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욱이 아침수업이 있을 땐 희주가 학교까지 태워주는 것이
이젠 으레 습관처럼 돼버렸다.
학교까지 가는 내내 동욱은 말이 없다.
하고 싶을 때 하겠지...희주는 억지로 채근하지 않는다.
말도 안하고 그냥 내리는 동욱.
‘왜저래...’ 희주는 슬슬 기분이 안좋아 지려고 한다.
문을 닫고 가려니 했더니 할 말이 있는지 창문을 내려보라고 손짓이다.
“왜?” 희주가 퉁명스레 묻는다.
“나 오늘부터 MT라서 토요일에 올거에요. 잘가요.”
“뭐라구?!!! 야!! 그걸 지금 말...” 동욱은 이미 저만치 가고있다.
‘후~후~어리니까 봐준다.’ 거칠게 핸들을 돌리는 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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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새내기들 틈에 복학생이 끼어 있을라니 적응안됀다.
벌써 새벽3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뻗은애들 아직도 펄펄한 애들..나처럼 겨우 앉아있는 애들..
아직 희주에게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면서 그래도 이틀동안 안들어 오는데 말을 안하는건
룸메이트로서도 예의가 아닌거 같아 그냥 내던지고 온 말이었다.
희주씬 잘 자고 있을까? 그래도 내가 없는 밤인데...
동욱은 아직도 자신의 감정이 뭔지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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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더 무서운 밤이었다.
결국 같이 자자고 나해를 불렀다.
술을 홀짝이면서 여자들의 수다가 시작됐다.
“근데 동욱씨 지금 학교다니면 졸업하고 언제취직하니?”
“지 알아서 하겠지 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버린 희주.
“뭐? 너 신경안쓰여?”
“응? 으...응...뭐 열심히 하니까..잘 돼겠지..”
“니가 만난 몇 안돼는 남자중에 동욱씨가 제일 딸리는거 같애.”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하기야..근데 침대는 각자쓰니?”
“어. 내가 누구랑 같이 자는걸 좀..”
“그럼 난 니침대에서 잘게. 니가 동욱씨 침대에서 자.”
“응..그래..”
역시 거짓말은 하고 볼일이 아니다.
동욱이 침실의 버티칼을 열어본다.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보는 동욱이 침실.
역시나 꼼꼼한 성격대로 침대도 정리가 깨끗하다.
동욱이 냄새... 비누향기같은 것이 베어있다.
새삼 동욱이의 냉랭했던 요즘 태도가 생각났다.
왜그러는건지 MT에서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아무래도 자신이 아주 상관이 없는건 아닌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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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곁에서 새우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쑤신다.
이리저리 널려있는 술병을 치우고 세수를 하는데
진오가 어슬렁 나온다.
“왜 더 자지않고..아직 5시도 안됐네..”
“냄새나서 못자겠다. 아 자식들..요즘은 여자애들이 더해요.
왜 안씻고 자는거야..미친거 아냐..?“
평소 결벽증이 심한 진오다.
웃음을 터뜨리곤 칫솔에 치약을 묻힌다.
“나 지금 돌아갈거야.알지?”
진오녀석은 아침에 알바가 있다. 갑자기 동욱도 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니 꼬물차 끌고왔냐?”
진오가 눈을 치켜뜬다.
“그래. 내 꼬물차 갖고왔다. 왜?”
“그럼 나도 얻어타고 올라갈란다.”
“왜.애들이랑 같이 오지..”
“저것들 차안에서 뻗어서 잘텐데 머...그리고 버스보다야
꼬물차가 낫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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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공기를 가르며 꼬물차를 달려서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어둑어둑하다.
조용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 앞에 있는 자신의 침실 버티칼을 열었다.
헉!! 누구냐...희주가 자고 있는게 아닌가?
동욱은 순간 당황해선 희주의 침실로 가본다.
나해가 곤히 자고있다. 내가 없어서 나해씨를 불렀구나...
어쩐다...일단 자신의 침실에 짐가방을 놓으려 돌아간다.
살금살금 나름대로 숨도 나눠서 쉰다.
“어..? 동욱아...”
“쉿!! 나해씨 깨겠어요.”
“너 토요일에 온다며..낮에 올줄 알았더니...”잠이 덜깬 희주가 말한다.
“그냥 일찍 왔어요.”
바닥에 동욱이 앉았다. 희주도 일어나 앉았다.
동욱은 버티칼 틈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빛에 희주를 올려본다.
“나 어디서 자냐? 훗!”
눈을 비비며 난감한 희주가 말한다.
“여기서 자요. 내가 쇼파에서 눈 좀 붙이죠 뭐. 곧 아침인데..”
“그래도..여기 니 침실인데 내가 허락없이 쓴거잖아.”
아직 잠이 덜깨선 계속 눈을 비비며 정신차리려 애쓰는 희주가 귀엽다.
“나 물 좀...”
동욱은 일어나 나가려는 희주를 붙잡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희주의 팔을 잡아당겨 침대에 앉힌다.
“왜?” 깜짝놀란 희주가 말했다.
“여기 있어요.”
동욱은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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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쿵쾅거리는게 멈춰지지가 않는다.
물을 따르는 손이 흔들린다.
희주가 있는 저 버티칼 안으로 다시 들어가버리면 왠지 그녀를 놓을 수 없을거 같았다.
‘진정해 한동욱. 진정해..아직 너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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