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까 페 : 하이수의 하나지기(http://cafe.daum.net/haisu)
작 가 : 하 이 수 (asdf21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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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흥얼거리더니 나를 덥썩 껴안았다.
..켁! 숨막혀!..
깜짝 놀라서 휘둥그래진 내 눈도 눈이었지만, 내 눈보다 더 휘둥그레진 네쌍의 눈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눈을 자랑하는 일본 꽃미남은 얼마나 놀랐는지 커다란 눈알이 쏟아져버리는 줄 알았다.
그나마 바비 인형이 가장 침착했다.
원래 큰 눈이었기에 더이상 커질 눈도 없겠지만, 커다란 눈망울이 짙게 소용돌이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남자들이 보기에 이뻐보일지도 모르는 모습이었지만, 난 그 모습에서 표독스러움을 찐하게 느꼈고 무서웠다!
남자들은 정말 모른다.
같은 여자이기에 나는 안다!
여자란 동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말이다.
그래서 바비 인형의 방금 그 표정에서 무지무지한 무서움을 느꼈다.
..왜냐면..왜냐면..날카로운 여자의 직감으로 바비 인형이 베이비를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베이비를 뜯어내려고 안간힘을 썼건만 그럴 수록 베이비의 팔은 나를 더더욱 조여왔다.
잠시 잊었었다.
베이비 이 놈도 힘이 세다는 것을..
뜯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들을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물론 내 미소에 그들은 아주아주 일그러진 표정을 보내주었고 말이다.
..아아~~미치겠다!..
"승현아, 우리 이제 가도 되냐?"
갑자기 베이비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나 싶더니, 믿기지 않게 나는 베이비의 품에서 해방되었다.
...후우우우욱~!!..
이때다 싶어 제대로 마시지 못했던 산소를 실컷 들이마셨다.
베이비가 천천히 그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한다는 말,
"니네 아직 안 갔냐? 얼른 가."
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베이비의 말에 그놈들의 눈에 어이없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보아하니 베이비 때문에 피곤해도 못가고 있었는데, 저렇게 말을 하니 오죽 열받을까..
"그래, 간다. 이 새끼야, 연락 좀 하고 살자고.."
조승우가 나가기 전 베이비의 어깨를 툭 치면서 한 말이었다.
가기 전 내 귓가에도 슬그머니 속삭여주었다.
"꽃베개, 운 좋은 줄 알어라."
"재경아.."
조승우가 돌아섰다.
"계산하고 가라."
"미친 새끼!"
조승우가 버럭 화를 내며 나갔다.
내가 봐도 베이비는 뻔뻔한 놈이었다.
일본 꽃미남은 나가기 전 바비 인형에게 무언의 눈빛으로 대화를 시도하려는 듯 싶었지만.
바비 인형은 아예 무시해버렸다.
한숨을 푸욱 내쉰 일본 꽃미남도 나가고.. 그렇게 하나 둘 사라졌다.
"넌 안 가냐."
베이비가 고운 눈쌀을 갑자기 파악 찌푸렸다.
베이비의 찌푸린 눈살을 쫓아가니 바비인형이 앉아 있었다.
"안 가, 못 가."
고집스러운 바비 인형의 말에 베이비가 짜증난다는 듯이 풍성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려트렸다.
"좋은 말 할 때 가라."
싸늘한 베이비 목소리.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살짝은 붕 떠 있는 베이비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감정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저음의 싸늘한 목소리.
처음 듣는 베이비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건 나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닌 것 같았다.
바비 인형도 잠시 움찍하는 듯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싶었다.
"...혼자선..혼자선 안 가. 니 옆에 있는 뚱땡이랑 같이 나갈..."
"닥쳐."
"...승현아.."
"닥치랬다."
지금까지 절대 흔들리지 않던 바비 인형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너...승현이 너..지금 나한테 실수한 거 알지? 니 옆에 있는 저 흉한 뚱땡...!!"
"닥치라고!"
".....!"
"누가 뚱땡이야..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건 나뿐이야.
나만 그렇게 부를 수 있어. 야, 오수아 너 짜증난다. 얼른 가라."
"승현아.."
"혜련이 아니었음.........너 진작 안 봤어. 그러니까 제발 가라.
너 자꾸 이러면 나 너무 짜증나서 너 영영 보기싫어질 것 같거든?"
베이비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바비 인형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눈물을 뿌리며 사라졌다.
..나쁜..나쁜 베이비놈! 여자한테 그렇게 잔인하게!!..
그런데 혜련인 또 누구냐..
그렇게 바비 인형이 사라지고 나는 베이비의 눈치만 슬금슬금 보고 있었다.
베이비는 바비 인형이 사라진 문을 뚫어지게 보고 있어서 난 베이비의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수수께끼같은 놈이었다.
수수께끼는 가비만으로도 족한데.. 베이비 이놈까지 온통 미궁 투성이니 나보고 어쩌라구..
갑자기 베이비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위는 모두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갑던 눈동자는 어디로 가고 잔뜩 졸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 놈의 진정한 모습은 뭘까..
"뚱땡아.."
목소리에까지 졸음이 가득했다.
"뚱땡아, 나 졸려."
"그래서..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내 꽃베개잖아.."
"웃겨어어!! 누가 꽃베개래~!! 그리고 왜 니 꽃베개래애~!!"
내 말에 순간 어리둥절해하는 듯한 베이비이 동그래진 눈동자.
"그럼 다른 사람한테도 꽃베개야?"
"ㄱ..그런 건 아닌데.."
"그럴 줄 알았어."
안심했다는 듯이 보조개를 움푹 패이며 활짝 웃는 베이비.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쇼파에 벌러덩 드러눕더니 당당하게 내 허벅지를 비는 것이었다!!
"야, 당장 못 일어나!! 어딜 누워!!"
"한시간만....뚱땡아, 따악 한시간만..."
벌써부터 꿈 속을 해매는지 베이비의 목소리는 몽롱했다.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 놈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냐구. 왜 난 이 놈을 거절할 수도 없냐구..
"좋아..진짜 베개 해주는 대신 내가 물어보는 말에 대답해.."
"음..."
알아듣고 하는 대답인지..잠결에 하는건지..
"내가 왜 꽃베개야?"
"꽃이니까..."
..오호~!
잠은 완전히 안들었나보다.
그런데 내가 꽃?
...세상 살다 이렇게 잘난 놈 입에서 내가 꽃이란 말도 듣는구나!!..
"진짜?"
"음...."
...어라, 잠든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내가 왜 니 베개냐?"
"...난 푹신한 게 좋아.. 푹신한 거 없으면 잠 못자..
난 아무데서나 아무렇게 자는 거 안 좋아해.."
..푹신...결론은 내 살들 때문이라는 거군...
"왜 하필 난데? 다른 푹신한 것들 무지 많어~"
"술은 나한테....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양식이고, 시간은 나한테 내 인생의 남은 끝을 알게 해주는 여분이고,
내가 숨을 쉬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후회하기 위해선데...그런데 나도 몰라.
나도 토지의 품으로, 흙들의 품으로 가서 잠들어야 돼.
살아있는 동안도 흙들의 품에서 잠들어야 해..
푸근한 흙.. 뚱땡이 흙.
잃어버린 줄 알았었는데 찾았어.. 내 흙.. 내가 잠들 수 있는 흙..
뚱땡이 넌 내가 유일하게 잠들 수 있는 흙이다...흙..."
..이 놈 뭐라는 거야?..
베이비가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항상, 어떤 말이든 짧게짧게 마무리하던 놈이었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이해할 수도 없는, 상당히 어려운 말들을 내뱉으며
도저히 졸음을 못 이기겠는지 끝내는 말끝을 흐리는 베이비.
뭐 결론은 내가 지의 잠들 수 있는 흙이라는데..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우선 대답해줬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머리 만져줘."
"뭐?"
"머리...만져줘.."
"싫다!"
"피곤한데...너무 잠온데...미칠 것 같이 졸린데 못 자겠어."
"못 자겠음 일어나던가.."
"내가 말한 한시간, 진짜 잠들고나서 한시간인 거 알지.."
"알았다, 알았어! 만져줄께!"
..이 놈아 해주면 될 거 아냐! 불쌍한 척 그만하라구!..
난 이미 넘어갔으니까..
조심스레 베이비의 풍성한 파마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손길이 닿자마자 베이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드리우더니 정말 잠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지간히도 피곤했나보다.
내 손길에 묻어나는 베이비의 머리는 푹신하면서도, 부드럽고, 하늘하늘거리고..
잠들어 있는 베이비의 모습은 정말 천사같았다.
두번째로 하늘에서 길을 잃은 천사가 나의 허벅지로 떨어져 곤히 자고 있었다.
"아차.. 야, 베이비.. 그런데 혜련인 누구냐?"
"......"
..바보, 빨리도 물어본다..
베이비는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을 베이비는 깊이 잠을 잤고,
난 그런 베이비의 조각같은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한시간을 보냈다.
한시간 내내 쳐다봐도 베이비의 잘난 얼굴은 절대! 질리지 않았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잠들어 있는 베이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베이비의 또렷하면서도 조각같은 이목구비에 눈이 갔다.
어쩜 인간의 콧날이 저렇게 완벽하고, 입술도 저리 얇은 듯 풍성한 게 어여쁘고,
애기같은 피부와 쭈욱 뻗어내린 갸름한 턱선이 예술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라도 찍어두고 싶었지만 사진기가 없는 관계상 손으로라도..
내 손으로라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베이비는 정말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살짝...스치듯이 만져보면 괜찮겠지..
먼저 볼을 아주 살짝...
아주 살짝 쓰다듬자 남자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실크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가만히 보니 한쪽 이마에 이제 마악 돋아나는 불그스름한 뾰루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젠 용기를 내어 쭈욱 뻗은 날렵한 콧날로 손을 뻗치는데....
베이비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얼떨결에 베이비와 눈이 마주쳐버리 나!!!..
베이비의 코로 향하던 내 손은 베이비의 얼굴 바로 위에서 붕붕 떠 있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