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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나는 퇴마사다!] - 귀곡모텔(2부)

원 일 |2005.08.18 12:08
조회 615 |추천 0

귀곡(鬼哭) 모텔 (2부)



객실 문 앞에 도착하자 황사장은 준비해온 기다란 쇠뭉치를 이용하여

문을 가리고 있던 나무판자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문을 가리고 있던 나무판자가 뜯겨나가고

방의 호수를 알려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302]


황사장은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어서인지 약간 쾌쾌한 냄새가 났고

침대와 화장대 그리고 침구류 등이 먼지가 쌓인 채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나는 방 한가운데에 서서 방안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나 령(靈)의 기운이 가득한 방이었다.


“ 사장님! 오늘 저녁에라도 당장 퇴마를 해야겠습니다.

  예전에 이곳에서 약을 먹고 죽었다던 여자가

  아마도 지금 사장님을 괴롭히고 있는 그 귀신인 것 같아요.”


-“ 그럼 제가 할 일은 없습니까?

   뭐 특별히 준비할 거라도.......”


“ 예! 따로 준비하실 건 없고요.

  다만 이따 제가 퇴마를 하는 동안

  이곳 3층에는 손님을 들이지 말아주세요.”


-“ 그럴게요. 그렇게 하죠! ”


“ 아~ 참! 그리고 한 가지 여쭤볼게 있는데요? ”


-“ 예! 말씀하세요.”


“ 이곳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나

  귀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귀신이 춥다고 그랬다는데..........”


-“ 아~ 그거요! 

   만약 지금 그 귀신이 이곳에서 자살을 했던 그 여자라면

   귀신이 춥다고 그러는 게 맞아요!

   왜냐하면 그 여자가 죽었을 때가

   엄청 춥고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어요.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 방에 들어갔을 때

   여자가 방안에 유리창을 활짝 열어놓고 속옷 바람으로 죽어 있었죠.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은 잘 접어서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채로 말이에요.”


“ 예? 속옷만 입고 있었다고요?.........”


-“ 글쎄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저는 방안에 유리창이 활짝 열려있었다는 것과

   여자가 속옷만 입은 채 죽어 있었다는 것 밖에 다른 건 잘 몰라요.”


“ 그렇다면 혹시 수면제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 당시 그 아가씨가 자살을 하려고 수면제를 먹은 건 사실이지만

  실제 숨을 거두게 된 원인은 수면제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수면제를 많이 먹고 깊은 잠이 들었는데

  때마침 활짝 열어놓은 유리창과 속옷만 입고 있었던 이유로

  여자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얼어 죽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귀신이 되어서도 사람들에게 춥다는 얘기를 하는 거고요.”


-“ 오호~ 그러게요!

   법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일단 사장님은 프런트로 내려가 계세요.

  그래야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 3층에는 손님을 들이지 않죠.”


-“ 예! 그럼 전 이만.........”


황사장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나는 귀신이 자주 나타났었다는

3층 복도를 한번 둘러보고 나서

천천히 계단을 이용하여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1층 레스토랑으로 돌아와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나는 3층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 황사장님! 혹시 지금 3층 객실에 묵고 계신 분은 없겠죠? ”


-“ 예! 어제부터 3층에 묵고계신 분이 있었는데

   제가 아까 양해를 구하고 바로 2층으로 옮겨드렸습니다.”


“ 그럼 그건 됐고.......

  참! 여기서 일하시는 분은 모두 몇 분이시죠? ”


-“ 직원은 왜요?.......”


“ 아~ 혹시나 일 때문에라도 3층으로 올라 오실까봐서요.”


-“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레스토랑 직원들하고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는 벌써들 퇴근을 했고요. 

   그리고 방금 전에 프런트를 보던 정희도 퇴근을 했어요.

   이제 저 이외에 남은 직원이라고는

   야간에만 가끔씩 나와서 일 해주는 아가씨 한명이 전부에요. 

   그리고 아가씨는 이따 한 11시쯤에나 나올 겁니다.”


“ 그럼 오늘 저녁에 일하시는 분은 사장님하고

  밤에만 가끔씩 나오는 아가씨 한분이 전부란 말씀이죠?........

  그럼 그쪽도 됐고! ”


-“ 그나저나 법사님께서 일을 하실 때

   다른 사람들이 그 근처에 가면 안돼는 특별한 이유라도.......”


“ 아~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요

  혹시나 귀신을 직접 보시게 되어 놀라실까봐서요! ”


-“ 오호라~ 그래서 그러셨구나? ”

 

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방문 앞에 이르렀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느린 듯 조심스러웠다.


령을 부르기 위해 방안의 불은 일부러 켜지 않았다.

하지만 모텔 간판에서 흘러들어오는 옅은 불빛으로

그리 어둡지 만은 않았다.

 

나는 준비해 온 부적을 태워 그 재를 방안 여기저기에 뿌리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방 한쪽 구석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귀신의 곡(哭)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정신을 모으고 귀신의 모습을 확인하려 애쓰고 있었다.


“ 으....... 너무 추워~~ 자기야!  흐흐흑........”


곡소리가 끝날 쯤 매우 가냘픈 몸매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귀신은 나를 보자 바로 모습을 감추고 도망을 쳐버린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워 령(靈)을 불러보았다.

그러기를 한 시간여........

결국 귀신은 그 모습을 숨긴 채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 법사님! 벌써 다 끝나셨습니까?

  정말 수고가 많으셨어요.”


-“ 아뇨! 놓쳐버렸습니다.

   잠시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더니만..........”


“ 그럼 이제 어쩌죠? ”


-“ 잠시 쉬었다가 다른 방법을 강구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다른 방법이라면.......

  그 방법이라는 게 어떤 거죠? ”


-“ 잠시 후에 부적을 쓸 겁니다.

   그리고 그 부적으로 이 건물 전체를 부적으로 둘러싸야겠어요!

   그러자면 아마도 엄청난 수량의 부적이 필요할 겁니다.”


“ 그럼 여기서 바로 부적을 쓰신다는 말씀인가요? ”


-“ 네! 그러니 제가 잠시 쉬는 동안에

   사장님께서 제 심부름을 좀 해 주셔야 되겠습니다. ”


“ 그러죠! 그거야 뭐 어렵겠습니까?

  그런데....... 무슨 심부름인데요? ”


-“ 양초를 두개만 좀 구해다 주세요! ”


“ 양초요? 그것만 있으면 됩니까?

  또 다른 건........”


-“ 그리고 제가 부적을 쓸 장소로 302호 바로 옆에 있는 방을 하나 주세요.”


“ 그럽시다 그럼!

  일단 제가 301호실 키를 드릴 테니 올라가 쉬고 계세요.

  양초는 창고를 뒤져보면 어딘가 있을 겁니다.

  가끔 정전이 되기 때문에 비상용으로 전에 사 둔 적이 있거든요.”


-“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나는 황사장이 건네 준 301호 열쇠를 손에 쥐고 다시 3층으로 향했다.

대략 어림잡아도 써야 할 부적이 열장은 족히 넘을 것이었다.

두 세장 쓰는 것만으로도 몹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는 잠시 후 부적을 써야 할 때를 대비해

힘을 비축해 두기 위해서 잠깐이나마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양초를 가져다주겠다던 황사장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너무 늦어진다는 생각에 프런트로 전화를 걸었다.


“ 저 원일법사 입니다! ”

 

-“ 아니~ 벌써 부적을 다 쓰셨어요? ”


“ 부적을 쓰다니..........

  양초도 없이 무슨 수로 부적을 써요? ”


-“ 예? 양초가 없어서 못쓰셨다고요?

   저는 그게 무슨 얘긴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양초는 벌써 한참 전에 올려 보냈는데요! ”


“ 한참 전에요?....... 누가요? ”


-“ 우리 일하는 아가씨한테 갖다 드리라고.........”


“ 아뇨!  아무도 안 왔는데요? ”


-“ 어~ 이상하네.

   그럼 잠시만 계셔보세요! 

   제가 우리 아가씨한테 알아보고 바로 전화 드릴게요.”


나는 그렇게 황사장과의 전화를 끊고 기다렸다.

그리고는 한참을 기다리자 황사장이 직접 양초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 거~ 참 이상하네요! ”


-“ 왜요?  무슨 일이라도.......”


“ 우리 아가씨가 없어졌어요! 

  분명히 아까 제가 양초를 줘서 3층으로 올려 보냈었는데........

  지금 아무리 찾아봐도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아요! 

  그리고 내가 줘서 보냈던 양초를 법사님께 가져다 드리지 않고

  도로 창고에다가 갔다 놨더라고요.”


-“ 그럼 전화를 한번 해보시죠?  그 아가씨 핸드폰으로........”


“ 그 애는 핸드폰 같은 거 없어요. 좀 별난 애라서.......... ”


-“ 별난 애라고요? ”

 

-“ 그 애가 이곳에 처음 왔던 날 밤이 생각나네요. 

   낯선 아가씨 하나가 모텔로 찾아와

   무턱대고 일을 좀 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더라고요.

   마침 그때가 귀신 사건으로 난리가 나서

   정희가 낮 근무만 하겠다고 제게 얘기를 했던 때라서

   매일 밤 저 혼자 일하기도 힘들 것 같고 해서

   제가 그냥 그 날부터 바로 쓰기로 한거였거든요.”


-“허허.........  거 꽤나 당돌한 아가씨네요.”


“ 당돌이라....... 그렇죠. 당돌하죠! 

  제발 일만 시켜달라고 통사정을 하던 애가

  막상 일을 시켜 놨더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하려고 하니.......

  얘가 오늘 뿐만이 아니고 평소에도 가끔씩 아무 말 없이 사라지곤 했어요.”


-“ 정말 엉뚱한 아가씨군요! 하하하..........

   무슨 그럴만한 일이 있겠죠 뭐!

   참! 사장님은 그만 내려 가셔야죠.

   아가씨가 없어졌다면 지금 프런트가 비어 있는 거잖아요? ”


“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허허허....... 

  그럼 계속 수고 하세요.”


-“ 예~ 얼른 내려가 계세요.

   저도 일 마치고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황사장은 서둘러 밑으로 내려갔다.

나는 곧바로 황사장이 가져 온 양초를 방바닥에 세우고

부적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사장님! 아가씨는 왔어요? ”


-“ 아직......... 아~ 고것 참 속 무지하게 썩이네요!........

   그나저나 부적은 다 쓰셨어요? ”


“ 예! 다 쓰긴 했는데......... 좀 서둘러야겠어요.

  부적 쓰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어요.”


-“ 그럼 이제 이 많은 부적을 모두 다 붙이 실 건가요? ”


“ 예! 그런데 이것도 좀 모자를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휴~ 늦었네!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나는 프런트를 지키고 있는 황사장을 뒤로하고 서둘러 일을 시작했다.

우선 귀신이 숨을 만한 곳을 찾아 하나씩 부적을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건물 밖 사방에는 령(靈)이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는 부적을 붙였고

그 나머지는 현관 입구와 계단 그리고 복도에 붙였다.


나는 만들어 놓은 부적을 모두 다 붙이고 난 뒤

다시 302호로 돌아갔다.

그리고 령(靈)을 불러내기 위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 으....... 흐 흐 흐흑..........”


드디어 령(靈)이 다시 모습을 보였다.


“ 이제 그만 도망 다니고 나와 얘기를 좀 합시다! ”


-“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저를 잡아가려고 하시는 건가요? ”


“ 당신을 무조건 잡아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여겨지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잡아 갈 수밖에 없질 않소! ”


-“ 절 그냥 이곳에 있게 해 주세요.  제발.........”


“ 그건 그렇고 당신이 바로 이 방에서 자살을 했던 그 여자가 맞나요? ”


-“ 네! 맞아요.”


“ 그럼 당신이 자살은 한 이유가 도대체 뭐였나요?

  그리고 왜 옷을 벗은 채 유리창을 열어 놓고서 자살을 한 거죠? ”


-“ 그건.......”


“ 어서 바른대로 얘기를 해 봐요! ”


-“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복수였어요!

   그렇게 하면 제가 죽은 후에 그 사람이 제가 죽어있는 모습을 보면

   제가 죽으면서까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가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


“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런 게 있다면 당연히 유서를 써 놓고 죽었어야지

  왜 그런 방법을 써느냔 말이에요? ”


-“ 백장의 글보다도 천 마디의 말보다도

    더 확실한 설명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도대체!.......”


-“ 그 사람은 날 사랑한다고 했어요.

   물론 저도 그 사람을 사랑했죠.

   그래서 저도 그 말을 믿고

   25년 동안 고이 간직했던 순결을 그에게 주었고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점점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저보고 뚱뚱하다며.........

   전 저에게서 멀어져 가는 그 사람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어요.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고 애를 썼죠.

   하지만 그는 이미 내게서 너무 멀어져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전 그날부터 미친 듯이 살을 뺐어요.

   정말이지 어금니를 꽉 물고 몇 달 동안을 굶어 가면서요.

   그랬더니 결국 많은 양의 살이 빠지더군요.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다시 그에게 전화를 했어요.

   마지막 부탁이니 한번만 만나달라고........”


-“ 그 남자가 다시 만나주겠다고 하던가요? ”


“ 만나자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전 이곳에 먼저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 사람에게 좀더 예쁘고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그 사람이 오기 전에 미리 샤워를 하고

  새로 산 예쁜 속옷을 입었어요.

  몸에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향수를 뿌렸고요.

  그리고 조금 후면 보게 될 그 사람의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난 한없이 행복했죠.”


-“ 그럼 모든 게 다 잘 된 건데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


“ 하하하........ 거기까진 좋았죠.

  하지만 그 사람은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전 하염없이 그 사람을 기다렸죠.

  그러다가 문득 유리창을 열었는데 눈이 오고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동안 눈이 내리는 걸 보다가

  문득 그 사람에게 복수를 할 방법이 떠오른 거예요.

  바로 죽음이죠!........

  이렇게 기다리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괴로워할 거라고 생각했죠.”


-“ 그러면 단지 그 사람의 마음을 괴롭게 만들려고 자살을 택했단 말인가요?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 맞아요! 말도 안 되죠. 

  저도 죽으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그럴 용기도 없었고요.”


-“ 죽으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고요?

   그럼 왜........”


“ 그냥 놀라게 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죽은 것처럼 쓰러져 누워있으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하고요.

  그 사람이 늦게라도 와서 제가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걸 보면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까도 궁금했고요.”

 

-“ 그런데 수면제는 왜 먹었어요?

   죽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면 굳이 수면제를 먹을 이유가 없었잖아요? ”


“ 사실은 그냥 맨 정신으로 기다리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또 죽은 것처럼 보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만..........

  저는 평소에 심한 불면증이 있었죠.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한번씩 수면제를 먹었고요.

  덕분에 제 가방 안에는 늘 수면제가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유독 그날은 제가 평상시보다는 좀 예민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충분한 양의 약을 먹었는데도 잠이 쉽게 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양을.......

  전 약을 먹은 후에도 계속 유리창을 열어놓은 채

  슬프게 내리고 있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던 거죠.

  그리고 결국 속옷만 입고 있었던 나는

  때마침 열려 있는 유리창 때문에 그만........

  그래서 얼어 죽게 된 거에요.”


-“ 정말이지 어이가 없군요!

   그렇다면 자살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단지 그 남자를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잠을 자려고 그랬다는 거네요? ”


“ 흐흑........ 흑.......

  예! 맞아요.  전 정말 죽고 싶지 않았어요.”


-“ 후~~~ 그랬군요.

   그런데 그 남자는요?  그 남자는 왔나요? ”


“ 그 사람이 왔었다면 저를 구했겠죠.

  그리고 그게 바로 제가 바라던 각본이었고요.

  하지만 그 사람은 오지 않았어요.

  제가 그렇게 애타게 불렀건만.......

  춥다고....... 너무 춥다고 말이에요.”


-“ 이런 나쁜 사람이 있나!........

   혹시 당신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남아있는 이유가

   아직도 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가요? ”


“ 예! 저는 여기서 기다릴 거예요.

  그래서 언젠가 그 사람이 오면 제 달라진 모습을 꼭 보여 줄 거라고요! 

  그 사람이 저의 날씬한 몸매를 본다면

  반드시 내게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난 믿어요.”


-“ 이것 봐요!

   당신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야!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당신과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거라고!.......”


“ 하하하........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

  그리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


-“ 그래?........ 그럼 한번 해 볼까?

   내가 널 막을 수 있는지 아님 없는지를 말이야.”


나는 령(靈)의 힘을 제압하기 위해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령(靈)을 가둘 수 있는 목제 함(檻)의 뚜껑을 열었다.


령(靈)은 한이 많을수록 그 힘도 강하다.

그래서인지 이 여자 령(靈)도 순순히 제압을 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밀고 당기기를 계속 하던 중

령(靈)은 더 이상의 반항을 포기한 듯 급격히 그 힘이 약해졌다.

나는 재빨리 함(檻)으로 집어넣은 뒤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드디어 령(靈)은 잠잠해졌다.



- 한 달 후 -


“ 안녕하세요. 황사장님! ”


-“ 어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우리 법사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 하하........

  근처에 다른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갈까하고 왔죠! ”


-“ 아~ 당연히 저희 모텔에서 묵으셔야지!

   이 근처에 오셨는데 다른 곳에서 주무시면 제가 섭섭하죠.”


“ 그건 그렇고 그 이후로 별다른 문제는 없으셨죠? ”


-“ 예! 그 뒤로는 전혀........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도 귀신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도 없어요.”


“ 그야 당연하죠!

  귀신을 잡아 갔는데 또 그런다면

  제가 엉터리가 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하하하........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기는 해요.”


“ 뭐가요? 뭐가 이상한데요? ”


-“ 왜 지난번에 오셨을 때

   여기서 일하던 애가 갑자기 없어졌던 것 기억나시죠? ”


“ 그럼요!  기억이 나고말고요.

  그 아가씨 때문에 제가 한참을 기다렸잖아요.

  양초가 없어서........”


-“ 글쎄 그런데 그날 이후로 애가 아주 사라졌어요!

   그 날 이후론 아예 나오질 않거든요.”


“ 그럼 그 아가씨 집으로라도 전화를 한번 해 보시지 그랬어요?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그 애는 핸드폰도 없었고

   집에 전화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맨 처음부터 그냥 불쑥 찾아왔던 애라

   제대로 된 이력서 한 장 받아 놨던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얼마 전에서야 혹시나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집에 연락은 해줘야 되겠다는 생각에

   그 애 집 주소를 따로 적어 놨었죠.”


“ 그래서요?  그 집으로 직접 찾아 가셨어요? ”


-“ 예! 그 주소를 들고 그 애의 집을 찾아 나섰죠.

   그런데 그게..........”


“ 왜요? 집에 아무도 없었나요? ”


-“ 아니요! 아예 그런 주소가 없었어요.”


나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단지 그 아가씨가

황사장에게 자신의 집을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엉뚱한 주소를 알려주었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때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정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 오히려 잘 됐어요.

  저야 그 아가씨를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그 아가씨에 대해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여길 그만 둔 건 우리한테는 잘 된 일이에요.”


-“ 아니! 정희씨.

   왜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하시는 거죠? ”


“ 아침에 출근 해 보면 일을 해 논 게 하나도 없어요! 

  청소도 전혀 안되어 있고요. 어디 그 뿐인가요?

  급한 일로 연락을 하려해도 전화가 없어서 연락도 안 되고........

  그리고 어쨌든 좀 이상한 여자인 건 확실하잖아요.

  그동안 월급도 한 푼 안 받아갔다면서요?.........”


정희가 흥분을 하며 얘기하자

황사장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얘기를 이어갔다.


-“ 그야 그렇지!.........

   하지만 아예 안받겠다고 그런 건 아니야!

   나중에 때가 되면 한꺼번에 받아 가겠다고 하기에 그냥..........

   하긴 워낙 일을 안했던 건 사실이야.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그렇게 일도 잘 안하고 제 멋 대로인 그 애한테

   그만두라는 말을 할 수가 없더라고.......”


“ 왜요? 왜 말을 못하셨어요? ”


-“ 그건 나도 몰라! 

   그냥 왠지 그 애한테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지.........”



나는 그날 밤 모텔에 묵으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퇴마를 하던 그 날.

이곳에서 일하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 아가씨의 정체는 뭘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 날 사라진 걸까?


그렇다면 혹시 그녀가.............

 

3부가 이어집니다.

글쓴이 : 환단 퇴마 연구원  원장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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