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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님들에게 고함!!!

김지훈 |2005.06.21 07:29
조회 216 |추천 0

일요일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잠을깨기 위해 TV를 켠 순간 YTN기자의 목소리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알수 있었다.

(TV가 왜 YTN에 맞춰져 있었냐고? 군단 지휘통제실 작전상황병이었던 나는 군에서 듣던 YTN뉴스를 들으면 잠이 벌떡 깨니까...)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접하고서,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내 사랑스런 후임병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참고로 나는 스물 아홉 겨울에 군에 입대하여 서른에 그 찬란한 이등병 계급장을 달았으며 작년 겨울에 가까스로 군을 제대했다. 병역기간이 단축되지 않았으면 군에서 4년을 보낼뻔했음)

내가 그 뉴스를 접하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였다.

최근에 전역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 사건에 관한 국방부의 발표를 보면 이상한 병사(관심사병으로 특별관리를 받아야 마땅한) 한 명이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으며, 군은 재발방지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뭐 대충 이런걸로 들린다.

나 참 어이가 없구만.

여기서 나는 이번 사건의 주인공 김일병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사건은 인간이 저질렀으되, 그 인간으로 하여금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군대였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스컴에서는 전문가들이랍시고 물러다 앉혀서 혹은 전화통화로 사건의 의미와 문제점 및 향후 해결방안 등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누구를 불러다가 얘기했는가?

재향군인회 누구누구, 예비역 장성 누구누구, 대학교수 누구누구 등등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정말로 당신들이 얘기하는 그 문제점이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당신들이 얘기하는 그 해결책이 과연 정확한 해결책인가?

아니 그냥 감정적으로는 이렇게도 묻고 싶다.

당신들이 김일병이 겪은 상황을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경험해 보았는가?

군대에서 아니 내무반에서 이등병이라는 계급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일병 계급장을 달았을 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최소한 알기라도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떠드는 것인지 묻고 싶다.

 

나는 여기서 군 당국의 사건발표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의문점들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왜 밀어내기식으로 근무를 서지 않았는가?

왜 상황병이 다음번 근무자를 깨우지 않고 근무를 서고 있던 김일병이 깨우러 갔는가?

수류탄 투척과 총기난사의 과정이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GP에서 적의 공격 보고후 군 최고라인까지올라간 그 보고는 어떤 조치들로 이어졌는가?

부상병들은 왜 그리도 오랜시간동안 그렇게 내버려져 있었는가?

(혹시 사건발생지역이 군사분계선 근처여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식의 말을 하는 자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럼 정말로 적이 쳐들어 왔었다면 어쩔라고 그러냐?)

그만하자. 짜증난다.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들의 대분분은 이런식이다.

"요즘 군에 입대하는 병사들은 다들 집에서 귀하게 자라서 인내심이 부족하다. 그들은 상명하복의 군대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군대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누가, 누구를 교육시킨다는 말인가? 어떻게 교육시킨단 말인가?

내무반에 다 모아놓고 정신교육을 말하는 것은 설마 아닐테지?

그런데 또 누가 교육을 시킨단 말인가? 소대장? 아니면 중대장? 대대장? 아님 행정보급관?

 

우리는 군대가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이렇게 얘기한다.

"고생하고 와라"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부터 한번 얘기해볼까?

요즘 군대는 옛날과 달라서 보급이 잘되니까 아무 문제 없다는 얘기는 군에 간 자식이 부모님 걱정 안하게 해드리려고 하는 접대성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

입는거, 먹는거, 자는거 옛날보다 많이 좋아진건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한가지 간과하고 지나가는 게 있다.

그것은 군대가 좋아진거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사회가 생활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사회에 있다가 군에 처음가서 받는 느낌은, 지금 군에 처음 입대하고 받는 충격과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제대로 군에 갔다온 사람들은 말 안해도 알겠지만, 꼭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런말이 떠오른다. 서울 안가본 놈이 서울 더 잘 안다고.....

 

그러나 아무리 신세대 장병들이 나약하고 인내심이 약하다고 말들을 해도 여기서 좌절하고 적응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면 남들도 다 똑같은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남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우리나라가 돈이 없어서 병사들의 복지수준을 높일 국방예산이 부족하다는데 어떡하겠어 참아야지

그러나 이것 한가지는 분명하다.

병사들에 대한 복지수준의 향상과 군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의 비율은 정확히 반비례한다는 것은.

 

군대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얘기한다. "고참한테 개기지 마라"

이말을 들으면 군에서는 아마 이렇게 반박할 런지도 모른다

'지금 군대에서는 고참이라는 말은 사라진지 오래이며 단지 선임병과 후임병이 존재할 뿐이다.

또한 병영생활행동강령이 있기 때문에

(대충 분대장을 제외한 병사 상호간에는 지시나 간섭을 할 수 없고, 폭언이나 욕설 등 언어폭력은 금지되며, 성희롱 성추행 등 성군기 위반행위는 안되고, 또 뭐였더라 등등)

 분대장을 제외한 병사 상호간에는 평등하며 일체의 구타 및 가혹행위는 업습니다."

과연 그런가?

육군 참모총장이 내린 위와같은 일반명령이 일선 각급부대에서 정말 철저하게 잘 지켜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우리 군은 과연 병사에 의한 병사의 통제를 정말 용인하지 않는가?

 

나는 군대를 바꾸는 일에 장교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더 심하게 말하면 그들이 현재의 군대문화를 만들어 놓은 장본인들이기에 그들의 역할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

상명하복이란 말은 위에서 명령하면 밑에서 복종한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막상 군대에서 느끼는 상명하복은 윗사람이 깨지면 그 밑에서는 작살이 나고, 그 밑에서는 개작살이 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표현이 거칠어서 유감이지만 이런 표현이 가장 정확하게 실상을 전달할 수 있으므로 부득이하게 사용함을 용서바랍니다.)

 

해결책은 한가지다. 우리가 바꿀 수 밖에 없다. 군대라는 곳은 의례히 그런 곳이 겠거니 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나의 고참중에 한명이 이렇게 말한 것을 기억한다.

"군대라는 곳은 밑바닥부터 왕노릇까지 해볼수 있는것이 매력이다. 그것이 시간만 가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라고

이 생각을 바꾸면 된다. 아니 바꾸어야 한다.

자기보다 늦게 군에 들어온 사람을 내가 해야할 일을 나 대신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전역하고 나가더라고 내일을 계속 이어서 해나갈 사람으로 생각하자.

쫄병이 아닌 쫄따구가 아닌 나의 동료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의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이 아닌, 나도 고생했으니까 너도 이만큼은 고생해야 한다가 아닌,

나와 함께 고생하는 동고동락하는 인격체로 말이다.

굳이 전우애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 나 자신 전우애를 별로 느껴본 적이 없으므로...

 

이렇게 하려면 사회에서의 한 세대 정도에 해당하는, 한 6개월 정도의 군번들만 희생하면 된다.

병장들이야 군생활 할만큼 했고, 별로 내무생활에 간섭을 안 하려는 족속들이니 냅두고

상병 물호봉(전역한지 반년이 지나가건만 이런 용어들이 아직도 낯설지 않은 걸 보니 군대 정말 무섭긴 무섭다)들이야 아직 이등병, 일병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날때이니 거분반응이 조금은 적으리라.

문제는 상병들이다. 특히 진정한 군생활이 시작된다는 그 꺾인 상병들...

이 사람들만 바뀌면 된다.

 

이렇게 하면 얼마동안은 혼란이 있을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군이 겪고 있는 이런 아노미적인 현상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일어나는 문제점들에 비한다면 그런 혼란은 아무것도 아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들이 죽어나가야 바뀔 것인가?

 

지금 현역에 복무중인 장병들이 이글을 본다면 당장 자대에 복귀해서 실천에 옮겨보자.

누군가가 나와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고 기대하지 말자.

대통령이, 아니면 국방장관이 아니면 참모총장이 해결할 수 없다.

소대장, 중대장도 해결할 수 없다.

왜냐구?

그들은 계급장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가?

찜질방 같은 내무실에서 모기며 이름모를 벌레에 뜯기는 것도 우리뿐이고,

한겨울에 따뜻한 물에 샤워한 번 제대로 하기 힘든것도 우리들이다.

하루종일 작업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에 보초를 나가야 하는 것도 우리들이고

전쟁이 나도 우리를 지켜줄 사람은 옆에 있는 우리 동료 짝대기 하나, 둘, 셋, 넷 우리들 뿐이다.

 

우리가 변한다는 것은 성공이 보장된 행로라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인류 역사가 그래왔고 민주주의가 그래왔다.

아래로부터의 사고의 혁명 이것이 진정 필요한 지금이다.

군대는 그런데잖아 하는 생각을 버리자.

내가 당한만큼 너도 당해보라는 생각을 버리자.

더이상 이땅의 젊은 피들이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거든...

 

아직도 힘들게 고생하고 있을 내 사랑스런 후임병들을 생각하며 몇 자 적어본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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