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리움으로..하얗게 질린 채경의 모습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이 남자, 신은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 한없이 서툴고 더구나 사랑을 말하는 데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따스한 표현법을 배워 본적이 없는 신은, 직선적 애정표현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세기적인 인물인 것도 같습니다. 그 스스로조차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에 주저하는 사람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그러나 다 아시겠지만 그의 사랑법은 한겹 들추어보았을 때 그 속내가 드러나는 사랑입니다. 그의 속깊은 마음은 이미 주변 인물들에 의해 우리에게 다 밝혀졌습니다만 글쎄요..그의 사랑이 어디로 향하는가,혹은 사랑이 있기나 한 것인가에 대한 정의는 우리도 아직 내리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과 채경이 처음으로 안았을 때, 채경을 안는 그의 동작을 섬세히 훔쳐봄(!!)으로써 나름의 힌트를 찾아볼까 합니다. 제가 위에 길게 써 놓은 것은, 님들도 그 훔쳐보기에 동참시키고픈 마음에서였는데 지루했다면 그냥 패쓰해 주시면 됩니다.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채경의 어깨를 잡는 손에서 보듯이 절제를 우선으로 하는 그이기 때문에 몇 초간의 망설임은 자연스러운 것이 됩니다. 저는 거기에서 그의 움직임이 멈추고 마는 것이 아닌가 내심 걱정했었는데 그건 다락방에서 전화가 오기 직전 그의 망설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하지만 놀랍게도 신은 왼손에 지긋이 힘을 주며 오른손으로 채경의 어개를 돌려세우기까지 합니다. 확실히 다락방에서의 그보다 좀더 발전된 액션이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채경의 부재에서 오히려 확실한 그녀의 존재감을 각성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돌려세운 채경의 눈물젖은 얼굴을 본 순간 가슴에 소용돌이치는 무엇이 틀림없이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그건 다음엔 같이 가자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갈라져있는 걸로 미루어 나름대로 짐작해보는 것입니다. 젖은 속눈썹과 떨리는 입술을 보고 흔들리지 않을 남자는 별로 없을 듯한 일반적 기대치를 신에게 대입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울끈불끈거린다는 신의 말로 미루어보아..
어쨌든 그 다음 동작을 한껏 기대하고 있던 저에게는 약간의 실망이 있었으니 그건 신이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채경의 머리가 다소곳이 그의 가슴에 기대어졌기 대문입니다. 이제 온전히 채경의 어깨가 신의 품안에 들어왔지만 그가 으스러지게 껴안으리라는 예상은 애초에 할 수가 없었으니 (물론 기대는 만빵이었지만) 도대체가 이렇게 온전히 누군가가 품안에 들어오는 시추에이션은 처음이었으니 말입니다. 기껏 그가 할 수 있는 건 어깨를 두드려주는 일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조차 신에게는 쉽지가 않아 토닥토닥 박자를 맞추는 것도 어려워 어색하게 두드리다가 말다가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라니..
또 하나 고무적인 것은 그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기의 얼굴을 채경의 머리 위로 얹었다는 사실입니다.순식간의 일이라 훔쳐보는 저도 그냥 넘어갈 뻔 했습니다마는, 그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은 마악 시작되는 감성(풋풋한 욕망)을 제어할 학습된 경험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도 아마 어리둥절했을 듯..
채경이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서러웠던 그 마음을 우린 다 알기에 마음이 찡합니다.신은 서툴게 채경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그녀를 달래려 해 봅니다.달래다니요..그가 언제 그런 적이 있었습니까? 아니,마음은 그렇기로서니 그걸 실천해본 적은 아마 한번도 없을 듯한데 그런 그가 달래는 모습에서 이미 채경에게로 가 있는 그의 마음을 엿봅니다.더구나 그는 채경이 울음을 그칠때까지는 그녀를 떼어놓을 생각도 없는 듯 합니다.제가 두 사람의 포옹씬을 훔쳐보며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자기 몸에 손대는 걸 그렇게도 싫어하는 그가, 바로 그 몸으로 채경의 슬픔을 달래려 했다는 사실..그건 그의 삶 속으로 채경이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는 단순한 사실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절대적 배려를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니까요.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확 변하리라는 걸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모르긴 해도 그는 그 순간의 느낌을 절대 못 잊을 듯 합니다..촉촉히 젖은 그 아이의 속눈썹, 울먹이며 떨던 어깨에서 피어오르던 온기, 부드럽게 살갗에 대이던 그 아이의 머리카락으로 인해 오소소 소름이 돋던 기억, 무엇보다 그의 가슴에서 서서히 울음이 잦아들던 그 아이의 숨결을..
우린 흔히 사랑의 감정과 성애적 욕망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에로티시즘을 편파적으로만 받아들여 활성화시키는 사회적구조에 기인하지 않을까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성애적 욕망의 표출방식이 얼마나 역동적인가 하는 것은 개인의 삶과 그가 속해 있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짓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런 점에서 신이 좀더 적극적이며 역동적으로 채경과 세상을 마주하기를 바라며 .. 포옹의 성애적 욕망을 드러내는 고전적 방법, 훔쳐보기를 마칩니다..^^
출처: 마이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