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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장 예쁘셨던 모습만 기억하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접겠습니다

보우타이 |2006.02.28 06:32
조회 10,847 |추천 0

 

어느 듯 아침저녁의 찬 기운이 가시고 한낮의 들판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이 되었습니다. 여기보다 더 남쪽엔 봄의 꽃들이 핀다는 소식도 들리고요.


희라씨!

어쩐지 어색하게 발음되는 이름이지만 마지막으로 부르게 될 것 같은 이름이기에 더 간절해집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때로 ‘바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지금 제 심정이 그렇습니다.

눈치도 코치도 모르는, 오늘 밤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지난 일요일 밤 당신이 나를 부를 때 석균씨도 오빠도 아닌 ‘그쪽’이라는 호칭에 짐작을 하고, 그리고 다음날 답장을 기다린 메시지 전송은 아니지만 ‘행운배달’이라는 짧은 글귀와 전화번호 뒷자리 4개의 수신 메시지에 희라씨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화를 드렸던 건 -물론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지만- 아쉬워한다는 저의 목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눈물이 났으니까요. 짧은 만남이지만 4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사춘기 때의 가슴 설레는 감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더 가슴이 메고 눈물이 나나 봅니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지만, 희라씨 손에 쥐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가 더 힘들 것 같아 몇 자 적어 봅니다. 지금까지 일곱 번의 ‘선’을 봤지만 제 마음이 가장 설레었던 사람은 ‘희라씨’뿐이었습니다. 물론 마음씨 좋고 꾸밈이 없는 활달한 성격인데다가 얼굴이 예쁘셨으니 당연하였지요. 그동안 만나 오면서 때론 저와의 데이트가 내키지 않았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언제나 밝게 대해 주셨던 예쁜 마음이 그리워져 또 눈물이 납니다.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 때 올 4월에는 자장면 먹지 말라고 얘기하던 그 마음이 고마워 자꾸 눈물이 납니다.


평생 친구같이 때로는 오누이같이 등 긁어 주면서…

먼 훗날 불행하게 기저귀 차고 빨대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지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저의 소망은 여기서 접어야 하는가요?

전 사실, 그동안 희라씨를 만나면서 속으로는 희라씨를 향해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었습니다. 비록 짝사랑이었지만 사랑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비도 내리고요.

참! 희라씨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지요? 오늘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 날이라 그래서 해운대에 와 있지만 함께 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지금도 망설여지는 전화번호지만 용기없어 누르지도 못하겠군요.

‘그동안 고마웠다.’라고 말할 당신의 목소리보다, 어렵게 얘기할 당신의 마음이 안 서러워 차마 누르지를 못하겠습니다.


좋은 결실로 맺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한 생활 되시길 진심으로 빌어 드리겠습니다. 지금 더 매달리지 않고 눈물 흘리며 물러서는 건, 희라씨 당신을 나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짧게나마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해 주신 당신께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이룰 수 없었던 사랑에 많은 세월을 아쉬워하고 괴로워하며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고, 그리고 또 다른 ‘나’를 위해 당신의 가장 예쁘셨던 모습만 기억하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접겠습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2월 25일 밤에 해운대에서 정석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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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포로리|2006.02.28 06:43
이별하면서도 상대방의 참된행복과 강건을 바라시는 글쓴님의 마음이 너무 예쁘네요.. 글쓴님도 꼭 좋은분 만나셔서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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