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싸움 (3부)
오늘은 이 사장의 공장에 가는 날이다.
나는 지난밤에도 어김없이 많은 양의 부적을 작업했다.
지난번 방문 때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객귀(客鬼)가 새로 들어와 있을까 하는 걱정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일주일 만에 찾는 이 사장의 공장은 여전히 기계소음으로 시끄러웠고
공장안의 직원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 공장은 문을 닫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 사장님 어디 가셨나요? ”
-“ 예! 지금 외근중이십니다.
그렇지 않아도 법사님 오시면 전화 좀 부탁드린다고 그러셨습니다.”
나는 곧 내 차로 내려와 바로 이 사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 여보세요? 이 사장님 핸드폰 이죠? ”
-“ 아~ 법사님! 예 접니다.
그런데 혹시 저희 사무실 안에서 통화하시는 거라면 밖으로 좀........”
“ 지금 제 차안에서 통화하는 겁니다.”
-“ 하하하......... 그러셨군요.”
“ 그나저나 아직도 공장이 그대로 돌아가고 있네요! ”
-“ 그게....... 어쨌든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 저한테 미안하실 일이 아니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 죄송하지만 앞으로 저희 공장에 오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
“ 예? 뭐라고요?........
그럼 결국 사장님 욕심대로 하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
-“ 법사님이 뭐라고 욕을 하셔도 전 할말이 없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엔.........
어쨌든 앞으로는 더 이상 우리 일에 신경 쓰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흠........ 정 그러시다면 저야 그래야죠!
사장님이 원치 않으신다면
제가 더 이상 이 곳 일에 신경을 쓸 수야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러시다가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 땐 정말 어쩌시려고 그러시는 건지.........”
-“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시고.......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이만 바빠서 끊겠습니다! ”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그 동안 괜한 고생을 했다싶어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한참을 차에 앉아있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밖으로 나와 공장을 둘러보았다.
역시 내 예상대로 내가 붙여 놓았던 부적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공장을 쭉 둘러보니 여기저기에 객귀(客鬼)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렇다면 벌써 한참 전에 부적을 떼어냈다는 얘기가 된다.
내가 막 차에 올라타려 할 때였다.
“ 법사님~ ”
사무실건물 입구에 서있던 김 과장이 날 부르는 소리였다.
김 과장은 곧장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 법사님!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 예! 그럼요........”
우리는 사무실 건물 뒤쪽의 조용한 곳을 찾아 자리를 옮겼다.
김 과장은 매우 초조한 듯 담배를 한대 꺼내어 내게 권했다.
그리고 자신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담배연기를 크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 김 과장님께서 무슨 일로 저와 말씀을.......”
-“ 법사님! 저희 사장님이 좀 이상해요.
얼마 전부터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고요! ”
나는 방금 전 통화로 이 사장의 뜻을 전해 들었음에도
전혀 모르는 척 하고 김 과장에게 되물었다.
“ 어떻게 달라졌는데요? ”
-“ 글쎄 며칠 전에 이상한 사람을 하나 부르시더군요.
그리고는 그 사람이 뭐라고 몇 마디 하니까
바로 밖으로 뛰어 나가셔서는
법사님이 붙여놓으신 부적을 직접 치워버리는 거예요.
저는 우리 사장님의 행동이 하도 이해가 되질 않아서 왜 그러시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지금 와 계신 분이 굉장히 용한 무당이라고 하시면서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고...........”
“ 하하하....... 결국 사장님이 또 무당을 부르셨군요! ”
-“ 그리고는 그 다음 날 바로 굿을 했어요.
굿이 끝나고 나서 그 무당이 하는 말이
이 공장에 있던 귀신을 다 내 쫒았으니 이젠 회사가 번창하게 될 거라고.......”
“ 그럼 이제 그 무당이 다 알아서 해 주겠죠 뭐!
저는 더 이상 이 곳 일을 하지 않습니다.
방금 사장님과 그러기로 얘기 했어요.”
-“ 그건 저도 짐작했던 일입니다.
그 날 사장님이 무당을 불러 굿을 할 때부터 예상은 했었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
“ 그럼 또 무슨 다른 일이........”
-“ 어제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또 다쳤어요! ”
“ 아니! 결국.........
그런데도 이 사장님은 저보고 일을 그만 두라고 하시는 군요! ”
-“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법사님께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지금 사장님께서는 병원에 가 계세요.
어제 다친 직원 때문에요.........
저는 그 동안 우리 사장님과 법사님이 하셨던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법사님께서 또 다른 사고가 날 까봐 부적을 붙여놓으셨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 회사를 포기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생기게 될 거라는 것도 압니다.”
“ 그걸 김 과장님이 어떻게........”
-“ 한 일주일쯤 전인가.
새벽 1시가 좀 지났을 겁니다.
한참 자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제게 전화를 하셨어요.
소주나 한 잔 하자시며........
그날 사장님과 술을 마시며 그 동안의 모든 얘기를 다 전해 들었습니다.”
“ 이 사장님이 김 과장님을 많이 믿으셨나 보네요.”
-“ 예!....... 사장님께선 그 동안 저에게 만큼은 비밀이 없으셨어요.
회사일 뿐만이 아니라 사장님의 사적인 일들까지도
거의 다 제가 알고 있는 편이죠!
사실 제가 지금 법사님께 이런 얘기를 전하는 것 자체가
사장님 입장에선 제가 배신을 했다고 하시겠죠.........”
“ 당연하죠!
그러니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혹시 사장님이 우리가 얘기 하고 있는 걸 보시기라도 하면
괜히 김 과장님 입장만 난처해 질 수도 있으니까요.”
-“ 법사님!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 예. 그러세요.”
-“ 아까 공장 안을 돌아보시는 것 같던데.........
그 무당이 한 말대로 정말 귀신이 모두 없어졌습니까? ”
“ 하하하......... 글쎄요! ”
-“ 역시 그렇군요! 글쎄요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나는 김 과장의 배웅을 받으며 공장을 떠났다.
사무실까지 오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당분간 그냥 잊고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동안 내가 쏟았던 정성과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지난 밤 힘들게 작업해 놨던 부적들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리고는 한 장씩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내 모든 정성을 쏟아 만들어 논 부적들.........
나는 또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 형님! 뭐가 잘못됐어요? ”
-“ 이 사장이 결국 무당을 불러서 굿을 했다는구나! ”
“ 으이그~ 미련한 인생! ”
-“ 그게 아니야!
미련해서가 아니라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야........”
“ 그래서 지금 어제 밤새 쓰신 부적을 태우고 계신 거예요? ”
-“ 그럼 뭐하냐? 태워버려야지! ”
“ 그 사람 정말 큰일 낼 사람이네!
그러다가 진짜 사람이라도 죽어나가면 어쩌려고.......”
-“ 휴~~
벌써 일하던 사람이 다쳐서 병원에 가 있단다.”
“ 그런데도 계속 고집을 피운단 말이에요?
미쳤군! 미쳤어!.........
자기 공장이 사람들 목숨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거 아니에요 지금! ”
-“ 그러니까 말이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어야지........”
민수도 화가 나는지 계속 투덜댔다.
나는 애써 잊으려 해 봤지만 쉽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 안녕하세요? 김 과장님! ”
-“ 예~ 그간 안녕하셨지요? ”
“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 다름이 아니라 저희 사장님께서 법사님을 좀 보셨으면 하시는데........”
“ 저를요?......... 아니 왜요? ”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지금 법사님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나는 김 과장의 차를 타고 이 사장을 만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조금 이상했다.
“ 김 과장님! 이 쪽은 공장으로 가는 길이 아닌데요? ”
-“ 아~예. 공장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 그럼........”
-“ 저희 사장님이 계시는 병원으로 가는 중입니다.”
“ 병원이요?............
그럼 직원 중에 또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습니까? ”
-“ 그게 아니고.......
사장님께서 다치셨어요! ”
“ 예? 사장님이요?
아니 어쩌다가.........”
-“ 법사님께서 저희 공장에 마지막으로 오셨다 가신 날부터
계속 사고가 이어졌어요.
물론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지만 워낙에 큰 사고들이라...........
그 후로 직원들이 하나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결국엔 더 이상 기계를 돌릴 수가 없었죠!
사장님은 상황이 급박해지자
본인이 직접 기계를 돌리시겠다며 일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늦게까지 혼자 일을 하셨죠.
사고가 났던 그 날 밤에도 늦게까지 일을 하시다가 그만......... ”
“ 얼마나 다치셨는데요? ”
-“ 온 몸에 화상을 입으셨어요! ”
“ 화상이요? 아니 왜 화상을.........”
-“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하셨으니 당연히 많이 피곤 하셨겠죠.
그래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시겠다며 사무실에서 주무시다가........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십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신데 워낙 화상 부위가 넓어서...........
앞으로도 여러 번 더 수술을 받으셔야 한답니다.”
나는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결국 모든 걸 잃고서야 끝이 나는구나 하고 말이다.
회사도 자신의 몸도...........
어느새 우리는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이 사장이 입원하고 있는 병실 앞에 이르렀다.
김 과장이 앞장서서 먼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김 과장의 뒤를 따랐다.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침대위에는
온 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이 사장이 누워 있었다.
“ 이 사장님! 저 원 일입니다.”
-“.................”
이 사장은 나를 바라보며 고개만 조금씩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더니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 사장 가까이로 다가갔다.
“ 법사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사장은 들릴 듯 말 듯 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보였다.
나는 이 사장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나는 더 이상 그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어서
곧바로 병실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 사장은 그 공장을 끝까지 지키려고
보이지도 않는 상대와의 길고 긴 싸움을 해 왔다.
그는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싸우고 또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기나긴 싸움..........
이미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던 싸움이었지만
그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었을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해야만 했던 그의 운명을 증오할 뿐.........
글쓴이 : 환단 퇴마 연구원 원장 (퇴마사) :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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