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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이랑 나랑..14

카랜 |2005.07.15 01:10
조회 1,980 |추천 0

몇일 구질 구질 했던 구름이 이젠.. 반딱 반딱 맑은 하늘이 되었네요..ㅎㅎ

 

계속 이런 날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 마음도 맑아지게..^^

 

 

 

 

 

# 도둑님에게 보낸 편지..

 

한..세달전쯤 우리집에 도둑이 들기 시작했다.

 

아침에 상쾌하게 운동 갔다가 학원을 갔다오면... 집의 현관문이 항상 안잠기고 열여있었다.

 

[나 아주 겁 많음..] 처음엔 정말 귀신이 있는줄 알았다..

 

나 ; [거의 반쯤 미친상태..] 우리집에 뭔가가 있어.. 원한이 깃들인거야.. 중얼... 중얼...

 

엉뚱 ; -_-; 니가 더 귀신같아..;;

 

아니겠지..아니겠지 했는데 여전히 가끔 현관문이 잠기지 않은상태로 있는데다가,

 

도둑의 흔적... 밥그릇과... 숟가락... 그리고.. 널부러져 있는 반찬찌끄래기들..

 

참고로 나는 밥을 잘 안해 놓는다.. [전에 썼던거 참조..;;]

 

그런데 이 상큼한 도둑님이 우리집에 밥을 해놓고 쳐먹고 가는것이다..;;

 

패물이나 돈 [뭐.. 있을리도 없지만..;;] 이런건 안가져가고.. 집도 안뒤지고... 밥만 해 먹고 간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나중엔 "이그..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이라는 생각으로 바꼈다.

 

여긴 부대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기 때문에 여기에 뭐 훔치러 오는 도둑은 미친자식이고,

 

또 아파트 관리병[일반아파트로 치면 수위아저씨들..]이 수시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도둑은 안든다.

 

거꾸로 생각하면... 아파트 관리병들이 집근처에 어슬렁 거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빠와 몇번을 고민을 한 끝에... 우린 군인이라고 판명을 내렸다..

 

생각해봐! 어떤 미치신 도둑님이 밥만 해 쳐먹고 가겠어?? 안그래??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어진지 20년이 조금 못된 아파트라 창문이 참.. 허술한데다...

 

나는 저주의 1층에 살고 있다..;; [창문을 열면 온갖군인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보이기때문에

 

옷도 맘대로 못 입고 머리도 미친년 산발로 못하고 있다.. 항상 단정.. 단정...]

 

또한 우리 창문은 안닫히는데다.. 안잠긴다..;; 샷시를 다시 하면 되지만...

 

그럼 나중에 이사갈때 돈 물어줘야 한다..;;; 실제로 현관문이 부실해 바꾼집이 있었는데..

 

이사갈때 원위치 하라고 하더라..;;; 그 무슨 감옥문 같이 생긴 문을 다시 달아놓으라고...;;

 

암튼.. 그래서 우린 군인이 우리 뒷 베란다 창문으로 넘어와 밥을 해먹고 현관문으로 나간다고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암튼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때 나는 무섭기 보다는 측은했다.

 

사회에 있을땐 잘 나갔을 나와 나이때가 비슷한 아이가... 군대라는 곳에 와서..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남의집 창문을 들어와 손수 밥을 지어 먹고 갔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이 미치신 밥도둑은 게을러 터져서 그릇들은 한번 설것이 통에 쳐넣지 않으시고,

 

반찬들을 그대로 두어 말라비틀어지게 내놓는 괘씸한 색히 라고 생각을 했다.-_-;

 

한두번은 그냥 내가 측은한 마음에 설것이 이쁘게 해주었고, 가끔은 손수 밥을 지어

 

맛난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놓고, 후식으로 먹으라고 과일까지 넣어놨는데...

 

이 싸가지를 출장보낸 도둑님께선 심성이 꼬였는지 김치도 그냥 밖에 내놔서 시어 꼬부라지게 만들고,

 

쳐먹고 남은 오뎅을 뒷배란다 정수기 옆에 짱박아놔서 곰팡이가 허옇게 핀 다음에 찾게 하는거냐?

 

나 ;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이 밥충이 잡히면 내가 다시는 숟가락질 못하게 해주마!!

 

엉뚱 ; [흠칫!] 왜...왜그래??

 

나 ; 이 강아지 같이 귀여븐 색히가 마지막 남은 김치 다 쳐드시고 토꼈어!!!!!!!!!!!!

 

나는 가끔씩 방문하는 그 밥도둑 때문에 머리털이 하나씩 빠지기 시작했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솔직히.. 그렇게 먹고 가는거.. 반찬값 만만치 않다.. 솔직히 많이도 쳐 드시고 간다..;;

 

냉장고를 뒤졌는지 어쨌는지.. 딸기가 싸서 스티로폼으로 되있는거 한박스 사서 이쁘게 손질해논

 

나의 스트로 베리를 두번의 방문끝에 다 쳐드시고, 가끔은 반주를 즐기는지 소주를 반병만 드시는..

 

그런 나의 혈압을 올리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 ; 더이상 참을수 없어!! 내일 아파트 관리관님[사회에서 치면 아파트 관리소장]께 신고 할꺼야!!

 

엉뚱 ; 하지마..

 

나 ; 짜증나서 못살겠어.. 솔직히 내가 무슨 봉사단체냐?? 이게 머냐??

 

엉뚱 ; 매일 오는것도 아니잖아.. 가끔 오는거 같은데 뭘.. 그냥 내비둬..

 

나 ; 이젠 밥이 문제가 아니고,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혼자있을때 오면 어떡해!!

 

엉뚱 ; 우리 부대에 그런 나쁜넘 없어.. 걱정마..

 

나 ; 세상에 한두번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수 있어?? 부대에선 밥도 안줘??

 

엉뚱 ; [한참을 나를 보다 진지하게..] 카랜.. 생각해봐.. 아침 7시에 밥 한번 먹고... 미치도록 삽질해..

          그리고 12시 딱 되면 밥 먹고 또 미친듯이 일하고 뛰어다니고 그래.. 그리고 저녁 6시에 밥먹고

          그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굶어야 돼.. 카랜같으면 배 안고프겠어?? 영화에서 보면..

          화장실에서 막 쵸코파이 먹고 그러지?? 그거 뻥 아냐.. 정말 배고픈데.. 한개 밖에 없으면..

          정말 치사하지만 혼자 화장실에서 물 내리면서 먹고 그래.. 지금 내 나이면 돌이라도 먹는데

          하루 세번 정말 제 시간에 딱딱 맞혀 먹는데 .. 일은 무슨 노가다꾼보다 더하는데....

          얼마나 배고프면 지들 소대장, 부소대장 집에가서 밥을 훔쳐먹겠어.. 걸리면 죽을텐데..

 

나 ; [괜히 미안해짐..] 그럼 그릇이라도 치워야 될꺼 아니야!!

 

엉뚱 ; 그거 하기 싫음 놔둬. 내가 퇴근 하고 할께...

 

나 ; [괜히 신경질..] 아 됐어!!

 

그날 나는 하루종일 집에서 그 생각만 했다.. 생각해 보니 불쌍했다.. 근데.. 그래도 괘씸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 바로 쪽지였다...

 

나는 그 다음날 부터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밥 손님을 위해 아침에 나갈때 항상 밥을 차려놨다.

 

반찬 몇가지를 접시에 놓고 빈 밥그릇, 그리고 빈 국 그릇.. 그리고 수저와 젓갈.. 모두 상위에 올려놓고

 

밥그릇 안에 쪽지를 넣어뒀다..

 

"국은 냉장고에 냄비안에 있어요. 데워서 드세요.. 끓이기 귀찮으면 전자렌지에 넣고 돌리시고요

 저는 외출했다가 저녁 6시쯤 들어올꺼에요.. 허겁지겁 드시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

 그리고.. 정말 죄송한데.. 그렇게 바쁘지 않다면 빈그릇은 설것이 통에 넣어주세요..

 밥풀 마르면 설것이 힘들거든요.." 라고 적어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도둑을 위해 나는 미친척 하고 아침마다 그 짓을 했다.

 

그렇게 하기를 일주일이 조금 넘었을때... 현관문을 열었을때 나는 이미 다녀갔음을 알았다.

 

깨끗히 치워져 잇는 식탁과, 내가 먹은 아침밥 설것이 까지 말끔히 해놓고

 

행주까지 이쁘게 널어놓고 나간 도둑의 흔적을....

 

그리고.. 다신 그 밥손님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부터 우리 엉뚱이가 근무[부대에서 밤 새며 교대 순찰 돌때..]할때마다

 

음식을 해다 날라준다.. 어느날은 김밥을.. 어느날은 샌드위치를.. 이렇게...

 

엉뚱이 말대로 우리오빠가 있는 부대에는 나쁜 군인은 없었다...

 

교훈 - 너무 자주 해다주지 말자.. 지금 부대 병사님들이 나만 보면 밥 해달라고 조른다;; 귀찮아진다.

 

PS ; 혹시 주위에 아는 사람이 군인이라면 가끔 먹을것을 잔뜩 포장해 소포로 보내보자..

        아주 좋다고 매일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 해댈것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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