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에 글을 안 올려서 오늘 2편 올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상한 관계
(14) 사랑의 차이
9시가 넘어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출발한 시간이 6시 경인데, 와도 10번은 더 왔다 갔다 했을 시간인데 남편은 오지 않았다. 또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다른 선생님들도 집에 갔다고 한 것이니, 교사들 모임은 아닐 테고. 여자는 초조했다. 초조함 끝에는 항상 기분 좋지 않은 상상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상현이 낯선 여자와 뒹굴고 있는 모습.
‘아닐 거야. 아무리 그래도 상현은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하지만, 결혼 후 너무 변해 버린 그였다. 그녀에게 무심하긴 했어도 이렇게 차가운 남자는 아니었다. 여자는 집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 커져버린 상상들이 그녀를 옭죄어와 참을 수가 없었다. 주리는 무작정 집 밖으로 나왔다. 집 앞 거리를 서성이고 있는 그녀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 상현의 목소리였다. 여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근처에 주차되어있던 자가용 옆쪽으로 숨었다. 왜 숨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며칠 전부터 가슴속에서 기어오르던 불안감의 원인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상현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그의 낮은 발자국 소리가 저벅 저벅 가까이 다가오면서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선명하게 주리의 귓가로 흘러 들어왔다.
“아니, 이제 집 근처다. 이제 끊어야 겠네. 그래. 잘 자고. 예쁜 꿈 꿔. 사랑해. 영효야.”
이어 들려오는 쪽- 소리. 주리는 숨이 막혀 금방이라도 질식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정신이 멍해 숨쉬는 것조차 까먹을 정도였다. 뒤통수를 누군가에게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직감은 왜 맞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만 맞는 것일까? 상현이 열고 들어갔을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주리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믿었건만. 그는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상대는 영효였다.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여자는 두려움에 치가 떨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고, 숨은 막혀 왔다. 아아악- 거리며 비명이라도 질러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든 기대감이 순식간에 산산 조각이 나 버렸다. 그녀가 꾼 달콤한 꿈이 한 순간 사라져 버린 기분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가 돌아오리라. 다정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리라 믿었던 주리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여자를 택했다. 여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주리를 보고서도 상현은 말이 없었다. 마치 그녀를 투명 인간 대하듯,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의 차가운 등을 쳐다 보다 주리는 침대로 기어 들어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썼다. 흐느낌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여자는 입을 가렸다. 집안 어느 곳에도 여자의 자리는 없었다. 그 모든 것이 주리 혼자만의 기대감이었다. 주리는 혼자 남겨 졌다는 외로움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 주리를 내 버려 둔 채, 남자는 또 다시 나가 버렸다. 분명 새벽이 될 때까지 이 방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상현이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를 듣자, 여자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기나긴 새벽빛이 창밖으로 스며들어 올 때 까지도 주리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였다.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상현의 멱살을 잡고,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따지고 싶지만 주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따져 보았자 사태만 더 나빠질 것 같았다. 그럼 방법은 하나였다. 주리는 영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 이네?”
주리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영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영효는 주리의 전화를 받고,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싶었다. 그동안 그녀의 몸 주변을 맴돌던 불안감들이 주리의 전화 끝에 매달려 있었다. 영효는 주리의 시선을 애써 피한 채, 창 밖을 쳐다보았다. 한 강이 내다보이는 빌딩 스카이라운지 카페에서 주리와 영효는 마주 앉았다. 영효의 결혼식 한 달 반전과 같이.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젠 영효가 그의 남자를 빼앗고 있는 악역의 역할이 되어버린 것뿐이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커피 잔을 마주 하고 둘은 말이 없었다. 주리는 막상 영효를 마주 하자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머릿속이 뒤엉키고 있는 기분이었다. 컴퓨터 하드가 부하 걸린 것처럼 생각이 돌아가지 않았다. 분명 영효를 만나러 오는 길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어떻게 결혼한 남자와 만날 수 있냐고 따질까? 또는 그녀의 발치에 엎드려 다시는 만나지 말아 달라 애원을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과 행동들이 떠올랐지만, 막상 영효를 마주 하고 보니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 이다. 그치?”
“그러게. 이렇게 따로 만난 거는 그날 이후 처음이네.”
영효의 말에 주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날이라면 영효에게 상현을 포기하라는 말을 했던 그 날을 말하는 것이리라.
‘내가 벌을 받는 건가?’
주리로써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만약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주리는 상현에게 그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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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요. 나랑 결혼 하면 돼요. 그러면 당신네 집 부채를 제가 값아 드릴게요.”
상현은 말이 없었다. 상현이 쉽게 YES란 대답을 뱉어 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주리는 느긋하게 상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민 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주리는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돈으로 그와 결혼으로 엮기는 것이 잘 못된 일임은. 하지만 그녀로써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온통 영효로 향해 있는 그의 고개를 돌리기 위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전부였다. 그렇게라도 해서 상현이 자신의 것이 된다면, 그녀는 그것으로 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예전 영효의 남자친구를 빼앗았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으니깐. 주리는 상현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자신의 남자임을 직감했다. 그가 영효의 것임을 알았을 때는, 영효와 무슨 악연인지 싶었다. 마음을 접기에는 상현은 너무 매력적인 남자였고, 주리는 처음으로 남자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진정한 사랑. 자신의 돈이 아닌, 자신의 배경이 아닌, 자신의 외모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임을 직감했다. 항상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러다 영효랑 헤어지겠지. 그러면 저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런 헛된 망상들을 품으며 그가 자신의 것이 되길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상현은 영효와 헤어지지 않았다. 정확히 5년. 그녀가 상현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리고 그가 영효랑 사귀기 시작한 년 수. 그 5년 동안 상현은 영효의 지극한 후견인이며, 보호자이며, 그녀의 애인이었다. 주리가 끼어 들 틈새 같은 것은 없었다. 참다못해 상현에게 고백을 한 이후부터 상현은 그녀를 쳐다보지 조차 않았었다. 오히려 그녀를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었다.
‘남의 것을 탐내는 것은 나쁜 거야. 영효의 남자친구를 빼앗은 적이 있다면서? 한번으로 족해. 실수는 ......’
남자의 말은 질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자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말투로 상현은 주리에게 그렇게 말 했었다. 그날 이후 주리는 상현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다. 인생의 전환점이고, 중대한 선택이었다. 그를 선택하면 그녀의 남은 일생이 행복해 질것만 같았다.
“난 그럴 수 없어. 내가 알아서 해볼게. 걱정 하지 마.”
“뭘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은행에 빌릴 건가요? 담보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이미 집은 차압상태예요. 신중하게 생각해요. 영효를 위해서도 이게 좋을 거예요. 만약 상현씨가 영효와 결혼 한다면 부모님이 영효를 마음으로 받아들여 줄까요? 고생 안 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주리의 말에 상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도도하고, 여우같은 인상의 여자. 도저히 자신의 타입이 아니었다. 둥글둥글하고 울기도 잘 웃고, 웃기도 잘 웃는 감정 표현 확실한 영효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도저히 마음을 알 수 없는 여자. 저 도도한 가면 사이로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는 여자. 적어도 상현의 눈에 주리는 그렇게 비추어 졌었다.
“결혼해요. 정 그렇다면 3년. 딱 3년간만 결혼해서 살아요. 그럼 말끔히 물러나 줄 테니깐.”
주리에게 이건은 마지막 카드였다. 3년. 그 3년 기한 안에 아이를 낳을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아이를 낳는다면 상현은 자신에게 떠나지 못하리라. 그 3년이 평생의 기한이 되어 영원히 자신의 옆에 머무르리라. 주리는 마음속으로 ‘어서 yes라고 말해.’ 주문을 걸었다. 상현이 yes라고 말해주길. 결국 끝까지 yes라고 말하지 않는 상현을 뒤로 하고 주리는 상현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상현으로부터 결혼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한 결혼 이었다. 상현을 얻기 위해서 주리는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 못 된 것이었을까? 그 방법 말고 더 현명한 방법이 있었는데 간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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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말할게. 너도 알다시피 내가 돌려 말하는 재주가 없어.”
영효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날과 똑 같았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격탄으로 말하는 버릇. 그리고 그 직격탄은 영효의 심장으로 파고들 것이다. 영효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상현이 여자의 집에 드나들면 드나들수록 이런 일이 조금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각오 하고 있던 일이었다.
“부탁해. 상현이 너희 집에 오는 거, 네가 먼저 끊어줘.”
주리의 말에 영효가 주리를 쳐다보았다. 주리의 성격이라면 자신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죽이니 살리니 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서 울먹이며 부탁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에게 지금 앞에서 눈물어린 눈동자로 호소하는 주리에게 상현은 그만큼 절박한 사람이었나?
“왜 하필 상현이니. 세상의 반의 남자야. 그리고 너 정도로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친구 남자친구를 빼앗았니?...........”
깊숙이 담아두었던 말을 영효가 주리에게 건넸다. 한번은 묻고 싶었다. 여자를 만나면 한번쯤은, 왜 다른 남자도 아닌 상현이었는지. 왜 상현이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다정해 보이는 그가 좋았어. 내 돈을, 내 배경을 좋아하지 않는, 진실한 그라면 행복한 결혼생활, 내가 꿈꿨던 그런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줄 알았어. 그라면……. 그라면 ........”
‘그라면 질린 부모님들의 결혼생활과는 달리 좀 더 인간적인 결혼 생활을 할 줄 알았어.’ 라는 말을 주리는 삼켜 버렸다. 영효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오래 깊게 가슴속으로 숨겨 두고 싶었다. 정말 주리는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될 줄 알았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진행 시켰던 것은 그런 믿음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그 다정한 남자가 자신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것이라는 턱없는 자만심. 그 자만심이 지금 주리와 상현, 그리고 영효를 죽이고 있었다.
“삼년이라고 했어. 상현이랑 삼년 동안 노력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너한테 보내줄게. 그러니깐,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상현이 만나지 말아줘. 흑.”
“...........행복하니? 그렇게 상현이 데리고 가서 행복해? 결국 그렇게 해서 네가 얻은 게 뭐니?........”
삼년. 상현이 말했던, 삼년과 주리가 말하는 삼년이 왜 달라 보이는 것일까? 상현이 말했던 삼년이 헤어짐을 위한 기다림이라면 그녀가 말하는 삼년은 분명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일 것이다. 영효의 말에 주리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물기 어린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는 주리의 눈빛을 마주 보며 여자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지독히 미워했던 친구. 자신의 남자를 두 번이나 빼앗아 간 친구. 적대감과, 원망, 그리고 미안한 감정들이 섞여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눈빛으로 흘려보냈다.
“얻은 거라...........처음부터 무언가를 얻으려고 상현 씨를 원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어.......절박했다고. 나로서는……. 그 사람 아니면 숨이 막혀 금방이라도 죽어 버릴 것 같이 절박했어. 그래서 그랬던 거야.”
“절박? 너 지금 절박이라고 했니? 그렇게 절박해서 결혼 고작 한달 남짓 남은 남자를 그렇게 한거야?”
속에 쌓아두어 절어버린 말들이 여자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여자의 말에 주리가 고개를 떨구었다. 항상 당당하던 아이었다. 그녀의 첫 남자친구를 빼앗아 가 놓고도, ‘네가 잘 못해서 빼앗긴 거잖아!’라며 오히려 영효를 향해 손톱을 세우던 아이었다. 그런 주리가, 지금 여자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넌 이해 못하겠지. 넌 내가 모든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애니깐……. 하지만 누구나 완벽히 모든 것을 가지고 살지는 않아. 나 역시도 그래. 상현씨,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사람이다 싶었어. 남들이 말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 그래. 내가 그렇더라. 사랑, 그딴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남자는 그저 심심할 때 잠시 잠깐 필요한 존재일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 사람보고 달라졌어. 그 사람 곁이라면 행복할 것만 같았어. 행복해 보이는 그 사람 곁이라면 나도 숨 좀 쉬고 살 수 있을 것만 같았어. 질리고 숨 막힌 삶이 아닌, 가식적인 가면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와 결혼하면, 그러면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가지고 싶었니? 하지만 넌 방법이 잘 못됐어. 돈으로 사랑을 살 수는 없는 거잖아. 시간이 지난다고 사랑하게 될 보장이 없었던 거잖아.”
“알아. 하지만 나에겐 그게 최선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힘들었어. 상현씨는 나에게 공기고, 내 삶에 희망이었어. 그런 사람을 바로 코앞에 빼앗기게 생겼는데, 영원히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게 생겼는데......... 나에겐 그게 최선이었고, 다시 그런 상황이 돌아온다면 난 또 그렇게 할 거야.”
주리의 말에 영효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 주는 것도 사랑이야.’ 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사랑의 방법 차이. 그 명확한 차이가 주리와 상현과 영효 그리고 상한까지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서로 사랑의 차이. 그것은 무섭고도 섬뜩한 것이었다. 다른 이를 불행하게 할 수도 있는 사랑의 차이.
“가식적이지 않았어. 그 사람. 항상 진실했다고. 진실한 사람. 내 주변에 그렇게 진실한 사람은 상현씨뿐이었어. 오직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행복한 척 하며 평생을 살아온 우리 부모님 같이 살고 싶지 않았어. 진실한 남자랑 정말 알콩 달콩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고. 하지만, 결국은 내가 그 꼴이 되어버렸네.........하지만, 포기 하고 싶지는 않아.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어. 행복해 지고 싶다고..........”
여자가 자존심을 버린 채, 영효에게 부탁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상현이 되돌아 올수만 있다면,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여자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빌 수도 있었다.
“내가 상현이 끊어 주면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니?..........”
‘행복해 지고 싶다.’는 주리의 말. 그 누구보다도 행복을 갈망했던 여자로써는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큰 행복이 아닌, 작은 행복을 바라는 마음. 영효의 물음에 주리가 명확하고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렇게 사랑한 사람이라면, 그런 정신 상태로 사랑한 사람이라면 잡아 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미 결혼한 남편과 아내라는 관계로 얽혀 버린 그들. 그들 사이에서 불륜이라는 치욕스러운 단어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했던 행동들이었기에....... 영효는 다시 이별을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주리가 찾아와 상현과 결혼 할 것이라는 터 문 없는 소리를 내 뱉었던 그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현은 네가 자신을 돈으로 샀다고 생각해. 힘들어하더라. 하긴. 나라도 자존심 상할 거야. 상현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네가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지금 상현은 그래.”
“...............”
“부탁해. 상현이……. 행복하게 해줘.”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했는지, 수도꼭지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 내며 영효가 말했다. 영효의 말에 주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나로 인해 상현이가 불행한 것 같으면 그땐 내가 물러서 줄게. 영효야 너무 고마워.”
주리가 영효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진심이 우러나온 인사. 자신의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팽개친 여자. 영효는 어쩜 지금 가장 불행한 사람은 상현도 아니고, 자신도 아닌 주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차지하고도 그 사람의 등만을 끊임없이 쳐다봐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절망적인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모두 비극이다.’
라는 말처럼. 그들의 사랑은 모두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