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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백승권 |2005.07.19 01:28
조회 1,378 |추천 0
불손한 생각이지만 난 지구가 멸망하길 바랬다. 원작을 잘 몰랐기에 가능했던 바람이었다.   스크린이라는 무한의 상상영역 안에서 한번쯤 지구와 지구인이 끝장나버리길 기대했지만   스필버그 할아버지는 여전했고 그 여전함의 덕택으로 지구는 끝내 멸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다른 리뷰들과 뭔가 다른 차별의 선을 긋고 싶지만 허전함을   감추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선정성과 폭력의 과잉이 난무하는 시대에   끊임없이 희망주입식 영화를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의 의지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런면으로 견주어 볼때 그가 진정 최고수준의 감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그래도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넘어가야겠지. 감독이 최고 수준이라고   해서 늘 하이퀄리티의 작품만을 찍어낼 수 는 없는 일. 수십년전의 유명한 원작을 리메이크   한 그의 이번작은 흥행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지만 결코 평단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내가 그 평단에 낄리는 만무하지만 나역시도 이번만은 너그럽지 못할   거 같다.  

 

겨우 잊었던 스타워즈의 악몽이 잠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SF서사극이라   불리우는 이 마스터피스의 최근작, 시스의 복수를 보며 필자는 여태껏 유례가 없었던   포즈를 취하고 만다. 지금껏 아무리 피곤해도 시선만은 살아있었건만은 총 상영시간의   1/3정도를 반쯤 감은 눈으로 흘려보내고 만것이다. 다행히 오비완과 다스베이더의   라스트 광선검 액션신은 놓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대사들은 액션을 제외하고 흘려보내고   말았다. 전세계가 칭송해 마다하지 않는, 그 살벌한 칼싸움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이 수두룩한 이 명작을 감은 눈으로 지나쳐버린 난 진정 몰라도 한참 모르는 무뢰한이란   말인가. 암튼 한국식 영어해석으로 우주전쟁은 스타워즈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의문을   가지며 본 우주전쟁은 감독과 작품에 관한 명성과 소문이 나같이 자칭 너그럽다 여겨지는   관객에게 통하지 않을 수 도 있음을 가슴 아프게도 재차 확인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는 극장 밖에서 스미스 부부의 '사랑과 전쟁' 버전이나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으니 말이다.  

 

줄거리까지 나열하기엔 혹자들이 이미 다 풀어놓았으니 생략하고 인상깊은 캐릭터 몇분만   헤집어 보자면 죽는 날까지 지구의 운명을 끌어안고 뒹굴 줄 알았던 탐크루즈는 그냥 아저   씨로만 나온다. 아저씨란 개념에 설명을 곁들이자면 0.5초안에 총을 꺼내 쏘거나 눈에서   불을 뿜거나 차에 치여도 죽지 않는 초능력이 없는 그저 무서우면 도망가고 겁나면 소리지르   는 그냥 보통 남성을 말한다. 그는 아저씨다. 그리고 아빠일뿐이다.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귀엽다 못해 몇번쯤은 콱 깨물어서 이빨자국을 남기고 싶은 꼬마   아가씨. 다코타 패닝. 아쉽게도 그녀 역시 보통 꼬마로 나올뿐이다. 철이 안들어서   주위사람 고통스럽게 만드는 저 잔인할 정도의 아이다움. 그녀는 예전작처럼 지적이지도   애답지도 않은 속깊은 태도를 일절 보이지 않는다. 아빠 탐크루즈의 인내심을 갈때까지   가게하며 마냥 토를 달고 소리를 지르며 공포에 휩싸여 어쩔 줄 몰라할 뿐이다. 아마  필자   외에 여러 관객이 외계인보다 그녀가 먼저 지구를 떠나주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이번 영화의 진정한 메인디쉬. 세발낙지 외계인. 스필버그는 이전의 인터뷰에서 공포스러   움을 많이 담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섭긴 했다. 분명히 사람들의 표정에 감정을   동일시해가며 떨어야 하는데 웃음이 나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 이거 언제 웃고   어디서 무서워해야 하는 거지.. 스필버그는 진정 고수였다.   

  스크린에서는 내내 미국만 작살나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이미 오래 전에 왔었다는 세발   낙지 외계인들의 침공능력은 가히 그 추진력에 있어서 만큼은 인간들의 어떤 무기보다   현저히 파괴적이었음이다. 피 한방울 없이 사람을 분말로 만드는가 하면 지나가는 족족   핵폭탄을 맞은 히로시마 시내의 전경으로 도시를 쓸어버렸으니 말이다.   직접 들은바에 의거하여 초등학생들도 혀를 차며 어이없는 결말이라고 한숨을 뱉었던   외계 괴물들의 최후는 아름다울 정도였다. 까마귀가 날자 그들은 떨어진 셈. 원작이   대체 어쨌길래 21세기의 SF영화가 저정도로 밖에 못 풀어냈는지 답답했을뿐이다.   누군가는 부시의 정책대로 전쟁의 공포를 심어주고 가족주의로 끝을 맺었다는데 사실   부시 비슷한 정치인들은 이미 도망간터라 화면상엔 비추지 않았었다. 빈라덴을 비롯한   테러리스트들을 외계인에 비유한 것인가., 라는 추측은 그리 설득력이 없는듯 하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만한 면이 있다면 당황한 인간들에 대한 분석이다. 여타 재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대군중들의 휩쓸리는 모습은 공황상태의 지구인의   모습을 여과없이 나타내주었다. 공포로 인한 우왕자왕. 그 와중에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본성. 살기 위해 아낌없이 저지르는 살인. 살리기 위해 죽는 사람. 살기 위해   살아 남는 사람. 무척이나 시끄러웠지만 아이의 비명을 나무랄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본 처참함이 어른이라도 감내하기 힘들었던 최악의 상황이기에. 아마 그녀는 자란다 해도   강물로 떠내려가는 수백수천구의 시체들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터 이현세의 만화 '아마게돈'이 자꾸 떠올랐다. 스필버그가 그의 만화를   봤을리 만무하지만 아마 참고 했으면 조금의 개선여지는 있지 않았을련지. 우주전쟁에서는   외계인들의 침략의 과정과 결과만 부각됬을뿐 명분에 대한 설명은 턱없이 부족했다.   거의 동일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아마게돈'에서는 이부분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자세히   언급되는데 바로 침략자체가 목적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 지구를 차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구를 접수하지 못하면 외계생명들은 그저 모든 자원이 고갈되버린 자신들의 별에서   죽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한 침공이었다는 이야기.   또 우주전쟁에서는 예고편에서 보여줬던 스케일에 비해 생각보다 적은(?) 인명피해와   주거지 파괴를 당했지만 아마게돈에서 지구인은 전멸한다. 마지막 생존자 2만명을 태운   우주선이 외계의 괴물에 의해 공중분해됨으로써 지구인의 씨가 말라버린 것.     그러고보니 의외로 우주전쟁은 많은 이야깃거리와 생각거리를 준거 같다. 잊고 지냈던   만화를 상기시키게 해준 것. 또 소문과 진실의 사이엔 '직접확인' 해야한다는 뼈아픈   절차가 존재한다는 것. 이따금 무료해질 찰나면 푸른 하늘을 내지르는 날파리만한 UFO들.   너희의 정체를 내 알바 아니다만 만약 침공할 목적이라면 영화에서처럼 미국만 사뿐히   밟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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