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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사랑(35장/ 추림의 분노! 두번째...) <실극화>

추림의 풍 |2005.10.19 20:18
조회 239 |추천 0

인간의 한계는 어디쯤이 그 극한 점일까?

세계의 악명높은 산 봉우리를 수십차례나 등반하는 철인같은 산악인들의 투쟁, 42.195 킬

로미터를 3시간 내에 돌파하는 강인한 체력을 지닌 마라토너들의 인내, 세계의 오지를 탐

험하는 탐험가들의 용기, 전장에서 목숨을 내걸고 사명을 위해 초개같은 기개로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군인들!

 

그리고 추림!

인간일 수 없다. 칼에 찔리고 힘에 할퀴어졌어도 쓰러지지 않았던 괴물!

두려웠다. 동생을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내내 그가 떠올랐고 지워지지 않았다.

꿈에 그가 찾아 왔을때는 도망가고 또 도망갔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과 비교의 잣대가 되어 버렸다.

추림 그는 말로만 듣던 그런 인간인지도 몰랐다. 강력한 정신으로 무장한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살아가는 이단자들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날 알고 있겠지?"

 

추림이 모자의 챙을 위로 들어 올리며 다가가자 바에 기대고 있던 최진규가 추춤거리며 뒤

로 물러섰다. 얼굴이 굳은 채 하얗게 질려 있었다.

 

"너...넌!"

"넌 역시 비겁한 새끼군! 난 너로인해 죽을뻔했지! 하지만 하느님이 말하시더군 널 갱생시

키고 오라고 말이야. 너 수천가지 잘못을 저질렀는데 한번 들어 볼테냐?"

 

"이새끼! 경찰에 신고하겠어!"

 

악을 써대며 고함을 질렀는데 의도야 뻔했다. 

밤은 늦었고 밖에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부의 소음장치가 두터운 것

이다.

 

서너 발자국 걸어간 추림이 자리에 멈추고 최진규를 올려다 보는 형국이 되었다.

최진규는 모델처럼 긴 다리와 짧은 상체를 지닌 장신이다. 꽂슬끼가 있는 머리결을 살짝

염색하여 자신의 얼굴을 한껏 고조시킨 멋진 남성이었다.

 

"첫째!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조물주의 실수인지도 모르지."

 

추림이 곧장 다가가며 말하자 최진쥬의 상체가 뒤로 쏠리며 두려운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

다.

 

"둘째! 넌 태어났지만 이렇게 성장하지 말아야 했다!"

"닥쳣!"

 

추림의 고개가 숙여지며 템포를 밟듯 허리를 휘청이며 발을 엇박자로 내딛었다.

최진규가 던진 맥주병이 추림의 머리위를 스치며 날아가 어딘가에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

졌다.

 

"셋째!"

 

추림이 낮게 부르짖으며 최진규의 품으로 안기듯 다가섰는데 마치 파도가 밀려드는 형상

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동작이었다.

 

"넌 자랐지만 온전하지 말아야 했다!"

 

"퍽!"

"으헉!"

 

추림이 손에들고 있던 손수건에 쌓인 콜라켄을 휘둘러 최진규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무겁고 강력한 충격에 한순간 무기력한 상태가 될 것이다.

 

"허헉!"

 

옆구리를 움켜쥐고 바닥으로 그대로 주저앉은 최진규가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넷째! 넌 온전하지만 악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넌 좋은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놈

으로 자랐다!"

 

추림의 냉정한 얼굴에 스산한 기운이 베어났다.

이 자는 선주의 오빠라는 이름으로 남자라는 구실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했고 더러운 행태

를 서슴치 않은 후안무치한 쓰레기였다.

 

선주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머리를 강제로 뽑아 버린듯한 흔적이 역력했고 얼마나 심하게 폭력을 가했으면 생이가 흔

들리고 손가락이 골절될까! 다른 사람이라면 욕이나 하고 말지도 모른다.

동생이다. 한 배에서 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혈육이었다. 그것도 여동생이었다.

세상 천지에 못되고 나쁘다 여겨지는 이들도 친 여동생에게 그렇게 대했다는 말은 들어 보

지 못했다.

 

허공을 히긋한 물체가 가로지르고 그대로 최진규의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빡!"

"크헉!"

 

가슴을 강타당한 최진규가 고함을 지르며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런 인간이다. 돈으로 사람을 부려 자신을 죽이려했던 그 여유만만했던 남자의 진실은

이것이었다. 한번이라도 반항하려거나 저항을 안한다.

 

"일어나라! 지금부터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오거나 바닥으로 네 상체 일부가 닿기라도 한

다면 너의 손가락을 하나씩 분질러 주겠다! 다음은 발가락을 그렇게 할 것이고, 팔과 다리

가 그렇게 될 것이다."

 

잔인한 말이었다. 폭력을 가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이에게 강요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자

유마저 억압시키겠다는 말이었다.

 

"다섯째! 넌 잘난 부모밑에서 태어나지 말아야 할 놈인데, 후후... 너의 어머니는 너의 말이

라면 껌벅하신다고 들었지. 왜 선주가 너보다 어리고 동생이며 여자인데 그녀말은 믿어주

지도 않고 널 이렇게 감싸셨을까? 왜? 널 이렇게 만든 사람이 너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말

해주면 좋겠구나."

 

"헉헉. 이새끼... 경찰에 고발하겠어! 널 이대로 둘 것 같으냐?"

 

고통스러운지 맞은 부분을 번갈아 움켜쥐며 최진규가 악을 썼다.

한번도 당하는 입장에서 서보지 못하는 자들의 행동은 늘 저렇듯 무지하게 표현된다.

자신의 입장이 지금 어떤 입장인지도 모른 채 분풀이에만 몰두하고 잇는 것이다.

 

"그래? 어쩌지 난 그럴 마음이 없는데? 널 여기서 끝장 내버리겠다. 내가 살려면 어쩔수

없으니 이해해라. 죽이지는 않겠다. 대신 너의 입을 다시는 열지 못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손가락을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선주의 이빨에 상처내고 손가락을

병신 만들었으니 그정도면 공평할 것이다."

 

최진규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자신의 입장이 백척간두라는 것을 이제서야 인식하고 깨달은듯 그의 얼굴은 절망스럽게

변해갔다.

 

"우선 맞아라!"

 

그 말이 끝나고 추림의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얼굴과 팔 다리는 제외한 폭력은 복부와 간혹 이어지는 가슴에 집중 되었다.

상처가 나면 안된다. 복부와 가슴은 장기들이 모인 곳이다. 그곳을 집중적으로 맞으면 장

기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심하면 장파열로 사망하지만 그렇게 무식한 추림은 아니었

다. 아마 내출혈증이 생길 것이고 어쩌면 피똥을 싸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 그만! 헉헉헉! 그...마...안......!"

 

"퍽! 퍽!"

"커흑... 크르륵!"

 

추림의 손짓에 몸을 뒤틀어 버린 최진규의 입에서 하얀거품이 흘러 나왔다.

폐가 견디지 못하고 있다. 심장박동에 맞추어 움직이는 폐의 운동이 기능저하증을 보이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더 심하면 기절할 것이다.

 

최진규의 꿈틀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본 추림이 바로 다가가 그가 마시던 거라 생각된 것을

집어 들어 마셨다.

알싸하게 풍겨오는 끝맛이 무척 부드럽다.

 

한눈에 그것이 고급 위스키, 그것도 발렌타인 중에서 추리고 골라낸 17년산 프리미엄급이

라는 것을 간파해냈다.

이놈은 부르는게 값인 시절이다. 일본에서 유행하고 부산을 통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

한지 이제 일이년이 채 안된 고급술의 최고봉으로 통하는 놈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술만 마시는 놈이군!"

 

상체를 들어 바의 건너편을 살피자 세련된 모양의 술병을 집어 들었다.

마시다 키핑해놓은 발렌타인 17년이다.

 

크라스잔에 술을 가득부은 추림이 최진규에게 다가갔다.

 

"일어나라! 넌 이렇게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하면 안되는 놈이잖아? 아닌가?"

 

"컥컥!"

 

추림이 최진규의 무릎 관절을 앞 꿈치로 강하게 눌렀다. 둥근 무릎의 고관절인 슬골은 작

은 충격에도 심한 고통을 받는 곳이다. 부서지면 평생 병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안...돼! 하...지...마......!"

 

추림의 발길에 필사적으로 몸을 뒤튼 최진규가 낮게 신음을 내뱉았다.

어느새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콧물과 침을 개처럼 토해내며 헐떡이고 있었다.

 

"일어나라! 일어나서 앉아라!"

 

추림이 종용하자 다시 당할까 두려운지 최진규는 억지로 몸을 질질 끌며 사체를 세웠다.

홀 안에 있는 쇼파를 당겨 그의 앞에 놓자 최진규가 의미를 알아듣고 힘겹게 일어나 쇼파

에 앉았다.

 

"마셔라. 한 모금이라도 남기면 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겠다."

 

"으음......"

 

추림이 건낸 술잔을 받아들고 고통에 얼룩진 얼굴로 술을 들이켰다.

강력한 돗수의 술은 마취제 역활을 한다. 비단 정신을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감각기관을 제어하고 대뇌의 신경계를 무기력화 시킨다. 아마 조금 취하면 고통이 덜어질

것이다.

 

추림이 다른 크라스에 술을 한잔따라 최진규의 앞으로 다가가 쇼파 하나를 당겨 앉았다.

싸늘한 눈으로 최진규를 바라보았다. 고통이 조금 덜어졌는지 꿈틀거리던 최진규가 얼굴

을 들어 추림을 응시했다.

 

"왜 그랬느냐? 왜 너의 동생에게 어거지를 부리고 폭력을 썼느냐? 나를 못만나게 하는게

그렇게 중요했더냐? 내 모습이 거지같고 수준이 낮아 동생에게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더

냐? 동생이 날 만나러 다니면 그녀가 죽을병에 걸리고 남들안테 손가락 질이라도 받는다

더냐?"

 

최진규는 얼굴만 일그린 채 말이 없었다. 지금 그의 심정은 억울하고 분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뒷전이고 남의 탓만 하는 전형적인 배타족!

 

"말해보아라! 내게 왜 그랬느냐? 내가 너에게 잘못한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네앞에 당장 무

릎 꿇겠다. 내가 너에게 손해라도 나게 한것이 있나? 해를 입혔나? 어떠냐 지금 너의 심정

은 나를 잔인하게 만들고 싶겠지? 그렇지? 나도 그랬다. 어느날 갑자기 당한 믿을 수 없는

일에 널 죽이고 싶었고 당한것을 고스란히 되갚아 주고 싶었다. 어제 내가 당한 일이 오늘

네가 당하고 있는 일이다. 왜? 널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왜? 참으려했다.

최선주! 그 착하기만 하고 순진하기만 한 여자의 오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널 용서하고

잊으려했다.

칼에 찔려 어둡고 차가운 길거리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이미 널 용서하고 내가 당

한 일을 잊으려 했었다. 그래야만 했다. 네가 미웠지만 넌 모르는게 있다. 너의 잘못을, 더

러운 행위를 감싸줄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넌 모르고 있다. 

그런 선주인데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구나! 넌 비겹하고 졸렬하며 더러운 새

끼다. 사내로서 자격이 없는 놈이다.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비인간의 짓을 넌 다른 사

람도 아니고 친 동생에게 서슴치 않은 놈이다!

하나를 묻겠다. 대답하기 싫다면 마음대로 해라. 대신 넌 그만큼 고통을 받겠지?"

 

최진규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폭력의 잔악함을 알았고 고통을 느껴본 것이다.

무슨 질문을 하던지 대답할 용의가 있었다.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일단 현

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는게 급선무다.

 

"질문하겠다. 대답할 시간은 삼초다! 지나면 인정하지 않겠다.

너와 선주가 있다.  어떤 일로 인해 둘중의 한명은 죽어야 한다. 한명은 죽고 한명은 살아

남는 상황이 생겼다. 여기서 너의 선택은 무엇이냐?" 

 

잔인한 질문이다!

생각할 겨를도 없다. 당연히 선주를 살려야 한다고 대답해야 한다. 그러나 추림의 의도가

의심스럽고 다시 두려워진다.

 

"일초... 이초......!"

"선주를 살리겠다!"

 

악을쓰듯 외친 최진규의 입이 악다물어져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추림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최진규를 바라보고 추림은 비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틀렸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난 아마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만큼은

아니다. 믿지 못하겠다! 너의 눈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하고 욕망과 탐욕으로 넘치고 있

지. 남을 배려할줄은 모르고 오로지 '나' 라는 주관만 중요시 하고 있어. 넌 내 마음에 안들

어. 틀렸으니까 댓가를 치루어라."

 

그렇게 말한 추림의 신형이 앞으로 튕겨졌다.

순식간의 일이다. 쇼파의 팔 걸이를 손으로 밀어내며 앞으로 튕겨진 추림의 다리가 쭉 뻗

어 나가며 그대로 최진규의 하복부를 강타했다.

 

"퍽!"

주르르......

 

맞음과 동시에 쇼파에 앉은 상태로 뒤로 밀린 최진규의 입이 딱 벌어지고 눈동자가 허옇

게 뒤집어졌다.

 

인체의 급소는 수십개에 달한다. 코 정중앙 인중, 머리 가운데 백회, 사타구니 중심 회음,

목에도 수군데가 있고 가슴은 전체라 말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고통을 수반

하는 무서운 급소는 단 한군데다. 배 부위의 아랫쪽 성기와 배꼽사이!

작은 충격에도 격렬하게 반응하고 민감하게 움직인다.

 

최진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심하게 떨었다.

얼마나 부들거리는지 쇼파가 펄떡거릴 정도로 떨어댔다.

입에 술잔을 대고 홀짝거리며 최진규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헉헉헉! 으흐흐흐......!"

 

이제서 숨통이 트이는지 그의 입에서 억눌린 비음이 새어 나왔다.

 

"나도 같은 인간이겠지? 너의 비겁한 폭력과 나의 일방적인 폭력! 다를게 없다. 폭력은 정

당성과 가장 먼 형태이니까 말이다. 다시 문제 내겠다. 문제는 좀전과 같고 하나를 더 추가

시키지! 너와 선주 그리고 너의 식구 중 한명을 더 추가하지! 네가 죽으면 두명의 혈육은

살게 되고 두명이 죽으면 반대로 네가 살아난다. 너의 선택을 정해 보아라!"

 

인간의 심리는 참으로 묘하다.

때론 훌륭한 답이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고도 하고 아주 어려운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은

문제로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진부한 말놀림으로 상대를 속여 자신은 쾌감에 젖기도 하

는데 지금 추림의 문제가 그 유형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대답할 것이다.

자신이 죽겠다고! 과연 그럴까? 백척간두의 입장에서 그렇게 자신의 삶을 초개같이 내 던

질 수 있을까? 사람이라면 윤리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고 강요 받는다.

하지만 그 순수성과 진실성의 인간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이느냐 할 뿐이다.

 

이번엔 추림이 시간을 재지 않았다.

조용히 최진규를 바라보며 기다려 주었다. 최진규는 눈을 반개한 채 무언가 떠올리는듯한

얼굴로 멍하게 앉아 있었다.

 

"개자식! 어떤 대답도 답이 될수가 없겠지? 날 가지고 놀지 말아라! 그래 넌 죽는 길을 택

함으로서 두명을 살릴 수 있는 놈이다! 흥! 좋아 좋다고! 난... 살아야겠어! 됐냐? 대답이

마음에 들었어?"

 

최진규가 발작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눈이 붉게 충혈된 것이 그도 양심의 가책은 남아 있는지 눈물을 쏟아 내려는듯이 보였다.

 

"후훗! 머리는 그런데로 돌아가는군! 그렇지 내가 원한 대답은 네가 할 수 있는것이 아니

다. 넌 이미 살려고 몸부림 치고 있으니까... 하나만 물어보자. 너의 꿈이 무엇이냐?"

 

"......?"

 

입을 꾹 닫고 얼굴에 힘을 준 최진규가 추림을 노려보았다.

 

"넌 정말 썩은 인간이었군. 가장 기본적인 바램조차 없는 인간이라니. 내 꿈을 한번 들어

볼테냐? 난 집을 지을 것이다. 작은 동산밑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집을 지을 것

이다. 하지만 불가능할지도 모르지... 누군가 그러더군 작고 아름다운 꿈일수록 그 꿈은 실

현하기 힘들다고 말이야. 하지만 상관없어. 그래서 꿈인지도 모르니까!

 

울고있다. 비폭력의 자유를 만끽하며 살던 폭력에 물든 남자가 울고 었었다.

자신을 옳곧게 성장시키지 못한 추한 모습으로 울고 있고 어떤한 일에대해 회한으로 힘겨

워하며 울고 있었다.

 

"후후후. 우는군! 넌 참 어리석은 인간이다. 그 울음의 의미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와 유사

한 울음을 많이 보았지. 최근에는 불과 몇시간 전이군. 너에게 당한 한 여자가 서러워서,

두려워서,억울해서 울더군. 말해볼까? 넌 지금 후회스럽겠지? 내게 이런 일을 당해가면서

까지 이겨내지 못한 너 자신이 불쌍하고 그동안 살아왔던 날들이 못내 아쉽겠지?

널 우러러 보는 인간들은 많지만 정작 넌 친구가 없을꺼야. 널 위해 진정으로 슬퍼하고 가

슴아파하며 걱정해 주는 이가 없을걸? 이기적인 사람은 가진것이 많다고 믿지만 정작 진

실을 알게되면 가진것은 허무한 자기의 욕심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되지!"

 

그렇게 말한 후 추림의 바에 다가가 술병을 병재 가져왔다.

 

"한잔 하지? 난 너같은 부류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가 누구였는

지 알아? 역사에 가장 악하게 기록된 독일의 전쟁광 아돌프 히틀러였다.

그가 이차대전을 일으키기 전에서의 큰 전쟁에서 일반 사병으로 출병해 수천명이 죽은 한

가운데서 혼자 살아 조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는 독일을 역사에 가장 큰 침략국가로 규정지은 원흉으로 거듭나게 되었지.

억세게 운좋은 남자! 작은것을 훔치면 도둑이 되지만 큰 것을 훔치면 영웅이 된다지? 난

어릴적 그렇게 생각했다. 어린 내가 나치즘에 몰두한것은 아니지. 그를 영웅시한 작은 소

년의 착각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 착각을 커서도 믿음으로 알고 살아가는 자들이 있

다. 그 부류중 너도 하나가 아닌가 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나?"

 

최진규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신도 한잔 잔을 채운 추림이 이번엔 담배를 건넸다.

잠자코 그가 건넨 담배를 받아든 최진규가 추림의 얼굴을 외면한 채 직접 불을 붙혀 피웠

다.

 

"너의 유년기가 잘못 되었다. 조그만 아이가 큰 어른 흉내를 내려했을거다. 다른 사람들의

정점에 서려했고 그들을 무시하며 업수히 여긴 넌 그들과 다르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죽이는 일임을 모른 넌 살아있는 시체가 된 것이지.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

지 깨닫지 못한 채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하며 살아갔다는 진실을 차마 넌 인정하지 않았

을걸? 나와 너의 차이가 무엇인줄 아느냐? 난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넌 이렇게 말을 못한

다는 점이다. 또 차이가 무엇인줄 아느냐? 난 이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지만 넌 진심으로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추림은 선주와 지선에게 들어 알게되고 느낀 최진규를 분석하고 추리해낸 그의 심리적

상태와 사고를 덧입혀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날 함부로 잣대짓지 말아! 네가 뭘 안다고 떠들어? 개자식! 흥! 선주가 말해 주었겠지?"

"아니. 그녀가 널 말한것은 너의 이름과 성격에 불과해. 삐뚤지만 원래 착하고 순한 오빠

라고 표현하더군. 자신을 폭행하고 강압시킨 오빠를 두둔하더군. 생각보다 심지가 깊은

선주다. 넌 그녀를 욕하고 비방할 자격이 없다."

 

"널 이대로 둘줄 아느냐? 차라리 날 죽여라!"

"훗! 넌 죽일 가치도 없는 놈이다. 내가 널 폭행한 사실이 있던가? 어디 부러지고 터졌나?

상처가 몇주쯤 진단할 정도로 내가 널 폭행했던가?"

 

"네가 날... 잇......!"

 

추림은 철저히 상처를 입히지 않는 폭력을 가했다. 흔적은 남지 않으면서 고통은 고스란

히 전해지고 남을 폭력을 사용했다. 아마 병원에 가서 진단해도 얻는것은 작은 내출혈 정

도가 다일것이다. 내출혈은 작은 충격과 피로감에도 생기는 현상이다. 증거가 없는 셈인

데 최진규로서는 철저히 당한 셈이었다.

 

"내가 너보다 한참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 경험은 많지. 난 너처럼 어리석지 않아. 넌 날 무

참하게 린치했고 상처를 남겼지만 난 그런 무지하고 짐승같은 짓을 하지 않아. 진단서를

끊어 놨지. 널 고소하면 넌 한 십년쯤 감옥에서 살게 되겠지? 증거? 있지. 네가 데려온 놈

들의 얼굴은 죄다 기억하고 그 중 한놈의 이름도 알고있다. 이 정도 증거면 널 오도가도

못하는 개꼴이 되지. 누가 이기나 한번 내기해 볼까? 넌 항상 네가 가진것이 가장 큰 수단

이라고 믿나본데? 웃기지 말거라. 세상엔 너보다 더한 개자식들이 널렸고 나보다 더 똑똑

한 채 하는 인간들이 부지기수다."

 

입술을 깨물고 추림을 노려보는 최진규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노려보는군! 마무리를 하자. 나랑 약속할테냐? 아니면 넌 평생 내게 바보처럼 될테냐?"

"뭘 약속한단 말이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최진규가 추림에게 고함을 질렀다.

 

"모르는군! 기회를 줄까? 남자답게 나랑 한번 싸워 볼 기회를 줄까? 네가 이기면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하지만 지면 넌 더 비참하고 비루한 개꼴이 될테고. 한번 해 볼테냐?"

"......!"

 

솔깃한 말이지만 턱도 없다. 이미 당할만큼 당해 보았고 본능적으로 추림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최진규였다. 단신이다 할 수 있는 추림이 쏟아내는 에너지는 활화산 같았고

폭주 기관차 같았다. 겉모습으로 판단한 그를 절대 그렇게 여기지 못할 것이다.

 

지난번 그를 린치할때 동행했던 후배들이 진저리를 쳤었다.

양아치짓은 다 하고 다니던 놈들이었는데 생각만해도 치가 떨린다고 했다.

 

"최진규! 난 너와 다르게 살지만 또한 너와는 다른 이상을 지니고 있다. 너의 동생 선주에

게 함부로 대한적 없었고 생각해 본적 없었다. 너의 그른 성격은 여자를 함부로 강간해도

되겠지만 난 아니다. 너의 그 더러운 점이 선주를 의심케했고 더럽다 여겼을 것이다.

너의 주관과 사고를 타인에게 맞추고 생각하려 하지 말아라.

네가 그런다고 세상의 남자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다. 이거 아느냐? 세상이 아무리 거칠고

각박해도 아직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선주는 네 동생이고 여자다.

나중에 네 마누라가 될 이도 여자고 네 자식중에 생길지 모르는 딸도 여자다. 넌 그들에게

도 그렇게 함부로 대할테냐? 아무렇게나 욕하고 손찌검하고... 한번 생각해 보아라. 너의

잘못과 그릇된 행동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란 말이다.

세상은 이치와 순리로 돌아간다. 네가 만든 인과응보는 언젠가 널 크게 망칠 것이다.

결자해지라했다. 네가 스스로 역은 악순환의 고리를 풀어라.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를 구

하라는 것이 아니다. 때론 사람의 변화는 조용하게 시작될수도 있다.

넌 제법 머리도 돌아가는 남자 같아 보이는데 그 머리를 너의 삶을 되짚어 보는데 써 보아

라. 스스로가 널 우월하다 치장하지 말아라. 그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줄 아느냐?

네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널 알고 싶었다. 널 때려서 그런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타인의 고통만큼 너도 아파보게 하고 싶었고 두렵게 만들고 싶었다. 선주를 그냥 내버려

두어라. 내가 싫다면 그녀를 안보겠다. 난 그리 치사하거나 속좁은 편견주의자가 아니다.

선주를 네 동생으로 아끼고 사랑해 주어라. 그녀의 모습을 볼테냐? 네게 당해 시름하고

있고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는 최진규의 여동생 최선주의 모습을?"

 

최진규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자신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폭력성! 제어되지 않고 인내하지 못하는 잔인성!

때론 스스로에게 놀랄때가 있었다. 자신에게 이런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도저

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말자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변해있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유독 집안에서 자신에게만 그런 성향이 있었다.

형님과 두 여동생에게는 전혀 없는 파괴적 유전인자가 자신에게만은 온통 몰려 있었다.

이남자! 부러웠다.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 모습이 부럽고 시기심이 일었다.

저러고 싶었다. 부드럽게 말하며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싶었다. 멋진 남성이 되고 싶었

고 품이 큰 남성이 되고 싶었다.

 

추림은 최진규의 눈빛이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흔들린다. 그의 주체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추림은 마음속으로 그가 변환의 전기를 놓치

지 않기를 바랬다.

 

"날 비웃고 있는 것이냐?"

 

추림의 입가에 작은 미소를 보고 최진규가 불쾌한 투로 물었다.

속좁은 인가! 저렇게 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다니.

 

"아니. 난 지금 즐기고 있다. 너의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을 두개의 정체성이 다투는 것을

생각하며 즐기고 있지. 넌 강한 남자인가 어떤가 생각하고 있지."

"흥! 웃기는 말을 잘하는 놈이었군! 날 알지도 못하면서 억측이군!"

 

"넌 뭔가 착가한본데? 지금 넌 내게 잘못을 빌어야 하고 난 너를 제압하고 있는 사람이다.

말 끝에 놈이라는 것은 너와 내가 대등한 입장이라는 것인데, 그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

지 않나?"

"내가 힘이없어 굴복했지만 모든것을 굴복한것은 아니다. 착각하지마라."

 

"호? 그래? 기개가 있군. 좋아. 인정하지. 술을 못하는군. 취기가 오르나?"

 

눈이 피로해 보이고 얼굴이 달아오른 최진규의 얼굴 모습에 추림은 화재를 돌렸다.

모사적인 술수다. 가급적 사소하나마 대화를 이끌어내 그의 마음을 열려 하고 있는 것이

다.

 

"상관있나? 그렇게 마시면 누구나 취하지 않나?"

"약하군! 난 술을 무척 즐기지. 이건 그리 독한 술이 아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순돗수를 희

석시킨 증류주지. 돗수만 높을뿐이다."

 

추림이 발렌타인 병을 흔들어 보이며 말하자 최진규가 관심을 보였다.

 

"술을 잘하나보군. 어디서 주워 들었나보지?"

"맞았어. 여기저기서 주워들었지. 난 기억력이 무척 좋은 편이지. 관심이 가면 안 잊는다.

누구에게 당한 일도 못잊는 것 중 하나고... 아 오해는 말아. 그냥 한 말이니까."

 

최진규는 추림을 잠시 바라보다가 추림이 시선을 그의 눈에 맞추자 고개를 돌려 추림을

외면해 버렸다.

 

"나랑 남자로서 내기 하나 하지 않을테냐?"

"......?"

 

"너도 남자라면 나의 내기에 응해라."

 

추림이 말하자 최진규가 고개를 비스듬이 하고 추림을 바라보며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

 

"아주 쉽지만 아주 어려울수도 있는 내기다. 해 볼테냐? 그정도 배짱은 있으리라 보는데?"

"말해라! 할 수 있는 내기라면 해 보겠다."

 

최진규가 이를 악물고 지지 않으려는듯 추림의 얼굴에 강한 눈빛을 부딪혀 왔다.

추림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생겨났다. 이런 인간은 다루기가 의외로 쉽다.

정말 다루기 힘든 사람들은 순수하고 선한 이들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착각하고 하는 것이

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념과 주관이 뚜렷해서 굽힘이 없는 것인데 혹자들은 그것을 멍청하

다거나 무지하다고 표현한다.

 

"좋아! 내기는 이거다! 뭐냐하면......"

 

추림의 말이 흘러 나오자 최진규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지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추림의 미소는 더욱 진해지고 눈빛은 강한 빛을 품었다.

 

사위가 조용한 침묵속에 깨어나는 아침이 다가오고 있는 날이었다.

                                                                                                       (36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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