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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로맨스 >> - 37

마녀본색 |2006.03.10 13:16
조회 1,136 |추천 0

#10장. < 도망 가지마.. > - 3


미우는 권여사의 떠밀림에 쫓겨나듯 대문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어느새 윤호가 차까지 대기시켜놓고. 미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권여사의 생일이니.. 집에 있겠다고 끝까지 우겨댔지만, 권여사는 굳이 윤호와 함께 나갔다오라고 성화였다. 미우의 반박이 있으려 할때마다.. 그 말을 막으며..

미우는 앞에선 윤호의 차를 노려보다가. 뚜벅뚜벅걸어서 길을 걸어갔다. 절대로, 윤호의 차를 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윤호는 천천히 차를 움직여 미우를 따라갔다. 미우는 뒤에서 계속 따라오는 윤호의 차를 의식하다가 중얼거렸다.


“해보자는 거지? 어쩌나 보자 한번...”


미우는 길고 긴 길을 뚜벅거리며 지하철 역앞까지 내려갔다. 그리고는.. 윤호가 차를 주차하기를 기다렸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하철을 따라온다고 자동차를 몰고있진 않을테니까..

예상대로, 윤호는 미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차에서 내려 미우에게 다가왔다.

그 찰나.. 미우는 잽싸게 앞에 있던 택시에 올라타서 출발시켰다. 이겼다고 쾌재를 부르면서...


하지만, 정작 윤호는 싱긋 웃으며, 그 자리에 서서 중얼거렸다.


“꽤 귀엽네? 오늘은 나도 할일이 있으니.. 저녁에나 만나지...”


윤호는 빙긋이 웃으며 여유롭게 핸드폰을 꺼내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미우는 오랜만에 혼자 누리게 된 광활한 자유시간에 무얼 할지부터 생각하고 있을 때, 미우에게서 뜻밖의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 미우니?]


“...... 니가 웬일이니?”


[어.. 오랜만에 얼굴 좀 보고싶은데, 어디야?]


미우가 창원으로 내려가기전 파티에서 보기좋게 쥐어뜯어놓은 세희가 먼저 전화가 걸려와 사근사근한 말투로 만나자고 하다니..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게 아닐까 걱정하다가. 할일도 없었는데, 마침잘됬다고 생각하며 세의의 말에 답했다.


“그래? 마침 잘됬네.. 어디로 갈까?·점심이나 같이하자.”


[그래? 그럼.. 호텔로 와]


“그래....”


미우는 차창밖의 풍경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태봉은 예약된 자리에 앉아 유미가 오는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잠시뒤, 레스토랑 입구에서, 유미와, 그의 매형인 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봉은 반갑게 손을 들어서 그들을 반겼다.


유미도, 오랜만에 보는 동생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태봉의 맞은편에 앉았다.


“잘 지냈어? 얼굴은.. 좋아보이네? 밥은 잘 챙겨먹어? 아픈데는..”


유미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부었다.

그런 유미가 귀여운듯, 민석도 옆에서 그런 유미를 웃으면서 보고있었다.


“한번에 하나씩 물어봐, 숨넘어가겠네... 잘지내고 있고, 밥도 잘챙거멍고 아픈데도 없으니까, 이렇게 얼굴이 좋지!.. 매형, 잘 지냈어요?”


“음.. 나야, 잘 지냈지...”


잠시뒤, 주문을하고, 그들 셋은 즐겁게 식사를 하면서, 그간 묻어두었던 말들을 즐겁게 늘어놓았다.

유미도, 오랜만에 보는 동생덕분에, 최근에 받은 각종 스트레스가 내려가는듯 했다.


“그런데, 처남,, 처남도, 이제, 그만 올라오지 그래? 우리회사에, 내가 자리하나 만들어줄게, 이제 결혼도 해야하고,, 언제까지 지방에서 일할순 없잖아.더군다나. 그 회사는..”


“아직은 이대로가 좋아요.. 여기서 어느정도 경력쌓고 스스로 능력이 된다고 생각되면.. 그때 매형한테 말할게요”


“포부는 좋지만, 처남이 가까운데 없으니까, 누나가 매일 걱정하느라, 잠을 설치잖아.. 한번 생각해봐.. 자수성가도 좋지만, 좋은 조건으로 시작할수 있는것도 운이라구..”


“네.. 생각해볼게요..”


“그런데, 너, 사귀는 사람은 없어? 너두 이제 결혼해야지..”


“글세? 아직은...”


유미는 잠깐 스친 태봉의 표정에 뭔가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민석의 말에 그 느낌은 묻혀버렸다.


“아.. 그렇지 않아도.. 여기."


민석은 명함 케이스에서 깔끔한 명함을 한 장꺼내서 태봉에게 건네었다.

태봉은 민석이 내민 명함을 받아들어 보았다.


“김.세희.. 누구죠?”


“아.. 대박물산이라고, 그집 셋째딸인데.. 한번 만나봐.. 혹시 처남이 불편해 할수도 있을것 같아서. 3시로 잡았어.. 시간은.. 간단하게 차 한잔 하지!”


갑작스런 민석의 얘기에 태봉은 약간 당황했다. 그럼 식사를 마치고 바로 이 여자를 만나러 가야한단 말인가? 태봉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않고. 유미는 자신의 동생까지 신경써주는 민석이 고마워서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민석씨, 나한테 한마디도 없었잖아..”


“당신한테 얘기하면,, 미리 처남한테 얘기했을거 아냐.. 그럼.. 처남이 거절할텐데.. 어쩔수없이 오늘 만나야되.. 세희는 시간맞춰서, 나올테니까..”


“매형.. 하지만...”


“처남.. 만나보기만 하라는거야.. 맘에 안들면, 그만이잖아..”


태봉은 적극 권하고있는 민석을 보다가. 하는수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하고는 금새, 유미의 수다에 맞춰주느라 시간을 보냈다.



호텔의 고급스런 분위기에 세희와 미우는 마주앉은채 묘한 분위기를 연출시키고 있었다.

아마. 세희에겐 몇 달전.. 미우와의 몸싸움에서.. 쥐어뜯긴 기분의 앙금이, 미우에겐. 자신의 얘기를 고소하다는듯 뒤에서 까발리며 재미있어 한데대한 앙금이 그대로 남은듯 했다.


“잘 지냈어?”


“그럼.. 나야 잘 지냈지.. 넌? 개인전 열었었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래? 난 너도 초대할려고 했었는데.. 너랑 통 연락이 되야 말이지.. 대체 어디있었니?”


“그냥.. 다른데...”


“그냥.. 다른데? 이상하네? 니가 목적없이 움직인다는 소리는 들은적이 없는데?”


“뭐.. 그냥..”


미우는 세희의 말에 대충 넘어가는식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남말하기 좋아하는 저 애에게 솔직하게 지방지사에 내려가 있다고 하면.. 분명.. 그 말이 퍼질거고.. 지사쪽 간부들 귀에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테니.. 야심찬 미우의 독립계획에 적잖은 훼방이 되기 뻔했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어쩐일로.. 내가 만나자는데 두말안고 나오니.. 너 나 싫어하잖아.”


“그건 내가 묻고싶은 말인데? 너도 나 싫어하잖아? 그치만.. 뭐.. 오랜만에 만나는거잖니? 생각해 보니까. 뭐. 니가 보고싶기도 하더라구?”


“어머.. 뭐니? 남자한테 차이다보니까.. 이젠 여자가 눈에 보이니? 미안하지만.. 여자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미안!”


미우는 싱긋 웃었다. 도대체 쟤는 매번 뭘 믿고 저렇게 앙탈인지.. 이제껏 미우의 기분을 건드려서 단 한번도 좋은 꼴 본적도 없으면서.. 뭘 저렇게 긁어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우의 가시같은 말투를 즐기는 건지... 그렇다면, 제대로 응해줘야 예의라고 생각한 미우는 앞에 나온 스프를 떠먹으며 말했다.


“그러게.. 정말 그래볼까? 근데.. 내가 여자쪽으로 취향이 바뀐다고해도.. 넌 아냐.. 인조인간은 좀 곤란하거든.. 그나저나.. 저 지난번 나한테 잡혔던 머리는 다시 다 자랐니? 머리칼이 꽤 뽑혔던걸로 알고있는데.”


미우의 직접적인 말에 세희의 감정이 불붙은 화산처럼 되는것을 느꼈다.


“너.. 인조인간이란 표현은 좀 삼가 해줄래? 개인적인 자신감과 만족을 위해서 보충한 기술과 노력을 두고, 그런식으로 비아냥 거리는건 좀 곤란해!”


“기분 나빴다면. 미안.. 니가. 내 콤플렉스인 문제를 들먹이길래..... 그래.. 니 그림 평은 어때? 문화계족에선 별말 없는것 같던데.. 니네 고모가 운영하시는 갤러리에.. 작품은 하나 걸었니?”


세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목이 탄듯 물을 한잔 다 들이켰다.

세희 고모의 갤러리는 예술계에선 알아주는 곳이였고, 미술학도들은 그곳에 그림이 걸리는 것이 성공적인 데뷔로 알고있지만.. 세희는 그러지 못했단걸. 미우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점을 교묘하게 찔러대자. 세희의 기분은 완전 엉망이 되.. 얼굴에 다 표현됬고. 미우는 싱긋이 웃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미안하다 세희야.. 내가 좀 못됐잖니.. 니가 이해해~’


그렇게 둘은 신경전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었다.


“그런데.. 넌 오후에 뭐하니?”


“나, 선봐..”


“선? 너두 이제 선의 압박에 쌓이게 됬나보구나..”


“그냥 재미삼아 보는거야..”


“그래? 오늘 선보는 사람은 누군데? 어느집 아들이야?”


“어느집 아들이랄건 없고.. 아! 너도 알지? 민석씨 부인. ‘강유미’ 그 동생..”


미우는 일순간 아이스크림을 뜨던 숟가락을 놓았다. 세희와 신경전 피우느라. 잠깐 잊고있었던 문제를 또다시 불러일으키는 한마디였다. 세희는 미우의 표정변화를 보며, 생긋 웃고는, 새침하게 디저트를 즐겼다. 그리고는..


“뭐, 얼마나 잘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강유미 동생이니.. 생긴건 반반할거고.. 민석오빠 추천도 있고해서. 만나나 볼려구..”


“그래? 몇시에?”


“어.. 세시..”


미우는 얼른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2시 55분을 갓 넘기고 있었다.

좀전과는 다르게 미우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희를 놀리며 쾌감을 느낀데 대한 후회를 하는 중이였다. 그 강유미 동생이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놀리려고 했었겠지... 미우는 급하게 핸드백을 들고 일어섰다.


“어? 왜? 가려구? 좀 더 있다가가라.. 나 혼자 기다리기. 심심한데..”


“됬어.. 그만 갈게.. 만나서 반가웠다..”


“야! 너 아직도 정리가 안된거니? 민석오빠도 아니고, 그 처남인데, 뭐 어때?”


“됬어. 됬으니까.. 너 선이나 잘보고. 담에 기회되면 보자!”


미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레스토랑을 나섰다.

이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겠지만. 굳이 그 사람도 자신도 불편할 것 아닌가? 그 사람은 진실을 얼마나 아는지는 몰라도, 분명. 자신의 누나 때문에 괘나 껄그러울거고.. 미우 자신도 그럴테니 말이다..

미우는 궁시렁 거리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씨.. 잘 나가다가 왠 태클? 암튼.. 요즘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까!”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미우는 일층버튼을 누르고 서있었다. 그리고, 잠시뒤...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미우는 몇걸음 옮기다가 발에 좌석을 붙인듯 딱! 멈춰섰다.

방금 로비의 회전문을 열고 태봉이 들어서는 모습을 미우 두 눈으로 똑똑히 본것이였다.


“저 자식이..왜..”


하지만.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태봉의 발길이 자신이 있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자 빨리 숨어야 했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다시 뛰어들려고 했지만.. 이미. 그 문은 닫혀있었다.

미우는 닫혀있는 엘리베이터 문에 그대로 헤딩을 하고는 그 앞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아주 당황스럽게도.


태봉은 로비에 들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을 때.. 미우가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에 들이박기 바로직전. 미우를 발견했었다. 태봉 역시나.. 미우를 보고 당황하는 사이. 미우의  쌩쇼를 보고는 빠르게 미우가 쓰러진 쪽으로 달려갔다.

요란한 그녀의 시츄에이션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키득거리며 미우를 들여다 보고있었고.. 미우는 부딪힌 충격이 꽤나큰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우씨.. 이봐..전미우! 괜찮아?”


“아.....”


“대체.. 왜 이러냐.. 일어나봐..구경 났어요 들?”


태봉은 주위에서 키득거리며 구경중인 사람들에게 핀잔을 주고는 재빨리 미우를 부축해서. 근처에 있는 의자에 데려다 앉혔다.


“괜찮아? 움직일수 있겠어?”


“괜찮아요... 아야..”


미우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어쩌자고 확인도 하지않고 그대로 돌진을 한건지.. 멀쩡한 모습으로 마주쳐도 고개도 제대로 못들 태봉앞에서 별 망신을 다 당하나 싶었다.

그러니, 더욱 고개를 아래로 내리까는건, 어쩌면, 미우의 입장에선 당연한 행동이였다.


태봉의 어의없이 그런 미우를 내려다 보았다. 분명. 자신을 보고 도망치려다가, 그런 것이다. 이 여자는..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말. 못말리는 엽기 아가씨구나 싶었다.

꽤나 충격이 심했던 것 같은데.. 태봉은 미우의 옆자리에 앉아 미우의 얼굴을 볼수있게 강제로 잔뜩 숙이고 있는 미우의 양 볼을 감싸잡고 자신의 얼굴앞으로 끌어 올렸다.

미우의 이마에는 찬란한 붉은 자국이 좀전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듯 했다.


“바보야? 엘리베이터 문에 그대로 돌진을 하게? 얼굴이 이게 뭐야...”


태봉은 걱정스럽게 미우의 이마에 난 상처를 들여다보며, 핀잔을 주었지만. 미우는 눈앞에 바로 들이댄 태봉의 얼굴 때문에 숨도 못쉴지경이였다. 심장은 터질것 같았고. 이러다. 심장터져 죽겠구나라며..짧게 생각하다가. 태봉의 손을 풀고는 시선을 다른데로 옮겼다.


“괜..괜찮아요..”


태봉은 또다시. 애써 자신을 외면하려는 미우의 행동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따지듯 물었다.


“내가.. 미우씨한테. 잘못한거 있어? 요즘 대체 왜 그래?”


“내..내가 뭘요.. 그런거 없어요..”


“방금전에도 나 피하려다가. 넘어진거잖아!!”


백번 맞는 말이지만. 미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하필이면.. 왜? 태봉과 마주쳤는지... 정말.. 피할려고 하니. 별 우연이 다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그런거... 그냥.. 뭐 잊은것 같아서...”


계속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는 미우의 모습에 태봉은 이제 은근히 화가 났다. 이미. 민석이 주선한 선자리는 태봉의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말든.. 할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미우씨!.. 그날 일 때문에 그래?”


“무..무슨일요?”


미우는 태봉이 무슨일을 가르켜 말하는건지 알면서도, 모른척 반문을 했다.

말까지 더듬는 미우의 모습에 태봉은..


“그래.. 당황하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그건.. 내가 일부러 그런거 아니잖아..”


“알아요,.. 나도.. 나 잡아줄려다가 그런거...”


“그런데? 왜? 내가 너한테 흑심이라도 품었을까봐 그렇게 나 피해 다니니?”


“흑심은...무슨... ”


“그럼.. 권상무랑 잘되가는데, 내가 끼어들어서 초라도 칠까봐 그래?”


그동안. 모른척 외면하려던 감정과. 미우의 외면서 씁쓸했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졌는지.. 태봉은 자신도 모르게 따지듯 그렇게 내뱉었다. 미우는 놀란 눈으로 태봉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어떻게 저 남자는 저런식으로 생각하는건지.. 미우가 흑심 품을까봐 어색해했던 남자가 아니였던지..

미우는 잠깐 머릿속에서 헷갈리게 움직이는 감정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그..그게.. 무슨말이에요?”


태봉은 자신도 모르게 따져묻다가 놀란 얼굴로 몇일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있는 미우의 표정에 미안하고 무안해져서.. 말길을 돌렸다.


“미안해.. 자꾸만. 미우씨가 나 피하려고 하고..어색하게 구니까.. 화나서 그랬어.. 다친덴.. 괜찮은것 같아?”


“......괜찮아요..”


“그럼.. 먼저 실례할게.. 약속이 있어서..”


태봉은 미우를 그대로 남겨둔 채 마침 열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미우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미우는 그런 태봉의 모습에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왜? 저사람이 화를내는지.. 권상무가..어쩌구.. 끼어들어서 초를 치네마네.. 도대체. 이해가 안되었다.


“그런데.. 왜? 지가 화를 내고 난리야? 내가 자기 때문에 요즘 얼마나 괴로운데! 씨!”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미우는 잠시뒤 일어나서 호텔밖을 나섰다.



세희는 자신의 앞에 앉은 태봉의 준수한 모습에 태봉이 몇 분정도 늦은건 그대로 눈감아 주고 있었다.

형식적인 대화가 몇마디 오가자.. 별로 할 말도 없어졌다.

특히나, 태봉의 표정이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가 않았다.

태봉은 앞에 앉은 세희의 질문에 형식적으로 대답해 주고, 맞장구 쳐주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선 미우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마에 혹이 날 정도로 다쳤는데.. 약이라도 사서 발라줄걸 하는 후회와. 괜히 화내고 따진 일이 후회스러워 미칠 지경이였다.


“그런데.. 태봉씨는 왜? 민석오빠 회사에서 일 안하세요? ‘s'그룹이면, 태봉씨가 다니기엔 좀 껄끄러울텐데..”


“글쎄요? 전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아직 모르시나 본데요.. 유미언니하고 민석오빠하고 결혼하기 전에 그 일요.. 어떻게 넘어가긴 했지만.. 그 집안 여자들 기가 꽤 쎄거든요..”


세희는 마치 심심풀이 삼아 얘기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태봉은 기분이 더 나빠졌다.

어찌됬든. 한쪽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유미와 민석에게 들은 바로도. 피혜자는 그 집안 여자라고 들었으니..


“세희씨는.. 그쪽 집안과 친하지 않은가 봐요?”


“네.. 절대로 친할 수가 없어요.. 그 애하고는..”


“어째서요?”


“너무 똑똑한척 하기 때문이에요.. 뭐.. 실제로도 똑똑하긴 하지만.. 남들 씹어삼키는 재주가 아주 타고 났거든요... 자기 기분 뒤틀리면, 면전에 대놓고 상대방의 콤플렉스를 마구 쑤셔대는 애랑 친해지긴 어렵죠.. 저도 당했는데..아! 지난 봄에는요. 제가 한 말이 자기 맘에 들지 않았다고, 파티장 한가운데서 절 쥐어뜯어놨었다니까요? 똑똑하기만 하면 뭐해요? 교양도 없고.. 생긴것도 별론데..”


태봉은 점점 심기가 불편해 졌다. 이 여자의 은근히 비꼬며 악의적으로 뱉어내는 말투... 저 말의 반은 사적인 감정으로 씹어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저렇게 욕을 해대다니..


“똑똑한 머리랑 빵빵한 집안만 빼면, 정말. 볼품없는 애거든요..”


태봉은 왠지 이 자리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저 세희씨 어쩌죠? 제가 내일 회사에 나가봐야 해서요.. 오후 비행기로 내려가 봐야 하거든요..”


“어머... 내일 일요일인데 출근하세요?”


“네.. 일이 좀 있어서요.. 택시타는 곳까지 배웅해 드리죠...”


“어쩔수 없죠, 뭐.. ”


세희는 꽤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봉은 세희가 탄 택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그제서야 애써 참고있던 표정의 긴장을 늦추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일이 있어 가야한다는 말은 순 거짓말이였기에.....


미우는 태봉이 매몰차게 자신의 시야 앞에서 사라진 후.. 그냥 걷기만 했다.

바람이 차가워서 온 몸의 피부가 얼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였지만, 미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처럼,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해서 정처없이 걷는게 아니라.. 그냥. 몸을 혹사시키면 잡생각이 덜 들거란 생각에서 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결정에 끊임없이 저주를 퍼부어대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 추워 죽겠네.. 이러니까! 드라마나 영화가 순 거짓말이란 거야! 뭐 그 사람들은 냉온 동물들인가? 아무렇지 않게들 겨울거리를 배회하게? 내가 미쳤다고 엉뚱한 생각을 해가지고는... 씨! 차태봉! 암튼.. 내가 그 자식 첨 봤을때부터. 재수없다고 했어.. 지가뭔데? 아씨,,추워...!”


누가 봤으면, 딱! 정신나갔다고 할정도로 쉴새없이 얼어있는 입을 움직이며, 춥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미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등골이 당길때까지 떨어댔을때야 겨우.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한창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트리장식까지 된 아늑함에.. 미우는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얼었던 몸을 녹였다. 그러다 문득... 태봉의 말이 생각이 났다.


[권상무랑 잘 되가는데, 내가 끼어들어서 초라도 칠까봐 그래?]


“도대체. 그런 말은 왜 나오고 그래? 어떻게 그자식이랑 나랑 잘 되간다는 생각을 하는거야? 이해할 수가 없네. 정말..... 흑심품은 사람 찔리게.. 하여튼.. 어쩜 내가 다치고 아플 때마다 나타나서는.. 그러니까. 내가 흑심을 품지... 잘못은 지가 해놓고..”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미우는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태봉의 표정,,,, 화난 모습...

한번도 사랑받은 적이 없어서.. 사랑일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적 없어서.. 또, 상처만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번도 제대로 사랑해 본적이 없어서.. 미우는 지금 이 사랑이 그녀가 알았던 감정 중 가장 진실한 감정이란걸.. 모르고 있었다...

한참을 혼자 카페에 앉아 놀던 미우는 권여사의 생일인 것이 떠올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다 다다랗을 때, 미우가 초인종을 누르기 전, 익숙한.. 하지만. 듣기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와요?”


미우는 얼른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윤호가 서있었다. 손에 작은 선물가방을 들고...


“권상무님은 또, 어쩐일이세요?”


“잊었어요? 회장님이 저녁에 들르라고 하셨잖아요.. 뭐.. 미우씨와 데이트라도 하다가 들어오란 말씀이셨지만요..”


“..데이트..! 이것보세요! 권상무님.. 자꾸 이러시면.. 아주 곤란해 지실겁니다? 모르시나본데, 저? 우리 할머니 손녀에요? 성질 아주 고약하다구욧!”


“알아요.. 말했잖아요.. 나 미우씨 안지 꽤 오래 됬다고.. 안지 오래되고, 관심 생긴지 오래된 만큼.. 정보도 많으니까요..”


“하!”


너무나 뻔뻔하고 느긋한 윤호의 태도에. 미우는 기가찬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뭘믿고 저렇게 거침없이 들이대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권여사가 밀어댄다 해도, 미우가 아니라면, 빨리 물러나 줘야 하는게 아닌가? 미우는 더 이상 할말 없다는 듯이. 초인종으로 손을 뻗었다. 윤호는 손에 든 선물가방을 미우에게 내밀었다.


“자요. 권여사님 생신선물 준비했어요..”


“직접 드리세요!”


미우는 윤호의 손이 무안하도록 싹 무시하고는 마침 열린 대문을 열고집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이래저래, 미우의 무시를 많이 받은터라. 윤호는 익숙한듯. 아무렇지 않게 미우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안 제일 어른의 생신이다 보니, 집안은 꽤나 떠들썩했다. 가까운 친척들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미우는 집안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자리에 눈치없이 끼어든 윤호가 못마땅했다.


집안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더해갈수록. 미우의 기분은 바닥을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윤호가 마치. 장래 미우의 남편으로 확정된것처럼. 어른들은 윤호에게.. ‘자네’‘이사람’등의 친근하게 불러댔기 때문이였다.

이런저런 자리가 끝이나고, 윤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돌아간 다음 미우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추위에 떨머 걸어다닌 것이 문제가 됬는지. 어쩐지 으슬으슬 추워지는것 같았다.

비상약으로 준비되어있는 감기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미우는 아침일찍 일어나 창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어쩐지 자꾸만 몸이 으슬거리는것이 힘겨웠지만. 또, 아픈 내색을 하면, 호들갑을 떨 권여사와 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윤호를 피해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하고 아침식사를 마치자 마자. 공항으로 향했다.


“아~ 괜히 추운데, 청승떨다 감기나 걸리고.. 잘한다! 전미우.. 니가 요즘 감각을 아주 상실했구나.”


미우는 스스로를 자학하며, 티켓을 끊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자신의 자리를 찾고나서 앉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자신이 앉을 옆자리엔. 거짓말처럼. 태봉이 버젓히 책을 읽으며 앉아있었다.

도망쳐야 할 판국에 자꾸만 마주치게 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였다. 미우가 잠시 어정쩡해 하는동안. 뒤에서 들어오던 사람에게 밀려. 할수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야 했다.

태봉은 미우가 옆에 앉자. 그저 옆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며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미우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 태봉을 슬쩍 보고는 안심한 듯 고개를 복도 쪽으로 돌리고 의자에 깊숙이 기대었다.

미리 안전벨트까지 매고는 자꾸만 어지러워오는 머리는 기대었다.


태봉은 한참 책에서 눈을 떼지 앉고 읽다가. 문득, 목이 뻐근해서 고개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은 여자에게서 시선이 머물렀다. 미우였기 때문이였다.


“대체.. 언제..”


태봉은 갑자기 눈앞에서 잠들어 있는 미우의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리곤, 말없이 잠들어 있는 미우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이마에는 어제 엘리베이터 문에 찍어놓은 상처가 푸르스름한 색을띠고 있었고, 두 뺨을 빨개져 있었다.

그리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미우의 모습이.. 지금 태봉의 눈에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다지 예쁘지 않아도... 성격이 사근사근하지 않아도.. 가끔 엽기스럽게 통통 튀는 그녀가 오히려 상큼해 보일 정도였다.


‘어쩌다가.. 내 눈에.. 너라는 콩깍지가 씌었는지..‘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는 김해공항에 도착했고, 태봉은 일어날 채비를 마쳤지만.. 미우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태봉은 조심스럽게, 혹시나, 또, 미우가 오해하거나 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미우를 깨웠다.


“미우씨.. 일어나요.. 도착했어.. 미우씨..”


태봉이 미우의 어깨를 몇 번 흔들어 대자. 미우는 편안히 잠든것 같던 표정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괴로운 표정으로 탈바꿈을 하고는 겨우 눈을 떴다.


“.....”


미우의 눈앞에 태봉이 보였지만. 놀랄 힘도 없었다. 온몸에 납덩이를 매달아 놓은것 처럼 천근만근이였다. 미우가 쉽게 일어나지 못하자 그제서야 태봉은 미우의 붉게 상기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마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미우씨.. 정신차려봐... 미우씨!”


“괜..찮아요...”


미우는 있는 힘을 다해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잠깐사이 열이 꽤나 높아졌던 탓인지. 어지러움에 비틀거렸고, 태봉은 재빨리 그런 미우를 부축해서 내리고는 급히 택시에 올라탔다.


“아저씨.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가주세요,”


태봉에게 기대있던 미우는 꽤나 어지러운지 평소처럼. 태봉을 밀쳐내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기대앉아있었다. 아니, 오히려, 태봉에게 반쯤 안기다 싶이 하고있는 이 상황이 훨씬 편안하다고 느끼고 있는 중이였다.

병원에 도착한 태봉은 급히 미우를 안아올려, 응급실로 들어섰고, 응급실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신속한 조치를 하고는 다른 환자쪽으로 몰려갔다.

태봉은 미우의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잠이든 미우의 손을 한손으로 지긋이 잡고는 다른 한손으로는 미우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태봉은 미우가 잠든거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이였다.

하지만, 분명.. 미우는 잠들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사람은 태봉이였다. 태봉의 손길에 터질것 같은 심장을 감추려고, 미우는 죽은 듯이 누워만 있었다.

그 긴장감을 잠재우려고 마음으로 말도 안되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씨! 내가 뉘집 개인줄 아나.. 어딜. 쓰다듬어 쓰다듬길.. 난 개가 아니라곳!!!‘


하지만. 다음순간 속삭이듯 들려오는 태봉의 말에.. 말도 안되는 불평도 할 수가 없었다.


“왜.. 자꾸만.. 내 앞에서 아프니.. 그렇게 날 피해갈 정도로.. 내 마음은 부담스러워 하면서.. 왜? 자꾸만.. 너한테 손을 뻗치게 하니.. 이 아가씨야... 내 마음... 넌..외면하잖아...”


미우의 머릿속 모든 사고기능이 정지되는 순간이였다.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미우는 지금 자신이 뭔가를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미우의 머릿속에 태봉은 한마디를 더 얹어주었다.


“널.. 좋아하게 된거.. 미안해..”


미우의 심장이 다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 동안 어색해 했던 태봉의 태도가.. 자신때문이 아니라.. 태봉의 마음 때문이란 사실에.. 그 마음이.. 자신을... 한번도 사랑받지 못했던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라니...

태봉의 말을.. 말 그 자체를.. 머리로는 이해를 하면서... 마음으로는 의심을 했다.

저 말이 사실일까? 잠들지 않은걸 알면서.. 일부러 저러는게 아닐까?

이제까지 미우 자신의 상처들이 쓰라려 왔다. 곪을대로 곪아버린 상처들이 터져버린것 같았다.

정말 이해할수 없게 눈물이 솟구쳤다.


‘안되는데... 눈물 보이면,, 안되는데... 잠들지 않은걸 알면 안되는데...’


미우의 처절한 바람을 듣기라도 한듯.. 태봉은 때마침 울려온 전화벨 소리를 듣고 미우의 손을 놓은채 자리를 옮겼다.

미우는 그제서야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아서 눈물을 흘렸다.

거짓말일거라고... 장난일거라고... 그럴리 없다고.. 또, 상처받을거라고..

태봉의 저 말에 흔들리면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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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생각으로는 상처가 많으면.. 그 상처의 원인을 무서워 하잖아요.. 그래서.. 미우가 열심히 도망치는중인데.. 좀.. 말이 안되나요?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신파를 써라!" 이러더라구요? 그런데.. 사랑이란게.. 원래? 신파 아닌가 싶어서요 ^^

 

오늘 저녁.. 치과에 가야하는데.. 솔직히 무서워 죽겠습니다.

사랑니를 빼야하는데.. 저는 이빨을 빼는게 아니고, 수술을 해야 한다네요?

일주일전부터 예약해뒀는데.. 에고 겁나라~ ^^;;

 

요즘 아침과 저녁의 날씨가 너무 달라서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마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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