달라 조르면 A는
친구들에게 나 소개시켜 주고 욕먹기 싫다고 웃으면서 딱 잘라 거절해요.
또, 가끔은 자기 보다 나은 친구가 없어서 내가 너무 아깝다고도 얘기하구요.
내가 내 친구들 소개시켜 주면 어떻겠냐고 떠보면,
‘A의 그녀’가 있기 때문에 필요 없대요.
저는 날이 갈 수록 A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구요...
그래서 이번에 날씨 좋을 때 여의도 공원에 놀러가자 했어요.
그랬더니 A가 그러더군요.
“왜 나랑 가? 니 남자친구랑 가~”
참고로, A는 이제 제게 남자친구 없다는 거 확실히 압니다.
이것이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A가 며칠 전에 제 미니홈피를 알게 되었는데
거기에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듯한 글을 몇 개 남겼거든요.
물론 그건 A를 두고 쓴 것이지만, A는 그걸 알 턱이 없죠.
전혀 알 수 없게 써놨으니까요...
그걸 보고나서 그런 말을 한 건지,
아님 정말, 그런 곳은 친구가 아닌 애인이랑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자신은 그런 존재는 되 줄 수가 없다는 뜻이었는지
저는 너무 헷갈리고 모르겠어요.
섣부르게 고백했다가 친구 하나 잃을까 겁나고,
또 이제 더 이상 친구라는 이름으로 얼굴 보기 어려울 것 같고...
정말 난감한 딜레마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 부탁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진심어린 말들 기다리고 있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