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11 그래 나 차였다.

지영이꺼 |2005.05.19 13:48
조회 545 |추천 0

(원래는 이제 글 안 올리려고 했는데 어느 분이 메일 보내서 꼭 좀 올려달라고해서 올려요. 글 안 올리는 동안 쓴 편지가 꽤 되는데...어째든 제 글 읽어주시고 메일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ㅡ.ㅡ 구라치지 말고 메일 보내신 분도 있는데...ㅡ.ㅡ 니미~ 구라 아니거든요~ 현재 진행형입니다.)

 

밥 먹을 힘도 없고 공부 할 힘도 없고 학교 갈 힘도 없고 오줌(?) 쌀 힘도 없어서 침대와 사귀는 시간을 한 몇 일 가지고나니 Vancouver 초 울트라캡숑 폐인이 되어있었다.
몇 일 동안 전화도 안 받고 학교 안 나가니 아는 동생들이랑 누나가 집엘 찾아왔는데 내 방에서 시체 썪는 냄새 ㅡ.ㅡ 난다고했다.
"야~! 이 새끼 졸라 재수없네."
학교 선배 누나가 ㅡ.ㅡ 느닷없이 욕지거리를 한다. 순간 움찔했다.
"어...나...나 말야?"
"그래 새끼야~! 좋으면 좋다. 전화를 하고 말을 하든지 그게 아니면 잊든지 또 그게 아니면 보란듯이 잘 살든지...뭐든 해야지...침대에 누워서 디질래? 이런 새끼를 여자들이 제일 싫어해. 아냐?"
"...ㅡ.ㅡ 누가 뭐 여자 때문에 이러고 있나. 감기...감기 때문에 이러고 있지..."
"지랄을 해라."
욕쟁이 누나가 끊여주는 김치국에 밥 말아 먹고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잉글리쉬 베이로 산책을 나갔다.
"그 여자가 그렇게 좋냐?"
"몰라요...정말 잘 모르겠어요. 좋은건지! 사랑하는건지!...잘 모르겠어요. 그냥 하루 종일 생각나고 보고 싶고...뭐 그래요...그냥 앞으로 못 본다는 생각하면 힘들구...뭐 그래요..."
"미친 새끼~ 그게 좋아하는거지..."
ㅡ.ㅡ 내일 모레면 장가갈 나이구만 말 끝마다 욕이야.
"그럼 나중에 후회 안하게 하는대까지는 해봐라...그리고 여자들은 남자 새끼가 그렇게 소슴에 절인 배추처럼 축~ 쳐저 있는거 제일 싫어해. 기운내고 새꺄~"
"...ㅡ.ㅡ"
산책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서 몇 일 만에 한국에 있는 식구들한테 전화를 했다.
나 보고 싶다고 울 먹이는 환갑 먹은 애기(엄마)랑 나랑 서로 통화하겠다고 울고 싸우는 조카들 맨날 통화만 하면 밥타령하는 누나들...
기운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고 있는 내 모습이 지영이에게도 창피했다.
몇 일 동안 열어보지도 않았던 책 가방을 열어서 책 정리를 했다.
그리고 편지지를 꺼내 지영이에게 편지를 썼다.
그렇게 매일 지영이에게 편지를 썼다.
학교 가기 전에 학교 앞 블렌즈 커피숍에 앉아 쓰기도 하고 학교가 끝나고 도서관에서 쓰기도 하고...어째든 매일 매일 편지를 썼다.
내용을 뭐라고 썼는지 잘 생각은 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공부 때문에 힘들고 불명증으로 몸이 피곤해서 짜증이나도 지영이에게 편지쓰는 30여분 동안은 매일 참 행복했다.
그렇게 또 한 동안 시간은 지나갔다.
생활은 조금 안정되어 갔지만 지영이를 보고 싶고 그리운 맘은 하루에 배는 커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통에 메일을 받게 되었다.
여행사로 부터 온 메일이었다.
내가 지영이와 함께 여름에 가기 위해 예약해놓은 유럽베낭 여행 상품에 관한 메일이었는데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지영이 항공권을 발권해야된다는 메일이었다.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다.
사실 생각에 잠기고 말고는 없는 문제였다.
당연히 예약금 내고 예약한 그 상품 취소하고 혹시 예약금은 돌려줄 수 있는지 물어봤어야했다.
왜냐면 ㅡ.ㅡ 난 지영이한테 차였으니까.
그런데 난 역시 예상을 벗어나는 놈이다.
"네~ 발권해주세요. 항공료는 어디로 입금하면 되죠?"
이따구 답 메일을 보냈다.
밤새 생각을 했다.
그래 여름까지만 지영이를 기다리자.
그리고 나 역시 지영이를 정말 사랑하는지 여름까지만 생각해보자.
그렇게 나 혼자만에 ㅡ.ㅡ 여름 유럽 베낭 여행 계획은 진행 되었다.
나는 여기 캐나다에서 바로 유럽으로 가면 되니까 한국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살 필요가 없었고 지영이 항공권만 구입하면 됐다.
지영이 항공료를 입금하고 항공권 발권을 받을려고 하는데 지영이 여권에 찍혀 있는 정확한 영문 이름이랑 주민등록상에 기재되어있는 생년월일을 알아야 된단다. ㅡ.ㅡ 헉~
그래서 내가 ^^ 친절하고 다정하게 여행사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저기요. 제가 지금 여자친구랑 연락이 안되서 정확한 영문이름이랑 생년월일을 알 수가 없는데...대충 제 생각에...XXXX이거 같은데 이걸로 했다가 나중에 틀리면 바꿀 수 있나요."
이랬더니 신속하고 빠르고 친절한 답변이 왔다.
"아뇨~..."
ㅡ.ㅡ 어째든 장고 끝에 내가 아는대로 지영이 정보를 넣고 항공권을 발권 받았다.
내가 친한 동생들한테 자랑을 했다.
나 지영이랑 유럽 여행간다고 지영이 항공권은 발권 신청도 해놨다고...
ㅡ.ㅡ 애들이 나보고 미쳤다고했다.
사실 나도 약간 내가 미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ㅡ.ㅡ
아침에 일어나면 빵쪼가리 씹으면서 학교가서 머리 터지게 공부하고 학교 끝나면 도서관가서 공부하고 저녁에 운동 갔다가 집에와서 똥싸고 씻고 잠고...그리고 제일 중요한 매일 지영이한테 편지 보내고 그런 너무나 심플한 시간이 또 몇 일 흘렀다.
지영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들이었지만 사실 나도 사람인대 약간은 짜증도나고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하리 누우면 또 생각나고 또 내 쌍판때기에 미소가 퍼지는 것을...
그러나 일은 내가 있는 벤쿠버가 아니라 한국에서 터지고 말았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