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까 페 : 하이수의 하나지기(http://cafe.daum.net/hai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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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서도 나는 이미 여왕님을 따라나서고 있었다.
"화봉씨,아침 아직안 먹었죠? 뭐 좋아하는 음식 있나요?"
"못먹는 거 아니면 다 잘 먹어요~!"
나의 힘찬 대답에 여왕님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렇게 웃기나?..
여왕님이 나타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운전사가 잽싸게 차 뒷문을 열었고, 여왕님과 함께 조심스레 차에 올라탔다.
..오오~~승차감 죽이는데!!..
지금까지 타본 차라곤 시내 버스와 고속 버스,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힐 정도로 찬 택시,
그리고 가끔씩 태미의 남자친구 차를 얻어타본 것 뿐이었다.
..세상에! 그런 내가..그런 이화봉이 지금 외제차를 타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죽을 때까지 타보지 못할 줄 알았던 대형차, 그것도 외제차를 타게 되다니!
여왕님 몰래 조심스레 차안의 쇼파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촉감도 죽이는데..
차 안에 TV까지 있었다!
"정기사, 팔각정으로 가요."
"네, 사장님."
천연기념물처럼 움직이지 않을 줄 알았던 차가 서서히 출발했다.
너무 부드러워서 출발하는지도 몰랐다.
그 이후론 침묵이었다.
나는 가끔씩 힐끔힐끔 여왕님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옆모습이 참 조각같았다.
..무슨 여자 코가 저렇게 높아?..
여왕님 얼굴 훔쳐보랴, 처음 타보는 외제차 승차감 느끼랴, 차 내부 훑어보느라 차가 멈추어선지도 몰랐다.
달리고 있어야 하는데 차문이 갑자기 열려서 깜짝 놀랐다.
쭈삣쭈삣 차 안에서 내렸고, 내 눈앞에는 굉장히 커다랗고 우아한 기와집이라고 해야할까..
뭐 여하튼 그런 예쁜 옛날식 집이 떠억하니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었다.
여왕님을 따라 조심스레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예쁜 여자가 공손히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다.
여왕님은 한복을 입은 여자에게 나직히 무슨 말을 건넨 후, 방에 들어와서 앉았다.
..우와~! 여기도 되게 비싸겠다..
"화봉씨가 한식류를 좋아할 것 같아서 이곳으로 왔어요."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화봉씬 참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네요."
"열심히 살아야죠. 안 그러면 먹고 살기가 힘들거든요, 물론 일하는 것도 좋아하구요."
"화봉씨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죠?"
여왕님의 질문에 나는 멋쩍게 대답을 했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요, 저 혼자에요."
"어머. 내가 너무 아픈 부분을 건드렸네요."
"아니, 괜찮아요~ 전 부모님이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절 태어나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드리고 있어요.
사실 가끔씩 외롭고 힘들고 살아가는데 지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살아요."
"화봉씨는 참 용기있고 영악한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게 때 묻지 않은 아가씨군요."
"아니요~! 때가 안묻기는요, 얼마나 악착같이 독하다고도 많이 들었는데요, 때 많이 묻었어요~!"
내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미닫이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푸짐한 한 상이 들어왔다.
천천히 테이블위에 올라오는 정갈한 음식들의 가지수에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우와~~ 진짜 종류 많네요!"
"한식류 잘하기로 유명한 집이에요, 아마 화봉씨 입맛에도 맞을 거에요. 많이 들어요."
"네~!"
우선 곱게 튀겨진 종류를 알 수 없는 생선의 살을 뜯어서 먹어보았다.
정말 입 안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로 살이 부드러웠다.
"우와~ 진짜 맛있어요!"
여왕님은 거의 음식도 먹지 않고 내가 먹는 것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귀걸이.....못 찾을 줄 알았어요."
"못찾기는요? 저희 편의점에서 잃어버린 게 정확하면 제가 어떻게서라도 찾아내드렸죠!
비싸고 소중한 건 절대 잃ㅇ어버리면 안되는 거거든요~"
"그 작은 귀걸이 찾으려고 화봉씨가 그렇게까지 해줄 줄은 몰랐어요.
찾았다해도 고가인 것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갖는 게 일쑤인 게 이 세상이니까요."
"에이~ 제가 뭐 천사표도 아니고 살아가기 하루하루가 벅차기는 하지만 남의 것을 절대 탐내지는 않아요!"
"그래서 화봉씨를 믿습니다."
".....?"
"화봉씨, 청소랑 요리 잘하나요?"
"네? 아.. 뭐 그런 것들은 쉽죠.
청소야 늘상 하는 일이고, 요리는 기본적인 것들은 잘하지만 나머지는 뭐 책자보고서라도 할 수 있는 거구요."
"내가 화봉씨에게 권하는 일자리는 가정부에요. 물론 가정부라고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아니요, 일자리엔 귀천이 없어요. 가정부가 뭐 어때서요?"
"안그래도 착실하고 끈기있는 새로운 가정부를 찾고 있었어요.
집이 다른 집들에 비해 좀 넓기는 하겠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을 겁니다.
보수도 충분히 높이 줄거구요."
"아..저기 그런데 말씀은 고맙지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두가지 일들은 당장에 그만둘 수가 없어요.
특히 밤에 하는 아르바이트는 정말 고마우신 분들 밑에서 일하는 것이어서.."
"하루 종일 있어줄 필요는 없어요.
편의점 알바보다는 쉽고 보수도 높을 겁니다. 그다지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구요."
"아..저기."
사실 확실이 끌리는 일자리기는 했다.
청소랑 요리는 뭐 절대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니까.
"한달에 삼백 주겠어요."
"네!! 지금 지금..얼마요??"
"한달에 삼백 주겠어요.
하루에 3-4시간이면 충분히 집안 일은 끝나고 그 이후 시간은 화봉씨의 자유구요."
사.....삼백! 내가 지금 한달에 버는 돈이 120정도였다.
"그렇게까지 줄.."
"그만큼 화봉씨를 쓰고 싶고 높게 사는 겁니다.
화봉씨같이 믿음직하고 착실한 아가씨는 못 찾을 것 같아요.
끈기있어야 하는.......일이기도 하구요."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삼백이라는데.. 더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학교 등록금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소중한 친구 태미한테도 맛있는 것 사줄 수도 있고..
가비한테도 맛있는 음식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말이다!
..물론 얄미운 베이비한테도 하는 거 봐서 맛있는거 사 줄수도 있고 말이다..
"아, 저기 그런데 지금 당장은.."
"충분히 여유 드리겠어요. 정리되고 일 시작할 수 있으면 연락 다시 한번 줄래요?"
"네, 감사합니다!"
"아니요, 오히려 내 제의를 거절하지 않아서 고마워요.
괜찮다면 내일 이 시간에 편의점 앞에서 다시 한번 봤으면 하는데..
화봉씨가 일할 집은 한번 가봐야하지 않겠어요?"
"아 네 물론이죠! 정말 열심히 할게요!"
정말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고, 여왕님이 천연기념물 차로 편의점까지 데려다주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나는 여왕님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조심스레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야~!"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내가 이번 년도 운세를 봤었던가?
왜 이렇게 이번 년도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운이 좋냐구우~~!!
그리 힘든 일도 아니고, 시간 얼마 걸리지도 않은 일인데 보수가 삼백이라니~!!..
"야호오~~!!"
기뻐서 미칠 것만 같아서 이 기쁨을 표현하고 싶었다.
환호성을 크게 지르고 편의점을 향해 몸을 돌렸다.
"......?"
그런데 저기 편의점 앞에 있는 키 큰 잘생긴 저 남자? 어디서 많이 본?
..헉~!!..
어디서 많이 본 게 아니라 내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얼굴, 가비의 얼굴이었다.
가비가...가비가 편의점 앞에서 어색해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