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구나...
희주는 당황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
기수를 포기시키기 위해 했던 즉흥적인 말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뭐라고 말 좀 해보시죠?"
너무나 차가운 동욱의 물음에 희주는 애써 침착하려 애쓰지만 쉽지않다.
거짓말엔 취미없고, 둘러대는 말은 더욱더 못한다.
이럴땐 솔직한게 최고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시시콜콜 내 사정얘기를
하고싶진 않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그쪽을 이용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친구한테 둘러댄다는게 그렇게 됐어요."
"그리구요?" 중요한 말을 빼먹었다.
"미안합니다.."
물끄러미 희주를 본다. 다시 다정한 동욱이 되어있다.
"왜그래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친구들한테 번갈아 가면서 왜 상처줘요?"
"내 사생활이에요." 다른 곳으로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럼 앞으로 친구분 앞에서 나 애인인척 해야겠네요? 당신이 초라해 지지 않으려면..."
초라하다는 말에 희주는 입술을 깨문다. 자존심이 상했다.
"들어가서 누워야 겠어요." 끝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희주씨!" 그의 목소리로 듣는 내 이름.
"미안해요. 내가 말이 심했어요." 희주쪽으로 다가와서 쭈뼛거린다.
대체 이 남자 뭔가... 병주고 약준다.
새삼스레 이 남자에게 휘둘린다고 느껴진 희주였다.
그를 노려보면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한국지사에 지원을 한것도, 집을 계약하러 갔다가 동욱을 만났것도...
기수와 나해는 쉴 틈도 주지않고 자신을 몰아부쳤다.
어서 정리해 달라고...
"어? 울어요? 나 진짜 심했나보다...울지 말아요.희주씨."
울지 말라는 말에 더욱어 눈물이 났다.
"여기 앉아봐요.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처음엔 화가 났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럴수도 있겠다..뭐 나한테 피해준거 없으니까...희주씨.."
쇼파에 희주를 앉히고 자신은 바닥에서 희주를 달래려 애쓰는 동욱이다.
희주도 빨리 눈물을 멈추고 싶었는데 그래지지가 않았다.
순간 자신이 나해가 된 기분이었다. 늘 운다고 핀잔만 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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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거침없이 몰았다.
희주의 태도가 더 야속했다.
미국에 들렀을때도 남자친구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먼저 생각해 주었었다.
항상 그랬다. 자신을 가장 먼저... 희주한테는 내가 제일...
언제까지나 그러리란 법은 없지.
기수는 허탈해졌다. 자신이 언제가지 희주옆에 있을 순 없었다.
자신만을 믿고 있는 나해가 있지 않던가...
나 때문에 울고 나 때문에 웃는 나해...
이제 누구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나해도 희주도...
대체 그 룸메이트란 자식은 누구란 말인가..미국서부터 같이 들어왔나?
집들이 할때 얼굴을 제대로 봐둘걸 새삼 후회가 됐다.
자신을 제쳐두고 먼저 생각하는 그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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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는 어느새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
동욱도 일어나 씻더니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보통은 잠옷 바람에 쇼파에 멍하게 앉아 있는데...
"어디가?"
"오늘부터 개강이에요. 나 백수인줄 알았죠?"
버티칼 안에서 동욱이 옷을 갈아 입으며 큰 소리로 말한다.
이런식으로 서로의 생활을 알아간다.
서둘지 않는 희주성격을 동욱은 참을성 있게 받아주고 있었다.
"태워다줄게"
"내가 어디학교 다니는줄 알구요?"
"맨날 학교이름 대문짝만게 씌여진 노트로 공부하잖아. 그것도 모를까봐?"
"오~센스있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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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오면 30분인데, 차가 좋긴 좋구나"
오늘따라 더 기분이 좋아뵈는 동욱이다.
"태워줘서 고마워요." 별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 희주의 얼굴을 본다.
희주는 약간 갸우뚱하다.
"그래..공부 열심히해."
차에서 내리다 말고 동욱이 말한다.
"우리 정말 애인사이 같아요." 그리곤 희주가 답할 사이도 없이 내려서 뛰어간다.
남겨진 희주는 멍하다.
기수가 왔다간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동욱은 그 일을 아직도 잊지않고 있었다.
나해를 통해서 기수소식을 듣고 있지만 만나적은 없다.
아직 우리 모두 준비가 안됐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