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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이란거 한번 해볼까?(2)

중독 |2006.03.06 15:38
조회 1,535 |추천 0

해가 길어진 봄이 오면서 창가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햇쌀이 창문의 작은 틈새를 비집고 방안가득히 들어왔다.

강혁은 숨이 끊어질듯한 고통이 겨우 진정된듯 배한쪽을 한손으로 잡고 얼굴을 찡그린채 일어섰다.

얼핏얼핏 기억은 나지만 정신없던 어제 일이라 순간 낯선 방안에 당황스러웠다.

고개를 돌려 차분히 방안을 둘러보고 핏자국으로 얼룩진 자켓이 방한구석에 정갈하게 걸려있고 자신의 양말또한 그 한쪽에 걸려있는걸 보고 알수없는 웃음이 일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와버린 웃음...얼마만인가...그리고 그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옆으로 한채 힘들게 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 갓 20를 넘은듯 아직은 애띤 모습이다...생전 처음 보는 낯선 남자를 아무 꺼리낌 없이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재우고 상처를 소독하고 또 옷을 빨아 널어놓은 방 한구석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고 있는 이 여자가 강혁은 궁금했다...그리고 새로웠다.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을 여자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덮어주고 강혁은 메모지에 우성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기고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자켓과 양말을 신고 작은 방을 나왔다.

밤과 낮의 기억은 상이하다.

강혁은 전혀 알수없는 공간에 마치 꿈을 꾼듯한 느낌이었다. 아직 채 가시지 않는 고통이 있었지만 그 까짓것은 아무런 상관없다는듯한 표정으로 우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나다. 나 살았다"

" 얌마...민강혁 너 어떻게 된거야...연락도 없고...애들 다 너 찾느니라고 밤새 난리났었어...어디 있다가 온거야? 괜찮아? 너 살아있긴한거야? 야...진짜..심장 떨린다.."

" 차근차근...신이는 괜찮아?"

" 응 병원에서 다행이도 괜찮단다...수술 잘됐데"

" 그럼 됐어...난 괜찮아...어떤 여자 덕분에..."
"뭐?"

" 그런게 있어...이따 보자"

" 지금 와...다 기다리고 있어...너 떄문에 다 잠도 못자고...연락이나 좀 하던가'

" 핸드폰 잃어버렸어..."
" 미친 자식...정말...유린이 같이 있어...너 때문에 어제 난리났었어"

" 그랬겠지...어쨌든 나 살았다. 있다 보자"

 

 

밤새 불편하게 잠을 자서 그런지 고개를 돌릴수가 없을만큼 아팠다. 방한면을 가득히 차지했던 사람이 사라지고 텅빈 공간은 왠지 허전하고 휑한 느낌이었다. 언제나 같은 그 자리였을텐데...그 하루 채우고간 공간이 미선에게는 그동안 느끼지 못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하얀 종이에 정겹게 적어진 숫자와...민강혁...

전화를 하라는 말인가? 아니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말일까? 밤새 꿈을 꾼듯한 느낌에 잠시 어리둥절 미선은 평소보다 늦은 아침에 좀더 서둘러서 출근 준비를 했다.

미선은 버스로 다섯 정거장을 지나 커다란 유리창이 돋보이는 5층짜리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내가에 자리잡은 민호통증크리닉에 이제 일년이 갓 넘은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평소에도 환자 한분한분을 그냥 넘기는일 없이 언제나 사사로운 개인사까지 물어보고 또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덕분에 이제 일년이 넘은 이 간호조무사를 사람들은 찾고 또 안부를 묻고 반겨주곤 했다.

 

' 누굴까? 무슨 일이었을까? 전화를 해볼까? '

왠일인지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그 남자 생각을 하고  걱정을 하고 또 궁금해서 미선은 오늘 몇차례 실수를 했다.

 

 

큰대문앞에 멈춰선 강혁은 벨을 누르지 않았다.

그냥 열쇠로 문을 열고 소리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자신이 집에 들어오고 나갔는지 관심이 없으므로 굳이 벨을 누를 필요도 없고 또 그마저 쏟는 관심또한 가식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이른 발소리가 나자 화려한 방문에서 화려한 옷차림에 여자가 나와서 자신을 쳐다보았다.

 

" 너 얼굴이 그게 뭐니? 또 싸움질이니?"

" .........."

" 그래...니가 언제 내 말에 대답이나 했니? 새삼스럽게 내가 또 물어본게 바보지...하루 이틀도 아니고..니 아빠한테는 안보이는게 낫겠구나"

 

강혁은 삐딱하게 냉소를 흘리면서 이층으로 올라섰다. 그런 강혁을 못마땅하게 흘겨보고는 여자는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강혁이 16살이 되던해 엄마는  평생을 먹고도 살만큼 넉넉한 위자료를 받고 합의이혼이라는 명목하에 이혼을 하시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엄마보다도 10살은 족히 어려보이는 여자가 새엄마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

자신과도 무려 5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젋은 새엄마....아빠와는 무려 20년 차이가 나는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식밖에 일이었다.

물론 아빠에 재력에 반한 결혼이라는게 뻔히 보이는 속셈이었지만 남자에 어리석음이란...

 

이름도 모르는 여자가 밤새 핏자국을 지웠을...한번도 나를 위해 누군가가 해본적 없는 일을 낯선 여자에게 받다니...강혁은 청자켓을 햇볕이 잘드는 창가에 걸어두었다...

상의를 벗자 심하게 복부 주변으로 심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리고 문득 강혁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너무나 깨끗한 손...밤새 흙먼지와 핏자국이 얼룩진 손이 아니고 깨끗하게 닦여진 손...그리고 상처가 난 손가락에 단정하게 붙여진 밴드...자꾸만 알수없는 감정이 심장안에서 강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 그 여자...어떤 여자일까? 엄마한테도 느끼지 못한 따뜻함을 단 몇시간 함께한 여자에게 느끼고 있다니...그것도 이름도 모를 낯선 여자에게...'

 

저녁 7시가 넘자 재즈바 스카이에는 젊은이들에 넘치는 혈기로 넘쳐났다.

강혁이 들어서자 기다렸다는듯이 모두들 한시선으로 강혁을 바라보고 안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우성이가 강혁에 어깨를 툭치면서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 너 진짜 용하게도 살았다...괜찮냐?"

" 보시다시피..."

" 야...그래도 걱정이다..."

" 걱정마...내가 해결했어...그러게 임마 진작좀 말하지 그랬어? 일 다 터지고 말하면...미친자식...그 놈에 자존심이 뭐다구?"

" 한두번이냐...너한테 신세진게...그래서 그랬던거지..."

" 그게 말이냐? 얌마! 돈많은 친구 이럴때 써먹어야지...안그래? 물론 내 돈은 아니지만...괜찮아~

 우리 아버님도 그돈으로 더러운짓 많이 하신단다...알겠냐? "

" 그래도 너 대단하다...진짜?"

" 신이한테는 말하지 말고 그놈 성격에 또 내가 나선거 알면...할튼가...귀찮아진다"

" 알았어...너도 그래...그냥 돈만 주고오던가...하지 왜 건드려서 매를 벌어?"

" 기분 나빠서...얼굴이 졸라 꾸리드라구 그래서..."

" 성격하고는....근데...병원갔냐?"

" 미쳤냐? 병원가면 나 바로 콜이잖아...그래도 우리 아버님이 아버지 노릇은 하시겠다고 어설픈 쑈하는게 싫어서...바로 콜이잖아~ 그 놈에 아부들은..."

" 상처 소독 깨끗한데?? "

" 그래?"

 

강혁은 문득 또 그 여자가 생각났다...우성이에 전화번호를 남기고 왔긴 했는데...아무말이 없는거 보면 전화는 안한것 같다...그냥 고맙웠다는 메시지라도 남기고 올걸 그랬나? 그냥 전화번호와 자신의 이름만 쓰고 온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신이는 초등학교때 우리집 가정부 아줌마 아들이었다.

어렸을적 자신과 모든 사춘기를 함께 그리고 자신이 힘들때 그 모든걸 함께 했음에도 가깝고도 절대 가까워질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신이는 자신을 항상 그렇게 거리를 두었다. 아무리 좁히려 해도 좁혀질수가 없게 만들었다. 그런 신이를 이해하면서도 가끔은 그런 신이가 강혁은 야속했다.

그리고 신이는 어느날 말없이 지하방을 나갔다...그 쓸쓸함이랑....하루종일 그 텅빈 방을 보면서 알수없는 웃음이 나왔는데 눈에서는 자신도 모를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삼년만에 친구로부터 연락온 신이는 사채업자에게 쫒기고 있었다.

더이상 다다를수 없는 막길에서 돈 삼천만원에 내장이 파열된채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냥 돈만 주고 올 생각이었다. 말없이 돈만주고 오려고 했는데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아프게 한

그 사채업자 얼굴이 짐승만도 못하도록 추해보였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싸움을 걸었는지도 모른다...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그들에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무모하게...그리고 정신없이 맞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곳이 그 골목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어준 여자...

 

그 여자를 생각이 깊어질때쯤 익숙한 향수 냄새가 주위를 맴돌았다.

 

" 오빠...오빠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 괜찮아!"

" 연락두 없구...미워...정말...미워..."

" 소란떨지마..."

" 나 정말 걱정했단 말야..."

 

그렇게 걱정했다는 여자가 화려하게 화장을 하고 치장을 하고 옷을 입고 모든 준비를 마친 연기자 같은 느낌...이었다. 향수 냄새가 속을 울렁거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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