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는 게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어서 몇 자 적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병원에 갔습니다.
제가 알기론 흐리게 임신 선이 나와도 임신인걸로 아는데.. 병원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흐리게 두줄 나오더군요.
의사 말이 호르몬 분비가 적어 그럴 수 있으니 일주일 후 다시 보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뒤통수에 던진 말이 어이 없습니다. "낳으려면 약먹지 마세요."
저와 남친은 3살 차이구요. 만난지는 4년 째 되어갑니다.
둘 다 교사를 목표로 죽을 동 살동 공부했는데 남친은 합격해서 올해 교사로 발령 날꺼고 전 시험에 실패하고 재수를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엄마 혼자 동생들과 제 학비 벌어 보내셨던 거 잘 알기 때문에, 또 일년 더 해보라고 거는 기대도 있으시길래 저도 넉넉한 형편 아닌지라 학원에서 반년 벌어 반년 공부 할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근데 요즘 자꾸 피곤하고 해서 테스트 해본 게 이렇게 나왔네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확실해질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처음 만났을때 둘다 뭘 모를 때 한번 중절 수술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저 임신이란게 겁이 났었고 낳는다는 게 두려워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둘 다 이번달 대학을 졸업하고 남친은 담 달부터 출근하고 지금 가정 꾸린데도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죠.
남친은 임신이라면 낳아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합니다. 10달 후에 낳아서 결혼은 내년쯤 하자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대출받아 발령지 근처로 집을 얻겠다고 같이 살게 해달라고 저희 엄마한테 자기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라구요. 그간 저는 집에서 살림하고 태교하고 그렇게 지냈으면 한다고 합니다.
저역시 제 뱃속에 있는 그 어린 것을 수술로 떼어 내고 싶진 않습니다. 남친과 둘이 이쁘게 살면서 아이도 낳아 기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실패한 시험 다시 잘 봐서 내년에는 보란 듯이 합격하고 싶고.. 엄마한테도 좋은 모습 보이고 싶습니다. 밑으로 동생이 많아 항상 큰 딸로 엄마 실망 안시켜드리려고 악착같이 공부했는데 정식으로 결혼해서 살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진 않구요.
또 남친은 합격해서 교사로 학교에 가겠지만 저는 아이낳고 뭘 할 수 있을까.. 막막합니다.
그동안 제가 월급타면 살림에 보탤꺼라고 기대했던 엄마 얼굴 보기도 어렵고..
또 남친은 아이낳고 1~2년 후에 다시 공부하라는데.. 그게 쉽지 않을 거란것도 잘 알구요. 아이는 1~2살 지나고도 손을 많이 타잖아요.
원래 표현이 적고 막내같이 응석부리는 게 많은 남친이란 거 알았지만 임신이 기쁜건지 싫은건지 좋은지.. 자기말로는 좋다는 데 그렇진 않은 거 같고..
또 너무 쉽게 1~2년 있다 시험 다시 보라는 말도 야속하구요..
혼자 머리 아프게 고민만 많아져서 정말 외롭단 생각이 들더군요.
같이 시험 준비하고도 저혼자 떨어져서 합격을 축하하지만 씁쓸한 기분이 숨겨지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게 되면 미혼모라는 이름이 붙을 거고 또 다시 시험보기는 쉽지 않겠죠.
그렇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도 할 수가 없습니다.
몇번을 되묻지만, 저도 제 욕심에 쉽게 낳겠다는 결심이 안서지만 저도 이기적이란 거 알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네요. 어떤 분은 그러면서 무슨 선생을 하겠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많이 생각하고 많이 가슴 아프고 또 혼란스럽습니다.
악플은 삼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