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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랑(1)

수리 |2005.12.10 12:29
조회 368 |추천 0

"꿇어!"

 

"..싫어"

 

"꿇으라고!"

 

"싫다구!"

 

"꿇으라니까!!!"

 

"...싫다고 했잖아!!"

 

철썩!!!

 

둘러서있던 하인들의 눈이 찔끔 감겼다.

 

이른 아침 대진국 수도에서도 이름난 갑부인 장대인의 안채 후원에서 눈을 부릅뜬채 소리를 지르고있는 이는

 

다름아닌 장대인의 둘째아들 장효문이었다.

 

"네 감히 누구앞이라고 이리도 건방진게야? 정녕 오늘을 네놈 제삿날로 삼고싶은게냐?"

 

효문의 목소리가 커지다못해 갈라지고있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어머니께 문안인사차 안채 후원의 문을 들어서던  효문은 막 담을 넘던 조그만 인영을 발견하곤

 

평소에 무공으로 단련된 날렵한 몸놀림으로 쉽게 잡았던 것이다.

 

막상 잡아놓고 보니 10살 남짓한 어린아이였다.

 

색이 바래 원래색을 알아볼수도없는 다 낡아 너덜해진 잿빛저고리와 무릎이 다드러날정도로 짧은 바지를 입은

 

아이는 효문의 앞에서도 주눅들지않고 오히려 반항기 가득한 눈을 한채 효문을 쏘아보고있었다.

 

효문의 고함소리에 달려나온 하인들이 아이를 꿇어 앉히려 했으나 조그만 녀석이 얼마나 발버둥을 치는지

 

결국 포기해버렸고 화가 난 효문이 아이의뺨에 손찌검을 한 것이었다.

 

아이의 입술이 터져 피가났지만 효문을 쳐다보는 검은 눈동자는 증오심으로 활활 타올랐다.

 

"내가 왜  네앞에 무릎을 뀷어야하지? 네가 황제라도 되냐?"

 

하인들 사이에서 헉!하고 숨을 죽이는 소리가 났다.

 

어이가 없어진 효문은 더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하인들에게 서쪽 광에다 가두어두라

 

명한 후 어머님이 계신 안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내가 명할때까진 물 한모금도 주어선 안될것이야!!"

 

서너발짝 떼던 효문이 뒤를 돌아보며 아이를 끌고 가던 두명의 하인들에게 14살 소년답지않은

 

싸늘하고 위엄섞인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아이의 팔을 양쪽에서 단단히 붙잡은 하인들은 비어있는 서쪽 광에

 

아이를 밀어넣은채 밖에서 잠궈버렸다.

 

 

##

"침모말이..왠 어린아이가 담을 넘다 잡혔다던데...어찌 처리한게냐?"

 

효문이 아침인사후 장대인의 부인이자 효문의 어미인 명옥화앞에 무릎을 꿇고 앉자

 

 명부인은 침모가 가져다준 차를 한모금 마신후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일단 서쪽 광에다 가두어 두었습니다.어머님이 신경쓰실만한 일은 아니옵니다."

 

"...그래도 담을 넘었다는건 무언가 훔치려고 그랬던게 아니겠느냐?

 

경비 무사들이 후원쪽 경계를 소홀히 한것인게야."

 

"아버님께 말씀드려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으니 염려 놓으시지요."

 

어린 아들의 똑부러지는 말에 명부인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운채 효문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었다.

 

검푸른 긴머리카락을 한데모아 푸른색 비단끈으로 높이 묶어 올리고 역시 푸른색 비단 옷을

 

허리께에 검은 비단끈으로 질끈 동여맨 효문은 14살 소년 답지않은 어른스러움을 풍기고있었다.

 

"참, 문아...아버님께서 이번 상단일에 너도 참가하라 하셨다지?"

 

명부인의 말에 차를마시던 효문은 수려한 미간을 찌푸리며 찻잔을 놓았다.

 

죽차의 쓴맛이 갑자기 더 쓰게 느껴지는 효문이었다.

 

"어머니"

 

아들의 표정이 굳어짐에 의아함을 느낀 명부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웠다.

 

"전 상단일엔 관여하지 않을것입니다. 형님도 계시고 아우 효천도 있지않습니까?

 

아버님께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했지만 참가하지 않을겁니다."

 

가장 믿음직하게 생각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을 아들은 효문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명부인은

 

효문의 말이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느껴져 안색이 확 변했다.

 

입가로 가져가던 찻잔을 떨어뜨릴뻔했으나 겨우 상위에 내려놓으며 마음을 가다듬은 부인은

 

효문에게 질책하는것처럼 들리지않도록 애를 쓰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

 

"..정..말...상단일을 하지않을 생각이더냐? 효영과 효천에게 모든걸 다 양보하여도 괜찮은것이냐"

 

큰아들 효영은 장대인의 첫번째부인이 남긴 자식이었으며

 

효천은 내노라하는 이름난 기루인 일월관의 기녀였으나 장대인의 첩으로 들어온 이명의 자식이었다.

 

겨우 4살에 어미를 잃은 효영때문에 부랴부랴 혼인을 한것이 명옥화였다.

 

대대로 관직을 지내던 명씨집안이었지만

 

10년전 지금의 황제인 성태조에 의해 새왕조가 세워지면서

 

명옥화의 아비인 명기현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근근히 가세를 꾸려가던 형편이었기에 대진국 제1거부인 장대인의 청혼을 마다할수없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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