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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나톨리아 이야기 8 - 로마에선 로마법을... 불운의 시작 !

투덜이 |2005.06.23 19:30
조회 328 |추천 0

동부로 넘어가는 길목의 명물을 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넴룻 산의 신비의 거석과

일출이다.   이 넴룻산에 오르려면 말라티야나 아디야만이란 도시에 가서 넴룻에 가는 투어를 예약

해야 한다.  

 

괴레메에서 넴룻으로 들어가기로 한 나는 시간상, 비용상 가장 적절하다 싶은 말라띠야에서 투어를

신청 하기로 했다.  사실 내가 말라띠야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그 유명한 Mr.Kemal을 만나보고

싶어서였다.

 

Mr.Kemal은 말라티야 관광 안내소에 10년도 넘게 진을 치고 있는 사설 여행 브로커 라고 할까 ?

여행자들 사이에선 재미있고 친절하한 터키 아저씨로 통하는데,  키가 나보다 약간 더 큰 정도의

아주 작은 키에 비쩍 마른 체구, 거의 도인 백발 사자머리를 한 할부지다.

 

말라티야 관광 안내소를 가서 넴룻에 가고 싶다고 하면 거기 직원이 밖으로 데리고 나와 Mr.Kemal의

사무실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일은 전부 Mr.Kemal에게 일임해 놓고 지들은 띵까 띵까 논다.

 

Mr Kemal은 넴룻산의 호텔에 여행객들을 모와 올려 보내는 일을 하는데, 적어도 손님이 4-5명은

되야 차가 넴룻으로 출발 하는데, 내가 도착한 때가 비수기다 보니 그날 넴룻을 가려고 말라띠야에

도착 한 손님은 달랑 나 혼자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차가 출발하는 정오까지 기다려 봤다가 정

다른 손님이 없으면 내가 넴룻에 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 주겠다고 한다.  친절도 하셔라...

 

그냥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우찌까 우찌까 하다가 미친척 하고 기다리다 안되면 어짜피 빠듯한

여정인데 넴룻은 포기하고 그냥 말라띠야 근교만 둘러보고 가지 싶어 12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또 다시 나의 bad luck 이 시작 됐다…  내 ID가 grumpy 인 이유가 내가 불평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거지만, 사실 속내를 알면 다들 날 동정 한다.... 

 

식당에서 똑같이 밥을 시켜도 거기 절대 들어가선 안될 것들이 항상 내 밥에서만 나온다.   같이 차를

주문해서 마셔도 꼭 나만 찻잔에 선명한 립스틱 자국이 따악 찍힌 게 걸린다. (난 립스틱을 바르지

않기 때문에 더 기분이 화악 잡친다…)  하다못해 피자를 시켜 각자 한 조각씩 들고 먹어도 왜 꼭 내

피자에만 머리카락이 박혀 있냐고요…. 

 

다른 사람들은 내가 비명 지를 때 마다 쾌재를 부르며 미안해 하는 주인들이 제공한 서비스를

즐기지만, 난 기분 팍 상해서 못 먹고 항상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면 아무런 사연 없이 받는 게 하나도 없다.   물건이 사라지지않나, 얼떨결에

배송료를 두번씩 내는건 기본, 배송 지연 아니면 물건이 바뀌어 오고, 파손되 있거나 심지어 내

물건이 아닌 게 내 상자에 딸려 와서 사은품인줄 알고 좋아 했다가 다음날 물건 찾으러 다시 와서

돌려주질 않나..…. 왜 난 사연 없이 대강 넘어가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 

 

울 엄만 그게 내 유난스런 성격 탓이라고 하시고, 난 내가 쉽게 넘어가는 운이 없어 그렇다고 생각 한다….

 

말라띠아에서 시작된 내 불운은 그날 넴룻을 찾아 가려던 관광객이 꼴랑 나 하나인데다, 정기적으로

호텔로 가는 물품 배달차에라도 날 낑겨 보낼까 했다는데,  그날 따라 그 차도 가지 않는다고 하고, 

친절하게도 그럼 대신 돌무쉬 타고 가는 방법을 알아 봐 준다는 Mr Kemal은 돌무쉬 기사가 날

호텔에 데려다 주기 싫다고 했다고 빈손으로 털레 털레 돌아 오더니 갑자기 어떤 터키 남자가

넴룻에 간다고 한다면서 둘이 가라고 한다.

 

아주 느끼하고 덩치 커다란 터키 아저씨와 함께 넴룻의 호탤까지 올라가는게 영 찜찜했지만 케말이

부리는 운전기사 하나랑 영어를 하는 직원, 이렇게 둘이 우리와 같이 가니 별일 있겠나 싶어 차에

탔는데 이런이런…  갑자기 돌무쉬 터미날 같이 생긴곳에 차를 세우더니 느끼 터키남이 자기

승용차를 끌고 와서 나보고 타란다.  이게 뭐 하자는 시츄에이션 ???

 

케말의 운전기사와 직원은 우리가 타고 온 차를 타고 그냥 떠나려고 하고,  정말 너무 기가차고

열이 받아 소리 고래고래 지르며 차를 세우고 어떻게 된건지 설명 하라고 하니까, 그 터키 남자는

아디야만에 있는 호텔 주인인데, 그날 말라띠야엔 넴룻 올라갈 다른 손님이 없으니, 날 그 먼

아디야만 까지 데려가서 하루 재우고 거기서 다음날 넴룻가는 투어에 함께 보내려고 한다고 한단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다 급체하는 소리 ?  아니, 내가 그놈 뭘 믿고 따라가며, 말라띠야까지

와서 넴룻산에 올라 가자고 또 아디야만을 가는 건, 앞산에 올라가려고 했는데 동행이 없어 하루

걸려 산너머 마을로 넘어가서 다른 일행을 만들어 반대쪽에서 같은 산을 올라간다고 하는 셈이다. 

 

아니, 일정도 빡빡한 내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며,  왜 나한테 미리 한 마디도 언급 없이 자기네

맘대로 날 짐짝처럼 이리 저리 돌리냐고요…  내가 분명히 케말에게 넴룻 갈 일행이 없으면 그럼

난 그냥 근처만 관광하고 다른 도시로 갈꺼니까 정 안되면 얘기 해 달라고 했는데, 도데체 이게

무슨 짓인지…

 

기가 막힌건, 이 느끼 터키 아저씨는 나름대로 나를 꼭 넴룻에 올라가게 해 주고 싶어서 자기가

친절을 베푼건데, 싫으면 말라고 도리어 나에게 화를 낸다.   대체 누가 중간에 말을 잘못 전한 건지…

쬐그만 동양 여자애가 겁도 없이 신경질 부리며 빽빽 소리 질러대니까 거기 사람들이 시끄러웠는지,

내 요구대로 케말 사무실로 다시 데려다 주었다.

 

케말에게 너무 화가 난 나는 케말이 노인이란 걸 깜빡 잊고 쥐 잡듯이 닥아 세우며 어떻게 이럴 수

가 있냐 ?  내가 언제 넴룻 꼭 가야 한다고 우겼냐 ?  넌 네 손님을 항상 이딴 식으로 돌리냐고

거세게 항의 했더니, 자기가 거기서 여행 업을 십 수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다 그 느끼

터키놈이 죽일 놈이고, 그놈이 거짓말쟁이라고 변명을 늘어 놓는다.  

 

내가 돌면 좀 뵈는게 없는 나쁜 버릇이 있어, 케말이 백발 할아버지란걸 깜빡 잊어버리고 평소에

무능하고 게으른 직원 닥아 세우듯이 어떻게 책임 질거냐고 엄청 심하게 몰아 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할아버지는 꿋꿋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데, 여기서 또 한번 국민성의 차이를

절감 했다.

 

자고로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고...  터키에서 왜 니네들은 한국인 처럼 책임감있게 대처하지

못 하냐고 백날 떠들어 봐야 헛일....  국민성이 다른것은 화를 낼 일이 아니라 인정해야할 "차이"

일 뿐이란걸 잘 알면서도 사실, 말 처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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