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 저희 부모님입니다.
이걸 먼저 알아주시고 글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희 집 잘 사는 집은 아닙니다.
IMF 가 터진 후로 정말 많이 힘들었었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 직원이 돈을 횡령해서 튀어버린 후로...
아버지가 술 드시고 길 바닥에 주저앉아 우시는 모습을 본 후로.....
전 불효자는 안되겠다..내가 빨리 돈 벌어야지..우리 집 다시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기초 학문 계열에서 연구하는게 꿈이었지만 그 날 이후로 의대로 전향했습니다..
그 해 수능봐서 의대에 합격하고...과외만 죽어라 해대가며 돈 벌었습니다...
그렇게 몇해가 지났네요..
하지만 만만치 않은 학비..제가 번다고 해도...부족하죠...책값도 워낙 비싼터라...
저도 지금 신용불량자입니다...하지만 열심히 저도 벌고 얼마 안되지만 조금의 장학금 받아가며
어떻게 한 해 한 해 넘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가난할지라도...가끔 저희 가족 모여서 통닭 사서 공원 잔디밭에 둘러 앉아
맥주 한 잔 하는 게 세상에 더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학교 생활에 지치고 차츰 무기력해지던 어느 날 한 여자애가 들어왔습니다.
웃는 모습이 해맑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햇살 맑은 오후에 도서관에서 졸고 있는 제 옆에 커피 한 잔과 '힘내세요' 라는 문구가 써진 쪽지를
남기고 간 그 아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연애라는 걸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학교에서 자판기 앞에서 150짜리 커피 한 잔 하는게 데이트의 전부였지만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이가 더 좋아졌고 제 도서관 옆자리는 항상 그 아이 자리..
아버지는 많이 힘드셨나 봅니다..제가 그러는 동안....
얼마 전 아버지와 함께 친구분 집에 인사드리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분 따님도 나오더군요..
몰랐는데 선 자리 였습니다..
아니 선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네요...
저희 아버지가 이 친구분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따님이 절 좋아한다더군요..
전 그냥 웃으며 "하하 그래요?" 하고만 넘겼는데...
아버님 친구분이 절 사위 삼고 싶어한다고 말씀 하셨나 보더군요..
저희 아버지..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아버님 친구분 부자..입니다.
매우 부자..
제 아버님 제 미래를 생각해도 그렇고 우리 집을 위해서도 그렇고 결혼시키고 싶으신가 봅니다.
저 따로 생각해 둔 여자 있다고 이런 식의 만남은 좀 아닌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처음에는 알았다고 넘어가시더군요.
그런데 지금 저희 집이 또 돈이 좀 필요합니다.
아버님 빌릴 곳은 그 친구분 뿐인데..말을 못 꺼내겠다고 술만 드시더군요..
요새는 술만 드시면 그 말씀만 꺼냅니다..
결혼만 하면 그쪽 집에서 제 병원이며 차며 다 해준다고 했던 말 몇번이고 하십니다...
지금 우리집은 천만원만 있어도 숨통이 트이는데 그 집에서는 그 정도 돈은 돈도 아니라며...
좀 많이 답답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무엇이 옳은것인지...모르겠네요
지금 제 여자친구에게도 미안하기만 하네요...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