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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날 수 있어?”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소리쳤다.
“내 인생이 어쩌다 이런 신파조의 드라마가 된 거지? 갑자기 비운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네! 그래도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에서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상승했으니, 기뻐해야 하는 건가?”
괜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어 보았다. 인생 드라마에서의 역할 상승을 자축하는 의미로……. 그러나 별로 기분이 좋아지진 않는다. 더 이상 혼자 떠들기도 지쳐서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으니……제발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혹시 한잠 자고 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게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자리를 깔고 누웠다. 이제 꿈에서 깰 준비 완료! 그러나 점점 떠 또렷해지는 눈망울이 나의 희망을 저버린다. 인내심 없이 다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 인생은 완벽했는데……. 멋진 남자친구에, 전망 좋은 직업에……. 이게 다 그 놈의 사랑 때문이야! 사랑이란 게 이렇게 지독한 것이었다니……. 도대체 누가 사랑이 아름다운 거라고 지껄인 거야? 만나면 머리카락을 죄다 뽑아줄 테다!”
이제 더 이상 사랑 따위는 하지 않을 거다. 내가 마조히스트가 아닌 이상, 이런 끔찍한 사랑을 다시 할 리 없다.
“그래, 이제 독신주의자가 되자. 좀 더 공부해서 게임 시나리오를 쓰면서……화려한 싱글로 살아가는 거야!”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생각을 하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어차피 이쪽 업계에서 일을 한다면, 승우와 계속 마주칠 일이 생기겠지? 나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은혜와 사이좋게 사귀는 녀석의 모습을 어떻게 지켜볼 수 있을까! 앞일이 막막하다. 하긴, 당장 승우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일도 까마득한데…….
“아영아!”
녀석도 양반은 못되나 보다. 내 머릿속에서 튀어 나온 것처럼, 승우는 내 이름을 부르며 우리 집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왜 문을 안 잠그고 있어? 여자 혼자 살면서 겁도 없이…….”
지난밤에 보고 다시 보는 얼굴인데, 어쩐지 백만 년 만에 마주하는 느낌이다. 녀석의 까무잡잡한 얼굴이 새삼 가슴 떨릴 만큼 핸섬해 보인다.
‘사실 얼굴값 할 만한 얼굴이긴 해. 이런 녀석이랑 엮이면 평생 두 다리 뻗고 못잘 거다. 차라리 잘 됐어.’
“사람이 왔는데 그 시큰둥한 표정은 뭐냐? 반갑게 좀 맞아 봐라.”
“반가운 거 좋아하시네. 꼴 보기도 싫어.”
나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승우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리고 커다란 손을 내 이마 위에 덥석 올려놓는다.
“열이 좀 있구나. 어쩐지……. 감기약 지어 올까?”
다정한 그의 손길에 또 마음이 약해지며 가슴이 아파 온다. 뭐가 어찌 됐든 그 손을 영원히 느끼고 싶은 기분. 그러나 안 될 말! 녀석의 손을 휙 뿌리치며 소리쳤다.
“손 치우지 못해? 이 짐승 같은 놈!”
나의 경멸적인 어조에 그제 서야 승우는 무언가 내 태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나보다. 녀석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다.
“뭐? 짐승 같은 놈?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너 또 왜 그래?”
“심하다고? 하긴, 짐승도 자기가 하는 짓 정도는 알거다. 이 짐승만도 못한 놈!”
“뭐야?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널 보니까 속이 뒤집혀서 그런다! 얼굴도 마주하기 싫으니까, 돌아 가!”
“너 또 왜 그러는 건데? 또 마음 못 잡고 나 괴롭히려는 거야? 어제 그렇게 약속해놓고, 또 흔들리는 거야?”
그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우리의 감정에 충실하자는 게……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 그렇게 자신 없어? 그럼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만 믿고 따라오란 말이야. 내가 다 책임질 테니, 그냥 넌 가만히만 있어. 나 힘들게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만 있으라고!”
이 녀석이 사람 성격 시험하나? 뭐? 믿으라고? 폭발한 분노는 화산이 터지듯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 나와, 무작정 내 몸을 불살랐다. 나는 승우를 때리기 시작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사정없이 때렸다.
“널 믿어? 널?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 믿으라는 소리가 나와? 너 그렇게 뻔뻔한 애야?”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던 승우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내 손을 제압했다. 너무 쉽게 두 손을 제압당한 나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분을 삭이지 못해, 이번에는 발로 그의 정강이를 마구 걷어찼다. 하지만 맨발은 그리 위협적인 무기가 되지 못해서, 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너 미쳤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영문도 모르고 내가 왜 이렇게 맞아야 하는 건데?”
“정말 몰라? 몰라서 묻는 거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말을 해야 알지, 내가 독심술사냐?”
“오늘 은혜 만났어!”
“그런데?”
그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에 나는 다시 화가 나서 소리쳤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은혜한테 그런 짓을 해놓고……끝까지 발뺌하는 거야?”
“은혜한테는 미안하지만, 네가 왜 이러는데? 내가 은혜한테 한 짓이야 은혜와 나의 문제고, 네가 나한테 이럴 이유는 없잖아?”
기가 막혔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니? 이거, 아주 형편없는 녀석이잖아!
“그게 은혜에게 그냥 미안하고 말 일이야?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너 정말 나쁜 놈이구나! 은혜에게 그런 입에도 담기 싫은 짓을 하고……미안하다는 걸로 끝이야? 저질!”
승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 손은 곧 자유를 찾았고, 마음만 먹는다면 녀석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만들어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도 승우를 따라 굳어졌다. 녀석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서툰 변명이라도 하려 들까? 아니면 용서를 빌까? 그것도 아니면……?
“할 말 없어? 변명 할 말조차 없는 거야?”
그제 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혹한의 추위처럼 차갑고 냉혹했다.
“변명? 내가 왜 변명을 해야 해? 내가 지금 너와 왜 이런 대화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은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넌 은혜의 한마디에 나를 쓰레기 취급하고 있잖아. 그런 너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은혜가……너와 잤다고 했어!”
“뭐?”
휘둥그레진 승우의 눈. 그 눈에 서린 놀라움은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말 기억을 못하고 있는 걸까?
“은혜가 말하길……우리가 월미도에 갔던 그 날……네가 술에 취해 은혜를 안았다고…….”
승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너는 그 말을 믿었고 말이지?”
“은혜가 그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승우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고, 눈빛은 차가왔다.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지만, 좀 전의 화난 목소리보다 훨씬 무섭게 느껴졌다.
“이제 나도 지친다. 너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은혜와 지섭이 형에게 있구나. 그들 때문에 나를 만나는 것도 꺼리고, 나보다는 그들의 말을 믿고 말이야. 도대체 나는 뭐지? 은혜가 그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을 할 만하다는 거야? 나에 대해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으면서……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어? 실망이다. 난 네가 나를 그 누구보다 믿어주길 바랬어. 하지만 지금 보니……너에게 그건 무리인 것 같다.”
“그럼 사실이 아니란 말이야? 네가 술에 취해서 무의식중에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은혜가 끝까지 내가 무의식중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면……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을 지도 모르지. 나 스스로의 확신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너와 술을 마셨던 그 날 밤,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너를 발견했지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널 사랑하고, 널 간절히 원했지만……그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내가 술김에 다른 여자를 안았다고? 그래, 뭐 아무래도 좋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넌 믿을 수 없겠지. 지금으로서는 네가 굳이 내 말을 믿게끔 설득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겠다.”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나서기 전, 뒤돌아 나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믿음이 결여된 만남은 무의미해. 어쩌면……차라리 지금 그만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승우는 내가 무슨 말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나가버렸다. 나에게 소용돌이 같은 혼란만을 남겨 놓은 채…….
“그래, 가버려. 어차피 너랑은 끝내기로 은혜와 약속했다고!”
무거운 침묵을 깨기 위해 혼자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미 들어줄 승우는 가고 없는데…….
“지금……나한테 결별을 선언한 건가? 쳇, 누가 할 소린데…….”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로써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갈 것이다. 은혜 말대로, 나에게 질린 승우는 다시 은혜에게 돌아가겠지. 아무리 기억에 없다고 한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승우가 은혜를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널 사랑하고, 널 간절히 원했지만……그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왜 이러는 거지? 승우의 이 말이 반복해서 내 귀에 울려 퍼졌다. 머릿속에서 그만 지워버리려 해도 끊이지 않고……. 그 날 밤, 승우는 그런 기분이었던 거구나. 그 때 이미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구나. 뺨으로 촉촉한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나……정말 잘한 걸까? 내가 실수한 거 아닐까? 승우를 믿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이제 다 끝난 일이다. 승우의 냉담한 마지막 말과 그 표정. 그래, 정말 이걸로 끝인 거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제 홀가분하게 마음을 비우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지?’
주책없는 눈물샘. 이제 그만 말라붙을 때도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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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날이 따뜻했는데, 오늘은 다시 추워지기 시작하는 거 같죠?
올 겨울은 추운 날이 많아서 그런가...자꾸만 겨울잠을 자고 싶어집니다^^;
땅굴 파고 들어가서 죽자사자 잠만 자고 싶어요~ㅋㅋㅋ
여러분은 이런 엉뚱한 생각하고 계시지 않겠죠?
동면까지는 아니더라도...오늘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요즘 잠이 부족한가 봐요.
여러분도 모두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