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의 직업은 레스토랑 운영자이다.
그녀가 사장이라는 직함을 굳이 거부하는 이유는 말그대로 운영만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소유주는 그녀의 전남편이다.
말하자면 위자료조로 운영권을 받아 그녀의 생업으로 삼은 것이다.
소유권도 받지 그랬냐는 주위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금 등의 이유로 굳이 받지 않는다.
그 전남편도 그걸 빌미삼아 전처 옆에 얼쩡거리거나 하는 허접한 스타일도 아니고 오히려 세금까지 모두 처리해주는, 명희는 그야말로 알로 먹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하긴, 소설 상,하권의 분량으로도 모자라는 둘의 만남과 헤어짐은 지금의 쿨한 그들의 관계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기차커플이었다.
서울근교의 작은 도시의 대지주 아들-지금은 개발되어 고층아파트촌이 된 부동산 재벌-이었던 명희의 남편과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통학하는 기차통학생으로 만난 둘은 만고의 어려움 끝에 명희의 대학졸업과 동시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저 먹고사는 데 지장없을 정도인 농부의 딸로 자란 명희와 그와의 연애, 결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힘든 것이었다.
더우기 결혼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별의별 의학적인 방법이 다 동원되었었지만 결국에는 명희의 불임이라는 전근대적인 귀책사유를 안고 8년동안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야 말았다.
그동안에 명희가 감당해야 했던 고통과 좌절은 그들이 쿨하게 헤어지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이혼 후 그는 1년이 채 안되어 재혼을 했고 그동안의 귀책사유가 명희에게 있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5년동안 3명의 자녀를 낳아 아이들 속에 파묻혀 행복하게 살고있다.
아이가 한 명, 두 명 생겨날 때마다 명희는 그녀만의 마음의 산고를 겪었고, 세번째 아이가 태어날 즈음에서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그런 그녀가 지금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마음을 가져간 주인공은 다름아닌 3살 연하의 그녀 레스토랑의 지배인이다.
직장의 고용주와 사랑에 빠진 지배인은 뭇사람들에게 따가운 시선과 따뜻한 격려를 동시에 받으며 힘들고도 애틋한 사랑을 나누며 일과 사랑을 동시에 충분히 감당해나가는 성실남이다.
사실, 명희가 그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명희의 단아한 미모와 겉으로 보이는 명희의 부에 매료된 온달과의 남자가 대부분이었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사랑을 맹세했던 남자들은, 명희가 결정적인 순간에 레스토랑 소유주를 공개하면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곤 했다.
아마도 명희에게 남자가 생기면 명희의 전남편이 소유권을 행사해 명희의 재력이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얄팍한 예측을 한 것이리라..
나중에 우리 친구들끼리 헤어지는 기간을 놓고 내기를 할 정도였다.
레스토랑의 오픈멤버였던 지배인은 그동안의 그런 명희의 행적들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고, 연민으로 시작된 명희에 대한 감정이 운명적인 사랑으로까지 발전된 것이다.
이미 많은 남자들로부터 지쳐있던 명희는 지배인의 사랑도 처음엔 부담스러워했지만 충직한 그의 구애 앞에서는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 친구들도 왠지 지배인의 구애에는 내기를 걸지 않았다.
그는 명희가 그의 구애를 받아들였어도 그가 하는 일과 사랑을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았고, 애정의 씨너지 효과로 레스토랑도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장 먼저 결혼을 할 것 같았으나 사랑에 대한 그녀만의 독창적인 이론에 갇혀 아직까지도 아버지의 호적에 남아있는 수경이 왈,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못해 본 사랑을 두 번 씩이나 하다니...하나님은 불공평해."
하나님은 공평하다.
명희에게는 한 번의 실패를 주셨지만, 두 번의 사랑을 주셨고 수경에게는 그녀의 독신을 지탱해 줄 독창적인 이론을 허락하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