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의견을 구하고 싶어서 이렇게 용기 내어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는 모 고등학교의 교사입니다. 얼마 전에 저희 반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가 우연히 반 아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제가 담임을 맡을 때부터 순종적이거나 순진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재치와 유머가 있고 어려운 아이들을 솔선하여 돌볼 줄 아는 학생이어서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저도 처음 당해본 일이라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두려움도 앞섰습니다. 특히나 학교의 교칙과 선례로 보았을 때,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퇴학처리를 당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누구에게 알릴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모진 마음으로 아이를 지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해 보기도 하였으나 당시 임신 약 4개월로 접어들고 있어 그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일뿐더러, 또한 소중한 생명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 결국 그 아이의 임신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고 결국 그 아이는 며칠 전에 퇴학 처분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답답한 교육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교육이라는 공간 안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교사로서 아무런 교육적 조치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미 30여 년 전인 1970년대에 헌법 수정을 거쳐 임신을 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퇴학시키지 않고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지도한 이후, 임신에 따르는 퇴학과 퇴학에 따르는 사회 범죄와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줄였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이 될지 너무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 학생이 이 상태로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여 아무런 조치 없이 나가게 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험난한 길이 그 아이에게 닥칠지 잠깐 생각해 보아도 너무도 뻔한 일입니다. 대부분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고 사회의 어두운 뒷길을 해매일 것입니다. 가끔씩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오르내리는 청소년 낙태의 문제라든지, 청소년이 아이를 낳아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끔찍한 사건들도 결국 이런 학생에 대한 구출 통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교육현장에서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 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매스컴을 통해 고등학교 여학생의 경우 무려 17퍼센트 이상이 성경험이 있다는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해마다 그 비율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니 앞으로 우리 학교의 아이와 같은 아이가 더욱 늘어날 것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세상이 변하여 해마다 늘어가는 성 경험 비율에 비해 임신한 학생에 대한 조치는 오래전의 구태의연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를 놀랍게 합니다. 조금 더 실천적이고 대안적인 방안들을 관계 당국에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잠깐의 실수로 어린 학생 하나의 인생이 뒤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파 이렇게 몇 자 주절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