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나서 그에게는 문자 한번 보내고 연락 뚝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께는 전화드렸죠. 친구들은 니가 그럴 필요가 뭐 있냐 뭐라고 하는데
그래도 전화드리면 반겨주시고 또 자식들 다 외지에 있고 혼자 사시니
적적하실까봐 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은 전화 드렸었거든요.
어머니도 알고 계세요. 우리가 헤어진 것. 그래서 얼마전에 당신 아들에게 물어보셨답니다.
'ㅇ ㅇ(아들) 아, 너 혹시 다른 여자 생겼니?'
'다른 여자는 무슨...생각해보니 내가 걔보다 부족한게 너무 많아서. 걔는 그래도 대학도 나오고
집도 우리집보다 더 잘살고. 난 지금 벌이도 시원치않는데...'
저한테 댔던 이유를 댔더군요. 저도 어머니께 차마 오빠가 아줌마한테 끌려서 저를 찼다고는
말 못했으니까요.
'내 아들이 그렇게 얘기하니 나도 마음이 너무 안좋네. ㅁ ㅁ(저) 아, 그래도 한번 기다려 볼래?'
라는 말씀에 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어머니, 근데 오빠가 마음을 안돌릴것 같아요.'
'아니여. 니가 오빠 좋아하는 마음이 덜한가보구만.'
'아니죠~'
'나는 니가 좋아. 그러니까 기다려보자. 알았지?'
'...네...'
'전화는 해봤어?'
'아뇨. 제가 전화해도 오빠 안받아요. 글구 오빠가 먼저해야죠. 잘못한 사람이 누군데'
'그래도 한번 해보지. 감기들어서 아프다 그렇더만. 요즘엔 여자들이 더 적극적이라면서. 니 오빠는 성격이 여려서 자기가 그래놓고 연락 못하는거여. 그러니까 니가 한번 해봐'
'네'
정말 마음 굳게 돌리고 그 사람한테 의연해져야지 했는데 어머님 말씀에 또 와르르 무너졌지뭡니까.
그래서...문자를 보냈습니다.
[아프다면서. 나 요즘 ## 게임(같이하려던거) 하고있다.]
[요즘감기 독하더라. 일교차가 심해서. 나도 약 네번지어먹었네. 음 울 회사애들 그거 많이하더라]
[나만 아프면 됐지 오빠는 왜 아프냐? 얼른 나아라]
전화는 차마 못했지요. 무섭거든요. 나를 밀어낼때처럼 차갑게 말할까봐.
헤어지고 나서 심한 스트레스에 몸이 안좋아서 주말에 병원을 세군데나 들렀지요.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세번째 간 병원 의사쌤이 처방전 들고 온거 보고 '헉...이게 다 뭐예요?' 놀랍니다.
약국가서는 약사분이 '세군데나 다니시느라 바쁘셨겠어요.' 라고 안쓰러운 얼굴로 봅니다.
약이 독해서 주말내내 잠만 잤습니다.
그 사람 꿈을 꿨습니다. 헤어진 후로는 그 사람 꿈이지만 그 사람은 나오지 않는 꿈을 꿉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제가 찾아다니죠. 그 날 꾼 꿈에서 그 사람이 쪽지하나를 주고 갔습니다.
앞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끝 구절만 생생히 기억납니다.
'너는 고양이, 나는 새(비둘기?)'
너와 나는 될 수 없어 라는 말을 표현 한 것인지...잠에서 깨고 나서 너무 심란하더군요.
제가 집착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내가 다 알아야 하고 내가 다 통제하고 싶고...
그런게 꿈으로 나타난걸지도 모릅니다. 비둘기란 새가 또...요즘인식으로는
별로 비범하지 않은, 평범하다못해 인식이 좀 낮은 새라 자기가 그렇다고 한걸까요?
이젠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도통 알 수가 없네요.
그 사람마음이 뭔지 몰라서 힘들었는데...이젠 제 마음이 뭔지 너무 흐리멍텅하네요.
예전에 도덕경에서 유난히 끌리던 그 구절이...그래서 더 깊이 남아있나봐요.
'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
(내 마음 바보의 마음인가 흐리멍텅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