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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 모일 어느 님이 님들께 보내는 그리운 서신

휘뚜루 |2005.06.14 09:36
조회 313 |추천 0

 

 

언젠가 옛무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가문의 아무개가 잠들어 있는 무덤이었는데

그 속에 먼저 보내는 남편에게 보내는 부인의 편지가 썩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가졌던 단 하나의 염원이 그들의 삶속에 그대로 내려앉아

있어 뜨겁게 끓어오르는 서러움을 참을 길이 없었던 듯 합니다.
 

긴 내용 문장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로를 담아 나누었던 정이 너무도 따스하고 정겨웠던 사람들이

었습니다.

봄이면 꽃을 보아 아름다운 그 의미가 정인의 얼굴위로 번지는

웃음과도 같았고...

여름이면 종일토록 땀투성이로 일을 하고도 함께 냇물에 발한번

담그고 실바람에 서로의 땀방울 씻어 내주는 그것으로 그 모든

곤함을 풀어내며 행복해 했고...

가을이면 넉넉한 추수가 아니더라도 함께 할 밥상에 정이 가득한

그것으로 충분히 만석군의 행복을 가졌던 사람들...

겨울이면 허름한 초가로 불어드는 강풍에 솜 이불속으로 서로를

품어내며 긴 밤 아깝도록 정인을 아껴보고 품어보았던 사람들...


그래서 차가운 땅속에 먼저 누울 남편이 너무도 아리고 아파서

우는 것 조차도 하지 못했던 그 부인이 절절하게 쓰 놓았던

편지였지요.

마지막에 [남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며 살까요]하고 끝을 맺어

놓은 것이였지요.

죽어 한줌 흙이 될 때까지 내게는 가져보지 못할 그것이 서러운

밤이였습니다.

문득 며칠 전에 그걸 떠올려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 남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며 살까요 *


내게 어여삐 여길 사람 주신 거 그 눈물 기억한 신의 뜻인지...

그때 퉁퉁부은 눈으로 볼펜 들어 쓰 놓은 글이 낡은 일기장에

그대로 남아 있지요.

가끔 잠 못 들때 그것들을 꺼내 읽다 또 다시 호흡이 흔들리기도

했지요. 이제 버릴까 합니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온전한 하나의 고통이다.

이리 울면 심장이 녹아 없어지지 않을까...?

차라리 온 심장이 녹아 내려 내 호흡을 멈추게 해준다면...

내가 나를 버릴 자신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이 피곤한 삶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울다 떠나버리고 싶다.


그 사람 제게 주십시오.

저를 그 사람에게 주십시오.

다음 생에 그 한 쌍을 만나 원 없이 창공을 날아오르게 해 주십시오.

비익조에 그려진 그 염원이 제가 가진 유일한 삶의 목적이었지요.

내 날개를 쉴 수 있는 한사람이 목숨보다 더 간절했던 나를 하늘이

허락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제게 주신 모양입니다.


사랑...그보다 더 깊고 절실한 염원으로 제가 당신을 바랬습니다.

그래서 내게 준 사람입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내 속에 각인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이 내 심장이 아닌 것을...

저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인정합니다.

당신이 내 생명입니다.

 

-모월 모일 어느님이 님들께 보내는 그리운 서신- (2005.6.14. 휘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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