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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15부)

베리소다 |2005.07.12 17:07
조회 706 |추천 0

진짜.. 이거 뭐지..? 왜 안하는거지..? 그러고보니.. 지난달 6일에 끝나고.. 오늘이 11일이니까..

한달 지났어.. 이거..분명.. 임....신...이지..? 오..하느님...

어떡해.. 분명.. 임신이야..분명해.. 잠깐.. 동창회 이후로... 현욱이랑.. 잠자리를 가진게...

맞다.. 지난번에 현욱이집에 놀러간적 있었지.. 그때 .. 그럼..  아.. 어쩌지..? 현욱이한테 말할까..?

아니면.. 지민이한테 먼저 말해볼까..? 아니야.. 아직 지민이한테도 말 못하겠어..

집에다 말도 못하고.. 나 혼자 끙끙 앓다간 배는 점점 불러올텐데.. 이거 어쩌지..? 우선.. 테스트기부터

사서 확인을 해봐야겠어..

 

집에 돌아와서는 얼른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약국까지 먼걸음하여 테스트기를

사왔다.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다.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문을 꼭 잠궜다.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테스트기를 꺼냈다. 우선 사용방법부터.. 보니.. 뚜껑을 열고 시험지 부분에 소변을 묻히고.. 평평한

곳에 올려두면.. 줄이 나타난다.. 1개면.. 임신이 아니고.. 2개면..임신.. 그래..2개면.. 임신...

절대. 아닐꺼야.. 2개.. 나올리 없어. 절대..절대....

소변을 살짝 묻혀 변기뚜껑을 닫고 그 위에 올려놨다. 눈을 꼭 감고 제발 임신이 아니길 하고..

그렇게 기다렸다.. 점점 보라색 비슷한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1줄인가.. ? 아님 2줄인가....

헉.. 2줄이다.. 그럼.. 나 임...신....이야..? 나 임신...한거야...? 아니야..그럴리가...

변기뚜껑 위에 털썩.. 앉아버렸다. 아니야.. 임신 아니야.. 아닐꺼야.. 그럴리가 없어.. 아니야..아니야..

 

현관 쪽에서 문소리가 들렸다. 엄만가..? 얼른 테스트기를 껍데기에 넣고 바지 호주머니에 넣었다.

화장실을 나가니... 언니였다. 놀래서 멍~ 해 있는 날 보더니..

" 뭘 그렇게 얼빠져 있냐..? 와서 피자 좀 먹어.. 친구 만나서 피자먹는데 다 못먹겠어서 3조각 싸왔어.."

피자..? 갑자기 느글느글한 피자 생각을 하니.. 속에서 뭔가 욱.. 넘어올것 같은 기분이다. 평소엔..

피자랑 스파게티에 환장을 했는데.. 오늘은 영~ 속에서 받아주질 않는다. 뭐야.. 입덧인가..?

언니한테만 슬쩍 말해볼까..? 아니야.. 저 웬수가 언제 엄마한테 불어버릴지 몰라. 정말 어떡해야하지?

현욱이한테는 말해야겠지..? 나 혼자 끙끙 앓고 있는 다고 뾰족한 수도 없고.. 현욱이한테 얼른..

알려야지..안되겠어.

 

배부르다더니 내가 안먹겠다고 하자 전자렌지에 데워서 피자를 쩝쩝~ 맛있게도 잡수는 언니를 뒤로

한채 핸드폰만 살짝 가지고 집 근처 초등학교로 나왔다. 현욱이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는..

내 손가락조차 얼어있었다. 날씨가 추운 탓이기도 하겠지만 테스트 한 이후로 난 지금 내 정신이

아니다. 반쯤 넋이 나가서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

두어번 전화를 했는데도 현욱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뭐야~ 진짜.. 이렇게 급할 때 전화도

안받고.. 나 혼자 고민하다간 머리 터지겠단 말야.. 김현욱! 너 전화 빨리 받어~

그러자.. 5번째..계속 전화를 하니.. 통화음이 여러번 울린 뒤.. 현욱이 목소리가 들린다.

" 여..보세요..."

자고 있었나보다. 졸린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현욱이다.

" 너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받어~"

조금은 거칠어진 목소리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실은 현욱이 목소리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지만.. 말이다.

" 자고 있었어.. 미안.. 무슨 일 있어..? 목소리가  왜그래..?"

" 전화통화상으론 말하기 좀..그래.. 너 지금 챙겨서 첼로 커피숍으로 와.. 빨리.."

" 무슨 일인데..?"

" 우선 나와.. 만나서 얘기해.. 빨리 나와~?"

 

커피숍으로 가자 현욱이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만나자고 하긴 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착잡하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많이 생각해봤다. 현욱이한테 말하고 나서.. 그 이후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말이다.  임신하면.. 당연히 2가지의 선택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낳는다.. 아니면.. 낳을수 없으니.. 그 어떤 방법을 쓰는 수밖에...

현욱이가 나를 보자마자..

" 무슨 일인데..하은아~ 무슨 일 있어..? 말해봐 얼른.."

하며 재촉한다.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너랑 나랑 .. 이러이러하게..사고를 쳐서.. 내 뱃속에..

니 아기가 있다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을 한단 말인가. 내 표정이 심각해 있자.. 현욱이가..

" 너.. 혹시...."

하면서.. 뭔가..짐작을 했다는 말을 한다..

" 혹시..너 나랑 헤어지자고 부른거야...?"

이휴.. 이 멍충이! 기껏 생각해 낸게.. 그거냐..? 내가 고개를 젓자... 안심이라는 표정을 짓는 현욱이.

" 그럼 뭔데..? 무슨 일인데.. 그렇게 얼굴에..나 엄청심각함.. 이렇게 써져있는거냐구.."

" 현욱아..."

" 응..?"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기다리는 현욱이...

" 우리, 지난번에 장난식으로 얘기 했자나.. 나중에 우리 결혼하면.. 아들을 낳던, 딸을 낳던 이름..

하늘이로 짓자구.."

" 응.. 그랬었지. 근데 왜..?"

"....... 나... 하늘이 가졌다...."

" 뭐..? 뭐라고...?"

아직 사태 파악 못한거야..? 나 임신했다구.. 애 가졌다구... 현욱이가 놀라서는 이제야 사태파악을

했는지.. 표정이 굳어진다.

" 확..인..해봤어...?"

" .....응.. 아까.. 테스트 해보구.. 이번 달 생리도 안하구.. 확실한것 같애..아무래도.."

주문한 차가 나오고도.. 우린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테이블만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정적을 깬 쪽은

현욱이였다.

" 어떻게...할까..하은아....."

내가 고개를 들어.. 무슨 뜻이냐는 표정을 짓자...

" 낳..을까...?"

낳자고..? 우린 아직 졸업도 안한 고3이야. 대학입학도 안했는데, 배불러서 뭘 어쩌잔 얘긴지..

둘 다 학생인데 돈을 누가 벌어 기저귀값이며 분유값을 대고.. 애 하나 키우는데 돈을 얼마나 쏟아

붓는지 몰라서.. 쉽게 [낳을까... ]이렇게 물어보는거야..? 그리고. 이 사실 우리 엄마 아빠 알게

되면.. 낳기도 전에.. 병원 데려가서 애 지우고 나 머리 빡빡 깍아서 집에 들어앉혀놓을껄..

낳을 순...없어... 그럼... 그럼..

" 낳으면....?"

" 응..?"

" 니가 애 업고 수업 들으러 갈꺼야..? 애 울면. 우유 먹이고 똥 싸면 기저귀 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이렇단 얘기를 그렇게 돌려 말했다. 그러자.. 현욱이도 어쩔 수 없단 걸 알고...

" 그..럼.....? "

" 우선 돈부터 챙겨보자. 최대한 빨리.. 빨리...."

그러자 현욱이가 깜짝 놀래 나를 쳐다본다. 최대한 담담한 척 애쓰며 말을 하는 나도 이런 말을 너무도

담담하게 말하는 나에게 깜짝 놀랬다. 달리 방법은 없지 않은가..

 

그렇게 현욱이랑 헤어지고 집에 와서.. 나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도 않아, 침대에 가만히 누워 생각을

했다.  지금 이렇게 결정 한 것이 잘 한 일인가.. 혹시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 야.. 박하은.. 저녁 먹어.. 엄마가 나오래.."

언니가 저녁 먹으랜다. 생각 없다고 그대로 이불 둘러쓰고.. 자버렸다.

 

그 다음날, 학교 끝나고 다시 커피숍에서 현욱이를 만나기로 했다. 현욱이도 잠을 제대로 못자선지

얼굴이 까칠해 있었다.

" 돈.. 구했어...."

인터넷 검색해보니, 대충 30만원선에서 해결된다고 35만원을 맞춰놨댄다. 어디서 그렇게 큰 돈을

구했느냐고 물어보니..

" 애들한테... 말했어..."

뭐..? 애들한테..? 민성이랑 성완이..지성이.. 애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 괜찮아.. 애들이 다 이해해줬어. 천천히 갚아도 된대고.. "

난 우선 내가 모아둔 돈 10만원이랑 어찌어찌해서 마련해볼려고 했는데, 현욱이가 그렇게 몽창

빌려버린 것이다.  어제 오늘, 현욱이 표정은 계속 굳어져서.. 잘 웃지도 않는다. 하긴.. 이 상황에서

웃을수 있겠냐만은.. 마치 죄인인양 내 앞에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드는 현욱이가 안쓰러웠다.

 

" 어..? 현욱아.. 하은아~"

누군가 우릴 불러..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성완이랑 지성이였다. 둘이서 커피숍 왔는데 우릴 보고..

우리 테이블로 온것이다. 난 현욱이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고, 성완이랑 지성이는 같이 합석을 하기로

했다. 애써.. 담담하게 인사도 하고.. 억지웃음을 지었건만.. 분위기는.. 싸~ 해서.. 계속 앉아있기가.

너무도 민망했다. 현욱이는 말도 안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기만 하고...

 

그런데, 울고 있었다. 흐느껴 울지는 않았지만.. 눈물 한방울이 톡.. 떨어져서.. 테이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현욱이가.. 울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래서.. 현욱이랑.. 성완이 지성이를 번갈아보며..

어쩔줄을 몰랐다.

" 미안해..하은아... "

현욱이가 나보고 미안하다며.. 내 손을 잡았다.

" 미안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너..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해..."

미안하다며.. 계속 눈물을 흘리는 현욱이를 보자.. 내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리며..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 현욱아....."

" 미안해.. 미안해..하은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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