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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나톨리아 이야기 1 - 울파만 생각하면.....

투덜이 |2005.06.11 21:05
조회 493 |추천 0

기대치 않았던 반에서의 흥미진진한 추억을 뒤로 하고 산리 울파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내가 산리울파를 굳이 가는 이유는 거길 가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하란에

갈 수 있다고 해서이고, 어짜피 안탈리아를 가려면 지나가는 길목이니 유명하다는

아브라함의 물고기 정원도 구경 할 겸 겸사 겸사 들르기로 했다.

 

꼭두새벽에 산리 울파에 도착해 개중 좀 덜 비싸다는 호텔 문을 두드리니 에궁… 열쇠

함을 보니 비수기라 투숙객도 거의 없는 모양 이구만 바가지가 좀 심하다…  딴 데 가

본다고 호기롭게 호텔을 나서긴 했지만 시간도 넘 이르고, 그래도 호텔 행색을 갖춘 곳을

찾으려고 하니 다른 곳 숙박비도 만만찮고….  게다가 이른 아침부터 혼자 숙소를 찾아

헤매는 멍청한 외국여자애가 만만해 보였는지 어떤 행색이 수상한 녀석이 한 시간째

계속 어물쩡 따라 붙는 게 영 찜찜해서 결국 근처에 있는 경찰관에게 가서 저 놈이

아까부터 자꾸 따라다닌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니까 경찰 왈,”나 영어 하나도 못해….”  

이궁… 그래도 효과는 만점 !  내가 경찰한테 자기를 가리키며 뭐라고 하는걸 본 그

넘은 골목 안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ㅋ.ㅋ.ㅋ…   

 

결국 첨에 갔던 호텔에 돌아가니 이런….  이것들이 돌아 올 줄 알았다는 듯 아주

느긋하게 숙박계 펼쳐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고냥 투숙 하기엔 내 자존심이 살짝

상해 너네 손님도 없는데 숙박비 좀 깎아 주지 ?  했더니 얼래, 진짜 깎아 주네!  아깐

죽어도 안 깎아 준다더…  우여곡절 끝에 짐을 풀고 여행사를 찾아 다음날 하란 가는

투어를 예약하고 지도 한 장 달랑 받아 들고 울파 성과 아브라함의 fish pool을 찾아

나섰다. 

 

근데…  어떤 이는 산리울파가 아주 아름다운 곳 이라고 하고, 터키인들은 성지순례

하듯이 들르는 도시라고  하더만…  내 눈에 산리울파는 정신 하나도 없고 시끄럽고

번잡한 도시였다.  울파성을 가려면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번잡한 시장을 지나가야

하는데 으찌나 차가 많고 소란스럽고 복잡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두만…  울파성에

도착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브라함이 구약에 나오는 성인인지, 아님 단순히 이슬람 성인인지는 내가 교인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아브라함 성인은 울파 성 안에 있는 한 동굴에서 태어났다고

하고 그 동굴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기도를 드린다.  이분에 관한 전설이

하나 있는데, 무슨 계시 때문이었는지, 신생아를 몽땅 죽이라는 어느 왕의 명령을

피해 아브라함의 어머니는 동굴 속에서 숨어 그를 낳아 10살 때 까지 숨겨 길렀다고

한다. 

 

이후 세상에 나온 아브라함은 종교의 신념에 따라 독재자인 왕에 맞서 싸우다 화형에

처해졌는데, 하나님이신지 알라 신인지 (아마도 알라신 일거다)께서 화형장의 장작더미를

물고기로 변하게 하고 불길은 물로 변하게 해서 아브라함 성인을 살렸다는 전설이

있어 울파 성 안에는 이 전설을 기리는 물고기 정원(=fish pool)을 만들어 놨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 물고기는 먹이는 줄 수 있지만 절대 잡지 못하게 되 있어, 팔뚝만 한

튼실한 물고기들이 널찍한 연못이 미어지도록 많이 살고 있어,  먹이라도 주려고

하면 먹이를 향해 벌떼처럼 살벌하게 몰려드는 모습이 거의 공포영화를 보는듯,

이건 물고기들이 아니라 물괴물들이다.....   그치만 fish pool은 참 예쁜 정원에 둘러

싸여있고,  fish pool과 주변의 모스크와 그 일대를 감싸는 울파성은 아주 고풍스럽고

아름답긴 했다…

 

 

 

 

동쪽으로 갈수록 터키어가 안 되면 여행하기 어렵다고 하더니… 솔직히 사람들이 불친절

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뭐 하나 물어보려면 사람들 표정도 좀 무뚝뚝 하고…  말 보다는

차라리 손짓 발짓이 더 잘 통하니… 으찌나 당황스럽던지…  결국 첫날은 울파성을 두

바퀴나 돌고도 아브라함의 동굴과 성벽 지하에 있다는 지하 터널을 찾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설상가상으로 호텔에서는  바깥이 으찌나 시끄러운지… 빈 방도 많은데 하필 이렇게

시끄러운 방을 줬다냐….  참다 참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로비에 전화를 했더니

이런…  밤엔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퇴근해서 내가 뭔 소릴 해도 아무도 못 알아

듣는다 !    이런 황당한 경우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방을 바꾸긴 했지만 아직도 울파에서 있었던 당황스러웠던 일들을

생각하면 진짜 진땀 난다…  더워서 생각 없이 민소매 티셔스 입고 나갔다 빵빵거리며

무섭게 달리는 차들에 갖혀 길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오죽하면 내가 울파

생각만 하면 울화가 치민다고 할까….

 

하지만 즐거웠던 하란 투어를 생각하면 울파에서의 당황스러움은 감수 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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