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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만 가는 외국인 기피증

니나노 |2006.02.16 19:02
조회 181 |추천 0

오늘은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첨으로 톡에다 글 한번 올려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2년 월드컵의 해였습니다.

전 9: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월드컵 자원봉사자에 뽑혀 월드컵이 열리기만 기다리던

애국심과 자긍심이 철철 넘치는 어여쁜 직장인이었습니다.

 

한창 남들 채팅에 질려할때 y사이트에서 외국인과 채팅까지 해가며

나름대로의 콩글리쉬를 자랑했으나

역시나 외국인은 두렵기만 한 대상임에 틀림 없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그시절 광화문에서 일했는데.. 광화문엔 외국인이 참 많습니다

노란머리 사람들도 물론 많거니와 한국인이려니 생각되는 사람도

알고보면 일본인, 중국인인 경우가 많아 저 멀리서 들려오는 그들의 말소리에

왜인지 나도모르게 발길이 멈칫 멈칫 두려움에 싸여갈때도 있었습니다

 

월드컵 자봉이라는 자긍심에 넘쳐있으나 외국인은 두렵기만 하던 어느날

광화문 한구석을 지나가는데 면세점 건물앞에 흑인 한사람이 앉아있었습니다

왜인지 느낌이 좋지 않아 멀찌감치 인도 끝을 따라 걷고있는데

제가 너무 의식했는지 다시한번 그 흑인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그사람의 입모양이 봉긋거리며 들려오는 한마디!

 

"hey"

 

애써 무시하며 가던길 마저 걸으려는데 그 외국인분 계속해서 저를 불러댑니다

 

"hey! hey you! hey~!"

 

다른때라면 모를까 그 해는 좀전 말씀드렸다시피 2002년 월드컵의 해..

그 흑인분은 어쩌면 월드컵을 관람하러 온 외국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월드컵 자봉의 긍지와 자긍심 하나로 그 흑인분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반갑게 웃으며 그 흑인분 제게 말을 겁니다.

 

"hi~ can u speak english?"

 

이때.. 모른다고 했으면 좋으련만..!!

바보 도라에몽가치!!

 

"리.틀."

 

제 입에서 저도모르게 튕겨져 나간 소리입니다.

꼴에 또 "예스"라는 흔한 답변은 싫었는가봅니다.

 

"oh! you are so beautiful~ pretty~ kind~ so cute~ and~~~ 샬라샬라"

 

저에대한 칭찬이 마구마구 흘러나옵니다.

불길하게스리 칭찬만큼은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우 야아~ 땡큐"

 

앞에 "오우야~"는 왜 갖다붙였는지.. 지금생각하면 스스로도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자 내가 자기 말귀를 알아들은 줄로 생각했는지.. 이사람이 말을 잇기 시작합니다

 

"oh! Do you know 씨부렁 씨부렁.."

 

이때 모른다고 대답할 기회가 한번 더 있었는데

어리석은 저는 또다시 큰 미스테잌을 저질렀습니다

 

"으흠? 파돈미?"

 

친절한 흑인분 다시한번 기인~ 문장을 말씀하십니다.

명사절 부사절 관계대명사에 온갖 형용사와 부사는 총 동원된 문장 이었나봅니다.

 

"oh sure~ Do you know 씨부렁 씨부렁.."

 

"으흠?"이라니.. "으흠?"이라니...... ㅠ_ㅠ

 

무슨소린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흑인분 끝까지 엄청 긴 문장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저 그 엄청 긴 문장 마치 다 알아듣는 사람인양 고개까지 끄덕끄덕해가며 집중했습니다.

 

"쏼라 쏼라 씨부렁 씨부렁...."

"........................................"

"...........................................??" 

 

전 그 질문이 끝난건지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걍.. 계속 집중하고 있는데..

그 흑인분 왜 대답을 안하냐는 듯 저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정말 진심으로 엄청 많이 죄송해서

90도로 허리굽혀

 

"Sorry"

 

하고 뚜벅 뚜벅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한 10여미터 걸었을때 그 흑인분 그제야 좀 감이 잡히는지 뒤에서 친절히 대답하십니다

 

"oh.. oh~~~ that's all right!!"

 

 

생각하면 쪽팔리기만 한 추억인데..

친구들은 잼있다고 아직도 놀려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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