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사랑-첫번째
‘퍽’
“윽”
“일어나 이 새꺄!”
코에서는 이미 코피가 나온지 오래됐고,귀 언저리에서는 선홍색피가 질퍽질퍽 귀 뒤로 흐르고 있었다.
“아프냐?”
다리를 절룩거리며 넘어진 녀석이 한쪽 벽을 짚고 배를 움켜쥐며 빙둘러 있던 다른녀석들을번갈아보더니,콧 웃음을 쳤다.
“아니,이 새끼가”
“그만둬!”
원을 그리고 있었던 녀석들은 일제히 말하던 녀석의 길을 양갈래로 트여주고는 왕이라도 행차하는것처럼 말하던 녀석을 쳐다봤다.교복을 입고서있던녀석의 키는족히180은훨씬넘어보였고호리호리한 키에 앞머리는 쌍커플진한쪽눈을 가려주고 있어서 그녀석의 강한 이미지를더어필해주고있었다.하얀피부에 가느다란 손은 그가 이세계에 어울리지 않는사람이라는것을충분히 입증해주고 있었다.
“됐다.그만하면 저 새끼도 정신을 차렸겠지”
“야,대장”
한녀석이 그를 보며 대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그 대장이라는 녀석의 손에는 타다만 담배가 손가락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보내줘라”
녀석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피를 흘리고 있던 남자애는 이때다 싶어 가방을 들고 뒷걸음질을 살살치더니 그들의 눈치를 살피고는 뒤를 돌아 잽싸게 뛰어갔다.
“야!이강혁 너 왜그랬어?저자식들이형민이 한테했던거 생각안나?”
“생각나, 우린 저치들과는 똑같은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되도록이면”
“공자같은말만 하시네”
“오늘은 내가 쏜다.가자!”
해신고등학교-
“김필중”
“네”
“서주원”
“......”
“서주원!”
“주원이 안나왔어요”
“참....이 강혁...강혁이도 아직이냐?”
“...네..”
선생님은 비어이있는 책상을 보고는 늘 있었다는 듯이 주위를 빙 둘러보고는 출석부를 들고 다시 나가버렸다.다시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제개네들 분명 또 쌈질 했을거야”
“그러게,강혁이랑 주원인 멋있긴 한데 넘 무서워”
“누가 아니래니?”
여자애들의 수군거림의 주제는 언제나 똑같았다.강혁이와주원이의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그랬다.그래서 여학생들의 꿈은 하나같이 강혁이와 말을 좀더 오래해보는 것이었다.교실을 나갔던 선생님은 다시 들어왔다.그리고 선생님뒤로 젊은 여자가 졸졸졸따라들어오고 있었다.다시 교실안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조용조용!?”
선생님은 들고 있던 막대기로 교탁을 탁탁두드리며 학생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겠끔주도하고있었다.
“자,오늘부터 3학녀 2반 부담임을 소개한다.이제까지 계셨던 선생님은 갑작스런 일로 다른학교로 정근가시게 됐다.이번에 새로오신 여자선생님이 앞으로 우리 반을 이끌어주시고도와주실 선생님이시다.자아 이선생님 인사하세요”
옆에서있던 이선생이란 여자는 차근차근 교탁앞으로 다가왔다.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어깨를 살짝 걸친 웨이브진 머리는 그녀의 차분함을 엿볼수있었다.아이보리색 정장에 하얀색폴라티는 상큼함까지 더해졌다.옅은쌍커플진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것같은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약간 도톰한 입술을 웃어보이며 하얀이를 내보이자 반에있던 남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그리고 그녀는 뒤를 돌아 칠판에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정확히 적어내려갔다.이.지.은.
“선생님,연세는요”
한 여학생이 어르신들한테나 쓰는 연세얘기를 하자 반에서는다들 폭소를 터뜨렸다.
“스물여섯이에요”
“와~”
남자애들은 자신의 손가락을 세우며 여선생님과 자신의 나이차이를 계산하고 있었다.그모습을 본 지은이는 매우 흐뭇해하고있었다.
“여러분들께 좋은선생님으로 남고 싶어요.그렇게 도와줄수 있죠?”
“네~”
매우 기분좋은 대답이었다.지은이는 웃으며 하나하나 학생들을 살피고 있을때 갑자기 교실 뒷문이 스르륵 열리고 있었다.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지은이는 뒤에서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남학생둘을 보았다.그리고 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담임선생님 역시 마찬가지로 들어오는 남자애들을 뭐라하기는커녕 지은이를 쳐다보며 히죽웃어보일뿐이었다.지은이는 그들을 보자 심상치 않은 아이들이라는 것을 금새 알아차려버렸다.아무말도 하지 않는 담임을 보자 갑자기 지은이는 복받쳐오는 화를 짓누를수가 없었다.
“선생님,제가 인제 들어오는 애들에게 한마디 해도 될까요?”
“아니,이선생님 괜찮습니다.제 아이들 반이니 제게 맡겨 주세요.”
“그런데 왜 아무말씀도 하시지 않는거죠?최소한 왜 늦게 나왔냐고는 물어봐야 되지 않나요?”
“늘 있는 일이에요...”
담임 말에 더욱 화가난 지은이는 느긋느긋 자신의 자리로 들어가 앉아버리는 강혁이와 주원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희들 선생님한테 죄송하단 말도 없이 들어오는거야?”
반아이들은 다들 입만벌리고 있었고,이제 강혁이가 어떤반응을보일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씨팔,또 뭐야?”
아니나 다를까 강혁이는 어김없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새로 들어온 부담임에게 지껄이고 있었다.
“뭐..뭐..뭐라구?”
“이선생님!”
“선생님,들으셨어요?방금 학생이 욕을하잖아요.선생인저한테요..”
“제가 나중에 타이르겠습니다.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어이없다는 듯 지은이는 담임과 강혁이를 번갈아 보았다.지은이는 자신의 앞머리를 손을 쓸어넘겼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양팔을 걷어부치고 옆구리에 살짝 올려 놓았다.
“너,방금 뭐라 그랬어!”
“아이 씨팔 별 재수 없게 생긴게 건들고 지랄이야?”
건들건들 거리며 강혁이는 자신의 가방을 집어들고는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씨파알?야,너희 부모는 너 낳고도 미역국 먹었대니?이게 어디서 감히 선생한테 욕을 하고 난리야!너 당장 복도로 나가!어서!”
“재수 옴 붙은 날이네....야 가자”
옆에 앉아 있던 주원일 보며 강혁이는 교실밖으로 나가버렸다.눈만 동그랗게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지은이는 카만히 서서 우스운 꼴이 되버렸다.그들을 쫓아나가려하자 담임이 지은이를 불러세웠다.
“이선생님!”
“선생님,저런 애들이 학생이에요?어떻게 욕을....그것도 선생들 앞에서...”
“이선생님,학생들 앞에서 할소린 아니지만,저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포기한 학생들입니다.그러니까 이선생님이 나서서 할필요는 없다는 거죠...저애들은 학교오면 온갑다 그러고 생각하세요.훨씬 속이 편할겁니다.”
“제속 편하자고 저런애들을 그냥 놔두자구요?”
엎드려있던 한 여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지은이를 노려보았다.
“선생이면 선생답게 구시죠.나선척 해서 정의의 선생님이라도 되보시겠다는거에요?괜한 얘들 공부하려고 그래도 들어왔는데,선생님이 잘나척하시는바램에 나가버렸잖아요.욕은 둘째치구요.나가게 한건 선생님이잖아요”
“윤소라,앉아라”
소라라는 여자애는 긴생머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청순하게 보이면서도 약간은 차갑게 느껴지는 묘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털썩 자리에 앉은 소라는 뚫어지게 지은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지은이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찼다.이제까지 교생실습이며 여러 학교를 다녔지만 이렇게 선생님을 대한 학교는 처음이었다.지은이는 멍하니 서서 담임앞으로 걸어나오더니 교실문을 열고 그 반을 나와버렸다.문을 열고 나오니 이제야 좀 숨을 쉴수 있을 것 같았다.아무리 요즘 학생들이 되바레지고 제멋대로인 것은 알았지만,이렇게까지 그녀의 뒷통수를 칠줄은 몰랐다.앞으로 헤쳐나가야할 일들이 까마득한 것 같아 지은이는 한숨만 풀풀 쉬었다.
“지은이냐?너 술먹었어?”
“어?술?먹었지?나올수 있어 없어?나오긴 싫음 나오지마......”
“알았다 지금갈게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얼굴이 발그레진 지은이는 한쪽손을 턱에 괴고는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테이블위에는 소주두병이 가지런히 빈 모습으로 놓여져 있었다.얼마지나지 않아 영훈이가 들어오고있었다.그모습을 본 지은이는 풀린 눈으로 한쪽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여기라는 표시를 했다.
“왔네?내친구 영훈이...그래도 영훈이 밖에 없다...끽..”
“무슨일 있냐?너 답지 않게 왜그러냐?오늘 학교에서 속상했어?”
“야!학교얘기는 꺼내지도마,지켜워...지겨워...”
빈병을 자신의 컵으로 따르려 하자 영훈이는 손을 들어 소주 한병을 더 시켰다.
“어?없네? 히히히히....”
“그만 마셔라”
“무신소리,지금 부터라구”
혀가 짧아진 지은이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그래서 지은이가 한번씩 얘길 할때마다 주위사람들이 그녀를 귀찮다는 듯이 쳐다보곤했다.
“술 많이 마셨다 너”
“나아 술 하나도 안마셨어,끼...근데...영훈아...”
“다 들려 그러니까 조용히 얘기해”
“그넘들 말이야....”
“선생님입에서 잘한다”
“선생?누가?내가?깔깔깔깔...웃겨 내가 선생이야?학생들한테 욕이나 얻어먹는게 선생이야?넌 내가 선생이라고 생각하냐?어?”
“이지은 일어나자 너 술취했어”
“너 술마시러 왔잖어,”
“너 데리러 온거야”
“내가...왜...그런소릴 들어야해..응?”
지은이는 자신의 가슴을 쳐내려 갔다.눈에는 물이 조금씩 고이기 시작했다.지은이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살살 쳤다.
“인제 시작인데 이렇게 맘약해서 선생질은 앞으로 어떻게 할려고 그러냐?독하게 먹어야지”
“야!김영훈,너 나 알잖아 내가 어~얼마나 독한 아인지...킥킥..근데 나보다 더 독한 애들이 있지 뭐야?그것도 한참이나 어린것들이 말이야...”
지은이는 말을 하다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쳐다보게 되었다.입구에서는 사내들이 서너명정도 들어오고 있는게 보였다.지은이는 영훈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다 다시 눈을 깜빡여보고는 입구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낮에 자신에게 욕을 했던 그 학생들이었다.지은이는 머리를 흔들어보이며 주체하지 못한 자신의 몸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왜그래 너,”
“놔봐”
자신의 팔을 잡은 영훈의 손을 뿌리치고는 남학생들이 걸어가는 테이블로 비틀비틀 다가갔다.
“너!”
손가락이 강혁의 눈을 찌를것만 같았다.
“에이씨,넌 뭐야?”
“너?나다 어쩔래”
“이여자 아냐?생긴건 멀쩡한데 술쳐먹어서 생쑈를 하네”
“우리 학교 꼰대다”
“너네 학교에 이렇게 생긴 꼰대도 있었냐?”
“꼰대?야!내가 왜 꼰대야!너!나한테 사과해 얼른!그리고 학생이 이런델 와?이것들이 죽을라고 환장했나”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오셨군!”
“야!이 강혁 이게 뭐냐?간만에 술배좀 기분좋게 채울라고 했드만”
“아이 씨팔”
“어?또 씨팔!너 일어나?엉”
영훈이가 급하게 뛰어오더니,강혁이 일행에게 미안하단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얘가 술을 쫌 먹었습니다.평상시엔 이러지 않는앤데..죄송합니다”
“어이씨...놔아!...”
영훈이는 지은의 양팔을 힘껏 잡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지은이의 백을 집어들고는 카운터까지 간신히 걸어왔다.
“너희들 죽었어 씨이...”
“그만하자..얼른가자”
지은이가 질질 끌려나가자,강혁인 담배를 꺼내들어 입에 물었다.
“야,대게 귀엽다.진짜 선생이냐?”
“선생이건 말건 관심없다”
불을 붙인 강혁인 타들어가는 담배의 연기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