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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 Life in Athen.

투덜이 |2005.09.05 17:44
조회 389 |추천 0

처음 내가 아테네에 도착한 날이 일요일 이었던가 ?   니나 가게는 도매상이라고 하니 문을 닫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니나와 전화 연결이 안 된다…  쩜 실망스러웠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호텔에 들어가 하루를 묵고 메떼오라와 델피를 갔다 돌아와서 다시 전화를 해

봐도 역시 전화가 안 된다…  혹시나 싶어 가게에 전화를 하니, 어떤 중국 아줌마가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니나를 찾는 건 눈치로 알아 들었지만 아줌마가 중국어 밖에 못 하신다… 할 수 없이 내 이름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가 오후 늦게 다시 가게로 전화를 하니 니나가 난리가 났다.  내 전화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꼼짝 안하고 전화기에 붙어서 내 전화만 기다렸단다.

 

니나 말이, 중국인들이 장악한 아테네의 도매시장 골목은 그야말로 소매치기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내가 니나랑 아테네에서 보낸 일주일 남짓 동안 거의 하루에 한 명 꼴로 니나 친구들이 가방이나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연락을 받거나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도 중국 상인들이 현금이나 돈 될

만한 것을 많이 가지고 다녀 타겟이 되는거 아닌가 싶다.  니나 역시 아테네에 돌아오자 마자 가방을

소매치기 당해 핸드폰이고 지갑이고 몽땅 다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새 핸드폰에 새 번호를 쓰는

바람에 그렇게 핸드폰이 연결되지 않았던 거였다고 한다.  암튼, 니나는 전화 끊자 마자 내가 묵었던,

오모니아 광장 근처의 호텔로 와인과 쵸콜렛 바구니를 들고 달려와 마치 친언니가 찾아 온 듯 날 반겼다.

 

니나가 내게 바람처럼 달려온 데는 내게 전할 소식이 있어서였는데, 나랑 싱가폴 공항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아테네에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니나는 중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단다.  그래서

아테네에 도착 하자 마자 아버지에게 알리고 아테네의 가게를 즉시 내 놓았다고 한다.  그게 한 6- 7주

전 얘기니까, 다행이 가게는 금방 살 사람이 나서서, 그날 내 전화를 받은 여자가 바로 새로 가게를

인수할 사람이었고, 니나는 4-6주 뒤면 아테네의 모든 정리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니나는 신나서 내게 자랑스레 말했지만… 난 마음이 좀 복잡했다.  니나 같이 어려운 거 모르고 자란

어린 아가씨가 우리같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혹시

나중에 날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이렇게 아테네에서 재회한 니나는 내가 아테네에 있는 내내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 주고, 워낙

귀여운 아가씨인데다 부잣집 공주님답지 않게 겸손하고 경우도 바르고 싹싹한 아가씨여서 그런지

니나는 가는 곳 마다 인기가 많아 니나의 친구라는 이유로 나까지 덩달아 환대를 받아 황송해 죽는

줄 알았다…. 덕분에 아테네의 중국인들 사는 모습도 구경하고, 시내 관광도 편하게 하고, 관광객이

아니라 아테네 사람들이 찾는 거리의 카페에 들러 기분도 내 보고…   이럴 때 보면 내가 항상 운이

없는 사람은 아닌 거 같다 ~ 

 

아테네의 괜찮은 까페나 Pub엔 의외로 젊은이 보다 나이 좀 지긋하신 분들이 저녁에 마실 나와 차

한잔 하거나 맥주 한잔 하고 있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니나에 의하면 그리스도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심각해서 젊은이들은 매일 밤 이런데 나와 즐길 만 한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은퇴한

노인들은 연금이라는 안정된 고정 수입이 있어, 되려 젊은이 보다 삶이 여유롭다고 하니…  그리스

노령 연금 정책이 얼마나 훌륭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울 나라 연금 정책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관계로….

이 정도 안정된 국가 연금 정책이 있다면야 누가 노후를 위해 따로 적금 들고 보험 들어가며 아둥바둥

살겠냐고요… 다들 국민연금 내라는 대로 따박따박 다 ~ 내지.

 

니나 말에 의하면 아테네는 택시비가 싼 편이이라고 하는데,  사실 오모니아 광장, 신다그마 광장,

플라카 지구, 아크로 폴리스 등등이 다리 힘만 좋으면 걸어도 갈 수 있는 거리라, 혹시 길을 잃어

버리면 무조건 택시를 타라고 충고 해 줬다.  물론 아주 가끔 어벙한 관광객들 바가지 씌우는 외국인

택시 기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택시 기사들은 퉁명스럽긴 해도 정직한 거 같았다.  또, 아테네

택시는 합승이 기본이라고 하는데, 심지어 어떤 택시 기사는 손님을 이미 2명 태우고(앞에 하나,

뒤에 하나인 것으로 봐 일행은 아니다) 우리에게 또 합승을 하라고 한다 !  완죤 콩나물 시루 운행

하시려나……

 

게다가 아저씨들, 목소리 크기 자랑 하는지, 서로 고함을 치며 운전을 하는데, 못 알아들어 그런가..

분위기 쌀벌하다… 난 니나에게, 지중해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그리스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왜 다들 이렇게 퉁명스럽고 불친절하며 인상 쓰는

사람들 뿐이냐고 했더니 니나가 막 웃으면서, 5월에서 8월 사이에 아테네에 오면 아테네는 그런

사람들로 넘쳐 흐를 거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내가 여행 할 당시) 겨울이라 날씨도 춥고 비도

자주와 모든 그리스 인들이 우울 모드로 진입, 다들 퉁명스럽고 불친절 해 택시 기사들도 운전하며

서로 소릴 버럭 버럭 질러 대지만, 다시 여름이 와 일조량이 많아지면 택시 기사들은 모두 거리에서

큰 소리로 노랠 부르며 운전을 하고, 가끔 길이 막히면 심지어 차 밖에 나와 춤을 추는 기사들도 보게

될 거라고 한다.  니나가 거짓말 할 이유는 없지만…. 진짜 그럴까 ???  지금 이 사람들 보면 절대

그럴 사람들 같아 보이진 않는다….

 

택시 요금은…  이런 말 잘못 하면 시민들에게 돌 맞을 얘기지만…  난 우리나라 택시비, 정말 싼 편에

속한다고 생각 한다.  물론, 어쩌다 법이라도 만들어 다시는 운전대 못 잡게 만들고 싶을 만큼 불친절한

저질 택시기사를 만나면 그 요금도 아깝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암튼, 합승이 허용돼서인지 아테네의

택시 요금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 ?  유로화 가치를 따져 볼 때 아테네에서 택시 요금은 물가 대비로

보면 한국보다 싼 편이 될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리스는 EU 통합된 이후로 인권 정책이다 뭐다 해서 알바니안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와

인근 중동/아시아 여러 나라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 들였는데, 그들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 도시

빈민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실제로 거리를 걷다 보면 길에서 구걸하는 외국인 여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험악한 인상에 남루한 행색으로 행인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동구권 외국인들이

실제로 소매치기나 강도질을 하기도 하므로 시내에서 그런 사람들을 맞닥뜨리면 나도 모르게 가방

부터 움켜쥐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테네가 공포의 도가니는 절대 아니고…  아테네는 참 묘~한 도시다.  아주 현대적인 빌딩숲

뒤로 고색 창연한 아크로 폴리스가 보이고, 세련된 지하철역사엔 지하철 건설 시 발굴된 유물들을

박물관 전시실 뺨치게 전시 해 놓은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그 뿐인가 ?  길을 가다 보면, 그곳에서

발견 된 땅 속의 유물 터를 오픈 해 놓고 길 가던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위에 유리를 덮어 보존 해 놓고,

그야 말로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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