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두 눈이 퉁퉁 부은채로 눈을 떴다. 제일 먼저 그 녀석이 생각이 나고 자동으로 일어났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보기 싫다. 늙어 보이는 내 얼굴... 자고 일이나면 주름이 하나씩 져 있는 내 얼굴... 아무리 링클 제품을 바른다고해도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나마 관리해서 이 정도이지 관리도 안하고 방치해 놓았으며 얼마나 더 늙어보였을거야. 그 녀석 만나서 내가 이런것까지 신경써야하는 내가 한심하다. 한심해"
그래도 그 녀석을 만나기 위해 난 옷을 입었고, 그 녀석을 보기위해 화장을 하고 있다. 할 것은 다 한다. 좀더 어리게 보이기 위해 편안 옷으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로맨틱한 옷으로 .. 좀더 어려보이기 위해 핑크로 샤도우하고 있다.
그 녀석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한번도 그것에 신경쓴적이 없다. 그 녀석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젠 그 녀석의 모든 것이 다 궁금하고 알고 싶어졌다.
제일 먼저 그 녀석이 사는 곳으로 가 그 녀석을 기다렸다. 오늘 난 하루 종일 그 녀석의 그림자가 될려고 한다. 그 녀석이 되고 싶어졌다.
아침 9시 청바지에 밝은 색 티셔츠 파란색 모자 귀에는 이어폰. 가벼워 보이는 가방하나. 검은색 스티커즈.
오전 9시 15분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 9시 20분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고 있다.
오전 9시 40분 버스에서 내림. 걸어서 학교에 도착
오전 10시 강의실로 가고 있는 녀석.
오전 11시 친구들과 수다를 떠고 있다.
오전 12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주위에 친구들이 많다. 남자.. 여자...
오후 1시 ~ 4시 강의실에서 살고 있다. 그 강의를 나도 같이 들었다.
오후 4시 20분 급하게 어디로 가고 있는 녀석. 빠르다..
오후 4시 30분 급하게 뛰어간 곳은 운동장이다. 친구들과 내기 농구를 하고 있다. 운동 신경이 남다른 것 같다. 아주 잘한다..
오후 5시 20분 핸드폰을 받고 또 어디로 가고 있다. 참 하루가 바쁜 녀석이다.
오후 5시 40분 자칭 F4. 그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오후 6시 그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다. 난 그 녀석이 나이 든 사람들만 가는 이런 곳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대부분 스파게티 피자 돈까스 분위기 좋은 곳에서 먹는 양식류 케익 그런 음식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남자와 여자는 좀 다른 것 같다. 아무튼 그 녀석은 순두부찌개를 먹고 있다.
오후 7시 그 친구들과 또 어디로 가고 있다. 여기는 또 어떤 곳이지.. 호프집이다.
오후 9시 그 친구들과 또 어디고 열심히 가고 있다. 도대체 집에는 언제 들어가는거야.. 알 수 없는 녀석들...
오후 9시 30분 클럽으로 들어가는 녀석들... 분위기가 남다른 곳이다. 옷차림이 장난이 아니다.. 아예 속옷처럼 입은 여자들도 보인다. 다들 어려보인다.
아무튼 그 녀석들은 무사히 통과했다. 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다들 날 이상한 눈으로 본다. 내 옷차림이 이 클럽과 안 어울리든지 내 나이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들이다. 사람 차별하고 있어..
그래서 그때부터 난 그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안에 공사를 하더니.. 이젠 노숙자처럼 살고 있다. 노숙자처럼 내 안에 살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녀석을 기다리면서 갑자기 나도 모르게.. 또 다시 눈물이..
"엉엉엉엉" 대성통곡.. 이젠 내가 그 녀석의 스토커가 된 기분이다. 나이 많은 스토커.. 비겁한 스토커...
오늘 하루 종일 너의 그림자가 되었다. 오늘 하루종일 네가 되고 싶었다. 네가 되고 싶다.. 네가 되어 살고 싶다.
"내 안에 노숙자 박 우진. 그 공사가 다 끝나면 쿵쾅거리는 것은 없어서 좋은데.. 그 안에서 넌 날 위해 밥을 하고 날 위해 청소도 하고 날 위해 노래도 부르고 날 위해 말을 하는 그런 니가 지랄같네... 진짜 지랄같아.. 진짜 그래"
이런 내 모습도 너무 싫다. 내가 보기에 추해서 너무 싫다. 이게 뭐니 고민희 하루 종일 그 녀석 뒤만 따라 다닌 기분이 어때... 더 지랄같지. 딴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지.
" 민희누님 아니세요"
그 녀석의 친구가 날 알아본다.. 쪽팔리게... 그냥 모르는척 가지.. 눈치없는 혁이다.
"어쩐일이야"
"누님은 무슨 일로 여기에 있어요. 이 클럽에 왔어요. 여기는 함부로 못 들어오는 곳인데 물관리하는 곳이거든요'
물 관리.. 그럼 내가 오염물이냐.. 확 폐수물로 만들어 버릴까보다.
"아니.. 이 앞에서 친구 기다리고 있는데 안오네 들어가서 놀아"
"우진이도 왔는데.. 내가 불러올까요"
"아니 정말 아니야. 들어가 나도 가야겠다. 시간이 11시가 넘었네 그럼 잘 놀아"
허겁지겁 난 그 곳을 빠져나왔다. 하필이면 혁이한테 들키게 뭐야.. 에그 힘들어.. 사는게 왜이리 힘든거야. 다른 사람도 다 힘든건가? 아님 나만 이런거야.
다리가 너무 아프다. 하루종일 걷고 운전하고.. 그래도 하루종일 그 녀석 볼 수 있어 좋았어. 나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어쩜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인데 오늘 실컷 봤으니까 당분간을 안봐도 괜찮겠지. 정말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그럴거야...
"아니 안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제발 나와라.. 내 안에 빚쟁이처럼 살지 말고.. 그냥 나와라"
더럽게 말 안들어.. 내 마음은 더럽게 말 안듣는 사채업자야.
차를 주차하고 나와 현관앞으로 걸어갔다.
"나보다 빨리 올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늦었어"
그 녀석이다.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놓고 날 기디리고 있었다. 이 녀석이 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날 다시는 안 만날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야"
차갑게 말이 나왔다.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
"나 만나러 왔어."
"혁이한테 말했는데.. 너 만나러 거기간것 아니야. 정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그랬어"
"믿음이 안가네"
"믿던 안 믿던 그건 니 자유지만 니가 날 찾아올지는 몰랐어. 다시는 안 볼것 같이 갔잖아"
"다시는 안 보고 싶었어. 지금도 그래"
"그럼 안보면 되잖아. 잘가라"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산산조각나고 있다. 그 녀석을 스쳐지나가고 있다. 영화에서는 잘도 남자가 여자 잡던데.. 그러면서 사랑한다고 하던데.. 이 녀석은 잡지도 않는다. 나쁜 놈.
"잘 자"
헉.... 뭐야 이 녀석.. 뭐냐고... 이런 된장
뒤 돌아보지마.. 뒤 돌아보지마.. 자존심도 없이.. 뒤 돌아보지 말자.
그러나 내 몸은 벌써 뒤돌아서 있었다. 그런데 진짜로 가는 그 녀석.. 노처녀 가슴에 불찌르고 그 불끝지도 않고 그냥 가냐.. 이렇게 불만 활활 태우고.. 이 어린 놈아... 이 놈아
"박우진 이 놈아"
"박우진"
"우진아"
아무리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왜.. 작은 목소리로 불렀으니까? 그래도 뒤돌아봐야지.. 그래도 내가 부르는데 그 작은 소리라도 들어야지
"저 녀석이니"
너무 놀라서.. 동욱오빠가 거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 오빠가 가까이 와도 그걸 느끼지 못했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던거야"
"처음부터.. 그런데 저 녀석때문에 내 마음을 거절했어"
"그건 아니야"
"거짓말하지 말자. 널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네가 저 녀석 좋아한다고 해도 난 널 비난할 입장은 아니거든"
"그건 맞아. 사회가 날 비난하면 모를까?"
"사회가 널 왜 비난해. 고등학생이니"
"고등학생으로 보여"
"고등학생이니.. 원조교제해"
"그런 배짱이라도 갖고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용감했으면 좋겠다. 내가 용감해보이나.. 난 내가 비겁하게 보이는데..."
"20살"
"20살이라고하네.. 저 녀석은 지가 20살이고하네"
"술 마시고 싶어"
"아니 머리 아프고 속도 아프고 몸도 아파서 싫어. 효과 전혀 없더라. 돈만 아까워"
"그 만큼 사랑해"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저 녀석이 되고 싶은거라면 남들이 하는 사랑이겠지. 닭살이야"
"어려운 사랑하네. 그렇게 어려운 사랑할 것 같으면 내가 더 낳지 않나"
"오빠도 쉬운 사랑은 아니야. 오빠도 어려웠어. 세상에 쉬운 것은 없는 것 같아."
"20살 저 사람보다 내가 더 쉽지 않니. 내가 좀 더 쉬운니까? 지금이라도 나한테 와"
"할 말이 없어"
"하고 싶지 않겠지.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것은 아니야. 지금 당장 저 녀석이야 내야 하면 넌 당연 저 녀석을 선택하겠지 그럼 내가 불리하잖아. 시간이 좀 지나서 어려운 사랑 힘들때 그때 쉬운 날 선택해줘"
"동욱오빠..."
"오늘은 이만.. 눈 도장 찍고 간다."
날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오빠... 웃고 가는 오빠... 그런데 눈은 웃고 있지 않다. 그 눈이 입과 반대로 슬펴보인다. 오빠도 쉬운 사랑은 아니야. 오빠도 나한테는 너무 힘든 어려운 사랑이었어.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