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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 크레테에선 크레테 법을….

투덜이 |2005.08.09 17:50
조회 423 |추천 0

내가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리….  크레테엔 고대 미노안 문명의 중심지인 크놋소스 궁전과

유명한 고고학 박물관이 있다는 말에 12시간의 지루한 페리 고행을 참으며 아지오 니콜라스 항구에

도착하니, 에궁, 그럼 그렇지….  크놋소스가 있는 이라클리온을 찾아 가는 것두 만만찮다…. 

 

배에서 선원에게 어떻게 이라클리온에 가냐고 물어보니까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선원이 항구에

내려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단다.  내 짧은 그리스어로 떠듬 떠듬 이라클리온 가는 버스 어디 있냐고

물으니 그리스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한마디도 못 알아 듣겠고, 겨우 한마디 알아들은 게 “get a taxi”

다.  아니, 여기 택시 탈 줄 모르는 사람 있남… 

 

그리스 사람들한테 길 물어 보면 10중 8-9은 거의 손짓 한번 해 주는 게 전부고, 그나마 그 중 5명은

왼쪽 오른쪽을 반대로 가르쳐 준다.  택시 타라고 무성의하게 답 해 주는 사람은 그나마 엉터리로

가르쳐 주는 사람보다 휠씬 나은 사람이란 걸 그리스를 떠날 즈음에 알게 됐다…

 

첨엔 택시 타란 소리에 너무 무성의하게 가르쳐 주는 게 아닌가 쩜 열 받았었는데, 나중에 터미날을

찾고 보니 이라클리온에 택시 타고 가란 소리가 아니고 버스 타는 터미날이 좀 머니 거기까지 택시

타고 가란 소리였나보다..  이렇게 설명 해 줄 만한 사람이 불행하게도 거기엔 하나도 없었다… 흑흑흑….)

 

이라클리온은 Heraklion이라고 쓰고 Iraklion이라고 부르는 크리티 섬의 제일 큰 항구로, 우리가

크레타라고 부르는 크리티는 원래 그리스의 섬이 아닌 독립국가였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지진이라는

대 재앙으로 화려했던 미노안 청동기 문명이 BC17경에 갑자기 사라져 버리자, 그곳에 미케네인들이

들어와 살다가 아카인들에게 정복 당하고, 그 뒤엔 로마에 통치를 받다가 이후 크리티는 아랍인들에게

정복되고, 유럽의 힘의 논리에 따라 비잔틴 시대에는 동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또 베네치아

공화국에 넘어가고, 14세기 들어서서 겨우 베네치아 공화국에 항거해 독립을 쟁취, 크리티 공화국이

됐는데, 17세기경 또 터키에 정복되고, 후에 이집트에 정복 당하고… 암튼, 크리티 역사는 끊임없는

독립 투쟁과 반란, 봉기들을 통해 1900년대에 들어서서 그리스와 공식적인 통합을 이루었다고 한다.

(에고,.. 8000년 크리티 역사를 몇 줄로 짧게 줄여 쓸라니 넘 힘들다…)

 

그 때문일까 ?  크리티 사람들은 다른 그리스 사람들과 뭔가 쩜 다르다… 뭐가 다른지 딱히… 찝어 낼

순 없지만…  인심이 좀 야박한가 ?  물가도 산토리니 보다 이라클리온이 약간 비싼 거 같고, 사람들도

더 보수적인 듯 싶고 자존심도 더 강해 보인다…  적당한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연히 길에서 발견한

것인데, 아랍어가 새겨진 중세 돌 스텔라 한 무더기가 길 모퉁이 한 구석 철조망 쳐 진 곳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봤다.  그리스인들 성격에 아무리 가치가 없는 유물이라도 그런 식으로 유물을 방치 할 리가

없는데 유독 이슬람 유적만 이런 식으로 한군데 몰아 방치해 놨다..  그리스가 터키의 지배를 받는

동안 종교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좋지 않은 감정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혹시 크리티인들도

이슬람과 터키에 대한 반감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 때문에 이슬람 유물들을 관리하지 않는 건

아닐까 ? ---->투덜이 생각…

 

사실, 이라클리온은 관광객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섬은 이라기 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 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암튼, 성수기가 끝났으니 관광안내소도 내년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문 닫는다고 하는데 황당해 죽는 줄 알았다…  그럼 비수기에 여행하는 것들은 관광

안내소 담당자도 휴가 가야 하니까 니들이 다 알아서 하란 소린지…  암튼, 얘들 하는 짓이 정말 멋지다니까….

 

실제로, 관광업계의 많은 그리스인들은 4월부터 10월까지 여름 한철 열씨미 일 해서 돈 두둑 히 벌어

11월1일 가게 앞에 “내년 4월에 보자”는 팻말 하나 달랑 붙여놓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6개월

열씨미 일 했으니 남은 6개월은 그 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자기네도 푸욱 쉬면서 가족과 놀러 다닌단다.

정말 너무 멋지지 않나 ?  우리처럼 애들 교육비, 노후 대책, 집 장만할 때 빌린 융자 또는 적금 등등에

얽매여 근근이 사는 사람들에겐 정말 꿈 같은 얘기다.

 

그리고, 크리티에선 너무 짧은 옷을 입고 다니면, 선글라스 너머의 못마땅한 듯한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터키에서 짧은 거 입고 돌아다니면 귀찮은 찝쩍거림을 감수해야 하는 탓에 더워도 청바지

입고 돌아다닌 분풀이도 할 겸, 얼굴, 팔, 어깨는 까맣게 탔는데 심하게 허연 내 다리도 좀 태울 겸,

크놋소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넘 더울 거 같아 쫌 짧다 싶은 바지를 입고 나갔더니… 사람들이 나보고

같이 사진 찍잖다.    물론, 내 완벽한 마징가제트 다리가 이뻐서가 아니라 이라클리온에선 그렇게

짧은 바지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도 없으니 아무리 외국인이라고 해도 내가 튀어도 좀 심하게

튀었나 보다… 암튼, 아줌마들이 선그라스를 고쳐 쓰며 날 째려볼 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내가

한 눈치 없으셔 서리….

 

다시 크리티 문명으로 돌아가서…  미노안 문명이 뭐시길래 나 투덜이가 여길 꼭 가려고 하나 싶은

분들, 혹시 세계사 시간에 본 유물 사진 중에 종 모양으로 생긴 치마를 입고 가슴을 드러낸 여자가

양손에 뿔을 치켜들고 있는 유물 사진, 다들 기억이 날 거다.  생각 안 난다고 ?   이런…. 사진 없는디…

그럼 인터넷을 뒤져서 참고사진 올라 가신다 !

   (사진이 안 보이면 사진 부분을 클릭 해 보셔요.   그러니까 사진이 뜨네여...)

 

이제 생각 나나 ?  바로 요거시 미노안 문물이다.   미노안 문명은 BC3000년경, 즉, 단군이 우리 땅에

고조선을 세우기 600년도 더 전에 이미 크리티섬에 화려한 궁전을 짓고 고대 청동기 문명을 꽃피우다

갑자기 사라져 버렸단다.   크놋소스 궁전 자체도 무척 아름다웠을 테지만(지금도 계속 복원 중이다)

궁전에서 발견된 아름다운 프레스코화 들이며 많은 유물들을 보면 그 옛날 그런 놀라운 문명이 있었

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아니, 이후 5000년 동안 그다지 크게 발전한 것도 없는 거 같기까지 하다…

 

 

 

크리티 박물관은 이 크놋소스에서 발굴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유물이 꽤 많고

볼 거리가 많은 박물관이다.   크…  난 국민학교때도 잴 좋아하는 나들이가 경복궁 옆에 있던 중앙

박물관 가는거 였기 때문에 이런 멋진 박물관 보면 넘 좋다 ! 

 

이라클리온 부두에는 아름다운 베네치안 성채가 자리잡고 있다.  베네치아 지배 시절 크리티를 식민지화

하기 위해 세운 성채라는데, 지금은 폐쇄돼서 들어갈 수 없어 좀 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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