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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두 남자와 한 남자ㅡ쉽게 끝난 이야기 <6: 웨딩 드레스 >

글쟁이 |2006.01.17 23:30
조회 242 |추천 0

얼마나 잤을까, 햇살이 눈을 따갑게 비추는 것을 보니 해가 중천에 뜬 것 같았다.

 

나는 원이의 배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원이는 지훈이의 다리를 베고 엎치락 뒤치락 자고있었다.

 

나는 발로 원이의 배를 발로 몇 번 건드리고 지훈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일그러뜨렸다.

 

" 야~ 느네들, 울집 하루 자는게 얼마나 비싼 줄 알아? 얼른 십만원씩 내~"

 

지훈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어쭈.. 아주 악덕 업자네, 지헌이 너 잘살거다 . 아으 머리야,"

 

지훈이가 말이 끝나자 원이가 벌떡 일어났다.

 

"아으으으으으~ 으자~~~ 어우 소화 하나도 안됐어, 강지헌이 너 살좀 빼라 . 멀 믿고 내 배에 다리 올리고 자냐? 꿈에 무 밭에서 넘어졌는데 하늘에서 무가 떨어지더라 ㅋㅋ"

 

원이가 약을 올렸다.

 

"원아. 우리가 지금 이러면 안된다. 숙박비 이십만원 물게 생겼다고. 야 강지헌, 북어 있냐?"

 

지훈이가 원이에게 베게를 던지며 말했다.

 

"음~ 북어 있지~ 계란도 있는데? 그럼 느네~"

 

내가 언지를 주자 지훈이는

 

"알았다~ 북어국 끓어 올리겠쉽니다~~~"

 

원이와 지훈이는 일어나 밖에 있는 부엌으로 갔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재꼈다, 시원한 바람이 쏴악-들어왔다. 나는 이불과 베게를 털고 개기 시작했다.

 

부엌에서는 두 남자가 북어국을 끓인다고 찬장을 여는 소리, 냄비 달그락 거리는 소리, 파 써는 소리가 들렸다.

 

"야 너는 파를 우려먹냐? 작게 썰어야지 이자슥 ㅋ"

지훈이가 원이에게 핀잔을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송~ 이쁘게 썰어~ 맛없으면 숙박비 받는다아~~"

 

"띨릴리리리.."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지헌씨, 나야 지금 밑에 왔거든? 어떻게.. 올라갈까?"

 

"어어??"

 

나는 창문을 내다 보았다. 상원씨가 오랜만에 보는 차를 끓고 서 있었다.

 

그는 뒤로 비치는 햇살에 밝게 빛나며 손을 머리위로 흔들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편한 복장이었다. 물론 정장이었지만, 검사가 된 후 항상 입던 검은 양복은 아니었다.

 

"어? 아니야 , 지금 너무 지저분 해 ; 내가 십분 안으로 내려갈게 . 조금만 기다려 줄래요?"

 

"아~ 십분도 못기다릴것 같다 !!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 "

상원씨는 전화기가 아닌 창문쪽을 보며 소리쳤다.

 

"금방갈게~"

 

나도 웃어보였다.

 

"머야 강지헌, 너 나가냐? "

 

원이가 어디서 찾았는지 앞치마를 두르고 들어왔다.

 

"정말 미안해, 나 씻고 "

 

허겁지겁 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세수를 했다.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오는데 고소한 북어국 냄새가 났다.

 

원이와 지훈이가 작은 상에 흰 밥 세그릇과 뽀얗게 끓인 북어국 - 파는 작게 썰어져 있었다.

 

이 놓여있었다. 둘은 말 없이 먹고 있었다.

 

"미안해, 나 가야되잖어.."

 

"야, 우리 뒤돌아 있을 테니까 옷갈아입고 얼른 가라 , 열쇠 주고가, 문 잠그고 우편함에 넣어둔다."

 

지훈이가 입에 밥을 물고 말했다.

 

나는 커튼을 치고 북어국을 먹고 있는 그들의 등 뒤에서 후다닥 옷을 갈아입었다.

 

"야, 진짜 미안하다,, 다녀와서 국 먹을게, 진짜 냄새 고소하네.. "

 

"됐어,얼른 가봐라 , 좋은 시간 보내고 "

 

원이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말했다.

 

"야 ! 니들 너무한다? 숙박비 이십만원 ! 아우~ 까줄게 !"

 

나는 문간에 열쇠를 탁-내려두고 가방을 챙겨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왔다.

 

상원씨가 깨끗하게 광이나는 차에 기대어 웃고있었다.

 

"오래기다렸어? 그래도 금방 나왔죠? "

 

"아~ 백만년 같았다~ "

 

상원씨는 너스레를 떨며 내 어깨를 감싸 차 문을 열어주러 갔다.

 

나도 모르게 내 방 창문을 돌아보았다. 젖혀진 커튼 사이로 원인가 지훈인가 의 어깨가 보였다.

 

시원한 도로를 달렸다.  열어놓은 창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고 내 머리칼이 날렸다.

 

"정말 너무 바빴어, 위에서 이번에 조폭들 잡으라고 난리였거든,  내가 맡은 놈들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한 조직이지. 그 새끼들 본거지가 서울인 것 같기는 한데 귀신같이 일저지르고

 

숨는 단 말이지. 지난 번에 급히 간 적 있잖아, 그 때도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이곳 저곳 가늠하다가

 

덮쳤는데, 귀신같이 흩어졌어. 아까 말한 그 놈들만 검거해도 수월 할 텐데,

 

그 두놈이 먼가 세력에..., 아 미안, 너무 흥분했나봐 , 매일 이 일에 시달리다보니.."

 

상원씨는 앞을보며 열중하여 말하다가 이내 긴장을 풀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야, 힘들었지? 들어가자마자,, 힘든 일 맡아서 걱정되. "

 

아무 어려움도 모를 것 같던 그의 얼굴에도 미간의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 지헌이까지 걱정하면 안되지~ 내가 그 놈들 아 미안, 그 사람들 얼른 잡아서, 우리 지헌이

 

걱정안하도록 해야지 . 하하.."

 

"너무 거칠게 하지 말아요..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을 거에요.."

 

" 아 , 이런 !"

 

그때 뒤의 차가 불현듯 앞지르기 하면서 한 손으로 잡던 핸들을 두 손으로 힘껏 잡고

 

속도를 늦췄다.

 

"어휴, 갑자기 껴들어서 . 괜찮아? 근데 마지막에 머라고 했지?"

 

앞지르던 차가 멀어지고 그가 물었다.

 

" 어,,? 아니야 . 빨리 잡혔음 좋겠다구 ."

 

나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지훈이와 원이도 누군가에게 쫒기며 살고 있지 안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우리 지헌씨는 머하고 살았어? 나 없어서 심심했지?"

 

그는 오른손을 뒤로 해 오렌지 쥬스 캔을 내밀며 말했다.

 

"응, 나 혼자 너무 심심했어.. 매일 오던 당신도 안오고,, ^^"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뒤로 밀려가는 나무들을 보았다.

 

과연 심심했는가.. 물론 상원씨 걱정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원이와 지훈이의 오랜 빈자리를

 

넘치도록 채워주고, 그들을 그리워하지 않게 해준 것은 상원씨 덕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그런 과분한 대접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좋은 옷, 좋은 음식,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매너,  밝은 목소리..

 

하지만 그의 빈자리를 사무치게 느끼질 못했다. 물론 그가 일이있어 갑작스럽게 연락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빈방에 들어와 불을 켜고 옷을 갈아입고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을 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원이와 지훈이에게서 연락이 왔던 것이다.

 

그럼 나는 이내 밝은 얼굴이 되어 나가곤 했다.

 

겨울의 쌀쌀하고 청명한 오후의 드라이브를 마치고  교외의 호수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잘 차려진 양식을 먹었다.

 

그 날 우리는 오랜만에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했다.

 

영화를 보고, 사진을 찍고, 서로의 옷을 골라주며 쇼핑을 하고, 길거리의 군것질 거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단 하나, 웨딩샵을 갔다는 것 외에는..

 

검게 윤기가 나는 턱시도를 입은 상원씨는 정말 멋졌다.

 

훤칠한 키와 다부진 몸, 환한 얼굴이 영락없이 귀티가 났다.

 

"어머~ 신랑분께서 너무 잘어울리신다 생각했는데.. 신부님이 더 잘 어울리시는데요?

 

 이 드레스가 가장 최근에 만든 것이에요, 수입실크와 이태리에서 수입한 양식 진주를 넣었거든요,

 

이렇게 은은한 아이보리 색에 보일 듯 말 듯 한 진주... 정말 신부님께 너무 맞춤인거죠 !"

 

디자이너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큰 거울과 조명에 비친 상원씨 옆의 나의 모습을 보면서 점원의 말대로 좋은 드레스가,

 

좀 전의 상원씨의 모습을 보며, 내가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덜어주길바랬다.

 

그의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나의 맘은 밝아지지 않았던가.

 

그에게 어울리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수도 없이 해왔지만, 수도 없이 그 생각을 떨쳐오던 나였다.

 

"지헌아, 너를 만나고 내가 얼마나 하늘에 여러번 감사 한 줄 아니.

 

 너 같은 천사를 내게 보내주어서..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해줄게. 알고있어지만.. 너무 아름답다.."

 

상원씨는 거울에 비친 나에게 말했다.

 

그 날 우리는 드레스와 턱시도를 예약하고 인사동에 들러 차를 마시는 것을 마지막으로

 

해어졌다.

 

"삐삐-"

 

' 열쇠,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

 

원이의 문자였다. 12 :45.. 둘은 늦은 아침을 먹고 바로 집을 나간 모양이었다.

 

우편함의 차가운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 부엌은 말끔히 치워져있었다.

 

방문을 열자 어슴프레 한 불빛으로 상이 보였다.

 

'녀석들,, 어쩌다 상은 안치웠데~ 짜슥들..'

 

여러번 반짝이더니 형광등이 켜졌다. 북어국과 밥이 차려진 상을 신문지로 덮어두었다.

 

괜히 뭉클하였다.

 

'바보들.... 언제 올 줄 알고 차려놓고 나가냐.. 이 식은 걸 어떻게 먹으라고.. 바보잖아...완전..'

 

"띨릴릴리 띨릴릴릴.."

 

"여보세요 !!, 아 . 상원씨."

 

.

 

"귀 청 떨어지겠다~ 그렇게 반가워? 오늘 피곤해지? 푹쉬고,,"

 

"응, 당신도..간만에 쉬는 날인데 .."

 

원인가 지훈인가 하여 허겁지겁 받았으나 상원씨였고 왠지 풀이 죽었다.

 

"나는 오히려 힘이 나는 걸? 잘자.. 참, 아까 너무 아름다웠어. "

 

통화가 끝난 후 나는 배가 불렀지만 차가운 밥과 식어버린 북어국을 떠 먹었다.

 

왠지 모를 울컥함에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야 ! 느네 바보지? 차가운거 먹고 감기 걸리면 알아서 해 !'

 

밥을 북어국에 말아 한 숟갈을 울컥한 목으로 넘기고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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