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고추잠자리

큰가방 |2005.10.02 10:47
조회 231 |추천 0

고추잠자리


받는 사람: 전남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 772번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보낸 사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제일 사랑하는 나소빈 이가


오늘은 이 세상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가장 사랑하는 손녀가 삐뚤삐뚤한 글씨로 편지 봉투 한가운데에“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사랑해요!”라는 커다란 글씨에 빨간색 하트 마크를 그려 넣고 편지 봉투의 오른쪽 끝에 정성껏 예쁜 동물그림으로 장식하였으며 봉투의 맨 위 왼쪽에 발신인과 수신인의 주소 쓰는 곳이 뒤 바뀐  한통의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영천리에는 772번지가 없다고 하네요! 그러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정성을 다하여 써 보낸 소빈이의 예쁜 마음이 담긴 편지를 그냥 반송시킬 수는 없는 것이 바로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의 마음입니다.


오늘도 저의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는 아름다운 사연이 가득 담긴 우편물을 싣고 천천히 시골마을을 향하여 우체국 문을 나서봅니다. 그리고 시골마을로 향하는 들판 길을 천천히 달려봅니다. 들판을 달리는 길에는 푸른 하늘을 향하여 높이 솟아올랐다 다시 내려앉으면서 이따금 저의 앞길을 가로막고 “아저씨! 잠깐만!”하며 저에게 말을 걸어오던 꼬리가 조금씩 빨개지는 고추잠자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빨간 꼬리를 달고서 저의오토바이 적재함에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아저씨!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이에요?”하고 묻습니다.


“나~아? 나는 지금 행복을 배달하러 가는 길이지! 그런데 그것은 왜? 묻니?” “그래요! 저는 지금 가을로 가는 길이에요! 그런데 가을의 끝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요?” “글쎄! 나는 아직 가을의 끝까지 가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는걸! 가을의 끝에 거의 다 왔다 싶으면 어느새 겨울이 찾아와 웃고 있더구나! 그래서 아직까지 가을의 끝까지 다 가보질 못 했거든!” “정말 그래요? 아저씨는 가을의 끝을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아니야! 나도 가을의 끝은 아직 잘 모른단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가을의 끝을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거야! 사람들은 이상하게 가을의 끝을 찾으면서도 겨울의 시작을 알지 못하거든 그래서 겨울이 찾아와 심술 굿은 미소를 짓고 있을 때면 그때서야 모두들 이제 가을의 끝이구나! 하고 느낀단다. 그래서 모두들 가을의 끝을 모르고 지내고 있을 거야!” “아저씨! 그러면 누구에게 물어보면 가을의 끝을 알 수 있을까요?” “글쎄~에! 나는 잘 모르겠는 걸! 참! 저 쪽 콩밭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허수아비야~아! 너는 혹시 가을의 끝을 알고 있니?” 하고


아직도 다 익지 않은 콩밭에서 노란 비옷을 입은 채 팔에는 커다랗고 하얀 스티로폼 망치를 들고 콩밭을 지키고 있는 서 허수아비에게 물었더니 허수아비는 굵은 목소리로“글쎄~에! 나도 잘 몰라! 나는 그냥 콩밭을 지키고 서 있다가 꿩 이랑 비둘기 랑 다람쥐 랑 노루 랑 콩밭을 찾아와 콩을 먹으려 하면 우리 주인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빨리 오세요! 애들이 콩을 다 먹으려고 해요!’하고 알려주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께서 콩을 다 거두어 가시면 그때 나랑 같이 거두어 가시거든 그러니까


그때가 아마 가을의 끝인 것 같아!” 하고 대답합니다. “고추잠자리야! 거봐라! 허수아비도 아직 가을의 끝을 잘 모른다고 하지 않니?” “아니에요! 아저씨! 분명히 누군가는 알고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다람쥐 아저씨는 알고 있지 않을까요?” “정말 그럴까?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럼 다람쥐를 불러 물어보자!”하고 지나가는 다람쥐를 불러 “다람쥐야! 너 혹시 가을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 있니?”하고 물었더니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양쪽 볼 가득히 도토리를 입에 물고 열심히 자기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겨울 먹이 준비에 한창이던


다람쥐가 “가을의 끝이요? 왜? 갑자기 가을의 끝을 물어보는데요? 우리는 가을의 끝이 가장 싫어요!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오면 우리는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먹을 양식을 부지런히 모으고 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우리의 양식인 상수리와 도토리 그리고 밤을 모두 다 주워가는 바람에 겨울 양식 준비하기가 무척 힘들거든요!” “정말 그렇겠구나! 사람들이 너무 자기 욕심만 부리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그래도 여기는 시골이라 ! 우리들이 도토리 랑 밤이랑 가져가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애들이 참! 귀엽구나!’하시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무척 행복해요!”하고는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다람쥐도 가을의 끝을 잘 모르는가 보구나! 그럼 누구에게 물어보지 옳지! 저기 바람에 흔들거리는 억새에게 물어보면 어떻겠니?” “정말 그러면 되겠네요!”하더니 고추잠자리는 “억새 님! 혹시 가을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 계세요?”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억새는 아무 대답도 없이 고개만 살랑살랑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습니다. 실망한 고추잠자리는


“아저씨! 억새 님도 가을의 끝이 어디인지 잘 모르나 봐요! 그럼 누구에게 물어보지요?” “정말 그런 것 같구나! 그럼 저쪽 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 소빈이 외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정말 그러면 되겠네요!” “소빈이 외할아버지! 혹시 가을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 계세요?”하고 소빈이가 가장 사랑하는 외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푸른 하늘을 한번 쳐다보시더니“가을의 끝? 가을의 끝이란 이 들판의 벼들이 모두 베어지고 밭에 심겨져 있는 콩이랑 팥이랑 고구마랑 모두 거둬들이고 나면 가을의 끝이 찾아오는 것 이란다! 그러고 나면 이 들판은 무척 쓸쓸하겠지?”


“아~아! 그렇구나! 그것이 가을의 끝이구나!” “어르신! 소빈 이에게서 편지가 왔는데요!”하고 소빈이가 정성껏 써서 보낸 편지를 소빈이 외할아버지에게 건네 드리자“우리 예쁜 소빈이가 편지를 보냈구나!”하시며 편지 봉투를 열어보십니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소빈이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갖가지 아름다운 색이 담긴 하트가 수없이 무리지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하트와 함께 고추잠자리도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글을 시작할 때는 나소빈이라는 어린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정성을 다해 보낸 편지를 찾아주는 과정을 이야기하려고 하였는데 엉뚱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이해가 있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 아직도 시골마을에는 돌담길이 있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