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에서 50리까지.. 며칠전 고향친구와 전화로 다른 고향 친구들의 얘기를 나누다 나는.. "우리 친구들은 이상하게 참 잘 살지 그지?" "정암에서 50리까지는 잘 산단다 우리도 한번 기다려 보자 잘 살게 될련지.."
의령군에는 남강이 흐르고, 그 남강의 중간에는 흡사 솥단지처럼 생긴 바위가 하나 있으며 사람들은 이 바위를 '솥바위'(鼎巖)라고 부른다. 이 바위는 물속에 반쯤 가라앉아 있는 형국인데, 이야기로는 물속에 솥단지의 다리처럼 세 발이 달려 있다고 하며 솥도
구분이 있다. 다리가 없는 솥은 부(釜)라 하고 다리가 있는 솥은 정(鼎)인데, 솥바위는
다리가 있기 때문에 정(鼎)에 해당한다.
그 솥바위는 지맥이 힘차게 내려와 강물 쪽으로 뻗어나간 지점 풍수적으로 보아
명당이며 용과 호랑이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본다. 이러한 포인트는 바위에서 나오는
화기(火氣)와, 물에서 나오는 수기(水氣)가 교접하면서 묘용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바위의 화기는 호랑이와 인물로 보고, 물에서 나오는 수기는 용과 재물로 보기도 한다.
솥바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곳에서 부자가 배출된다는 전설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 어느 도인이 이 솥바위에 앉아 놀면서 "앞으로 이 근방에서 나라를 크게 울리는 국부(國富) 세 명이 태어날 것이다"라는 예언을 했다고 전해지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솥바위 인근에서 삼성(三星)의 호암(湖巖) 이병철, 금성(金星: 현재는 LG로 바뀜)의 연암(漣巖) 구인회, 효성(曉星)의 만우(晩愚) 조홍제가 태어났으며 공교롭게도 세 그룹의
창업자들이 솥바위로부터 반경 20리 이내에서 탄생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솥'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밥'과 관련 있다. 인간은 먹어야
살며 한국 사람은 밥을 먹고 산다. 그 밥을 짓는 기구가 솥이다. 말하자면 한민족의
밥줄이자 생명줄이 솥단지에 달려 있는 것이며 우리 민족의 깊은 무의식에서 솥단지는 밥을 담는 그릇이자, 생명의 그릇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삼성. 금성. 효성이라는 작명도 공교롭게 모두 별 성(星)자가 들어 있다. 기업의 작명은 함부로 하지 않으며 세 기업이 모두 별 성자를 집어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의령 출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에 따르면 鼎巖(솥바위)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솥바위에서 국부가 난다는 전설을 의식한 작명이라는 것이다.
솥단지의 다리가 세 개라는 사실을 유념한 이병철은 석 삼자를 써서 삼성(三星)이라고 짓지 않았나 싶다. 풍수에서 솥바위 자체는 별로 본다. 그 별은 다리가 세 개였으니까.
그 다음에 구인회는 '황금 별'이라는 의미의 금성이었고, 조홍제는 '새벽 별'이라는
의미로 효성이라고 지었지 않았을까.
추측이긴 하지만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병철의 호인 '호암'도 같은 맥락이다. 구인회의 호는 연암이다. 그런가 하면 허정구(許鼎九)의 이름 석자에도
정(鼎)자가 들어간다. 모두 정암과 관련이 있는 것이며 솥단지와 밥이 내포되어 있다.
그 정암에서 50리까지는 다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기업주들이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재벌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지인중에도 상당한 재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 다른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내 친구가 얼마전 했던 얘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우리 고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참 부지런 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암에서 50리까지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잘 사는 이유는 그 정암의 기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부지런한 기질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친구의 그 한마디를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