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독립, 그리고, 자유의 시작. > - 5
미우가 권여사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온지 5일째, 미우는 엄마와 벌써 20분이 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너,정말 엄마 속상하게 할거니? 도대체 몇일째야?”
“안먹는다니까, 안먹는다구.. 나 독립하게 해줄때까진 물한모금 이에 안댈거니까 그렇게 알어..”
“이 독한것아.. 니가 지금 할머니하고 싸워서 뭘 어쩌겠다는거니? 그만 고집꺽고 할머니뜻대로 일을 하든 유학을 가든해!”
“엄마까지 왜그래? 유학가면? 뻔히, 이쪽 애들 있을거고.. 그 입에 오르락 내리락 거려? 그리고, 일을하면? 할머니 말대로 회사 중요직에서 일 시작하라고? 경력도 없는 내가? 낙하산이라는 오명쓰고 거기다, 애송이 어린 기집애라고 손가락질 받을게 뻔하잖아... 나.. 이제 그만 사람들 눈에 띄고싶어.”
“미우야..”
“이제 그만 사람들 시선 받으면서, 그 사람들이 내 뒤에서 날 어떻게 씹어대는지 신경쓰기 싫다구.. 그럴려면 지방지사에 평사원만큼 좋은자리 있어?”
“그래, 너 잘났다. 먹든가 말든가 맘대로 해! 할머니께서 허락안하시면 엄마도 허락못해!”
미우의 엄마는 미우덕에 골치가 아픈 듯 이마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거실로 내려왔다.
거실에는 이미 권여사가 앉아있었다.
“그래, 미우는 또, 안먹겠다니?”
“네.. 어머님,,, ”
“독한 것... 누굴닮아서.. 그리 독하누,, 벌써 몇일째야... 그냥 둬라,, 배고프면 내려오겠지.”
권여사는 혀를 끌끌차며, 식탁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르는 미우의 엄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누굴닮긴요.. 어머니 닮았죠.. 황소고집..’
하지만, 권여사와 다른 가족들이 걱정하는것 만큼 미우의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를 더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설마 진짜로 굶을 생각은 아니였으니까. 하다를 통해서, 이미. 비상식량은 포섭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식구들 몰래, 배를 채우는 것쯤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빵과 과자만 먹다보니, 솔직히 속이 느글거릴 뿐이였다.
그렇게 영악한 미우의 사기 단식행각은 일주일이 지속되었고, 간단한 파우더로 창백함을 표현한 미우의 얼굴에.. 권여사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 역시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쩐일이세요..”
미우는 권여사를 중심으로 모든 가족이 모여있는 거실로 내려왔다. 일부러 기운없는척하는 연기또한 빠트리지 않고... 미우가 쇼파에 앉자 권여사는 그 다부진 입술을 떼고 말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할게냐?”
“할머니께서 허락하실때까지요.”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아예 굶어 죽을게야?”
“그러고 싶진 않지만.. 굳이 허락하시지 않으시겠다면..”
“고얀것.. 그내, 네가 이 할미와 해보겠다는게야? 니가 뭘 잘못했다고, 지방으로 숨어들어?”
“할머니, 지방으로 가는거나, 유학가는거나, 뭐가 달라요? 유학가서, 그 속물스런 애들하고 부딪히느니. 그냥 지방지사로 내려가서, 그냥,, 저 아는사람 없는데로 가서.. 그냥 일배우고 싶어요.. 그렇게 일배우면, 몇 년뒤엔. 할머니 원하시는데로 본사로 와서 일 할게요.. 네? 이번만큼은.. 저 하고싶은데로 하게 해주세요.. 네?”
권여사는 말없이 물끄러미 미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다들 있는데서 약속하거라, 앞으로 2년... 2년동안 창원지사에서 일하거라..”
미우의 얼굴에는 환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이세요? 할머니?”
“단! 2년후엔 반드시 본사로 올라와서 경영팀에서 일 해야 할게야..”
“네, 할머니... 감사합니다.”
미우는 믿을수 없었다.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할머니께서 허락할줄이야...
“또, 조건이 있다.”
“네?...무슨.. 너 혼자는 안되, 하다와 함께 내려가거라, 앞으로의 2년동안, 하다가 니 비서겸, 생활교율 선생이 될게야!”
“할머니.. 하다는 여기서 일 잘하고 있는데...”
“하다에게도 이미 얘기했다.. 그러겠다는구나. 남자친구가 해외발령으로 앞으로2년은 괜찮다는구나.”
미우는 뜻밖의 제안이였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웠다.
단짝친구와 함께라면. 상관없을테니 말이다.
“그럼 할머니, 저도, 하나 조건이 있습니다.”
“뭐냐?”
“저를 지사에 발령은 내려 주시되, 제가 할머니 손녀라는 사실은 비밀에 붙여주세요.. 철저히”
“...알겠다... 그럼.. 이제 뭐좀 먹어야지.. 독한 것.. 일주일동안..”
권여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우는 활짝웃으며, 말했다.
“네, 일주일동안, 빵만 먹느라, 느끼해 죽는 줄 알았어요.. 아줌마... 저 밥좀 주세요~ 얼큰한 찌게 있어요?”
미우는 빠르게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고, 남은 가족들은 어이없는 웃음만 지을뿐이였다.
“약은것 같으니라고..”
권여사는 미우를 가리켜 약았다고 말을 했지만,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미우는 하다와 함께 들뜬 기분으로 버스에 올랐다.
결정이 내려진지 2주만에, 모든 준비가 끝이나고, 드디어, 창원으로 내려가는 길이였다.
한창 들떠있는 미우를 보며, 하다는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좋지 그럼... 2년으로 못박아놓긴 했지만. 그래도 2년동안 자유롭게 보낼수 있는거잖아.”
“글세? 내 생각은 좀 다른데..”
“뭐가?”
“그 2년이란 독립기간동안, 배울게 많을것 같은데?.”
“그게 내가 바라던 거야.. 그리고, 관여를 하실지 안하실지는 몰라도, 온실속 화초처럼 보호받는 데서 벗어나고 싶다 이거야~”
“그래, 그런데, 어쩌면, 내가 그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날 뭘 믿으시고, 널 맡기셨는지..”
“어유! 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하다님.”
“그러게.. 우리 오빠는 왜? 하필 이 시기에 나가서 날 안잡아주는지..”
“나를 보필하라는 하늘의 뜻인게야!”
“뭐? 보필... 치... 앞으로 보자~~”
즐거운 기분으로 도착한 곳은 권여사가 미리 준비시켜둔, 아파트였다.
빼곡이 들어찬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서 권여사가 일러준 집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금새 찾은 아파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자둘이 사는 것을 감안해서 인지 현관의 보안장치는 몇겹이였고. 아파트안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미우는 곳곳을 샅샅히 보고는 기쁜 듯, 벅찬 숨을 고르며, 쇼파위에 털썩 누웠다.
“아~ 좋다...”
“야...눕지말고, 우선 짐부터 풀어.. 내일부터 출근하려면, 바뻐 버스노선도 알아둬야 되고..”
“알았어..”
미우와 하다는 짐을 풀고, 밖으로 나서서, 자신들이 다닐 회사로가는 버스노선을 확인하고, 일주일분량을 장을보느라,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었다. 이제 첫발을 내딛는 지방에서의 생활이 미우는 마냥 벅차기만했다. 여기선, 아무도.. 자신에게 상처 줄 사람이 없을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