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문 앞에 서서 희주를 기다리고 있다.
연락을 하고 올 걸 후회하는 나해였다.
저 쪽에서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희주와 동욱이 장을 보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해는 불안해졌다. 기수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해야!!" 나해를 발견한 희주가 뛰어왔다.
"어..연락없이 왔어. 할 말이 있어서."
"안녕하세요" 동욱이 미소로 인사한다.
"예.." 나해는 난감하다.
"잠깐 나가서 얘기 좀 해"
동욱이 있는데선 말하기가 좀 곤란하다. 아직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심각한 일이니?" 알면서 되묻는 희주모습에 나해는 더 화가난다.
"들어와. 집에서 얘기하자."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동욱이다.
"제가 피해드릴게요. 피시방에 있음 돼요."
"아니야. 동욱씨 같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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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로 함께 들어온 셋.
나해도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다.
"기수가 며칠째 연락이 안돼. "
동욱은 자신의 침실 버티칼 안에 있지만 말소리는 다 들리고 있었다.
"아마 네가 남자룸메이트랑 있어서 걱정돼나봐. 니가 먼저 연락 좀 해봐."
겨우 말을 꺼낸 나해는 다시 초라해 지는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넌 그대로구나..아직도"
나해는 고개를 들어 희주를 본다.
"여전히 기수옆에서 아무말도 못하는 바보야."
나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게 다 누구때문인데..
"기수는 항상 니 걱정을 하니까.." 말도 하기전에 목에서 울컥이다.
다시 가다듬고 겨우 말을 잇는다.
"너랑 난 기수를 공유하니까..!!!" 나해도 결국 독한 말을 해버렸다
"난 너랑 기수 공유한 적 없어. 난 내것을 누구와도 함께 쓰지않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희주모습에 나해는 더욱더 할말을 잃었다.
"기수없는 너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없지? 고등학교때부터 쭉~
이 세상에 남자는 기수 하나뿐이었자나. 그렇지?"
"그래!! 기수없는 나는 상상해 본적 없어. 너 없는 기수도 생각해 본적없구!!!"
결국 소리내서 말해버렸다. 너무나 오랜시간 침묵했던 감정.
"기수 놔줘. 너 기수갖을 거 아니잖아.난 기수밖에 없어"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희주는 그런 나해를 답답한 듯 쳐다보고 있다.
"왜 기수가 힘들고 큰 일이 있을때마다 날 찾아오는지 알아?
그건 자신보다 더 힘들어하고 속상해할 널 위로해야 되기 때문이야.
넌 항상 기수한테 기대기만해. 기수도 때론 기댈사람이 필요해!!
그게 나였어.그거 뿐이야."
"정말 그게 다야? 2년전에..."
그 때일을 다시 생각하니 말도 할 수 없을만큼 울먹이는 나해였다.
"그래. 2년전 기수 생일에 나한테 왔었어. 밤에 갑자기 찾아와서 나도 놀랬어.
아무일 없었어. 믿든 말든 그건 니 맘이겠지만."
희주는 흔들림 하나 없다.
"예전에 나도 기수가 내 세상의 전부였어. 니가 나타나기 전까지..."
흐느끼던 나해가 희주를 쳐다본다.
'역시 희주는 내가 끼어들었다고 생각했구나. 역시 그랬어...'
"지금은 아니야. 그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래걸렸지만..너도 빨리 깨닫길 바래.
기수 없어도 넌 잘 살 수 있어. 뭐하나 없어진다고 내가 무너지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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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가 비틀거리며 집을 나간 뒤. 테이블에 풀썩 앉아버렸다.
동욱이 살며시 다가와 희주에게 물을 내민다.
"괜찮아요?"
희주는 동욱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울고 간 사람은 나해에요. 난 당연히 괜찮죠."
"아니에요. 독한 말했다고, 울지 않았다고 괜찮은건 아니에요.
오히려 상대방이 약한걸 알기때문에 악역을 도맡아 할 수 도 있어요.
나쁜사람 소리 듣는걸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건 아닐거에요.
그저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악역을 하는거죠.."
정곡을 찔렀다.
희주는 동욱이 이상하다.
'너 뭐야....너..이상해.. '
동욱은 희주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순간 기대고 싶었지만 희주는 벌떡 일어나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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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와서 한참을 울고나니 나해는 뭔가 시원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정리가 됐다. 너무나 오래 묵혀두고 지내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거란 생각은 실수였다.
밑바닥까지 감정을 드러낸 나해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근데... 둘이 무슨 사이인지 안물어 봤다.
나해는 또 울어버리고 아무말 못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항상 이런식이다. 늘 희주에게 당하면서도 한편으론 희주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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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지는 해가 너무나 밝았다.
창문 한 가득 쏟아지는 햇빛속에서 동욱은 공부를 하고있었다.
책을 보던 희주는 그런 동욱이 햇빛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햇빛처럼..편안했다.
같이 지낸 시간동안 동욱은 한 번도 희주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무슨일을 하느냐..어디서 왔냐..그 친구들이랑은 무슨 일이냐...
갑자기 고마워 지는 희주였다.
"내가 룸메이트로서는 꽝이죠. 원래는 이렇지 않은데.."
대뜸 말을 꺼낸 희주목소리에 동욱이 공부를 멈춘다.'
"친구들이 좀 자주 오게됐네요..미안해요. 소란스럽게"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그리고 전 얹어사는 처진데요 뭘...."
"... ....."
"왜 나랑 같이 살자고 했어요?"
희주는 뜨끔했다. 왜인지 자신도 진정은 몰랐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잘 못한다고 했잖아요. 동욱씨가 많이 하니까..."
"풋!!! 아침엔 빵도 먹는둥 마는둥이고 저녁엔 우유나 쿠키로 떼우잖아요.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어질러 놓는 성격도 아니잖아요."
"... ...." 늘 정곡을 찌르는 동욱이다.
왜 이 사람 앞에선 할 말이 없어질까...
희주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말이 없다.
"이번엔 좀 긴 대답을 들어야 겠어요." 물러설 기미가 없는 동욱이다.
"싫으면 나가요." 말해놓고 시선을 돌리는 희주.
"와~완전 집주인 횡포다. 돈 조금 받는다고 막 나가라고 하네~^__^
나 저녁에 약속있어서 나가요."
토요일 저녁이다. 당연히 약속이 있겠지...
왠지 쓸쓸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