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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기분좋게 시댁 다녀왔습니다.

바비인형 |2006.02.24 15:45
조회 1,350 |추천 0

며칠 전부터 휴대폰 보면서 금요일이 시댁 제사네...

그러고 있었는데 달력 보니 어제더군요.

이상하다... 왜 휴대폰하고 달력하고 다를까????

생각했는데 설날에 들었던 뉴스가 생각나더군요.

대한민국의 모든 달력이 음력 날짜가 하루 빠르다고 그랬던 거...

ㅋㅋㅋ 그렇군. 그래서 목요일이 됐군........

하고는 수요일 오후에 시엄니께 전화드렸습니다.

"어머님, 전데요..."

"그래.. 막내냐? 웬일이냐?"

"내일 할아버님 제사 지내나요?"

"그래. 내일 제사 지내지."

"그럼 저 내일 오전에 갈게요."

"그래? 올래? 고맙다."

"제가 뭐 사가지고 갈 건 없나요?"

"그냥 와라. 온다니까 고맙다."

그리고 친정엄마한테서 전화와서 시댁에 제사 있어서 간다니까 터미널에 도착하면 엄마한테 전화하라시더군요. 엄마가 시댁까지 모셔다(?) 주겠다고..

시댁 한번 갈려면 신랑이랑 같이 갈 때는 걱정 없지만 저 혼자 가려면..

1시간 정도 시외버스로 가고 시내버스로 30분인가.. 택시타고 하여간 복잡한데 잘됐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엄마가 또 어떻게 아시고 전화를 하셨는지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일찍 나서서 혼자 가야지 했다가 신랑 출근하고 대충 치우고 나니 9시 30분이 넘었더군요.

국거리용 쇠고기 1근 사들고 시외버스타고 갔습니다.

거의 도착할때쯤 해서 엄마한테서 전화와서는

"아직도 안왔냐?"

참나... 언제쯤 도착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엄마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던 거죠.

작년 추석 지나고 엄마가 새 차를 사셨는데 혼자 시댁가는 딸 편하게 모셔다 주려고 새차 끌고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아빠같으면 전에 타던 차 타고 나오셨게지만요.

ㅎㅎㅎ 시댁갔다 오면 차에 흙먼지가 좀 앉을 텐데...

한번 타봤다고 했더니 엄마 왈..

"그럼 헌차 그냥 갖고 나올 걸 그랬다. 우리딸 엄마 차 한번도 안타본지 알고 새차 가지고 나왔더니만~"

덕분에 편하게 시댁 바로 앞에까지 갔습니다.

어머님 혼자 장만하고 계시더군요.

저를 보시더니 엄청 반가워하시더군요. 계속 고맙다고 하시면서요.

전부치고 나니 고모님들 세분하고 세째고모부님 오시더군요.

근데 같이 전부치는 동안에 며느리들이 우째 전화 한통도 없냐고 투덜거리시는 통에 듣기가 좀 거북스럽더군요. 저는 열심히 형님들 변호하면서..

전부치고 나서 세째형님한테 전화했습니다.

둘째형님은 전화번호를 모르고 큰형님은 시댁 제사인 걸 알고 계셨습니다.

세째형님은 예상대로 모르고 계시더군요. 아주버님이 말씀 안해주셨다면서 저한테 고맙다고 하고 전화 끊더니 10분쯤 후에 시댁으로 전화하더군요.

어머님은 형님 전화 받으시더니 제가 알려준 건 모르고 엄청 좋아하시더군요.

전화 끊고 나서 하시는 말씀

"막내 오고 세째 전화오고 그담에 둘째가 전화하려나 보다."

세째고모님 왈..

"그러게... 거꾸로 할 모양이네."

큰형님만 전화하셨고 둘째형님은 끝내 감감 무소식..

좀 있다가 신랑이 전화했는데 어머님께서..

"네 각시 진짜 이쁘다. 와서 하는 건 없어도 생각하는 게 얼마나 이쁘냐? 형수들 아무도 안오고 전화도 없고만.."

저녁 식사 시간맞춰 세째아주버님 퇴근하고 큰아주버님 오시더니 10시 넘어서 신랑이 둘째아주버님하고 함께 오더군요.

시댁서 혼자 자기 좀 껄끄러웠는데 신랑 보니 반가웠죠.

어머님은 제가 민망할 정도로 제 칭창만 하시고는...........

맘 한번 다르게 먹었더니 셤니 감동시키는 거 별 일 아닌 것 같네요.

기분 좋은 일이 한가지 더 있었습니다.

고모부님께서

"질부 몇살인가?"

하시더군요. 31살이라고 대답했더니 약간 놀라시는 듯 한마디 하시더군요.

"그래? 오..... 동안 콘테스트 한번 나가보지 그래? 20살밖에 안된 것 같고만.."

어려보인다 그러면 좋은 거죠?

바닥에 이불펴고 자서 그런지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극기훈련 갔다 온 것처럼 다리도 아프지만 정말 시댁 다녀오면서 기분이 좋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요.

결혼 후 얼마 안돼서부터 시댁 갔다올 때마다, 시댁에 전화할 때마다 기분이 팍 상했었는데..

앞으로도 살면서 마냥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별 거 아닌 일로 좋아하시는 어머님 보면서 마음을 조금만 예쁘게 쓰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푹 쉬고 내일은 사우나라도 다녀와야겠네요.

근데 살짝 드는 안좋은 생각...

별거 아닌 일로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나중에 별거 아닌 일로 어머님한테 엄청 미움받으면 어떡하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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