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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의 대가에 대한 이야기

이지연 |2005.05.15 16:56
조회 65 |추천 0

젓가락질의 대가에 대한 이야기

젓가락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통신에 가 보면 젓가락을 쓰는 민족은 머리가 좋다느니......
필살의 젓가락질이니 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는데......

나도 한 젓가락질 하는걸 본 적이 있다.
바로 우리 어머님의 젓가락질인데......

나는 단지 먹기위해 젓가락질을 할 뿐이지만,
우리 어머님은 아마도 젓가락질을
예술의 단계까지 승화시키시지 않나 생각된다.

다들 잘 모르지만 어머님들은 한 젓가락질들 하시니......
오늘 저녁 다들 집에 들어 가셔서
어머님의 젓가락질들을 눈여겨 보시라.


고난도 젓가락질 베스트 5

- 참고로 모 통신에서 본 글로는......

김치찢기, 콩 집기, 묵 집기 등등......
가소로운 테크닉들만 소개되었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테크닉들은......
'과연 젓가락으로 가능한 일인가?'
할 정도로 신묘막측한 기술들이다.


5위 고춧가루 뜨기

분말 상태의 가루들을 뜨실 때.
물론 숫가락으로 주로 뜨시지만......
가끔씩 김장 같은거 담그실때 간 보시면서 경악스런걸 보게된다.

병에 들어있는 고춧가루를 젓가락으로
푹 떠다가 김치에 뿌리시는거다.

그것도 병 기울여서 조금씩 뿌리는게 아니라,
마치 밥알 집듯이 고춧가루를 뭉텅이로 집어서 넣으시는데......
구조(?)상 고춧가루가 하나만 밑으로 떨어져도
부스스 떨어지는 구조일텐데 그 힘과 정확성에 혀를 내두른다.


4위 아이스크림 뜨기

이게 뭐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아주 단단한 아이스크림은 젓가락도 안들어가고 손도 무지 아프다.

그리고 좀 녹기 시작하면 뜨면 뭐하나?
젓가락 자국만 나고 그냥 밑으로 빠진다.

어제 저녁 집에 들어가니 어머님께서 저녁을 드시고 계셨는데,
다 드시고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시더니
젓가락으로 천천히 떠 드시는거다.

그냥 처음에는 덩어리로 되어있으니 드시겠지......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크림상태로 되어있는게 젓가락에 붙어서 올라오는거다.
다들 안봐서 그렇지 신기다, 신기.


3위 메주 건지기

알다시피 간장에 담겨진 메주는 나중에 꺼내기라도 하면
덩어리 크기도 크기거니와 소금물을 먹어있어
조금만 잡아당기거나 젓가락으로 찌르기만 해도
금이 쩍 가면서 두동강이 나면서 다시 소금물로 빠지게 되어있다.

다들 아는가?
간장 만드는 방법을?
거의 '너희가 간장을 아느냐' 이다.

어쨌든...... 이건 저번 가을에 본 건데......
간장을 만들기 위해 소금물에 담가 놓은 메주들이
거의 형태를 잃어가면서 퍼지기 직전이었고
간장을 뽑아낸 후 된장을 만들기 위해 남은 메주들이
거의......'변' 과 비슷한 형태로 있었다.

마침 주변에 국자같은게 없자,
또 우리 어머님은 지체없이 튀김젓가락을 집으셨다.

저걸로 뭘 하려 하시지? 했는데......
그 쌈장같은 된장들이 튀김젓가락에 한움큼씩 딸려 올라오는거다.

별로 굳지도 않았는데 젓가락과 젓가락 사이의 모세관현상(?)까지
이용하시면서 장독 속 된장을 모조리 퍼내시는 묘기란!

그러면서 하시는 말......"할머니는 더 잘해."


2위 얼음집기

아이스크림 집기보다 한수 더 위의 묘기.
아이스크림에 비해 얼음은 자체 무게도 있고 미끌거리는게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표면도 랜덤(?)해서 포인트를 잡기가......무척 힘이 든다.
-우리 어머님 말씀이 젓가락질은 '포인트' 가 가장 중요하다 하셨다.-

얼마 전, 집에 손님이 오셨는데 냉커피를 내 드렸다.

손님은 금방 가셨고 잔에는 얼음들만 남아있었는데,
잔 모양은 그냥 기다란 모양이라 손으로 얼음을 꺼내기엔 좀 그랬다.

옆에서 라면 먹고 일어서던 내 젓가락을 뺏으시더니만
얼음을 하나하나 꺼내시는게 아닌가!

그것도 치사하게 컵 벽을 이용하여
천천히 끌어내는게 아니라 당당히 집어 올리셨다.

나중에 맥도널드 가서 심심해서 빨대로 한번 집어 보려고 했는데......
- 우리 어머님은 아마도 쇠젓가락을 쓰셨지? -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 하다가 콜라 쏟았다.


1위 날계란 까놓고 노른자만 건지기

예술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비기이다.

정확한 힘, 절묘한 타이밍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대한민국 젓가락질의 진수.

우리집 사람들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도시락까지 오므라이스를 쌀 정도인데
아버님용은 노른자를 넣으면 안된다.
그래서 노른자만 건져내야 하는데......

일단. 그릇에 계란을 넣으신다.
-가끔은 계란 안에서(?) 일을 벌이시기도 한다.-

그러고는 휘리릭(???)하시더니,
어느새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뜨셔서 옆 그릇으로 옮기신다.

옆 그릇엔 어느새 노른자가 두개.
그렇다고 흰자가 흐르거나 노른자가 터졌느냐.
그러면 예술이 안된다.

코마네치의 공중 두바퀴반 돌기 착지처럼 말이 필요없다.
기냥 만점이다.

그러면서 또 하시는 말, '할머니는 더 잘해.'
그렇다면, 할머니는......?

내가 한 말을 혹시나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늘 저녁 집에 일찍 들어가서 어머님이 부엌에서 뭐 하시나 잘 봐라.
그러면 여기 나오는 비기들보다 더 놀라운 묘기를 볼 수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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