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슬슬 그들의 공격에 대비를 해야할 때....
내일 서울의 체감기온은 영하 23도랍니다.
하루 1도씩만 떨어져도 크리스마스엔 -30도....
이정도면 밖에 나오지도 못하겠죠?
========================= 딱딱하고, 크고, 뾰족한 눈이여 내려라~!! =====================
민아 - 기억아, 어떻게 할 거야?
기억 - 응? 모...뭘?
민아 - 내 첫키스.
기억 - 어어? 그게..... 그러니까.....
민아 - 책임질 거야?
기억 - 아니.. 책임이라고 하면... 뭘 어떻게.....
민아 - 질 거야, 말 거야?
기억
- 그게 또.. 그렇게 말하면...
아무래도 져야겠지.
그런데 대체 뭘 어떻게....
민아 - ....... 책임 져.
=스륵.... 스륵.....=
기억 - 허...허억? 자, 잠깐..... 이, 이러면.....
민아 - 기억아!
=퍼억!!!!!!=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그녀가 내 품에 달려와 안기는 순간
난 눈앞에 불이 번쩍 튀는 강한 충격을 느끼며
갑자기 다른 세계로 튕겨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쿠당탕!!=
기억 - ....어억!?
아버지 - 인나라! 자식이 무슨 잠꼬대를....
어머니
- 당신도 참.... 애 한창 좋을 때.....
아, 아니.... 잠결에 그런 걸 또 혼을 내세요.
원체 강력한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매고 있는 사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부모님의 목소리.
그제야 난 내가 꿈을 꾸다 깼음을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었다.
아버지
- 으이그..... 내일이 시험인데 밤새도록 끙끙끙끙...
이젠 아주 동네가 떠나가라 낑낑낑이야!
어머니 - 그래도 그렇지 애를 바닥에 패대기치면 어떡해요...
아버지
- 어디 내가 패대기를 치려고 그랬나....
이불만 뺏으려고 했는데 지가 딸려왔지.
어머니
- 애 잠꼬대 하는 소리 들으면 몰라요?
이불에 불을 질러 봐요, 그걸 놓나....
아버지 - 에이, 고만하자!
잠결에 들어도 이전 상황이 포토드라마로 구현되는 대화.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난 방금 전 일들이 꿈이라는 게 아쉬워
꼭 붙든 이불자락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 - 다녀오겠습니다..... 하아....
잠시 후, 나갈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길.
아침부터 날벼락을 맞은 기분에
내내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시험이 코앞이시라지만....
10분만 있다가 깨우셨어도....
아깝다....
혹시 방금 그 꿈이 예지몽은 아니었을까?
침대에서 떨어질 때 잘못 삐끗한 건지
욱신욱신 거리는 팔꿈치를 주무르면서도
내 상상의 나래는 끝을 모르고 뻗어나갔다.
저녁 무렵, 그날 수업을 모두 마치고난 뒤
연극부 연습실을 찾아간 나.
오늘은 평소보다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날이라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민아는 아직 안 왔나?
유니 선배도 안보이네...
두 사람의 부재를 확인한 난
다른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연습실 한쪽에 앉아있는 안군에게 다가가
어제부터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문제의 식스센스 비디오를 꺼내 돌려주었다.
기억 - 선배. 비디오 잘 봤습니다.
안군 - 어? 그래?
기억 - 예, 뭐... 덕분에 좋은 일도 있었고...
안군 - .... 무슨 일?
기억 - 별 다른 일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안군은
=야~ 그냥 솔직히 말해 봐 인마~ 죽이고 싶지?=
라는 얼굴로 내 표정을 살폈지만
난 철저한 포커페이스와 신비주의로
그의 도발에 맞섰다.
기억 - 뭐 또 추천할만한 영화 없으십니까?
안군 - 흠.... 유주얼서스펙트 봤나?
기억 - 유감스럽게도... 반전영화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안군 - 그런 편이지.
기억 - 나중에 또 재밌는 거 있으면 빌려주시죠.
안군
- 그래 뭐... 다음에...
새로 나오는 것 중에도
괜찮은 영화 있으면 추천해 줄게.
..... 오냐 누가 빨리 보나 경쟁해보자 이거지.
기억 - 그럼, 이만.
그렇게 말을 마치고 돌아서며
난 앞으로 반전영화다 하는 건
개봉 당일에 조조로 보거나
시사회로만 봐야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안군 - 아, 잠깐.
뭔가 다른 할 말이 남았는지
뒤에서 내 팔을 잡는 안군.
순간 욱씬한 통증이 얼굴까지 타고 올라왔다.
기억 - .....쓰읍!!
안군 - 어.... 팔 다쳤냐?
기억 - .... 좀 삐끗했습니다.
아침 이후로 점점 뻐근해진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아플 수가 있나.
분명 안군과 내가 상극이라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킨 거다.
난 징징 울리는 듯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안군에게 할 말 있으면 빨리 하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군 - 혹시 이번 연극 녹화한 거 봤나?
기억 - .... 예.
난 말끝에 =민아랑 같이....= 라고 덧붙이고 싶은 걸 애써 참으며
질문의 진짜 목적이 나오길 기다렸다.
괜히 그에게 필요이상의 정보를 줄 필요는 없다.
내 대답에 안군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짓곤
별 거 아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군
- 아.... 그럼 됐고. 안 봤으면 복사해주려고 했지.
일찍 봤네.... 아직 몇 명 못 봤는데.
기억 - 그럼 이만.
그렇게 =오늘 하루 이 창을 열지 않음= 버튼뿐인 광고창 같은
안군과의 신경전을 마무리 지은 난
곧 다른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선 민아나 유니 선배의 소식을 알아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난
연출에게 다가가 그녀들의 소식을 물었다.
기억 - 음.... 오늘은 유니 선배 안 오셨습니까?
연출
- 아.... 그 마귀할망구....
집 앞에서 공사하는 데 시끄럽다고
낮 동안 여기 와서 글 쓰다 간 거래.
아마 연습시간이나 다른 땐 볼 일 없을 거야.
기억 - 예.... 그런데 무슨 글이요?
연출 - 우리 다음에 할 연극 대본.
기억 - 아~ 그 선배가 대본 담당하는 분이셨군요.
연출 - 뭐.... 그렇지. 다음 연극은 무슨 사이코 스릴러라던데....
사이코 스릴러라는 말을 듣자마자
등에 오한이 돋는 이유는 뭘까....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기억 - 그럼 미.....
연출 - 응?
기억 - 미...미리 오면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연출
- 글쎄다.....아마 그럴 걸?
당분간은 여기 계속 나올 것 같던데? 왜?
기억 - 아뇨 뭐 특별한 건....
이게 아닌데...
왜 민아는 어떻게 됐냐는 한마디가
입에서 나오질 않는 걸까.
이미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그렇게 우물우물 속만 태우는 날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연출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에 합류해버렸다.
연출
- 야, 요즘 기업 기간 시스템의 웹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게 정말이냐?
회계
- 이제 곧 모뎀을 넘어선
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리게 될 테니까
기업의 webify가 확대 되는 건 당연한 대응이겠지.
물론, 내가 그들의 대화에 무관심했을 뿐
실제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는 건 아니다....
잠시후
가뜩이나 사람들과의 친분이 얕았던 데다
연극 직후부터 있었던 긴 공백 탓으로
딱히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한 난
낙동강 오리알 마냥 둥실둥실 떠서
연습실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오늘 민아는 영영 안 오는 건가....
라며 반쯤 자포자기 하고 있을 때
근처를 지나던 김양이 내 어깨를 툭 두드렸다.
김양 -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
기억 - 전 담배 안 피웁니다만...
김양 - ... 돛대 줄게.
기억 - ... 그래도 안 피우렵니다.
희소성과 가치는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어느 경제학자가 말했던가....
흡연자들 사이에선 거의 절대적이라고 일컫는
비장의 무기 돛대 공격이 안 먹히자
잠시 고심하던 김양은
담배친구 대신 들러리로 목표를 변경했다.
김양 - 그럼 옆에서 커피 마셔.
기억 - 예.
어차피 가만 있어봤자 별 다른 일도 없었기에
난 그녀를 따라 나가기로 했다.
그녀가 먼저 출입문을 나서고
내가 뒤따라 나가려는 찰나
앞서가던 김양이 누군가를 만난 듯 걸음을 멈췄다.
김양 - 어, 안녕.
?? - 아.... 언니. 혹시 기억이 안에 있어요?
김양 - 응.
이 목소리는..... 민아다.
반쯤 열린 출입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지금 한 발짝만 앞으로 나가면
그녀의 모습이 보일 것 같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린 지금,
난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대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앞에 서있는 분이 누구시던가.
터프걸의 대명사 김양이 아니시던가.
김양 - 야, 민아가 찾는다.
기억 - 억.
민아 - 꺅?!
불쑥 뒤를 돌아보며 나를 부르는 김양의 말에
놀란 나와 민아는 동시에 짧은 비명을 질렀고
고개를 빼끔 내밀어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기억 - ........ 아....안녕.
민아 - 으으응....
김양 - .... 그럼 난.... 담배 한 대 피고 들어갈게.
순식간에 어색함의 극을 달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휭하니 자리를 피해버리는 김양.
남은 건 절대적인 뻘쭘함 뿐이었다.
기억 - 드.... 들어가.
민아 - 응.
난 버티고 있던 출입문을 조금 더 열어
그녀에게 길을 열어주었고
그녀는 조금 서두르듯 부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 이후, 어색함에 한 마디 말도 못 붙인 채
모임시간은 마무리 되어버렸다.
축 쳐진 어깨를 끌고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무리지어 버스정류장을 향해가는 길.
민아 - ......
내 옆을 걷고 있던 그녀가
문득 내게 팔짱을 걸어왔다.
기억 - ....!!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기 전에
찌릿한 통증에 먼저 반응해버린 몸은
그녀의 손을 떨치고 팔을 빼내버렸고
민아는 강한 충격을 받은 듯
당혹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기억
- 아..... 아니..... 저기...... 이건 팔을 다쳐서.....
그, 그러니까, 정말 아, 아파서....
아, 안군 선배!! 저 팔 다친 거 알죠?
다급한 마음에 바로 옆을 지나는 안군에게
구조요청을 해버린 나.
안군의 입가에 스치는 짧은 조소를 보고야
=아차= 싶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안군 - 응? 그랬어?
어느새 저만치 앞에 걸어가고 있는 그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게 느껴졌다.
꿈은 현실의 반대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