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을 입에 물고 서류더미를 가슴에 가득 안고 서고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는 희지...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 피식~ 웃던 변호사 김섭은 희지 옆으로 다가가...
“열어줘.”
종이컵을 입에 물고 있어 아무 말 못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희지...
“눈웃음치지 마라. 무섭다 못해 섬뜩하다.”
하며 문을 여는 변호사... 컵을 물고 말을 하는 희지...
“닝가 은지부러 천득끄너기 떵 그아.(해석: 내가 언제부터 천덕꾸러기가 된 거야.)
“뭐라는 거야.” 며 휑하니 변호사실로 들어가 버린다.
“어~~~우! 정말...”
서류더미를 바닥에 내려놓고 궁시렁대는 희지 뒤로 회사 동생 정연이 들어와 찾을 것이 있다며 이리 저리 뒤적이다.
“언니, 실루엣이 살아나는 걸. 요즘 운동 열심히 하나봐.”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래도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4가 된 건. 나으 29년 인생! 첨이다. 쪼매만 기다리~ 조만간 S자 몸매를 보여주마.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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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우그룹 회장실... 정회장이 상우를 찾는다.
“앉아봐라. 요즘 정실장 어떻게 지내?”
“네? 아~ 평우건설 대구이전 문제로 바쁜 듯 합니다.”
“그 아가씨 만나는 것 같지 않고...”
“알아볼까요?”
“됐어. 그 녀석 종친 모임때까지 어찌 하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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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친모임 이틀 전... 블루마린 호텔 특실안...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누이고 TV를 켜고 객실 전화기를 든다.
“네... 여기 빌라무스까델 한 병 올려줘요. 네... 안주는 알아서 줘요.”
“참!”
잊을 뻔 한 듯.... 누인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찾아 어디론가 건다.
“여보세요.” 희지다.
“정정욱 입니다. 내일 퇴근 후 잠시 봅시다.”
“왜요?”
“중간 점검이요. 운동은 열심히 했소. 내일 보면 알겠지.”
“어디서 보죠.”
“회사 앞으로 갈게요. 일찍이 나오시오.”
“뭐라구요... 아뇨. 그러지 마세요. 괜히 오해나 삽디다. 저번에 강제로 끌고 간 커피숍에 보죠.”
“그러시던가.” 뚜~~~
그냥 끊어 버리는 정욱 행동에 기분 상한 희지는 궁시렁 궁시렁 된다.
‘뭐야 그냥 끊었어. 빌어먹을... 진작에 알아 봤지만... 에이~~ 이 (예의로) 밥 말아 먹는 놈!’
문자 메시지가 온다.
‘7시까지 커피솝에서... 정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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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주세요. 모카로...”
‘왜 안 오지.’ 시계는 약속한 시간에서 20분을 지나쳐 간다.
그때... 정욱! 생긴 건 멀쩡하게 잘 생겼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들어선 정욱은 운동복 차림임에도 눈에 확~ 들어온다. 어느새 다가와.
“나갑시다.”
희지의 손목을 잡아 일으키다. 정욱이 생각했던 것 보다 살이 많이 빠져 있던 모습에 놀랐다.
“밥 말아 먹을...”
작은 소리로 궁시렁 된 줄 알았는데... 들었나 보다.
“뭐요?”
“아뇨. 배가 고파서... 가시는 길이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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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선 곳은 안경점이다.
“렌즈 좀 보여 주세요.”
“어느 분이 할 실건가요?”
정욱이 엄지손가락으로 희지를 가리킨다.
“네. 손님 이쪽으로 오세요. 검사부터 할게요.”
슬슬 뒤로 물러서는 희지를 잡으며 검사실로 데려간다.
“무섭단 말에요. 해 맑디 맑은 눈에 어떻게 이런 걸 넣어요.”
도수를 재고...
“손님! 눈이 많이 나쁘시네요. 난시도 조금 있고...”
점원이 렌즈를 꺼내 들고 착용 방법을 희지에게 설명한다. 희지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정욱을 쳐다보며...
“그냥 안경 빼고 가면 안 될까요?”
“어서해요.”
씨도 안 먹힌다. ‘에이~이~ 밥 말아 먹을...’
희지는 점원에게 얼굴을 들이 대며...
“살살 해주세요.”
“아프지 않아요. 처음엔 조금 거슬리는데... 금방 익숙해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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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친모임 날...
3시에 아파트 앞으로 차를 보낸다는 문자 메시지!
2시 40분... 벌써 차가 서 있다. 대충 차려 입고 나가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상우가 차에서 내린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는 희지...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는 상우의 모습에 놀랐다.
바깥세상 구경 한번 못해 본 것 같은 새하얀 피부, 수족이 길쭉길쭉 하고 키도 180은 넘어 보이며 생김생김이 조각이다. 웃는 모습 또한 예술이다. 괜히 자신의 피부가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희지가 올라 탈 곳에 문을 열며...
“타세요. 오늘 많이 피곤하실 거예요. Make UP 먼저 받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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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 20분 전 4시 40분이다.
“저희는.. 실장님께서...”
“이걸요. 이걸...”
어깨가 훤히 다 들어나는... 하늘하늘한 연분홍색 실크 드레스다.
급한 마음에 드레스 숍에 들어온 상우는 희지가 덩치 큰 도우미와 실랑이를 버리며 드레스를 들고 ‘제 29년 인생 이런 옷 입어 본 적이 없다. 옷이 생기다 말았다는 둥... 세미누드 찍을 일 있냐는 둥... 어깨가 안 들어나게 봉합 해 달래며... 못 입어... 난 못 입어요.’ 배 째라고 소파에 풀썩 앉아 버리는 희지 모습에 귀엽게 느껴진다. 상우는 웃으며 희지에게 다가가...
“늦었어요. 어서 입고 나와요.”
희지는 드레스를 펼쳐 보이며...
“이걸 어떻게 입어요.”
“그럼 벗고 가게요.”하며 웃는 상우...
무슨 남자가 웃는 모습이 저리도 이뿔까?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엉큼하고 느끼했을 말임에도 상우가 하니 귀엽고 이뻐서 안 입을 수 없게 만든다.
“어서 입어요.”
하며 상우는 탈의실로 희지와 도우미를 밀어 넣어 버린다.
‘아아아... 언니, 언니... 숨이 안 쉬어져... 어머~’ 탈의실에서 세어 나오는 절규 아닌 절규에 소리...
상우는 다른 도우미들에게 탈의실을 가리키며 두 손 들어 어깨를 으쓱~ 댄다.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하며 도우미들은 상우에게 연신 웃음을 날린다.
계속 악~ 악~ 대던 탈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궁금해 눈을 돌린 상우...
‘와우~ 옷이 날개라 더니...’ 단아한 모습에 놀란다.
입술을 앙다물고 있는 희지가 어찌나 귀여운지 상우는 입가에 연한 미소가 번진다. 뒤에 따르는 도우미... 이마에 땀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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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회장 정욱을 보고...
“왜 아직이냐. 오긴 하는 거냐?”
정회장은 5분마다 한번씩 물어대는 통에 점점 짜증이 난다.
정욱에 오른쪽 가슴 켠에 넣어 둔 휴대폰이 진동한다.
“어디야.” 한층더 짜증난 목소리다.
“형 내려와~” 희지의 도착을 알리는 상우...
기다리던 차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현관문에 기다리고 섰던 정욱... 빠른 걸음으로 차 뒤 자석에 문을 신경질 적으로 확~ 열어젖힌다.
한순간 눈앞이 환해지고 지금껏 느끼지 못 했던 감정들이 정욱을 감싼다.
신경질은 간대 없고 희지가 편하게 내릴 수 있도록 손을 뻗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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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앞에 선 심통한 희지...
“이게 뭐예요.”하며 드레스를 가리킨다.
“물만 먹어도 터질 것 같아요. 숨 쉬는 것도 힘들고... 배고픈데 먹을 수 없잖아요. 일부로 그런 거죠. 굶길 작정이었죠.”
“당신이 알아서 생각해요. 들어갑시다. 할아버지께서 무척이나 기다리고 계시니... 알아나 보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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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소리 나는 곳으로 눈을 돌린 정회장...
정욱 옆에 선 희지를 보고... ‘설마’
“누군가?”
“할아버지 오희지씨에요.”
놀란 눈을 애써 감추신 채...
“어... 허허...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허...”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어르신”
인사를 드리며 희지는 정욱에게 눈을 흘기며...
“옷이 사람을 놀래 키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허허... 그래, 그래요.”
어느새 상우는 정회장 옆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정회장은 정욱을 올려다보며 “친지분들께 먼저 인사 드려라.”
“네”
희지 등 뒤에 손을 대며 희지를 이끈다.
놀란 희지는 “치우시지...”
관심 없단 듯 “지금부터 정정욱의 약혼녀에 걸맞게 행동 바라오.”
둘은 서로 툴툴대며 자리를 옮긴다.
그 사이.. 정회장은 상우에게 그전 상황을 전해 듣는다.
희지는 너무 많은 분들께 인사드려 누가 누군지 생각나지 않고...
배에선 천둥소리가 점점 커져만 간다. 약간씩 물을 마셨지만 이젠 물로도 멈춰지지 않는다.
먼 친척분과 얘기를 마친 정욱...
“뭘 좀 먹던지. 내가 민망하네.”
팔꿈치로 희지를 뚝 친다.
“먹을 수 있음 먹었죠. 이딴 걸 입혀 놓고 댁은 좋아라, 맛난 음식 드시네요. 인격도 훌륭하셔라.”
희지는 정욱을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드디어 정욱의 피앙샐 찾은 거야”
정욱 등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정욱에 가려 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정욱이 뒤 돌아 보자.
비웃는 듯...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언제 나오셨어요. 준우형!”
“네 약혼녀가 궁금해서 말이야. 일이 손에 잡혀야 말이지.”
“작은 아버진 잘 계시죠.” ..... .....
몇 마디 오가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희지는 평범한 대화에도 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그가 나를 보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희지는 고개를 조금 숙여 인사하고 정욱을 올려 다 보았다.
“작은 아버님의 큰아들”
정욱의 말을 가로 채며 그가 “정준우입니다. 언제 시간되세요. 식사 같이합시다.”
그가 정욱을 보며 “너두 안 바쁘면 같이 하자”고 웃어 보인다.
희지는 따라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았지만 분위기상 옅은 미소도 경직 될 것만 같았다.
몇 번 만나지 보지 못했지만 매섭고, 차가운 표정에 정욱이... 희지는 조금 당황스럽다.
그때 상우가 다가와 준우에게 인사를 하고... 할아버지께서 찾으신다며 정욱을 데리고 간다.
배고파 조금씩 물을 마셨던 희지... 화장실이 급해진다.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희지도 그 자리를 뜬다. 복도로 나온 희지는 이리저리 살피다 화장실을 찾아 들어간다.
가슴과 배가 너무 갑갑해 지퍼를 내리고 ‘후유~ 후유~’ 몰라서 숨을 크게 몇 번 내 쉬었다. 지퍼를 내리긴 쉬웠었는데... 용을 써가며 다시 지퍼를 올리고 나왔다.
복도 창가로 보이는 저녁 야경이 멋져 보였다.
유리창으로 희지 자신의 모습도 어렴풋이 비춰 보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 그 전에 자신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평생을 살면서 입어 볼 수 있을까? 말까한 심플하지만 화려한 옷도 입어보고 순서에 맞춰서 makeup도 해보고 외국 영화에서만 봤던 곳에서 준비된 음식과 차를 마시고... 이래저래 생소 했지만, 싫지 않다. 어색 했지만, 재미있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움...
희지는 피식~ 피식~ 웃어 댄다.
“뭐하는 거요. 미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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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살라꼬...입니다.
많이 기다리셨는지...(혼자만의 착각!)
금지어가 뭔지 알 수 없지만 올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끝까지 갈수 있을 런지... 저 자신도 의심스럽네요.
많은 힘 보태 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